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라진다…시골얘기? 아니 대도시에서!

입력 2023.02.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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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학생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죠.

어느 시골 마을의 얘기가 아닙니다. 인구 240만 명, 국내 시도별 인구 순위 4위인 대구광역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는 소규모 농어촌 지자체는 물론 이제 지방 대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10년 사이 10곳 폐교…이제 시작일 뿐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취재진이 대구 북구의 조야초등학교를 찾은 날, 6학년 남학생 세 명은 담임 선생님과 함께 졸업식에서 부를 '이젠 안녕'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세 명 '조야초 삼총사'가 6학년 학생 전부입니다.

2023년 2월 기준, 이 학교의 전교생은 32명. 하지만 6학년 삼총사가 졸업하면서 3명이 줄고, 입학 예정된 1학년 신입생은 2명뿐이라 3월부터 전교생은 31명이 됩니다.

삼총사는 1984년 개교한 조야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 됐습니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진 탓에 3월부터는 인근 초등학교의 분교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OO초등학교 조야분교'로 바뀌고 교장 선생님 자리는 없어집니다. 자체 급식 기능도 사라집니다. 학생 수가 많을 땐 600명 가까이 됐다는데, 이젠 아닙니다.

조야초등학교 복도에 걸려있는 옛날 사진입니다. 촬영 시점은 1980년대쯤으로 추정되는데, 보시다시피 아이들이 많습니다.조야초등학교 복도에 걸려있는 옛날 사진입니다. 촬영 시점은 1980년대쯤으로 추정되는데, 보시다시피 아이들이 많습니다.

대구 북구의 교동중학교도 지난달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됐습니다. 남은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분산 재배치됐죠. 1998년 1회 입학생이 677명이었는데 2021년 신입생은 30명에 그쳤습니다. 개교한 지 25년 만에 학생 수 감소로 학교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90년대 중후반, 새로 개발된 부도심 지역에 신축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급증했고, 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르면서 30~40대 학부모들은 50~60대가 됐고 학생들은 어른이 돼 동네를 떠났죠.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떠난 아이들 숫자를 채울 수가 없었고, 결국 학교는 문을 닫게 됐습니다.

대구에선 2012년 이후 10년 사이, 학생 수 감소 여파로 10개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이게 더 빨라질 거란 겁니다. 학생 숫자가 대구시교육청의 '통폐합 기준 이하'인 학교는 전체의 8.6%인 39곳입니다. 당장 3월 신입생이 10명이 안 되는 학교가 5곳이나 됩니다. 출생아 수를 기반으로 한 미래 학생 수 통계를 감안하면 이 폐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초중학교' 운영하고, 작은 학교 통폐합하고...

예정된 학생 수 감소에 교육 당국은 여러 대책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을 분산 재배치하며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고, 그게 안 되는 학교는 분교로 전환하고. 또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 있는 학교를 신규 택지 개발지구로 옮기는 작업도 병행 중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한 건물을 쓰는 '초중학교'도 등장했습니다. 교실만 각자 쓸 뿐 강당이나 도서관, 급식실 등을 함께 사용하며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겁니다.

대구 팔공초중학교의 도서관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같이 쓰는 만큼 공간은 더 넓어졌고 장서 수도 많습니다.대구 팔공초중학교의 도서관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같이 쓰는 만큼 공간은 더 넓어졌고 장서 수도 많습니다.

'학교 시설 복합화' 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학교 시설을 인근 주민과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겁니다. 대신 주민들에겐 아이들을 보살피는 '마을 어른' 역할을 부여합니다. 교육계가 도맡았던 교육의 역할을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근본적으로, 많은 학생 수를 전제로 한 교육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거죠.

박판우 / 대구교육대학교 총장
"다수를 대상으로 한 표층 교육에서 소수를 위한 심층, 탐구, 창의 중심의 소수 정예 교육으로 교육시스템을 바꿔서."

특히 일각에서 "아이들이 줄어드는 만큼 교육투자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교육계에선 이런 주장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매우 단편적이며 위험하다는 거죠. 투자 축소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저출산의 요인이 되면서, 악순환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줄어드는 학생들, 비어가는 교실, 문을 닫게 될 학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변화된 시대에 미래 세대를 어떻게 잘 길러내야 할지, 교육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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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가 사라진다…시골얘기? 아니 대도시에서!
    • 입력 2023-02-11 08:00:14
    취재K

학교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학생 수가 줄고 있기 때문이죠.

