[창+/르포] 눈 치우는 우크라이나 소년들…KBS취재진 삽을 들다

입력 2023.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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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그러나 아픈 기억에 짓눌려 미래 세대까지 잃어버릴 순 없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축구장에서 소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때마침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던 시기. 축구 연습을 하겠다며 청소년 축구단이 눈을 치운다.

“연습하는 모습 찍어도 되나요?”
“네”

취재진도 제설작업을 도왔다.

전쟁 중에, 그것도 눈까지 내리는 날에 웬 축구 연습일까.

인터뷰 / 유리 축구 코치
“우리는 아이들이 전쟁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씁니다. 훈련 중에 경보가 자주 울리니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법에 따라 대피해야 하니까요.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고, 우리는 주어진 여건에서 연습하고 있고 아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옵니다.”

운동으로 인성을 키우는 것, 전쟁 중에도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터뷰 / 유리 축구 코치
“누구에겐 취미고, 누군가는 프로 축구단에 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교육과 규율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축구는 규율이 필요한 집단 스포츠죠. 눈 치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제설작업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구 연습. 학생들의 꿈은 전쟁이 빨리 끝나고 공습 걱정 없이 축구를 즐기는 것이다.

다른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키이우 북쪽에 있는 마을 노비 페트리브치의 예술학교를 찾아갔다. 깨진 유리창은 아직 고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지만, 가끔은 대면 수업을 한다.

녹취 / 야로슬라브 교장 지도 녹취
“바로 여기가 연결 지점인데 잘 살리지 못했어, 매듭을. 클라이막스를 살리지 못한 거지.”

피아노를 배운지 3년째라는 13살 학생. 연주를 할 때면 잠시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인터뷰 / 미샤 학생
“음악은 마음을 진정시켜 줍니다. 연주를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떤 열반에 드는 것 같은 감정.. 네. 매혹되는 느낌입니다. 죄송합니다. 긴장이 되네요.”

바로 옆 교실에선 7살 어린이가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선생님은 우크라이나 전통 악기 반두라로 반주를 한다. 전쟁을 거치면서 7살 어린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

인터뷰/ 이반 7살
“커서 어떤 노래 하고 싶어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노래요”

“좋아하는 노래가 뭐예요?”
“우크라이나의 좋은 아침”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음악은 러시아 음악의 일부라고 배웠던 선생님들.

지금은 어린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이 러시아로부터 받은 탄압에 대해 가르친다고 했다.

인터뷰 / 카트리나 교사
“예를 들어 야코브 스테포비가 살해되고 바실 바르빈스키의 작품들이 파괴됐죠. 그와 아내는 10년 이상을 시베리아에서 지냈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아이들 눈에서 생생한 반응을 봐요.
아이들은 역사를 이해하고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우크라이나의 반러시아 감정은 뿌리가 깊다.

1930년대 일어난 대기근, 이른바 홀로도모르도 한 원인이다. 당시 소련 스탈린 정권은 집단농장 정책을 추진하며 곡물과 가축을 징발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이에 저항하며 봉기를 일으켰는데, 이 과정에서 흉작이 이어졌다.

인터뷰 / 코스티브 학예사
“1932년부터 1933년까지는 가뭄이나 홍수가 없었습니다. (대기근은) 정권의 인위적인 행위의 결과였죠. 나라를 세우고 정체성을 가지려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무너뜨리기 위한 인위적 행위의 결과였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주민 약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 지금의 전쟁이 당시 상황의 연장선에 있다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믿고 있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방송일시: 2023년1월31일,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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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6 07:00:10
    세계는 지금
▲ 〈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그러나 아픈 기억에 짓눌려 미래 세대까지 잃어버릴 순 없다.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있는 축구장에서 소년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때마침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던 시기. 축구 연습을 하겠다며 청소년 축구단이 눈을 치운다.

“연습하는 모습 찍어도 되나요?”
“네”

취재진도 제설작업을 도왔다.

전쟁 중에, 그것도 눈까지 내리는 날에 웬 축구 연습일까.

인터뷰 / 유리 축구 코치
“우리는 아이들이 전쟁의 고통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도록 힘씁니다. 훈련 중에 경보가 자주 울리니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법에 따라 대피해야 하니까요.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고, 우리는 주어진 여건에서 연습하고 있고 아이들은 기쁜 마음으로 옵니다.”

운동으로 인성을 키우는 것, 전쟁 중에도 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터뷰 / 유리 축구 코치
“누구에겐 취미고, 누군가는 프로 축구단에 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교육과 규율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축구는 규율이 필요한 집단 스포츠죠. 눈 치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제설작업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축구 연습. 학생들의 꿈은 전쟁이 빨리 끝나고 공습 걱정 없이 축구를 즐기는 것이다.

다른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키이우 북쪽에 있는 마을 노비 페트리브치의 예술학교를 찾아갔다. 깨진 유리창은 아직 고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수업이 원격으로 이뤄지지만, 가끔은 대면 수업을 한다.

녹취 / 야로슬라브 교장 지도 녹취
“바로 여기가 연결 지점인데 잘 살리지 못했어, 매듭을. 클라이막스를 살리지 못한 거지.”

피아노를 배운지 3년째라는 13살 학생. 연주를 할 때면 잠시 전쟁의 고통에서 벗어난다.

인터뷰 / 미샤 학생
“음악은 마음을 진정시켜 줍니다. 연주를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떤 열반에 드는 것 같은 감정.. 네. 매혹되는 느낌입니다. 죄송합니다. 긴장이 되네요.”

바로 옆 교실에선 7살 어린이가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선생님은 우크라이나 전통 악기 반두라로 반주를 한다. 전쟁을 거치면서 7살 어린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

인터뷰/ 이반 7살
“커서 어떤 노래 하고 싶어요?”
“우크라이나에 대한 노래요”

“좋아하는 노래가 뭐예요?”
“우크라이나의 좋은 아침”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음악은 러시아 음악의 일부라고 배웠던 선생님들.

지금은 어린이들에게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이 러시아로부터 받은 탄압에 대해 가르친다고 했다.

인터뷰 / 카트리나 교사
“예를 들어 야코브 스테포비가 살해되고 바실 바르빈스키의 작품들이 파괴됐죠. 그와 아내는 10년 이상을 시베리아에서 지냈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아이들 눈에서 생생한 반응을 봐요.
아이들은 역사를 이해하고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우크라이나의 반러시아 감정은 뿌리가 깊다.

1930년대 일어난 대기근, 이른바 홀로도모르도 한 원인이다. 당시 소련 스탈린 정권은 집단농장 정책을 추진하며 곡물과 가축을 징발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이에 저항하며 봉기를 일으켰는데, 이 과정에서 흉작이 이어졌다.

인터뷰 / 코스티브 학예사
“1932년부터 1933년까지는 가뭄이나 홍수가 없었습니다. (대기근은) 정권의 인위적인 행위의 결과였죠. 나라를 세우고 정체성을 가지려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무너뜨리기 위한 인위적 행위의 결과였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주민 약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 지금의 전쟁이 당시 상황의 연장선에 있다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믿고 있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방송일시: 2023년1월31일,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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