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도 ‘거리비례제’ 도입하려던 서울시, 이틀 만에 철회한 배경은?

입력 2023.02.09 (06:00) 수정 2023.02.0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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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가 시내버스도 탑승 거리가 늘어날수록 요금을 더 내는 '거리 비례 요금제'를 꺼내들었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요?

■ "탑승 거리 10km 넘으면 추가 요금"...시의회에 청취안 제출

서울시는 지난 6일, 기존에 이미 밝혔던 기본요금 300원~400원 인상안에 더해 버스에 대해 거리비례 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 청취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거리비례 요금제는 쉽게 말해 승객이 버스에 탑승한 거리가 길면 길수록 요금을 더 낸다는 개념입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는 이 거리비례 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버스는 2004년 대중교통 환승 할인제 시행 이래 균일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환승 없이 서울 버스만 탄다면 먼 거리를 가든지, 짧은 거리를 가든지 똑같은 기본요금만 내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리 비례 요금제가 적용되면 승객이 버스에 탑승한 뒤 10km까지는 기본요금을 내지만, 10km가 넘으면 5km마다 150원씩이 추가되고, 30km가 넘으면 또 150원이 추가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카드 기준으로, 간선·지선버스는 현재는 1,200원의 균일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조정안에서는 기본요금을 10km까지 1,500원(300원 인상) 또는 1,600원(400원 인상)으로 하고, 거리 비례제 추가 요금을 도입해 10~30km까지는 5km마다 150원, 30km 초과 시 150원의 추가 요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제안한 것입니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 中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 中

광역버스도 카드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현재 2,300원에서 700원 인상해 30km까지 3,000원으로 하고, 추가 요금으로 30~60km까지는 5km당 150원, 60km 초과 시 150원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순환·차등 버스 역시 기본 요금을 현행 1,100원에서 10km까지 1,500원(400원 인상) 또는 1,600원(500원 인상)으로 하고, 10~30km까지는 5km마다 150원, 30km 초과 시 150원의 추가 요금을 내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심야버스의 경우, 기본요금을 현재 2,150원에서 350원 인상해 30km까지는 2,500원으로 하고, 추가 요금으로 30~60km는 5km당 150원, 60km 초과 시 150원을 내는 안이 제안됐습니다.

다만, 마을 버스의 경우 거리 비례제 추가 요금을 도입하지 않고 기본 요금만 현행 900원에서 300원 인상(1,200원)하는 조정안이 담겼습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이틀이 지난 오늘(8일) 이 안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추가 요금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거리 비례 요금제를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 오세훈 "경기도민과 인천시민 입장 생각해야"

철회 배경에 대해 서울시는 도시교통실장 명의로 <서울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추진하지 않게 된 배경>이라는 제목의 설명문을 냈습니다.

서울시의 설명은 "오세훈 시장이 오늘 거리 비례제 기사를 보고 '이건 내가 처음 보는 것인데?'라고 하면서 '이러면 시민 부담이 있을 텐데?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서울시민만이 아니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스탠스에서 작년에 친환경 버스를 조건으로 경기도 시외버스의 서울 노선을 대폭 확대했지 않느냐?, 거리 비례제는 그런 정책과 결이 다르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의 재검토 지시가 타당하다고 보고 시의회 의견 청취 단계 전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지속된 고물가로 서민 경제 부담이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부담을 고려해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절차상 공청회를 앞두고 시의회에 의견을 묻는 청취안을 낸 것"이라며 "난방비 급등 등 현재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버스 비례요금제를 도입해 얻는 득보다 인천이나 경기도민 교통 요금 부담만 커지는 등 실이 많다고 판단해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물가 상황과 경기도민 부담이 주된 이유로 보이는데 서울시의 철회 배경 설명에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의견 청취안을 보면 이 안의 제출자는 서울특별시장으로 돼 있습니다.


거리 비례제가 담긴 의견 청취안을 오 시장이 제출했는데, 오 시장이 처음 보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서울시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청취안) 제출자는 시장이 맞지만 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시장에게 보고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대중교통 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거리 비례제 도입을 추진했었지만 최근 고물가에 서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거리 비례제는 곧바로 추진하지 않고 요금 인상안만 추진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시는 오는 10일 시민공청회에 이어 시의회 의견 청취와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금 인상을 최종 확정할 예정으로, 요금 인상은 이르면 4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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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2-09 07:23:35
    취재K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가 시내버스도 탑승 거리가 늘어날수록 요금을 더 내는 '거리 비례 요금제'를 꺼내들었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요?

