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본토 비행한 중국 풍선, 정찰 능력 어떻길래?

입력 2023.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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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미 ICBM 발사장 상공 비행한 중국 풍선
"풍선, 저렴하고 효율적인 정찰 수단"
"중국의 정찰 능력 과시" 상징적 의미도
미군 풍선 잔해 수거 중…분석 결과 주목


미국 상공에 나타난 중국의 풍선을 두고 양국의 외교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일 미국 몬태나 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 상공을 지나간 풍선을 4일 전투기로 격추시켰습니다.

미국은 이를 '정찰 풍선'으로 규정하고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 풍선은 항로를 이탈한 민간의 기상관측용 비행선이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무력 동원은 과잉반응"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풍선 잔해를 수거해 정찰 장비의 탑재 여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풍선의 정찰 능력과 중국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풍선은 저렴하고 효율적인 정찰 수단"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시간 4일 '드론과 위성 시대에, 왜 정찰 풍선을 썼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제임스 로저스 코넬대 선임연구원은 "풍선은 우주로 위성을 보내는 것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지상과 가까운 대기권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양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첨단 정찰 풍선은 9만 피트, 약 27.5km까지 비행할 수 있습니다. 정찰 풍선은 비행기보다 높이 올라갈 수 있으면서도, 위성과 달리 한 지점에 오래 머물면서 정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첨단 정찰 풍선에는 드론 시스템과 미사일 탐지 능력이 장착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다양한 기능의 탑재가 가능한 반면 속도는 느려 레이더에 오히려 포착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동 경로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풍선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우주공학자인 말콤 맥도널드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 교수는 "위성은 이동 경로가 예상 가능한 것과는 달리, 풍선은 예상치 못한 비행을 통해 새로운 관측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주에서 관측하지 못한 무언가를 정찰 풍선이 상공에서 포착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풍선은 오래전부터 정찰 활동에 활용됐습니다. 19세기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열기구를 띄웠고, 제1차 세계대전 때도 항공사진 촬영을 위해 풍선이 활용됐습니다. 미국은 1950년대 옛 소련을 감시하기 위해 기상 목적으로 가장해 풍선을 띄우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찰풍선’을 미 전투기가 격추한 뒤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 공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찰풍선’을 미 전투기가 격추한 뒤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 공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 미군 대응 시험 ·정찰 능력 과시 분석도

이와 달리, 중국 풍선의 목적은 첩보 수집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풍선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위성으로 수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군사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도 브리핑에서, 중국의 풍선이 정찰 목적이라면서도 군사적 위협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풍선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수집한 정보를 쓸모없게 만들 방법이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풍선의 목적은 미국의 대응을 시험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중국의 풍선은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되면서, 중국 풍선이 이전에도 최소 4차례 미국 본토를 넘어온 사실이 뒤늦게 발표됐습니다. 미국은 앞서 정찰 풍선이 넘어왔을 때 이 사실을 공개하지도, 격추를 시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번엔 미국이 격추했지만, 정찰 풍선은 격추하는 것도 간단치 않습니다. 1998년 건물 25층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기상관측용 풍선이 경로를 이탈한 적이 있는데, 미국·영국·캐나다 군은 합동 작전에도 격추에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풍선의 의도가 '중국이 미국 본토를 정찰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에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스티브 창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 중국연구소장은 "미국의 군사시설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은 무엇이든 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먼저 중국에서 수십 년간 항공 정찰 활동을 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중국도 그럴 능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의도는 격추된 풍선 잔해를 분석하면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군이 격추한 중국 풍선에는 버스 3대 크기의 관측 장비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풍선의 잔해는 해상 11km에 걸쳐 흩어졌는데, 미군은 며칠 안에 잔해를 수거해 분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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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본토 비행한 중국 풍선, 정찰 능력 어떻길래?
    • 입력 2023-02-07 07:00:40
    세계는 지금
미 ICBM 발사장 상공 비행한 중국 풍선<br /> "풍선, 저렴하고 효율적인 정찰 수단"<br /> "중국의 정찰 능력 과시" 상징적 의미도<br /> 미군 풍선 잔해 수거 중…분석 결과 주목

미국 상공에 나타난 중국의 풍선을 두고 양국의 외교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일 미국 몬태나 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 상공을 지나간 풍선을 4일 전투기로 격추시켰습니다.

미국은 이를 '정찰 풍선'으로 규정하고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 풍선은 항로를 이탈한 민간의 기상관측용 비행선이었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무력 동원은 과잉반응"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풍선 잔해를 수거해 정찰 장비의 탑재 여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풍선의 정찰 능력과 중국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풍선은 저렴하고 효율적인 정찰 수단"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시간 4일 '드론과 위성 시대에, 왜 정찰 풍선을 썼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제임스 로저스 코넬대 선임연구원은 "풍선은 우주로 위성을 보내는 것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지상과 가까운 대기권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양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첨단 정찰 풍선은 9만 피트, 약 27.5km까지 비행할 수 있습니다. 정찰 풍선은 비행기보다 높이 올라갈 수 있으면서도, 위성과 달리 한 지점에 오래 머물면서 정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첨단 정찰 풍선에는 드론 시스템과 미사일 탐지 능력이 장착되기도 하는데, 그렇게 다양한 기능의 탑재가 가능한 반면 속도는 느려 레이더에 오히려 포착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동 경로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풍선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우주공학자인 말콤 맥도널드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 대학 교수는 "위성은 이동 경로가 예상 가능한 것과는 달리, 풍선은 예상치 못한 비행을 통해 새로운 관측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주에서 관측하지 못한 무언가를 정찰 풍선이 상공에서 포착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풍선은 오래전부터 정찰 활동에 활용됐습니다. 19세기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열기구를 띄웠고, 제1차 세계대전 때도 항공사진 촬영을 위해 풍선이 활용됐습니다. 미국은 1950년대 옛 소련을 감시하기 위해 기상 목적으로 가장해 풍선을 띄우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정찰풍선’을 미 전투기가 격추한 뒤 메릴랜드주 해거스타운 공항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 미군 대응 시험 ·정찰 능력 과시 분석도

이와 달리, 중국 풍선의 목적은 첩보 수집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풍선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위성으로 수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군사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도 브리핑에서, 중국의 풍선이 정찰 목적이라면서도 군사적 위협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풍선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수집한 정보를 쓸모없게 만들 방법이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풍선의 목적은 미국의 대응을 시험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중국의 풍선은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되면서, 중국 풍선이 이전에도 최소 4차례 미국 본토를 넘어온 사실이 뒤늦게 발표됐습니다. 미국은 앞서 정찰 풍선이 넘어왔을 때 이 사실을 공개하지도, 격추를 시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번엔 미국이 격추했지만, 정찰 풍선은 격추하는 것도 간단치 않습니다. 1998년 건물 25층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기상관측용 풍선이 경로를 이탈한 적이 있는데, 미국·영국·캐나다 군은 합동 작전에도 격추에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풍선의 의도가 '중국이 미국 본토를 정찰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에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스티브 창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 중국연구소장은 "미국의 군사시설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은 무엇이든 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먼저 중국에서 수십 년간 항공 정찰 활동을 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중국도 그럴 능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의도는 격추된 풍선 잔해를 분석하면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군이 격추한 중국 풍선에는 버스 3대 크기의 관측 장비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풍선의 잔해는 해상 11km에 걸쳐 흩어졌는데, 미군은 며칠 안에 잔해를 수거해 분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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