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년간 강진 없던 단층”…“내진 설계 안지켜 피해키웠나”

입력 2023.02.08 (15:23) 수정 2023.02.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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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지역. 위쪽 사진에는 ‘쌍용’ 간판이 걸린 건물(좌)과 ‘스즈키’간판이 있는 건물 (우) 이 나란히 서 있었지만,  6일 강진 이후인 아래쪽 사진에선 좌측 건물은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사진/BBC 홈페이지 캡쳐)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지역. 위쪽 사진에는 ‘쌍용’ 간판이 걸린 건물(좌)과 ‘스즈키’간판이 있는 건물 (우) 이 나란히 서 있었지만, 6일 강진 이후인 아래쪽 사진에선 좌측 건물은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사진/BBC 홈페이지 캡쳐)
■ “1939년 이후 최대 지진, 새벽·인구밀집 · 취약한 건물 덮쳐 ”

튀르키예 남부에서 6일 일어난 규모 7.8 강진으로 인한 사상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이 피해가 커진 것은 지진이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데다, 단층의 활동이 비교적 조용했던 곳에서 일어난 점, 취약한 건물 등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AFP 통신이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먼저,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에서 1939년 이후 일어난 최대 지진입니다. 특히 주민 약 200만명이 살고 있는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를 비롯해 비교적 인구가 많은 지역을 지진이 덮쳤다는 점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꼽힙니다.

영국지질조사소(BSG)의 로저 무손 명예연구원은 “지진이 일어난 시각 새벽 4시 17분, 잠을 자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에 그대로 깔릴 수 밖에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손 연구원은 “건물의 강도 역시 큰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하기에는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번 강진이 일어난 단층이 근래에 비교적 조용했던 것이 (대비가 부족했던)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지진 활동이 활발한 지역 중의 하나로, 1999년에는 북서부 이즈미트 지역 ,북아나톨리아 단층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약 1만 7천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 “동아나톨리아 단층, 최근 200백년 동안 규모 7이상 지진 일어난 적 없어”

이번 강진은 튀르키예 남동부를 따라 뻗어있는 동아나톨리아 단층에서 발생했습니다. 무손 연구원은 “동아나톨리아 단층에선 최근 200년 동안은 규모 7을 넘는 강진이 일어나지 않아 강진의 위험성이 간과되었고, 대비도 불충분해 희생이 커진 것이라며, 오랜 기간 강진이 일어나지 않은 만큼 거대한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6일 강진 이후 튀르키예 하타야 지역의 건물들이 붕괴된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6일 강진 이후 튀르키예 하타야 지역의 건물들이 붕괴된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
■1822년 일어난 규모 7.4 강진과 “판박이” … “100km 범위가 가 진원 바로 위와 같은 충격”

무손 연구원은 또한 이번 강진이 “1822년 8월 13일 에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규모 7.4의 지진의 판박이 같다”고 말했습니다. 1822년 당시에도 지진으로 여러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수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여진은 다음해 6월까지 계속됐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무손 연구원은 이번 지진에 대해 “아라비아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아나톨리아판과 마찰하면서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되었고, 강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는데요. 또한 “중요한 것은 진원보다 단층이 어느정도 범위로 움직였느냐” 인데 “ 이번에는 약 100km 에 걸쳐 단층이 어긋나면서 움직여 100km 권역 내의 모든 장소가 진원의 바로 위에 위치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쉬주의 엘비스탄.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진/신화통신 연합)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쉬주의 엘비스탄.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진/신화통신 연합)
■“튀르키예, 2004년 내진설계 의무화” … 안지켜서 피해키웠나?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의 화산학자인 카르멘 솔라나 교수는 “피해지역 건물들의 내진설계 여부가 (인명희생과 관련해 )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솔라나 교수는 “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에는 내진 건물이 극히 드물다며” “구조대의 활동에 인명 구조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지진 강진을 겪고난 뒤 2004년,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최신 내진기준을 만족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에르도안 튀르키에 대통령 역시 2020년 지진(에게해 지진)으로 백여 명이 숨지자, 내진 건물 추진을 최우선 정치과제로 꼽아왔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리스크방재연구소의 조안나 워커 소장은 2004년 만들어진 내진 관련 법이 지켜지고 있는지 튀르키예 정부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오래된 건물의 경우, 안전성 개선이 가능한지 여부부터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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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백년간 강진 없던 단층”…“내진 설계 안지켜 피해키웠나”
    • 입력 2023-02-08 15:23:49
    • 수정2023-02-09 08:08:34
    세계는 지금
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지역. 위쪽 사진에는 ‘쌍용’ 간판이 걸린 건물(좌)과 ‘스즈키’간판이 있는 건물 (우) 이 나란히 서 있었지만,  6일 강진 이후인 아래쪽 사진에선 좌측 건물은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다.(사진/BBC 홈페이지 캡쳐) ■ “1939년 이후 최대 지진, 새벽·인구밀집 · 취약한 건물 덮쳐 ”

