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만 먹는 희귀질환자들…법 바꿔 선택권 넓힌다

입력 2023.02.0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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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희귀질환자 먹는 '특수식'
대기업 사회적 공헌에 의존
'식품회사 지원' 입법 추진
세계 특수식 시장 성장세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먹는 특수 분유.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먹는 특수 분유.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희귀질환은 환자가 특수식을 먹으며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국내에 이런 환자들은 총 5만 2,069명. 13살 혜린이도 그중 하나다. 혜린이는 일반 단백질을 먹으면 뇌가 손상되는 희귀 질환(선천성 대사 이상)을 앓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은 특수분유와 일부 채소 등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다. 혜린이 어머니인 정선희 씨는 "일본·유럽에서 만드는 저단백 가공식품을 해외 직구로 어렵게 구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특수분유를 먹고 있는 혜린이(오른쪽)와 어머니 정선희 씨. [촬영기자 한규석]특수분유를 먹고 있는 혜린이(오른쪽)와 어머니 정선희 씨. [촬영기자 한규석]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특수식 가짓수가 적은 이유는 회사들이 제조를 꺼리기 때문이다. 공정이 까다롭고 원가는 비싼데, 환자 수는 적으니 기업 입장에선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매일유업(선천성 대사 질환자 분유)과 남양유업(뇌전증 환아 분유), CJ제일제당(저단백 햇반)·대상(신장 질환자 영양식) 등 소수 회사만 이런 식품을 만든다. 사정이 빠듯한 중소 업체가 특수식을 만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일부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기댈 뿐이다.

■ 특수식 생산 식품회사에 재정·행정 지원

환자와 가족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식품회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오늘(9일) 희귀질환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현행법에 '희귀질환자를 위한 식품 생산 및 판매 지원' 조항을 신설해 기업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특수식 시장에 동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특수식 시장은 77억 8,300만 달러(9조 5천억 원, 2021년 기준) 규모로 매년 3~4%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 특수식 생산액은 세계 시장의 1% 정도인 981억 원 정도고, 2020년까지 수출 실적도 전무했다. 특수식 수입은 매년 꾸준히 늘어 2021년엔 금액 기준으로 317만 달러(약 40억 원)를 기록했다.

특수식 제조·법령 기준 마련도 추진

식품회사들이 특수식 분야에 뛰어들지 않았던 건 관련 법령·관리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도 컸다. 미국의 경우 FDA 주도로 과학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의학적 평가를 하면서 특수식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특수식 종류를 물성에 따라 6단계 등급(레벨0 ~ 레벨5)으로 나누고 연령·질환별로 세분화된 특수식 제조를 장려하고 있다.

과자와 면 등 일본과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특수식.과자와 면 등 일본과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특수식.

우리 식약처는 특수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식품 분류 체계를 만들고, 관련 위생 기준 등을 손볼 예정이다. 특수식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선 까다로운 재정적 지원보다 행정적 절차 지원이 더 절실할 수 있다. 김승남 의원은 "특수식을 만드는 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게 이번 법안의 핵심"이라면서 "기업에 생산비 일부를 보전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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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유만 먹는 희귀질환자들…법 바꿔 선택권 넓힌다
    • 입력 2023-02-09 08:01:03
    취재K
희귀질환자 먹는 '특수식'<br />대기업 사회적 공헌에 의존<br />'식품회사 지원' 입법 추진<br />세계 특수식 시장 성장세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먹는 특수 분유.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희귀질환은 환자가 특수식을 먹으며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국내에 이런 환자들은 총 5만 2,069명. 13살 혜린이도 그중 하나다. 혜린이는 일반 단백질을 먹으면 뇌가 손상되는 희귀 질환(선천성 대사 이상)을 앓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식품은 특수분유와 일부 채소 등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다. 혜린이 어머니인 정선희 씨는 "일본·유럽에서 만드는 저단백 가공식품을 해외 직구로 어렵게 구하곤 한다"라고 말했다.

특수분유를 먹고 있는 혜린이(오른쪽)와 어머니 정선희 씨. [촬영기자 한규석]
희귀질환자들을 위한 특수식 가짓수가 적은 이유는 회사들이 제조를 꺼리기 때문이다. 공정이 까다롭고 원가는 비싼데, 환자 수는 적으니 기업 입장에선 팔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매일유업(선천성 대사 질환자 분유)과 남양유업(뇌전증 환아 분유), CJ제일제당(저단백 햇반)·대상(신장 질환자 영양식) 등 소수 회사만 이런 식품을 만든다. 사정이 빠듯한 중소 업체가 특수식을 만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일부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에 기댈 뿐이다.

■ 특수식 생산 식품회사에 재정·행정 지원

환자와 가족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식품회사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은 오늘(9일) 희귀질환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 현행법에 '희귀질환자를 위한 식품 생산 및 판매 지원' 조항을 신설해 기업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특수식 시장에 동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특수식 시장은 77억 8,300만 달러(9조 5천억 원, 2021년 기준) 규모로 매년 3~4%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 특수식 생산액은 세계 시장의 1% 정도인 981억 원 정도고, 2020년까지 수출 실적도 전무했다. 특수식 수입은 매년 꾸준히 늘어 2021년엔 금액 기준으로 317만 달러(약 40억 원)를 기록했다.

특수식 제조·법령 기준 마련도 추진

식품회사들이 특수식 분야에 뛰어들지 않았던 건 관련 법령·관리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도 컸다. 미국의 경우 FDA 주도로 과학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의학적 평가를 하면서 특수식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특수식 종류를 물성에 따라 6단계 등급(레벨0 ~ 레벨5)으로 나누고 연령·질환별로 세분화된 특수식 제조를 장려하고 있다.

과자와 면 등 일본과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특수식.
우리 식약처는 특수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식품 분류 체계를 만들고, 관련 위생 기준 등을 손볼 예정이다. 특수식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선 까다로운 재정적 지원보다 행정적 절차 지원이 더 절실할 수 있다. 김승남 의원은 "특수식을 만드는 업체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게 이번 법안의 핵심"이라면서 "기업에 생산비 일부를 보전해주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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