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의 상징에서 ‘멸칭’이 된 ‘윤핵관’, 與 전당대회 강타

입력 2023.02.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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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 세 글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안철수 후보가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 인터뷰에서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與 전당대회 유력 주자 안철수가 불붙인 '윤핵관' 논란

안철수 후보는 '윤핵관'을 지칭하며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공개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5일 예고 없이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작심한 듯 "대통령실의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정말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라고 공개 직격한 겁니다.


이 수석은 "대통령께서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계시겠냐"며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안 후보를 거듭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의 정무 메시지를 총괄하는 역할인 정무수석이 안 후보를 강한 어조로 공개 비판한 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대신한 것이라 해석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대통령실, 안철수 공개 비판…"대통령 욕보이는 것"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국정 운영에 매진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참모와, 또한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우려해 그동안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련 공개적인 발언을 피하던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불만을 쏟아낸 것입니다.

'윤핵관'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어떤 의도였건 '윤핵관'이라는 용어를 쓴 건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도 "'윤핵관'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니냐"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취지로 일부 참모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윤핵관'이라는 말이 '자랑스러움'의 상징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원을 따라가면 처음에는 부정적 의미가 담겼던 건 맞습니다.

대선 경쟁이 한창이던 2021년 말,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던 윤 대통령 측과 이준석 당시 당 대표 측은 갈등을 거듭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표를 겨냥하는 보도가 연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윤핵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반격했습니다.

■'윤핵관', 2021년 대선 때 첫 등장…'자랑스러움'에서 '멸칭'으로

윤 후보 측이 '익명 인터뷰'로 당 대표인 자신을 공격하는데, '윤석열 후보 측근들은 실명으로 인터뷰도 못 할 만큼 떳떳하지 못하냐'라는 비아냥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당의 대선 후보(후보 측)에게 딴지를 거는 게 온당하냐는 비판도 만만찮았습니다. '윤핵관' 표현은 이후, 윤 대통령 측과 이 대표 측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면서 한동안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윤핵관'이 다시 등장한 건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겼을 때였습니다. 강원도 동해 지역 유세에 나선 '친윤계 핵심' 권성동 의원이 "저는 '윤핵관'인 걸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했습니다.

부정적 표현이던 '윤핵관'이 '대선 후보의 최측근'이라는 권력의 상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재정의된 겁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 표현은 다시 '멸칭'이 됐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당 윤리위에 회부돼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친윤계 의원들을 공격하며 '윤핵관', 또는 '윤핵관 호소인' 같은 '프레임'을 다시 들고 나온 영향입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이라는 용어가, 주로 '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측근 그룹'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과 소통하고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윤핵관'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표현으로 지칭하는 게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윤핵관'이라는 표현이 '당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쓰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사실상 '금기어'가 된 셈입니다.

■'윤핵관', 與 전당대회 핵심 키워드로 부상

하지만 전당대회 유력 주자인 안철수 후보가 '윤핵관'을 소환하면서 이 논란의 용어는 정치 한복판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안 후보는 "부정적 어감이 있어 ('윤핵관'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친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전당대회 주자들로부터 나온 '윤핵관 퇴진(천하람 당대표 후보)', '윤핵관 집단 린치(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와 같은 표현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큼지막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도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들이 '윤핵관'이라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사용하다가, 대선 끝나고 대통령이 비판을 받고 본인들의 행적이 비판을 받으니까 그것이 멸칭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일부 후보가 간신배, '윤핵관'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들먹이며 선거 분위기 자체를 과열, 혼탁하게 만들어가는데 스스로 자제하길 바란다"며 "도가 지나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지적했듯,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더욱 코끼리가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윤핵관'이란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윤핵관'이란 표현이 오히려 떠오를 수 있습니다.

'윤핵관'이라는 세 글자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번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가 됐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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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랑’의 상징에서 ‘멸칭’이 된 ‘윤핵관’, 與 전당대회 강타
    • 입력 2023-02-06 16:57:13
    취재K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 세 글자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안철수 후보가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TV' 인터뷰에서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게 도화선이 됐습니다.