어느 시골 마을의 얘기가 아닙니다. 인구 240만 명, 국내 시도별 인구 순위 4위인 대구광역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는 소규모 농어촌 지자체는 물론 이제 지방 대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 10년 사이 10곳 폐교…이제 시작일 뿐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취재진이 대구 북구의 조야초등학교를 찾은 날, 6학년 남학생 세 명은 담임 선생님과 함께 졸업식에서 부를 '이젠 안녕' 노래를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세 명 '조야초 삼총사'가 6학년 학생 전부입니다.

2023년 2월 기준, 이 학교의 전교생은 32명. 하지만 6학년 삼총사가 졸업하면서 3명이 줄고, 입학 예정된 1학년 신입생은 2명뿐이라 3월부터 전교생은 31명이 됩니다.

삼총사는 1984년 개교한 조야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 됐습니다. 학생 수가 너무 적어진 탓에 3월부터는 인근 초등학교의 분교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이름은 'OO초등학교 조야분교'로 바뀌고 교장 선생님 자리는 없어집니다. 자체 급식 기능도 사라집니다. 학생 수가 많을 땐 600명 가까이 됐다는데, 이젠 아닙니다.

조야초등학교 복도에 걸려있는 옛날 사진입니다. 촬영 시점은 1980년대쯤으로 추정되는데, 보시다시피 아이들이 많습니다.
대구 북구의 교동중학교도 지난달 졸업식을 끝으로 폐교됐습니다. 남은 학생들은 인근 학교로 분산 재배치됐죠. 1998년 1회 입학생이 677명이었는데 2021년 신입생은 30명에 그쳤습니다. 개교한 지 25년 만에 학생 수 감소로 학교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90년대 중후반, 새로 개발된 부도심 지역에 신축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학생 수가 급증했고, 학교가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20여 년이 흐르면서 30~40대 학부모들은 50~60대가 됐고 학생들은 어른이 돼 동네를 떠났죠.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떠난 아이들 숫자를 채울 수가 없었고, 결국 학교는 문을 닫게 됐습니다.

대구에선 2012년 이후 10년 사이, 학생 수 감소 여파로 10개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이게 더 빨라질 거란 겁니다. 학생 숫자가 대구시교육청의 '통폐합 기준 이하'인 학교는 전체의 8.6%인 39곳입니다. 당장 3월 신입생이 10명이 안 되는 학교가 5곳이나 됩니다. 출생아 수를 기반으로 한 미래 학생 수 통계를 감안하면 이 폐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초중학교' 운영하고, 작은 학교 통폐합하고...

예정된 학생 수 감소에 교육 당국은 여러 대책을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을 분산 재배치하며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고, 그게 안 되는 학교는 분교로 전환하고. 또 인구가 줄어든 지역에 있는 학교를 신규 택지 개발지구로 옮기는 작업도 병행 중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한 건물을 쓰는 '초중학교'도 등장했습니다. 교실만 각자 쓸 뿐 강당이나 도서관, 급식실 등을 함께 사용하며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겁니다.

대구 팔공초중학교의 도서관입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같이 쓰는 만큼 공간은 더 넓어졌고 장서 수도 많습니다.
'학교 시설 복합화' 사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교 시설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학교 시설을 인근 주민과 지역사회에 개방하는 겁니다. 대신 주민들에겐 아이들을 보살피는 '마을 어른' 역할을 부여합니다. 교육계가 도맡았던 교육의 역할을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근본적으로, 많은 학생 수를 전제로 한 교육 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거죠.

박판우 / 대구교육대학교 총장
"다수를 대상으로 한 표층 교육에서 소수를 위한 심층, 탐구, 창의 중심의 소수 정예 교육으로 교육시스템을 바꿔서."

특히 일각에서 "아이들이 줄어드는 만큼 교육투자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교육계에선 이런 주장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매우 단편적이며 위험하다는 거죠. 투자 축소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가 저출산의 요인이 되면서, 악순환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줄어드는 학생들, 비어가는 교실, 문을 닫게 될 학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가 어느새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변화된 시대에 미래 세대를 어떻게 잘 길러내야 할지, 교육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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