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나무 화석, 보고 가실게요~”

입력 2023.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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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                                                                                                                    사진제공: 문화재청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 사진제공: 문화재청

■'악어 등껍질'? 아니면 '불에 탄 나무'

꼭 나무처럼 생겼지만 만져보면 돌입니다. 국내 최대 크기로 알려진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도 마찬가집니다. 사진으로 언뜻 봤을 때는 '악어 등껍질' 이거나 불에 탄 나무 껍질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려 2천만 년 전인 지질시대 가운데 가장 최근에 속하는 신생대에 자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가 화석이 된 것이었습니다. 발견된 곳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 2009년 국도 우회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발굴조사 현장에서 나왔는데요. 길이 10.2 미터, 폭 0.9~1.3 미터로, 아파트 3층 높이를 거뜬히 넘어서는 크기입니다. 짐작이 되지 않는다면,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실까요?


어른 12명이 손을 잡고 늘어서야 하는 길입니다. 뿌리 부분이 없긴 하지만 악어 등껍질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다수의 옹이 구조와 나뭇결, 나이테 등 줄기 일부가 온전하게 보전돼 있어, 약 2천만 년 전 한반도의 식생과 퇴적 환경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목재해부학적 분석 결과, 나이테의 경계와 폭, 내부 관과 세포 배열 특성 등을 종합해 볼 때 밑씨가 씨방에 싸여있지 않고 밖으로 드러나 있는 겉씨식물인 나자식물 가운데 측백나뭇과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메타세쿼이아 또는 세쿼이아와 유사한 나무 종류입니다.

또 표면에서 중심부로 갈수록 화석화 정도가 달라, 목재의 화석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발굴현장에서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원으로 옮겨져 2011년부터 3년 동안 이물질 제거와 약품 도포, 파편 접합 등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 뒤 지금은 천연기념물센터(대전시 만년동) 수장고안에 보관돼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화석', 오는 14일~28일 특별 공개

해외에서도 대형 나무 화석은 천연기념물이나 국가공원 부속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데요. 이 나무화석이 최근(2023년 1월 2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무 화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천연기념물 지정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이 나무 화석을 직접 볼 기회가 제공됩니다. 이 기간에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2시와 오후 4시, 하루 2차례씩 한 회당 20명씩 모두 360명을 선착순으로 관람객으로 모집하는데요.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나무화석의 보존 관리를 위해 정밀 보존 처리와 전시 공간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상시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생대 고래골격 화석신생대 고래골격 화석

■'고래골격 화석' 등 지질표본 수장고 열람 가능

이번 공개 행사에 참석하면, 나무 화석뿐만 아니라 지질표본 수장고 안에 함께 보관 중인 다른 희귀 화석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보고된 '4족 보행 조각류 공룡발자국 화석'(경남 고성군 발굴)과 강원도 정선군에서 발굴된 '쥐라기 역암', 또 나무화석 인근에서 발굴된 '신생대 고래 골격 화석' 등 주요 소장 표본들도 지질 분야 연구원의 현장감 있는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매머드 화석(천연기념물센터 상설전시실)매머드 화석(천연기념물센터 상설전시실)

천연기념물센터를 방문하면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거대한 '매머드 화석'도 볼 수 있는데요. 최소 만 년 전 이하 빙하기에 시베리아에 살았던 매머드 뼈 화석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있는 '피부 조직'이 전시돼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해, LED 화면을 통해 투영되는 골격 표본에 내장기관과 근육, 가죽, 털이 차례대로 생성되고,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움직이는 모습까지 구현해 내고 있어 더 생생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최소 수만 년에서 수천만 년 전, 이 땅에 자리 잡고 살던 다양한 생물들의 화석과 함께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일기장을 펼쳐볼 수 있는 특별 공개 관람 신청은 오는 14일까지 천연기념물센터 누리집(www.nhc.go.kr)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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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대 나무 화석, 보고 가실게요~”
    • 입력 2023-02-08 07:00:43
    취재K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                                                                                                                    사진제공: 문화재청
■'악어 등껍질'? 아니면 '불에 탄 나무'