튀르키예 남부에서 6일 일어난 규모 7.8 강진으로 인한 사상자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이 피해가 커진 것은 지진이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데다, 단층의 활동이 비교적 조용했던 곳에서 일어난 점, 취약한 건물 등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AFP 통신이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먼저,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에서 1939년 이후 일어난 최대 지진입니다. 특히 주민 약 200만명이 살고 있는 남부 도시 가지안테프를 비롯해 비교적 인구가 많은 지역을 지진이 덮쳤다는 점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꼽힙니다.

영국지질조사소(BSG)의 로저 무손 명예연구원은 “지진이 일어난 시각 새벽 4시 17분, 잠을 자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에 그대로 깔릴 수 밖에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손 연구원은 “건물의 강도 역시 큰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고 하기에는 불충분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번 강진이 일어난 단층이 근래에 비교적 조용했던 것이 (대비가 부족했던) 이유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지진 활동이 활발한 지역 중의 하나로, 1999년에는 북서부 이즈미트 지역 ,북아나톨리아 단층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약 1만 7천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 “동아나톨리아 단층, 최근 200백년 동안 규모 7이상 지진 일어난 적 없어”

이번 강진은 튀르키예 남동부를 따라 뻗어있는 동아나톨리아 단층에서 발생했습니다. 무손 연구원은 “동아나톨리아 단층에선 최근 200년 동안은 규모 7을 넘는 강진이 일어나지 않아 강진의 위험성이 간과되었고, 대비도 불충분해 희생이 커진 것이라며, 오랜 기간 강진이 일어나지 않은 만큼 거대한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6일 강진 이후 튀르키예 하타야 지역의 건물들이 붕괴된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 ■1822년 일어난 규모 7.4 강진과 “판박이” … “100km 범위가 가 진원 바로 위와 같은 충격”

무손 연구원은 또한 이번 강진이 “1822년 8월 13일 에 같은 지역에서 일어난 규모 7.4의 지진의 판박이 같다”고 말했습니다. 1822년 당시에도 지진으로 여러 마을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수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여진은 다음해 6월까지 계속됐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무손 연구원은 이번 지진에 대해 “아라비아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아나톨리아판과 마찰하면서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되었고, 강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는데요. 또한 “중요한 것은 진원보다 단층이 어느정도 범위로 움직였느냐” 인데 “ 이번에는 약 100km 에 걸쳐 단층이 어긋나면서 움직여 100km 권역 내의 모든 장소가 진원의 바로 위에 위치한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쉬주의 엘비스탄. 지진으로 무너진 아파트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진/신화통신 연합) ■“튀르키예, 2004년 내진설계 의무화” … 안지켜서 피해키웠나?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의 화산학자인 카르멘 솔라나 교수는 “피해지역 건물들의 내진설계 여부가 (인명희생과 관련해 )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솔라나 교수는 “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에는 내진 건물이 극히 드물다며” “구조대의 활동에 인명 구조를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지진 강진을 겪고난 뒤 2004년, 모든 신축 건물에 대해 최신 내진기준을 만족시키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에르도안 튀르키에 대통령 역시 2020년 지진(에게해 지진)으로 백여 명이 숨지자, 내진 건물 추진을 최우선 정치과제로 꼽아왔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리스크방재연구소의 조안나 워커 소장은 2004년 만들어진 내진 관련 법이 지켜지고 있는지 튀르키예 정부가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오래된 건물의 경우, 안전성 개선이 가능한지 여부부터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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