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을 개사료로 대체”…목재펠릿 품귀

입력 2023.02.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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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값싼 목재펠릿 품귀…"궁여지책 '개 사료' 사용"

새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강원도 홍천의 산골 마을.

66㎡ 가정집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건 거실에 놓인 작은 난로였습니다. 나무를 가공해 만든 땔감, 목재펠릿 난방기입니다. 주부 손정애 씨는 2015년부터 8년째 이 난로를 쓰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도시가스는 언감생심이고, 기름보일러는 비싼 데다, 손이 많이 가는 화목보일러와 비교해도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목재펠릿 난로. 기름이나 가스보다 저렴해 시골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목재펠릿 난로. 기름이나 가스보다 저렴해 시골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잘 쓰던 목재펠릿에 탈이 난 건 지난해 11월부터였습니다. 목재펠릿 연료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손 씨는 이번 겨울 초입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평소 펠릿을 사던 대리점에 물량이 없을 때면 '다음에 사러 오면 되지'정도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펠릿을 사러 갈 때마다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고, 여름부터 집에 쌓아둔 펠릿이 점점 줄어들면서 불안한 마음도 커져 갔습니다.

손 씨는 작년 연말부터 강원도 고성과 인제, 경기도 여주, 충북 단양 등 펠릿을 팔만한 지역에는 전화를 다 돌렸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등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습니다. 인터넷에서도 펠릿 정보를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루에 20㎏짜리 한 포를 쓰는데, 겨우 10포 남짓 남은 시점부터 손 씨는 애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떠오르는 게 '개 사료'였습니다. 목재펠릿과 크기가 비슷하고, 사료 속 재료를 태워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15㎏ 사료 10포를 사다가, 남은 펠릿과 일대일로 섞어 때기 시작했습니다. 펠릿만 쓰는 것보단 아무래도 그을음과 재는 다 많이 나왔지만, 효율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열흘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목재펠릿 품귀에 ‘개 사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했다는 집도 있었다.목재펠릿 품귀에 ‘개 사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했다는 집도 있었다.

주변 수소문으로 외국산 목재펠릿을 가까스로 구했지만, 국산 펠릿만큼 효율은 떨거지다 보니, 여전히 아쉽다는 손 씨. 특히, 강원도 산골 마을의 겨울은 유독 긴 만큼, 올해 4~5월까지는 아침저녁으로 난로를 때야 하는데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 펠릿 생산업체 "24시간 가동해도 수요 맞추기 어려워"

충청북도 단양군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목재펠릿 공장 전경.충청북도 단양군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목재펠릿 공장 전경.

충청북도 단양군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목재펠릿공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공장 굴뚝에서는 쉴 새 없이 하얀 연기, 냉각수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굴삭기는 목재를 들어 옮기고, 나무를 자르는 기계에선 톱밥을 계속 생산해냈습니다. 이어, 톱밥에 수분을 빼고 가공을 하는 작업을 거치면,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난방용 목재펠릿 연료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공장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24시간 하루도 쉬지 않아도 창고에 쌓이는 물량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펠릿을 더 달라는 대리점 요청이 밀려들고 있었습니다. 대리점과 소비자들에게 기계 생산력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을 했지만, 막무가내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산림조합 측은 하루에 1인당 20㎏짜리 25포로 제한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인규 단양군산림조합장은 "전국적으로 펠릿을 찾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이 공장의 연간 적정 생산량은 7,800톤이지만, 설비를 최대한 가동해 현재 9,000톤 가까이 생산해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러시아산 수입 끊기고, 벌채 감소로 국내 생산도 줄어든 탓


산림청은 목재펠릿을 친환경에너지로 규정하고, 2009년부터 목재펠릿 보일러와 난로 보급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지금까지 보급된 난방기는 3만여 대. 실제로 사용되는 난방기는 8,500대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 목재펠릿 난방기에 들어가는 펠릿 물량은 23,000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겨울 국내에 공급된 팰릿 물량은 14,000톤으로, 필요한 물량의 60%에 불과했습니다.


먼저, 국내에선 목재펠릿의 원재료인 나무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산림 벌채를 많이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생산량을 확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부 목재펠릿 생산시설이 중단한 탓도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펠릿의 수입은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조금씩 들어오던 수입 물량에 가격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마저도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소비자들에게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 언제쯤 해소될까?…"이달 말은 돼야"


산림청은 이번 사태가 이달(2월) 말이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생산시설에서 매달 4,000~5,000톤 펠릿을 만들고 있고 이달 초 수입물량 4,000톤 이상이 들어와, 당장 필요한 9,000톤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목재펠릿 난방기를 사용하는 가구들이 대체로 국내 생산 펠릿을 선호하기 때문에, 안심하긴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이달 안으로 난방용 목재펠릿 수급 안정전담팀을 운영해, 공급 원인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연간 수요와 공급량에 대한 정확한 예측, 일정량의 목재펠릿 생산,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 등을 논의하게 됩니다.

