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가 검사 교체?…‘검사 기피제 도입’ 법안 살펴보니

입력 2023.0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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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조선일보는 “‘검수완박2’법안 이재명 직접 지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지시로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추진 중”이라며,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 달라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안,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법안 등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듯 “차라리 특정인이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을 만드는 것이 국민에게 그나마 피해를 덜 줄 것”이라며 쏘아 붙였습니다.

지난 6일 정정보도 신청서를 제출하는 박찬대 의원,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제공지난 6일 정정보도 신청서를 제출하는 박찬대 의원,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제공
민주당은 발끈했습니다.

보도 당일 ‘가짜뉴스’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도 신청했습니다.

김남국 의원이 ‘검사 기피제 도입’ 법안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월 21일 이미 발의했다는 점을 정정보도 신청의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김남국-한동훈 또 충돌 “내용 확인 없이 비판”vs “깡패도 원하는 검사로 교체”

지난 8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내용은 거론됐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단상에 오르자 마자 곧바로 한동훈 장관을 불러 낸 뒤 사실 관계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섣부른 발언을 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야당 대표와 엮어서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사과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어떤 깡패가 조사받다가 내가 원하는 검사가 있으면 계속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며 “ 그렇기 때문에 법관의 기피 신청과 다른 관점에서 수사기관에 기피신청을 하는 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수사를 일부러 지연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검사 기피제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검사 기피제’ 법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김 의원은 2020년 8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관의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검사에 대해서는 제척이나 기피,회피 규정이 없다”며 “ 사건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검사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제척’은 소속 검찰청에서 검사를 배제하는 것이고, ‘회피’는 검사 스스로 사건을 피하는 걸 말합니다.
‘기피’는 피의자나 피해자가 검사를 바꿔 달라고 신청하는 것입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현행 형사소송법의 법관 기피제를 그대로 준용해 검사에 대한 제척과 회피 사유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기에 더해 ‘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하거나 법관 스스로 재판을 회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김 의원은 이 규정도 준용해 ‘ 검사가 불공평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나 피해자가 기피 신청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피나 제척, 회피 사유의 정당성은 소속 검찰청의 검사장이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0년 12월 펴낸 ‘공정하고 인권 친화적인 형사 절차를 위한 형사사법의 선진화 방안연구Ⅱ’보고서를 보면 독일의 일부 지방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서도 “수사절차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를 수사절차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국회 검토보고서 “취지 긍정적…수사 지연 목적이면 검사장이 기각 가능”

김 의원 법안에 대해 국회 검토보고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장호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은 보고서에서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관에 대해서만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법원사무관 등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을 뿐, 검사에 대해서는 제척·기피·회피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 훈령에서 검사가 피의자, 피해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등의 경우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썼습니다.

<검사윤리강령> (법무부훈령 제1173호)

제9조(사건의 회피)

①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당사자가 법인인 경우 대표이사 또는 지배주주)과 민법 제777조의 친족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또는 당해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되었을 때에는 그 사건을 회피한다.

②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사건 관계인과 제1항 이외의 친분 관계 기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에는 그 사건을 회피할 수 있다.

이어 “해당 사건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검사를 직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긍정적인 것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수사 지연 목적이 명백하면 기피 신청을 받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이를 기각하고, 수사 진행도 가능하도록 규정해 문제점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검사기피제도 법안, 이번이 처음일까?

사실 우리 국회에서 검사기피제도 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6대 국회때 이미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2000년 11월 검사 출신인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의원 132명이 함께 이름을 올린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김남국 의원 발의안과 거의 똑같은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19대 국회인 2013년에도 당시 새누리당 이노근 등 의원 14명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국회 검토보고서 내용입니다.

