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비표가 뭐길래!…中, 결국 일부서 한국인에 “비표 걸어라”

입력 2023.02.10 (07:00) 수정 2023.02.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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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일) 한국 인천에서 출발해 중국 다롄에 도착한 중국 이외 국적자들은 모두 흰색 비표를 받았습니다. 다롄 도착 탑승객 상당수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인만 흰색 비표를 걸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탑승객에게 흰색 비표를 나눠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탑승객에게 흰색 비표를 나눠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사실상 한국인만 흰색 비표를 받게 됐다는 사실은 최근 한 중국 누리꾼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이 누리꾼은 "지난 3일 다롄 저우수이쯔 국제공항에서 한국인 입국자들에게 흰색 비표를 나눠줬다"고 적었습니다.

실제 누리꾼이 올린 영상에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나눠 줄 비표를 확인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누가 비표 착용 조치했나?

비표를 받은 한국인 포함 외국인들은 별도의 입국장 통로에서 예정된 대로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흰색 비표가 외국 국적자들만 PCR 검사장소로 이동시키려는 조치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중국 국적자들은 도착 뒤 PCR 검사를 사실상 받지 않습니다.

확인 결과 비표는 공항이나 항공사에서 착용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롄에 도착하는 모든 국적 항공편은 외국 국적 탑승객에게 비표를 목에 걸게 하고 있다"면서 "현지 해관에서 요구한 것이고, 비표 역시 해관이 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한국발 중국 입국자 가운데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중국 해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중국 다른 도시에 도착하는 한국발 승객들은 흰색 비표를 걸지 않습니다. 오직 다롄에 도착하는 외국 국적 승객들에게만 흰색 비표를 목에 걸라고 조치하고 있는데요. 이 상황,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인천에 도착한 중국인 승객이 목에 노랑 비표를 걸고 있다. (출처: 바이두)인천에 도착한 중국인 승객이 목에 노랑 비표를 걸고 있다. (출처: 바이두)

한달 전쯤 한국은 중국발 외국 국적 입국자들에게 노란색 비표를 나눠줬습니다.

당시 노란색 비표를 목에 건 경험을 했던 중국인들은 '차별적인 조치'라면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 영상과 사진을 올렸고 이 소식은 빠르게 중국인들 사이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누리꾼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이 너무하다"는 비난을 쏟아냈는데요. 일부는 스포츠 경기에서 경고할 때 사용하는 노랑 카드가 연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측의 이번 흰색 비표 조치는 한국 측이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외국 국적자들에게 노란색 비표를 나눠주고 착용하도록 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됩니다. 중국 당국이 늘 강조하는 '상응 조치'입니다.

특히 이번 비표 착용은 한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을 이달 28일까지 연장한 뒤 일주일 만에 나왔습니다. 앞서 한국이 대중국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자 중국 역시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의 '보복 조치'를 취했는데요. 이번 일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비표를 걸게 했으니 우리도 걸게 하겠다'는 겁니다.

■한국에만 '상응 조치'…왜?

사실 한국이 노란색 비표를 중국발 해외 입국자에게 착용하도록 조치했던 당시, 일본도 빨간색 줄의 비표를 나눠줬습니다.

중국발 해외 국적 입국자들에게 일본 당국이 빨간색 비표를 나눠주고 있다. (출처: 바이두)중국발 해외 국적 입국자들에게 일본 당국이 빨간색 비표를 나눠주고 있다. (출처: 바이두)

차이는 있었습니다. 일본은 일본 국적자에게도 비표를 나눠줬습니다. 중국에서 왔다면 모두 공항에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한국 국적자들은 보건소 등에서 따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비표를 받지 않았고,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 국적자들은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해서 비표를 받았습니다.

노란색이든 빨간색이든, 중요한 것은 중국의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했던 시점에 중국발 입국자들에게 각국 방역 당국이 각국의 상황에 맞춰 업무 편의를 위해 비표 착용을 요청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독 한국의 노란색 비표만 문제가 됐습니다. 사실상 중국인들에게만 PCR 검사 비용을 받고 공항에서 검사를 받도록 만들었다는 불만이 깔려있습니다. 악화 되고 있는 반한 감정도 작용했습니다. 한국 국적자 역시 중국에서 왔으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별이 아니라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 불쾌감을 그대로 돌려주는 중입니다.