김점복 산림청 목재산업과 사무관은 "지난해 9월 이후 2차례 제조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다"라며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난방용 목재펠릿 수급 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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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땔감을 개사료로 대체”…목재펠릿 품귀
    • 입력 2023-02-07 09:33:08
    취재K

■ 값싼 목재펠릿 품귀…"궁여지책 '개 사료' 사용"

새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강원도 홍천의 산골 마을.

66㎡ 가정집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건 거실에 놓인 작은 난로였습니다. 나무를 가공해 만든 땔감, 목재펠릿 난방기입니다. 주부 손정애 씨는 2015년부터 8년째 이 난로를 쓰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도시가스는 언감생심이고, 기름보일러는 비싼 데다, 손이 많이 가는 화목보일러와 비교해도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목재펠릿 난로. 기름이나 가스보다 저렴해 시골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다.
잘 쓰던 목재펠릿에 탈이 난 건 지난해 11월부터였습니다. 목재펠릿 연료를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손 씨는 이번 겨울 초입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평소 펠릿을 사던 대리점에 물량이 없을 때면 '다음에 사러 오면 되지'정도로 넘겼습니다. 하지만 펠릿을 사러 갈 때마다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고, 여름부터 집에 쌓아둔 펠릿이 점점 줄어들면서 불안한 마음도 커져 갔습니다.

손 씨는 작년 연말부터 강원도 고성과 인제, 경기도 여주, 충북 단양 등 펠릿을 팔만한 지역에는 전화를 다 돌렸습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등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습니다. 인터넷에서도 펠릿 정보를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루에 20㎏짜리 한 포를 쓰는데, 겨우 10포 남짓 남은 시점부터 손 씨는 애가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떠오르는 게 '개 사료'였습니다. 목재펠릿과 크기가 비슷하고, 사료 속 재료를 태워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15㎏ 사료 10포를 사다가, 남은 펠릿과 일대일로 섞어 때기 시작했습니다. 펠릿만 쓰는 것보단 아무래도 그을음과 재는 다 많이 나왔지만, 효율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열흘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목재펠릿 품귀에 ‘개 사료’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했다는 집도 있었다.
주변 수소문으로 외국산 목재펠릿을 가까스로 구했지만, 국산 펠릿만큼 효율은 떨거지다 보니, 여전히 아쉽다는 손 씨. 특히, 강원도 산골 마을의 겨울은 유독 긴 만큼, 올해 4~5월까지는 아침저녁으로 난로를 때야 하는데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불안한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 펠릿 생산업체 "24시간 가동해도 수요 맞추기 어려워"

충청북도 단양군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목재펠릿 공장 전경.
충청북도 단양군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목재펠릿공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공장 굴뚝에서는 쉴 새 없이 하얀 연기, 냉각수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굴삭기는 목재를 들어 옮기고, 나무를 자르는 기계에선 톱밥을 계속 생산해냈습니다. 이어, 톱밥에 수분을 빼고 가공을 하는 작업을 거치면,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난방용 목재펠릿 연료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하지만, 공장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24시간 하루도 쉬지 않아도 창고에 쌓이는 물량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펠릿을 더 달라는 대리점 요청이 밀려들고 있었습니다. 대리점과 소비자들에게 기계 생산력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을 했지만, 막무가내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산림조합 측은 하루에 1인당 20㎏짜리 25포로 제한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인규 단양군산림조합장은 "전국적으로 펠릿을 찾는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이 공장의 연간 적정 생산량은 7,800톤이지만, 설비를 최대한 가동해 현재 9,000톤 가까이 생산해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러시아산 수입 끊기고, 벌채 감소로 국내 생산도 줄어든 탓


산림청은 목재펠릿을 친환경에너지로 규정하고, 2009년부터 목재펠릿 보일러와 난로 보급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지금까지 보급된 난방기는 3만여 대. 실제로 사용되는 난방기는 8,500대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 목재펠릿 난방기에 들어가는 펠릿 물량은 23,000톤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 겨울 국내에 공급된 팰릿 물량은 14,000톤으로, 필요한 물량의 60%에 불과했습니다.


먼저, 국내에선 목재펠릿의 원재료인 나무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2021년과 2022년 2년 동안 산림 벌채를 많이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생산량을 확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부 목재펠릿 생산시설이 중단한 탓도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펠릿의 수입은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조금씩 들어오던 수입 물량에 가격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마저도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소비자들에게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 언제쯤 해소될까?…"이달 말은 돼야"


산림청은 이번 사태가 이달(2월) 말이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생산시설에서 매달 4,000~5,000톤 펠릿을 만들고 있고 이달 초 수입물량 4,000톤 이상이 들어와, 당장 필요한 9,000톤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목재펠릿 난방기를 사용하는 가구들이 대체로 국내 생산 펠릿을 선호하기 때문에, 안심하긴 이르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이달 안으로 난방용 목재펠릿 수급 안정전담팀을 운영해, 공급 원인에 대한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 자리에선 연간 수요와 공급량에 대한 정확한 예측, 일정량의 목재펠릿 생산,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 등을 논의하게 됩니다.

김점복 산림청 목재산업과 사무관은 "지난해 9월 이후 2차례 제조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적이 있다"라며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난방용 목재펠릿 수급 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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