2000년 안상수 의원 법안 때는 필요성은 있어 보이지만, 외국 사례도 없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수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로서 그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됩니다만,

이와 같은 외국의 입법례를 찾기 어렵고, 현행법하에서도 검찰예규나 검사윤리강령 등 하위 법령으로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과연 형사소송법에서 이를 명문화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 2000년 11월 안상수 의원 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

2013년 이노근 의원 법안때는 13년 전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가 ‘바람직하다’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한 발 더 긍정적 입장을 담은 겁니다.

“ 해당 사건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검사를 수사과정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바람직함” (2013년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

다만 이때도 수사 지연 우려와 검찰청법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등 실무적 우려는 여전했습니다.

■“수사 지연 전략 가능” vs “남발 가능성 낮아”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한동훈 장관은 검사윤리강령에 기피와 제척이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8일 대정부질문에서 한 장관은 “ 수사받는 사람이 자기가 불리할 것 같아 계속 기피 신청을 이어가게 되면 정상적인 수사가 되지 않는다”며 “재판하고는 다른 절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관 기피제도조차 재판 지연의 목적으로 악용되곤 하는데 검사 기피 제도는 그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부러 검사와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된 변호인을 선임하는 전략으로 검사 교체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기소권을 쥔 검사를 자극하는 것은 기소 여부와 추후 구형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검사장 또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로서 피의자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이 때문에 검사 기피 신청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김남국, 이노근 발의안의 경우 기피신청이 있어도 ‘긴급을 요하는 경우’는 수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다 국회 검토보고서의 답변 취지 변화도 생각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검사기피제 도입에 대해 우리 국회는 2000년 ‘필요하다’고만 했다가 13년 뒤에는 ‘바람직하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7년 뒤인 2020년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똑같은 법안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20년 동안 이렇게 바뀐 것인데, 이 변화의 의미를 검찰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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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패가 검사 교체?…‘검사 기피제 도입’ 법안 살펴보니
    • 입력 2023-02-10 07:00:40
    취재K

지난 6일 조선일보는 “‘검수완박2’법안 이재명 직접 지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습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지시로 검찰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을 무더기로 추진 중”이라며,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 달라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안, 검사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법안 등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듯 “차라리 특정인이 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을 만드는 것이 국민에게 그나마 피해를 덜 줄 것”이라며 쏘아 붙였습니다.

지난 6일 정정보도 신청서를 제출하는 박찬대 의원,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제공민주당은 발끈했습니다.

보도 당일 ‘가짜뉴스’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도 신청했습니다.

김남국 의원이 ‘검사 기피제 도입’ 법안을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8월 21일 이미 발의했다는 점을 정정보도 신청의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김남국-한동훈 또 충돌 “내용 확인 없이 비판”vs “깡패도 원하는 검사로 교체”

지난 8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이 내용은 거론됐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단상에 오르자 마자 곧바로 한동훈 장관을 불러 낸 뒤 사실 관계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섣부른 발언을 했다며 비판했습니다.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야당 대표와 엮어서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사과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어떤 깡패가 조사받다가 내가 원하는 검사가 있으면 계속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며 “ 그렇기 때문에 법관의 기피 신청과 다른 관점에서 수사기관에 기피신청을 하는 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응수했습니다.

수사를 일부러 지연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검사 기피제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검사 기피제’ 법안, 어떤 내용 담고 있나?

김 의원은 2020년 8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관의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검사에 대해서는 제척이나 기피,회피 규정이 없다”며 “ 사건과 일정한 관계가 있는 검사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제척’은 소속 검찰청에서 검사를 배제하는 것이고, ‘회피’는 검사 스스로 사건을 피하는 걸 말합니다.
‘기피’는 피의자나 피해자가 검사를 바꿔 달라고 신청하는 것입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현행 형사소송법의 법관 기피제를 그대로 준용해 검사에 대한 제척과 회피 사유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여기에 더해 ‘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 또는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하거나 법관 스스로 재판을 회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김 의원은 이 규정도 준용해 ‘ 검사가 불공평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는 경우’ 피의자나 피해자가 기피 신청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피나 제척, 회피 사유의 정당성은 소속 검찰청의 검사장이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 산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0년 12월 펴낸 ‘공정하고 인권 친화적인 형사 절차를 위한 형사사법의 선진화 방안연구Ⅱ’보고서를 보면 독일의 일부 지방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서도 “수사절차의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를 수사절차에서 배제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국회 검토보고서 “취지 긍정적…수사 지연 목적이면 검사장이 기각 가능”