우리 방역 당국은 내일(11일)부터 중국을 대상으로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던 조치를 풀기로 했습니다. 오늘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결정됐습니다. 중국발 단기 체류 입국자의 코로나19 양성률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근거는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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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비표가 뭐길래!…中, 결국 일부서 한국인에 “비표 걸어라”
    • 입력 2023-02-10 07:00:40
    • 수정2023-02-10 10:19:41
    특파원 리포트

어제(9일) 한국 인천에서 출발해 중국 다롄에 도착한 중국 이외 국적자들은 모두 흰색 비표를 받았습니다. 다롄 도착 탑승객 상당수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인만 흰색 비표를 걸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탑승객에게 흰색 비표를 나눠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사실상 한국인만 흰색 비표를 받게 됐다는 사실은 최근 한 중국 누리꾼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이 누리꾼은 "지난 3일 다롄 저우수이쯔 국제공항에서 한국인 입국자들에게 흰색 비표를 나눠줬다"고 적었습니다.

실제 누리꾼이 올린 영상에는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나눠 줄 비표를 확인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누가 비표 착용 조치했나?

비표를 받은 한국인 포함 외국인들은 별도의 입국장 통로에서 예정된 대로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흰색 비표가 외국 국적자들만 PCR 검사장소로 이동시키려는 조치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중국 국적자들은 도착 뒤 PCR 검사를 사실상 받지 않습니다.

확인 결과 비표는 공항이나 항공사에서 착용하도록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롄에 도착하는 모든 국적 항공편은 외국 국적 탑승객에게 비표를 목에 걸게 하고 있다"면서 "현지 해관에서 요구한 것이고, 비표 역시 해관이 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한국발 중국 입국자 가운데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중국 해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중국 다른 도시에 도착하는 한국발 승객들은 흰색 비표를 걸지 않습니다. 오직 다롄에 도착하는 외국 국적 승객들에게만 흰색 비표를 목에 걸라고 조치하고 있는데요. 이 상황,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인천에 도착한 중국인 승객이 목에 노랑 비표를 걸고 있다. (출처: 바이두)
한달 전쯤 한국은 중국발 외국 국적 입국자들에게 노란색 비표를 나눠줬습니다.

당시 노란색 비표를 목에 건 경험을 했던 중국인들은 '차별적인 조치'라면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 영상과 사진을 올렸고 이 소식은 빠르게 중국인들 사이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누리꾼들은 한목소리로 "한국이 너무하다"는 비난을 쏟아냈는데요. 일부는 스포츠 경기에서 경고할 때 사용하는 노랑 카드가 연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측의 이번 흰색 비표 조치는 한국 측이 중국발 입국자 가운데 외국 국적자들에게 노란색 비표를 나눠주고 착용하도록 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됩니다. 중국 당국이 늘 강조하는 '상응 조치'입니다.

특히 이번 비표 착용은 한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을 이달 28일까지 연장한 뒤 일주일 만에 나왔습니다. 앞서 한국이 대중국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자 중국 역시 한국인의 중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의 '보복 조치'를 취했는데요. 이번 일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비표를 걸게 했으니 우리도 걸게 하겠다'는 겁니다.

■한국에만 '상응 조치'…왜?

사실 한국이 노란색 비표를 중국발 해외 입국자에게 착용하도록 조치했던 당시, 일본도 빨간색 줄의 비표를 나눠줬습니다.

중국발 해외 국적 입국자들에게 일본 당국이 빨간색 비표를 나눠주고 있다. (출처: 바이두)
차이는 있었습니다. 일본은 일본 국적자에게도 비표를 나눠줬습니다. 중국에서 왔다면 모두 공항에서 신속 항원 검사를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한국 국적자들은 보건소 등에서 따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비표를 받지 않았고,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 국적자들은 공항에서 PCR 검사를 받아야 해서 비표를 받았습니다.

노란색이든 빨간색이든, 중요한 것은 중국의 코로나 19 상황이 심각했던 시점에 중국발 입국자들에게 각국 방역 당국이 각국의 상황에 맞춰 업무 편의를 위해 비표 착용을 요청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독 한국의 노란색 비표만 문제가 됐습니다. 사실상 중국인들에게만 PCR 검사 비용을 받고 공항에서 검사를 받도록 만들었다는 불만이 깔려있습니다. 악화 되고 있는 반한 감정도 작용했습니다. 한국 국적자 역시 중국에서 왔으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차별이 아니라는 사실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이 불쾌감을 그대로 돌려주는 중입니다.

우리 방역 당국은 내일(11일)부터 중국을 대상으로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던 조치를 풀기로 했습니다. 오늘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결정됐습니다. 중국발 단기 체류 입국자의 코로나19 양성률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근거는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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