■與 전당대회 유력 주자 안철수가 불붙인 '윤핵관' 논란

안철수 후보는 '윤핵관'을 지칭하며 "그 사람들한테는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이 공개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5일 예고 없이 국회를 찾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뒤 작심한 듯 "대통령실의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정말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라고 공개 직격한 겁니다.


이 수석은 "대통령께서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계시겠냐"며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안 후보를 거듭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의 정무 메시지를 총괄하는 역할인 정무수석이 안 후보를 강한 어조로 공개 비판한 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대신한 것이라 해석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대통령실, 안철수 공개 비판…"대통령 욕보이는 것"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국정 운영에 매진하고 있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참모와, 또한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우려해 그동안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련 공개적인 발언을 피하던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불만을 쏟아낸 것입니다.

'윤핵관'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안 후보가 어떤 의도였건 '윤핵관'이라는 용어를 쓴 건 '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도 "'윤핵관'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니냐"며,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취지로 일부 참모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윤핵관'이라는 말이 '자랑스러움'의 상징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어원을 따라가면 처음에는 부정적 의미가 담겼던 건 맞습니다.

대선 경쟁이 한창이던 2021년 말,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던 윤 대통령 측과 이준석 당시 당 대표 측은 갈등을 거듭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표를 겨냥하는 보도가 연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윤핵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반격했습니다.

■'윤핵관', 2021년 대선 때 첫 등장…'자랑스러움'에서 '멸칭'으로

윤 후보 측이 '익명 인터뷰'로 당 대표인 자신을 공격하는데, '윤석열 후보 측근들은 실명으로 인터뷰도 못 할 만큼 떳떳하지 못하냐'라는 비아냥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물론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당의 대선 후보(후보 측)에게 딴지를 거는 게 온당하냐는 비판도 만만찮았습니다. '윤핵관' 표현은 이후, 윤 대통령 측과 이 대표 측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면서 한동안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윤핵관'이 다시 등장한 건 대선을 열흘 남짓 남겼을 때였습니다. 강원도 동해 지역 유세에 나선 '친윤계 핵심' 권성동 의원이 "저는 '윤핵관'인 걸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했습니다.

부정적 표현이던 '윤핵관'이 '대선 후보의 최측근'이라는 권력의 상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재정의된 겁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이 표현은 다시 '멸칭'이 됐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당 윤리위에 회부돼 당원권 정지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자신과 대척점에 있는 친윤계 의원들을 공격하며 '윤핵관', 또는 '윤핵관 호소인' 같은 '프레임'을 다시 들고 나온 영향입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이라는 용어가, 주로 '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측근 그룹'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과 소통하고 조언을 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윤핵관'이라는 부정적 이미지의 표현으로 지칭하는 게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윤핵관'이라는 표현이 '당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쓰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사실상 '금기어'가 된 셈입니다.

■'윤핵관', 與 전당대회 핵심 키워드로 부상

하지만 전당대회 유력 주자인 안철수 후보가 '윤핵관'을 소환하면서 이 논란의 용어는 정치 한복판으로 다시 복귀했습니다.

안 후보는 "부정적 어감이 있어 ('윤핵관'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친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전당대회 주자들로부터 나온 '윤핵관 퇴진(천하람 당대표 후보)', '윤핵관 집단 린치(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와 같은 표현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큼지막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도 6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들이 '윤핵관'이라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사용하다가, 대선 끝나고 대통령이 비판을 받고 본인들의 행적이 비판을 받으니까 그것이 멸칭이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일부 후보가 간신배, '윤핵관'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을 들먹이며 선거 분위기 자체를 과열, 혼탁하게 만들어가는데 스스로 자제하길 바란다"며 "도가 지나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가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지적했듯,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면 더더욱 코끼리가 생각나기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윤핵관'이란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윤핵관'이란 표현이 오히려 떠오를 수 있습니다.

'윤핵관'이라는 세 글자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번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주요 키워드가 됐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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