김 의원 법안에 대해 국회 검토보고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장호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현 국회사무처 입법차장)은 보고서에서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관에 대해서만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이를 법원사무관 등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을 뿐, 검사에 대해서는 제척·기피·회피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 훈령에서 검사가 피의자, 피해자와 친족관계에 있는 등의 경우 회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썼습니다.

<검사윤리강령> (법무부훈령 제1173호)

제9조(사건의 회피)

① 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피의자, 피해자 기타 사건 관계인(당사자가 법인인 경우 대표이사 또는 지배주주)과 민법 제777조의 친족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을 때 또는 당해 사건과 자신의 이해가 관련되었을 때에는 그 사건을 회피한다.

②검사는 취급 중인 사건의 사건 관계인과 제1항 이외의 친분 관계 기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에는 그 사건을 회피할 수 있다.

이어 “해당 사건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검사를 직무집행에서 배제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긍정적인 것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수사 지연 목적이 명백하면 기피 신청을 받은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이를 기각하고, 수사 진행도 가능하도록 규정해 문제점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검사기피제도 법안, 이번이 처음일까?

사실 우리 국회에서 검사기피제도 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6대 국회때 이미 발의된 적이 있습니다.

2000년 11월 검사 출신인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의원 132명이 함께 이름을 올린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김남국 의원 발의안과 거의 똑같은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19대 국회인 2013년에도 당시 새누리당 이노근 등 의원 14명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국회 검토보고서 내용입니다.

2000년 안상수 의원 법안 때는 필요성은 있어 보이지만, 외국 사례도 없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검찰수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로서 그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됩니다만,

이와 같은 외국의 입법례를 찾기 어렵고, 현행법하에서도 검찰예규나 검사윤리강령 등 하위 법령으로 얼마든지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이므로, 과연 형사소송법에서 이를 명문화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 2000년 11월 안상수 의원 발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

2013년 이노근 의원 법안때는 13년 전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가 ‘바람직하다’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한 발 더 긍정적 입장을 담은 겁니다.

“ 해당 사건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검사를 수사과정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여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바람직함” (2013년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

다만 이때도 수사 지연 우려와 검찰청법으로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등 실무적 우려는 여전했습니다.

■“수사 지연 전략 가능” vs “남발 가능성 낮아”

해당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한동훈 장관은 검사윤리강령에 기피와 제척이 없는 이유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8일 대정부질문에서 한 장관은 “ 수사받는 사람이 자기가 불리할 것 같아 계속 기피 신청을 이어가게 되면 정상적인 수사가 되지 않는다”며 “재판하고는 다른 절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관 기피제도조차 재판 지연의 목적으로 악용되곤 하는데 검사 기피 제도는 그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부러 검사와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된 변호인을 선임하는 전략으로 검사 교체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기소권을 쥔 검사를 자극하는 것은 기소 여부와 추후 구형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검사장 또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로서 피의자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이 때문에 검사 기피 신청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김남국, 이노근 발의안의 경우 기피신청이 있어도 ‘긴급을 요하는 경우’는 수사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여기다 국회 검토보고서의 답변 취지 변화도 생각해봐야 할 지점입니다.

검사기피제 도입에 대해 우리 국회는 2000년 ‘필요하다’고만 했다가 13년 뒤에는 ‘바람직하다’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7년 뒤인 2020년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똑같은 법안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20년 동안 이렇게 바뀐 것인데, 이 변화의 의미를 검찰은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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