■ "탑승 거리 10km 넘으면 추가 요금"...시의회에 청취안 제출

서울시는 지난 6일, 기존에 이미 밝혔던 기본요금 300원~400원 인상안에 더해 버스에 대해 거리비례 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 청취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거리비례 요금제는 쉽게 말해 승객이 버스에 탑승한 거리가 길면 길수록 요금을 더 낸다는 개념입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는 이 거리비례 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버스는 2004년 대중교통 환승 할인제 시행 이래 균일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환승 없이 서울 버스만 탄다면 먼 거리를 가든지, 짧은 거리를 가든지 똑같은 기본요금만 내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리 비례 요금제가 적용되면 승객이 버스에 탑승한 뒤 10km까지는 기본요금을 내지만, 10km가 넘으면 5km마다 150원씩이 추가되고, 30km가 넘으면 또 150원이 추가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카드 기준으로, 간선·지선버스는 현재는 1,200원의 균일요금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조정안에서는 기본요금을 10km까지 1,500원(300원 인상) 또는 1,600원(400원 인상)으로 하고, 거리 비례제 추가 요금을 도입해 10~30km까지는 5km마다 150원, 30km 초과 시 150원의 추가 요금을 도입하는 방안을 서울시가 제안한 것입니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 中
광역버스도 카드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현재 2,300원에서 700원 인상해 30km까지 3,000원으로 하고, 추가 요금으로 30~60km까지는 5km당 150원, 60km 초과 시 150원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순환·차등 버스 역시 기본 요금을 현행 1,100원에서 10km까지 1,500원(400원 인상) 또는 1,600원(500원 인상)으로 하고, 10~30km까지는 5km마다 150원, 30km 초과 시 150원의 추가 요금을 내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심야버스의 경우, 기본요금을 현재 2,150원에서 350원 인상해 30km까지는 2,500원으로 하고, 추가 요금으로 30~60km는 5km당 150원, 60km 초과 시 150원을 내는 안이 제안됐습니다.

다만, 마을 버스의 경우 거리 비례제 추가 요금을 도입하지 않고 기본 요금만 현행 900원에서 300원 인상(1,200원)하는 조정안이 담겼습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이틀이 지난 오늘(8일) 이 안의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고 추가 요금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거리 비례 요금제를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 오세훈 "경기도민과 인천시민 입장 생각해야"

철회 배경에 대해 서울시는 도시교통실장 명의로 <서울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추진하지 않게 된 배경>이라는 제목의 설명문을 냈습니다.

서울시의 설명은 "오세훈 시장이 오늘 거리 비례제 기사를 보고 '이건 내가 처음 보는 것인데?'라고 하면서 '이러면 시민 부담이 있을 텐데?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서울시의 교통정책은 서울시민만이 아니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스탠스에서 작년에 친환경 버스를 조건으로 경기도 시외버스의 서울 노선을 대폭 확대했지 않느냐?, 거리 비례제는 그런 정책과 결이 다르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의 재검토 지시가 타당하다고 보고 시의회 의견 청취 단계 전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지속된 고물가로 서민 경제 부담이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부담을 고려해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절차상 공청회를 앞두고 시의회에 의견을 묻는 청취안을 낸 것"이라며 "난방비 급등 등 현재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버스 비례요금제를 도입해 얻는 득보다 인천이나 경기도민 교통 요금 부담만 커지는 등 실이 많다고 판단해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물가 상황과 경기도민 부담이 주된 이유로 보이는데 서울시의 철회 배경 설명에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6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의견 청취안을 보면 이 안의 제출자는 서울특별시장으로 돼 있습니다.


거리 비례제가 담긴 의견 청취안을 오 시장이 제출했는데, 오 시장이 처음 보는 것이라며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서울시의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청취안) 제출자는 시장이 맞지만 미세한 부분까지 자세하게 시장에게 보고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대중교통 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거리 비례제 도입을 추진했었지만 최근 고물가에 서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거리 비례제는 곧바로 추진하지 않고 요금 인상안만 추진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시는 오는 10일 시민공청회에 이어 시의회 의견 청취와 물가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금 인상을 최종 확정할 예정으로, 요금 인상은 이르면 4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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