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흑두루미에 최초로 위치추적장치 단 까닭은?

입력 2023.0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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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제공: 한국환경생태연구소)

"g.r.u.s 2303 방사"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직원이 암구호 같은 말을 내뱉고 새 한 마리를 놓아줍니다. 흑갈색 몸체의 이 녀석은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입니다. 최근 순천만에서 흑두루미를 포획한 뒤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방사한 겁니다. g.r.u.s 2303은 이 개체의 인식표입니다.

전남 순천시와 전남대 생물학과 성하철 교수팀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순천시가 지난해 '순천만 흑두루미 서식지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와 번식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게 된 겁니다.

사진 출처: 한국환경생태연구소사진 출처: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번에 위치추적장치를 단 흑두루미는 5마리입니다. 양 날개 사이 등에 작은 휴대전화 모양의 위치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위치추적장치는 개당 200만 원에 이르는데요. 화면에 보이는 파란색 부분이 태양광을 흡수하는 셀입니다. 그래서 반 영구적으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서 흑두루미 일부 개체에 위치추척장치를 단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순천시는 2년 전에도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달기 위해 시도했지만 흑두루미를 포획하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환경생태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다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익상/ 전남 순천시 순천만보전과장
"정확하게 이동 루트를 확인하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위치 추적기를 부착하게 됐습니다."

국내 조류 연구자들은 그동안 중국과 일본의 자료를 인용하거나 국립생물자원관의 철새 관측 통계를 토대로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를 추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순천만 흑두루미의 위치정보를 축적해 정확한 이동 경로와 번식지, 서식지 등을 연구할 수 있게 됩니다.


순천시와 전남대 연구팀은 흑두루미의 주된 이동 경로가 과거 낙동강 습지에서 서해안으로 바뀐 사실, 순천만이 월동지로 자리 잡은 점 등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하철 전남대 생물학과 교수
"대략적인 경로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내려온 걸로 알고 있었는데, 순천만을 이용하는 흑두루미에 대해서 더 알 수 있기를 원하는 거죠."

순천만에는 지난해 한때 만 마리에 육박하는 흑두루미가 날아들었습니다. 순천시 관계자들은 일본 이즈미시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면서 흑두루미떼가 순천만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는데요.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늘어나는 걸 마냥 반길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일본 이즈미시 사례처럼 철새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게 위험 요인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흑두루미의 경유지와 서식지가 실증적으로 확인되면 보전 방안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흑두루미가 머무르는 자치단체들과 연대 활동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겁니다.

사진 출처: 한국환경생태연구소사진 출처: 한국환경생태연구소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단 게 국내 최초이지만 사실 철새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은 조류인플루엔자, AI에 대비하고 멸종위기에 놓인 철새들을 연구하기 위해 철새 몸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왔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확인한 결과 2010년부터 국내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단 새는 모두 65종 1,172개체에 이릅니다. 새들 입장에서는 위치추적장치가 쓸데없는 쇠붙이일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서식지를 잘 보전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란 걸 이해한다면 꼭 그렇게 귀찮기만 한 존재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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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만 흑두루미에 최초로 위치추적장치 단 까닭은?
    • 입력 2023-02-08 08:00:26
    취재K
(화면 제공: 한국환경생태연구소)

"g.r.u.s 2303 방사"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직원이 암구호 같은 말을 내뱉고 새 한 마리를 놓아줍니다. 흑갈색 몸체의 이 녀석은 천연기념물 228호 흑두루미입니다. 최근 순천만에서 흑두루미를 포획한 뒤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방사한 겁니다. g.r.u.s 2303은 이 개체의 인식표입니다.

전남 순천시와 전남대 생물학과 성하철 교수팀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순천시가 지난해 '순천만 흑두루미 서식지 관리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와 번식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게 된 겁니다.

사진 출처: 한국환경생태연구소
이번에 위치추적장치를 단 흑두루미는 5마리입니다. 양 날개 사이 등에 작은 휴대전화 모양의 위치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위치추적장치는 개당 200만 원에 이르는데요. 화면에 보이는 파란색 부분이 태양광을 흡수하는 셀입니다. 그래서 반 영구적으로 위치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중국과 일본에서 흑두루미 일부 개체에 위치추척장치를 단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순천시는 2년 전에도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달기 위해 시도했지만 흑두루미를 포획하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환경생태연구소의 협조를 얻어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다는 데 성공했습니다.

장익상/ 전남 순천시 순천만보전과장
"정확하게 이동 루트를 확인하기 위해서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위치 추적기를 부착하게 됐습니다."

국내 조류 연구자들은 그동안 중국과 일본의 자료를 인용하거나 국립생물자원관의 철새 관측 통계를 토대로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를 추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순천만 흑두루미의 위치정보를 축적해 정확한 이동 경로와 번식지, 서식지 등을 연구할 수 있게 됩니다.


순천시와 전남대 연구팀은 흑두루미의 주된 이동 경로가 과거 낙동강 습지에서 서해안으로 바뀐 사실, 순천만이 월동지로 자리 잡은 점 등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하철 전남대 생물학과 교수
"대략적인 경로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내려온 걸로 알고 있었는데, 순천만을 이용하는 흑두루미에 대해서 더 알 수 있기를 원하는 거죠."

순천만에는 지난해 한때 만 마리에 육박하는 흑두루미가 날아들었습니다. 순천시 관계자들은 일본 이즈미시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면서 흑두루미떼가 순천만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는데요. 순천만에 흑두루미가 늘어나는 걸 마냥 반길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일본 이즈미시 사례처럼 철새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서식하는 게 위험 요인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흑두루미의 경유지와 서식지가 실증적으로 확인되면 보전 방안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흑두루미가 머무르는 자치단체들과 연대 활동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겁니다.

사진 출처: 한국환경생태연구소
흑두루미에 위치추적장치를 단 게 국내 최초이지만 사실 철새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은 조류인플루엔자, AI에 대비하고 멸종위기에 놓인 철새들을 연구하기 위해 철새 몸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왔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확인한 결과 2010년부터 국내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단 새는 모두 65종 1,172개체에 이릅니다. 새들 입장에서는 위치추적장치가 쓸데없는 쇠붙이일지 모르지만, 자신들의 서식지를 잘 보전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란 걸 이해한다면 꼭 그렇게 귀찮기만 한 존재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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