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저작권료’ 받은 황동혁 감독…“창작자 권리 지켜야 ‘제2의 오겜’ 나와”

입력 2023.02.0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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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영상으로 해외 저작권료 수령 소감을 밝히고 있다.9일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영상으로 해외 저작권료 수령 소감을 밝히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해외에서 송금된 저작권료를 받고, "창작자가 먹고살 만해야 '제2의 기생충',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늘(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에서, 황 감독은 스페인 넷플릭스 등에서 수집된 해외 저작권료를 전달받고 이 같이 밝혔습니다.

차기작 준비로 인해 영상으로 소감을 전한 황 감독은 "첫 작품이 흥행이 잘 안 돼 빚을 내거나 한 달에 20만 원으로 살던 시기에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당시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국회에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성일종·황보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공동 주최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가 열리고 있다.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성일종·황보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공동 주최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가 열리고 있다.

■ "해외 보상금 쌓여 있는데…지급할 법이 없어 못 줘"

지난해 국민의힘 성일종·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각각 같은 취지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영화·드라마 작가와 감독 등 영상 창작자도 저작물에서 발생한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계약서에 별도의 특약이 없으면 창작자는 제작자에게 저작권 대부분을 넘긴 것으로 추정돼, 작품 상영 후 분배금을 받거나 해외에서 징수된 저작보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멕시코 등 영상물 저작 보상금을 징수하는 나라는 베른 협약에 따라 한국 감독들에게도 지급할 보상금을 적립해두고 있지만, 호혜 평등의 원칙에 따라 송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가 해당 국가 저작자의 저작권료를 수집·송금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 국가에서도 우리 저작자에게 돈을 보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유정주 의원은 "한국 법 제도가 영상저작권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 매년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보상금 수백억 원이 적립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법 개정을 지지하는 해외 저작권 관리단체 DAMA(스페인)와 DAC(아르헨티나)가 자국에서 수집된 금액을 먼저 한국에 보내는 데 동의하면서, 황 감독을 포함한 영화·드라마 감독 500여 명이 보상금을 나눠 받게 됐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스페인에서 수집된 보상금은 약 2억 426만 원,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수집된 보상금은 6천 4백여만 원입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윤제균 공동대표(왼쪽)와 장항준 감독(오른쪽)이 황동혁 감독의 보상금 수여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한국영화감독조합 윤제균 공동대표(왼쪽)와 장항준 감독(오른쪽)이 황동혁 감독의 보상금 수여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 "1987년 만든 법이 아직도…이제는 바꿔야"

황 감독은 "계약서를 쓸 때 보면 항상 제작사에 '모든 권리를 넘긴다'고 돼 있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불문율인 줄 알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권리 보장을) 해야 모든 해당 주체에 법령이 제대로 전달, 실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느 나라나 요새 창작자가 안 나오는 게 제일 문제"라며, "창작자들이 먹고살 만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좋은 인력이 몰려와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 눈앞만 보지 말고 생태계를 살린다는 맘으로 접근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함께 정산을 받은 임순례, 김한민 감독 등도 영상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임 감독은 "10, 20년 전에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들은 영화가 재방, 삼방 될 때마다 재방송료를 받아 평생 먹고 산다는 말을 듣고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빠르게 변하는 영상제작 환경에서 1987년에 만든 저작권법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는 점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하고 있었구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성일종·유정주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한국영화감독조합 윤제균 공동대표는 "(조합 소속) 5백 명 영화 감독의 평균 연봉이 1,800만 원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평균 1,000만 원이다.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K-콘텐츠 강국'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게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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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9 15:04:00
    취재K
9일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영상으로 해외 저작권료 수령 소감을 밝히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해외에서 송금된 저작권료를 받고, "창작자가 먹고살 만해야 '제2의 기생충',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늘(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에서, 황 감독은 스페인 넷플릭스 등에서 수집된 해외 저작권료를 전달받고 이 같이 밝혔습니다.

차기작 준비로 인해 영상으로 소감을 전한 황 감독은 "첫 작품이 흥행이 잘 안 돼 빚을 내거나 한 달에 20만 원으로 살던 시기에 이런 제도가 있었으면 당시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국회에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9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성일종·황보승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한국영화감독조합이 공동 주최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가 열리고 있다.
■ "해외 보상금 쌓여 있는데…지급할 법이 없어 못 줘"

지난해 국민의힘 성일종·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이 각각 같은 취지로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영화·드라마 작가와 감독 등 영상 창작자도 저작물에서 발생한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계약서에 별도의 특약이 없으면 창작자는 제작자에게 저작권 대부분을 넘긴 것으로 추정돼, 작품 상영 후 분배금을 받거나 해외에서 징수된 저작보상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멕시코 등 영상물 저작 보상금을 징수하는 나라는 베른 협약에 따라 한국 감독들에게도 지급할 보상금을 적립해두고 있지만, 호혜 평등의 원칙에 따라 송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가 해당 국가 저작자의 저작권료를 수집·송금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 국가에서도 우리 저작자에게 돈을 보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유정주 의원은 "한국 법 제도가 영상저작권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 매년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보상금 수백억 원이 적립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법 개정을 지지하는 해외 저작권 관리단체 DAMA(스페인)와 DAC(아르헨티나)가 자국에서 수집된 금액을 먼저 한국에 보내는 데 동의하면서, 황 감독을 포함한 영화·드라마 감독 500여 명이 보상금을 나눠 받게 됐습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스페인에서 수집된 보상금은 약 2억 426만 원,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수집된 보상금은 6천 4백여만 원입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윤제균 공동대표(왼쪽)와 장항준 감독(오른쪽)이 황동혁 감독의 보상금 수여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 "1987년 만든 법이 아직도…이제는 바꿔야"

황 감독은 "계약서를 쓸 때 보면 항상 제작사에 '모든 권리를 넘긴다'고 돼 있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불문율인 줄 알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권리 보장을) 해야 모든 해당 주체에 법령이 제대로 전달, 실행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어느 나라나 요새 창작자가 안 나오는 게 제일 문제"라며, "창작자들이 먹고살 만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좋은 인력이 몰려와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 눈앞만 보지 말고 생태계를 살린다는 맘으로 접근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함께 정산을 받은 임순례, 김한민 감독 등도 영상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임 감독은 "10, 20년 전에 할리우드 배우나 감독들은 영화가 재방, 삼방 될 때마다 재방송료를 받아 평생 먹고 산다는 말을 듣고 정말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빠르게 변하는 영상제작 환경에서 1987년에 만든 저작권법이 아직도 적용되고 있는 점에 대해 '너무 소홀하게 하고 있었구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성일종·유정주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한국영화감독조합 윤제균 공동대표는 "(조합 소속) 5백 명 영화 감독의 평균 연봉이 1,800만 원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평균 1,000만 원이다.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K-콘텐츠 강국'을 이뤄가고 있는 것"이라며 "시대 변화에 맞게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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