꼭 나무처럼 생겼지만 만져보면 돌입니다. 국내 최대 크기로 알려진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도 마찬가집니다. 사진으로 언뜻 봤을 때는 '악어 등껍질' 이거나 불에 탄 나무 껍질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려 2천만 년 전인 지질시대 가운데 가장 최근에 속하는 신생대에 자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가 화석이 된 것이었습니다. 발견된 곳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금광리. 2009년 국도 우회도로를 건설하기 위한 발굴조사 현장에서 나왔는데요. 길이 10.2 미터, 폭 0.9~1.3 미터로, 아파트 3층 높이를 거뜬히 넘어서는 크기입니다. 짐작이 되지 않는다면, 아래 사진을 한 번 보실까요?


어른 12명이 손을 잡고 늘어서야 하는 길입니다. 뿌리 부분이 없긴 하지만 악어 등껍질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다수의 옹이 구조와 나뭇결, 나이테 등 줄기 일부가 온전하게 보전돼 있어, 약 2천만 년 전 한반도의 식생과 퇴적 환경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목재해부학적 분석 결과, 나이테의 경계와 폭, 내부 관과 세포 배열 특성 등을 종합해 볼 때 밑씨가 씨방에 싸여있지 않고 밖으로 드러나 있는 겉씨식물인 나자식물 가운데 측백나뭇과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메타세쿼이아 또는 세쿼이아와 유사한 나무 종류입니다.

또 표면에서 중심부로 갈수록 화석화 정도가 달라, 목재의 화석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발굴현장에서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원으로 옮겨져 2011년부터 3년 동안 이물질 제거와 약품 도포, 파편 접합 등의 보존처리 과정을 거친 뒤 지금은 천연기념물센터(대전시 만년동) 수장고안에 보관돼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화석', 오는 14일~28일 특별 공개

해외에서도 대형 나무 화석은 천연기념물이나 국가공원 부속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데요. 이 나무화석이 최근(2023년 1월 27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무 화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천연기념물 지정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이 나무 화석을 직접 볼 기회가 제공됩니다. 이 기간에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2시와 오후 4시, 하루 2차례씩 한 회당 20명씩 모두 360명을 선착순으로 관람객으로 모집하는데요. 참가비는 무료입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나무화석의 보존 관리를 위해 정밀 보존 처리와 전시 공간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상시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생대 고래골격 화석
■'고래골격 화석' 등 지질표본 수장고 열람 가능

이번 공개 행사에 참석하면, 나무 화석뿐만 아니라 지질표본 수장고 안에 함께 보관 중인 다른 희귀 화석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보고된 '4족 보행 조각류 공룡발자국 화석'(경남 고성군 발굴)과 강원도 정선군에서 발굴된 '쥐라기 역암', 또 나무화석 인근에서 발굴된 '신생대 고래 골격 화석' 등 주요 소장 표본들도 지질 분야 연구원의 현장감 있는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매머드 화석(천연기념물센터 상설전시실)
천연기념물센터를 방문하면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거대한 '매머드 화석'도 볼 수 있는데요. 최소 만 년 전 이하 빙하기에 시베리아에 살았던 매머드 뼈 화석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있는 '피부 조직'이 전시돼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해, LED 화면을 통해 투영되는 골격 표본에 내장기관과 근육, 가죽, 털이 차례대로 생성되고,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 움직이는 모습까지 구현해 내고 있어 더 생생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최소 수만 년에서 수천만 년 전, 이 땅에 자리 잡고 살던 다양한 생물들의 화석과 함께 지구의 역사를 기록한 일기장을 펼쳐볼 수 있는 특별 공개 관람 신청은 오는 14일까지 천연기념물센터 누리집(www.nhc.go.kr)을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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