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한국 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

입력 2023.02.07 (15:04) 수정 2023.02.0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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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오늘(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 씨가 한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 3천만 100원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1968년 2월 12일 대한민국 해병 2여단 1중대가 작전 수행 중 원고 집에 이르러 총으로 위협하면서 가족들로 하여금 방공호 밖으로 나오게 하고 원고 가족과 친척들이 밖으로 나오자 바로 총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로 원고의 이모와 아들, 언니, 남동생 등은 현장 사망하고 원고와 원고 아빠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며 “이런 행위들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불법성과 원고의 나이, 불법행위로 입게 된 피해 정도, 인권침해 정도, 각종 하급심 법원의 유사 사건들에서 인정된 금액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응우옌 티탄 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12일 한국군 청룡부대 군인들이 마을주민 70여 명을 학살했다며 2020년 4월 한국을 상대로 3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목격자가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베트남전 참전군인 A 씨는 2021년 11월 법정에서 “작전 중 민간인 살인 장면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응우옌 티탄 씨의 삼촌이자 당시 민병대원이던 응우옌 득쩌이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응우옌 득쩌이 씨는 “1968년 2월 12일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한국군인들이 주민들을 모았고 총살 후 수류탄을 던지고 집과 시신을 불태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했거나 북한 심리전 부대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군복을 입고 베트남어를 쓰지 않았다는 피해자나 목격자 진술만으로는 우리 군이 가해자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만약 우리 군이 민간인을 살해했더라도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이번 판결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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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한국 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
    • 입력 2023-02-07 15:04:07
    • 수정2023-02-07 15:04:38
    사회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오늘(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 씨가 한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 3천만 100원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1968년 2월 12일 대한민국 해병 2여단 1중대가 작전 수행 중 원고 집에 이르러 총으로 위협하면서 가족들로 하여금 방공호 밖으로 나오게 하고 원고 가족과 친척들이 밖으로 나오자 바로 총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로 원고의 이모와 아들, 언니, 남동생 등은 현장 사망하고 원고와 원고 아빠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며 “이런 행위들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불법성과 원고의 나이, 불법행위로 입게 된 피해 정도, 인권침해 정도, 각종 하급심 법원의 유사 사건들에서 인정된 금액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응우옌 티탄 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12일 한국군 청룡부대 군인들이 마을주민 70여 명을 학살했다며 2020년 4월 한국을 상대로 3천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목격자가 법정에 직접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베트남전 참전군인 A 씨는 2021년 11월 법정에서 “작전 중 민간인 살인 장면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응우옌 티탄 씨의 삼촌이자 당시 민병대원이던 응우옌 득쩌이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응우옌 득쩌이 씨는 “1968년 2월 12일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한국군인들이 주민들을 모았고 총살 후 수류탄을 던지고 집과 시신을 불태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했거나 북한 심리전 부대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군복을 입고 베트남어를 쓰지 않았다는 피해자나 목격자 진술만으로는 우리 군이 가해자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만약 우리 군이 민간인을 살해했더라도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이번 판결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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