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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객관적 자료로 고교생 죽음에 천착”
입력 2023.02.09 (20:14) 연합뉴스
"객관성을 담보한 여러 자료로 전북 전주 콜센터 현장 실습생의 죽음을 따라갔습니다."

현장 고교 실습생의 죽음을 그린 영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사건의 취재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 감독은 9일 사건의 발생지인 전북 전주에서 기자를 만나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가 이 사건을 접했던 때는 2020년 말.

제작사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로 영화 연출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사건 개요는 TV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충격이었다. 나이 어린 고교생이 어떻게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에 떠밀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건 발생 당시 쏟아졌던 언론 보도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은유 작가의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허태준 작가의 책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도 탐독했다.

누군가에게는 생경할 수도 있을 이 수많은 죽음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했다.

유가족, 고인의 주변인과는 접촉하지 않았다.

이 '거리두기'는 영화가 감정적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막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그는 "사건을 접하고 고된 노동 환경에 학생을 등 떠민 학교,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한 콜센터의 행태에 화가 났다"며 "당시의 기사, 방송, 책으로 사건을 익히고 고인이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배경을 차분히 따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작가, 감독이라면 유가족과 접촉해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건을 조망해도 충분히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극중 소희는 춤을 좋아하는 평범한 특성화고 학생이지만, 콜센터로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나가면서 급격히 안색이 어두워진다.

과도한 노동 환경을 견디지 못한 소희가 결국 저수지에 몸을 던지고, 형사 유진이 사건을 파헤친다.

유진 역은 배우 배두나가 맡았다.

실제 이 사건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되지만, 정 감독은 허구의 인물인 형사 유진을 내세워 사건의 배경을 열심히 훑는다.

정 감독이 만들어낸 인물 유진은 비단 수사권을 가진 형사가 아니라 당시 이 사건에 분노했던 기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모습이다.

청소년 노동 환경의 개선을 촉구했던 각계의 모습을 유진에게 투영하고, 비통한 죽음에 모두가 목소리를 내는 사회를 바랐다.

정 감독은 "소희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 콜센터에서 이전에 또 한 명의 죽음이 있었는데, 왜 우리는 모르고 넘어갔을까 한탄했다"며 "사건에 천착하는 유진은 이 사건에 분노했던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작품에서 청소년 노동 환경을 또 다룰지는 모르겠으나, 반복되는 비통한 죽음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 꾸준히 소개하면 조금은 희망 어린 미래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 소희는 지난 8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국내 개봉에 앞서 해외에서 먼저 소개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캐나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감독상·아시아 영화 부문 관객상, 도쿄필맥스영화제 특별심사위원상도 받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객관적 자료로 고교생 죽음에 천착”
    • 입력 2023-02-09 20:14:33
    연합뉴스
"객관성을 담보한 여러 자료로 전북 전주 콜센터 현장 실습생의 죽음을 따라갔습니다."

현장 고교 실습생의 죽음을 그린 영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사건의 취재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 감독은 9일 사건의 발생지인 전북 전주에서 기자를 만나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가 이 사건을 접했던 때는 2020년 말.

제작사가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시나리오로 영화 연출을 해달라고 제안했다.

사건 개요는 TV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충격이었다. 나이 어린 고교생이 어떻게 이런 열악한 노동 환경에 떠밀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건 발생 당시 쏟아졌던 언론 보도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다.

은유 작가의 책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허태준 작가의 책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도 탐독했다.

누군가에게는 생경할 수도 있을 이 수많은 죽음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했다.

유가족, 고인의 주변인과는 접촉하지 않았다.

이 '거리두기'는 영화가 감정적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막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그는 "사건을 접하고 고된 노동 환경에 학생을 등 떠민 학교,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한 콜센터의 행태에 화가 났다"며 "당시의 기사, 방송, 책으로 사건을 익히고 고인이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배경을 차분히 따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작가, 감독이라면 유가족과 접촉해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사건을 조망해도 충분히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극중 소희는 춤을 좋아하는 평범한 특성화고 학생이지만, 콜센터로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나가면서 급격히 안색이 어두워진다.

과도한 노동 환경을 견디지 못한 소희가 결국 저수지에 몸을 던지고, 형사 유진이 사건을 파헤친다.

유진 역은 배우 배두나가 맡았다.

실제 이 사건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되지만, 정 감독은 허구의 인물인 형사 유진을 내세워 사건의 배경을 열심히 훑는다.

정 감독이 만들어낸 인물 유진은 비단 수사권을 가진 형사가 아니라 당시 이 사건에 분노했던 기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모습이다.

청소년 노동 환경의 개선을 촉구했던 각계의 모습을 유진에게 투영하고, 비통한 죽음에 모두가 목소리를 내는 사회를 바랐다.

정 감독은 "소희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 콜센터에서 이전에 또 한 명의 죽음이 있었는데, 왜 우리는 모르고 넘어갔을까 한탄했다"며 "사건에 천착하는 유진은 이 사건에 분노했던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작품에서 청소년 노동 환경을 또 다룰지는 모르겠으나, 반복되는 비통한 죽음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 꾸준히 소개하면 조금은 희망 어린 미래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 소희는 지난 8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국내 개봉에 앞서 해외에서 먼저 소개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캐나다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감독상·아시아 영화 부문 관객상, 도쿄필맥스영화제 특별심사위원상도 받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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