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손을 놓지 못한 아버지…생사 갈린 지진 구조 현장

입력 2023.02.08 (15:49) 수정 2023.02.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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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다음날인 7일, 진앙지 인근 도시 카라만 마라스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겹겹이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메수트 한서는 오렌지 색 상의를 입은 채 쪼그려 앉아있습니다. 싸늘한 날씨에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먼지 묻은 왼손은 콘크리트 사이로 빠져나온 희고 작은 손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의 딸, 이르막의 손입니다.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는 15살이었던 딸의 몸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잔해를 치울 중장비는 이 도시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슬픔에 잠겨 말을 잊은 아버지는 숨진 딸의 손을 차마 놓지 못했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르막은 대지진으로 숨진 사망자 8천여 명 중 한 명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대지진의 참상이 확인되고 있지만 구조가 늦어지면서, 구조 현장은 침묵에 잠기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합니다.

"건물은 모두 무너졌고 흔적조차 안 남았어요. 제대로 서 있는 건물이 없어요. 어제(6일)부터 기다렸는데, 구조대는 이제 막 도착했어요. 너무 늦었어요." 살아남은 주민이 슬픔에 잠겨 말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의 카메라를 보자 한 주민은 외쳤습니다. "대통령님 여기 좀 와보세요. 아무런 도움이 없어요. TV에는 그만 나오고요, 여기에 구조대 좀 보내주세요. 장비가 단 한 대도 없어요."

또다른 주민은 추위를 호소했습니다. "모든 건 비에 젖었고 난로도 없어요. 지진에서 살아남았지만 얼어 죽을 거 같아요."

튀르키예 카라만 마라스에서 지진 발생 43시간 만에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아리프 칸.튀르키예 카라만 마라스에서 지진 발생 43시간 만에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아리프 칸.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절망 속에서도 기적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8일 카라만 마라스에서는 3살 남자 어린이인 아리프 칸이 무너진 아파트 틈 사이에서 구조됐습니다. 지진 발생 43시간 만입니다.

"이제 기적의 이름은 아리프 칸이에요." "우린 숨바꼭질 놀이를 한 거란다, 아가야. 모든 게 다 괜찮을거야. 우리 모두 괜찮아. 다 극복해낼 수 있어!"

구조 현장의 주민들이 환호했습니다. 아리프 칸은 먼저 구조된 아버지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DHA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 도시의 또다른 구조 현장에서는 지진 발생 45시간 만에 26살 남성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튀르키예 카라만 마라스에서 지진 발생 45시간 만에 구조된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튀르키예 카라만 마라스에서 지진 발생 45시간 만에 구조된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하지만 구조의 최적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동남부의 기온은 내일부터 영하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영국 BBC는 "앞으로 24시간이 생존자를 발견할 마지막 기회"라며 "48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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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의 손을 놓지 못한 아버지…생사 갈린 지진 구조 현장
    • 입력 2023-02-08 15:49:35
    • 수정2023-02-08 15: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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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다음날인 7일, 진앙지 인근 도시 카라만 마라스에서 찍힌 사진입니다. 겹겹이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메수트 한서는 오렌지 색 상의를 입은 채 쪼그려 앉아있습니다. 싸늘한 날씨에 오른손은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먼지 묻은 왼손은 콘크리트 사이로 빠져나온 희고 작은 손을 붙잡고 있습니다. 그의 딸, 이르막의 손입니다.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는 15살이었던 딸의 몸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잔해를 치울 중장비는 이 도시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슬픔에 잠겨 말을 잊은 아버지는 숨진 딸의 손을 차마 놓지 못했다고 AFP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르막은 대지진으로 숨진 사망자 8천여 명 중 한 명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대지진의 참상이 확인되고 있지만 구조가 늦어지면서, 구조 현장은 침묵에 잠기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합니다.

"건물은 모두 무너졌고 흔적조차 안 남았어요. 제대로 서 있는 건물이 없어요. 어제(6일)부터 기다렸는데, 구조대는 이제 막 도착했어요. 너무 늦었어요." 살아남은 주민이 슬픔에 잠겨 말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의 카메라를 보자 한 주민은 외쳤습니다. "대통령님 여기 좀 와보세요. 아무런 도움이 없어요. TV에는 그만 나오고요, 여기에 구조대 좀 보내주세요. 장비가 단 한 대도 없어요."

또다른 주민은 추위를 호소했습니다. "모든 건 비에 젖었고 난로도 없어요. 지진에서 살아남았지만 얼어 죽을 거 같아요."

튀르키예 카라만 마라스에서 지진 발생 43시간 만에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아리프 칸.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절망 속에서도 기적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8일 카라만 마라스에서는 3살 남자 어린이인 아리프 칸이 무너진 아파트 틈 사이에서 구조됐습니다. 지진 발생 43시간 만입니다.

"이제 기적의 이름은 아리프 칸이에요." "우린 숨바꼭질 놀이를 한 거란다, 아가야. 모든 게 다 괜찮을거야. 우리 모두 괜찮아. 다 극복해낼 수 있어!"

구조 현장의 주민들이 환호했습니다. 아리프 칸은 먼저 구조된 아버지와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DHA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 도시의 또다른 구조 현장에서는 지진 발생 45시간 만에 26살 남성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튀르키예 카라만 마라스에서 지진 발생 45시간 만에 구조된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
하지만 구조의 최적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튀르키예 동남부의 기온은 내일부터 영하로 떨어질 전망입니다.

영국 BBC는 "앞으로 24시간이 생존자를 발견할 마지막 기회"라며 "48시간이 지나면 저체온증으로 사망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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