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까지 불러온 위스키 열풍…2030 왜 열광하나?

입력 2023.02.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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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서 구매한다'는 의미의 '오픈런' .

수요는 많은데 공급된 물량이 한정된 제품의 경우 영업이나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긴 줄을 서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어제(10일)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 앞에는 한정판 위스키를 사기 위한 '오픈런'이 이어졌습니다. 판매 일정은 오후 2시로 공지됐지만, 수량이 한정된 만큼 이틀 전부터 줄을 서며 밤샘 기다린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이 한정판 위스키는 전국에 267병 풀렸는데, 그 중에 38병이 해당 편의점에 공급됐습니다.

줄을 선 사람들. 단순히 희소성 있는 위스키를 '구매'하는 데만 관심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날 판매와 함께 위스키 제조자(김창수 씨)의 사인회까지 진행됐는데 현장에서 본 구매자들의 얼굴에서는 소위 '팬심'이 읽혔습니다. 실제로 "구매도 하고 싶었지만, 이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 '추첨'으로 위스키 구매…12명 뽑는데 만 2천 명 몰려

또 다른 편의점은 12병의 위스키를 선착순 대신 추첨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2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큰 관심이 쏠리며 만 2천 명이 응모했는데요. 당첨자가 선정되면 안내하고 본인 확인을 거쳐 상품을 지정된 직영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워낙 관심이 높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는데요. 당첨자 12명 가운데 편의점 관계자가 포함됐던 겁니다.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는 부분이죠. 이 업체는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게시한 뒤 1명에 대해 재추첨을 진행했습니다.


■ 위스키 수입 증가세…2030 비중↑·4050 비중 ↓

국내 위스키 수입은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위스키 수입량은(관세청 기준) 2021년 1만 5천661톤에서 지난해 2만 7천38톤으로 72.6% 증가했습니다. 수입액은 2억 4천711만 달러, 우리 돈 약 3천억 원이 넘었는데 2008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20, 30대 젊은 층이 위스키를 많이 찾는 경향은 편의점 판매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GS25의 위스키 판매를 연령별로 따져보면 20대가 39.6%, 30대가 43.3%를 차지했습니다. 편의점에서 팔리는 위스키 10병 가운데 7병은 20, 30대가 사 갔다는 겁니다.

CU의 경우에도 2021년과 2022년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비교해보면 20대(22.8%→25.3%)와 30대(25.1%→28.0%)의 위스키 구매는 늘어난 반면, 40대(26.5%→22.8%)와 50대(19.2%→18.7%)는 줄었습니다.

■ 2030 위스키 열풍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소주나 맥주 위주로 진행되는 회식이 없어지면서 소규모로 가볍게 술을 마시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젊은 층의 위스키 열풍을 불러온 이유로 꼽힙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소믈리에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주류 시장의 패러다임을 많이 바꿨다"며 "혼술이나 홈술이 많아지며 그 과정에서 각자의 취향을 찾아가고 다양한 것들을 마셔보고자 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30세대에 위스키는 단순히 마시는 게 아니고 자랑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며 "SNS를 통해 자랑하고 이 안에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즐기는 현상으로 접근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위스키가 중년 남성, 권위적이고 무거운 자리에서 강권하는 분위기로 대표됐다면 이제는 편하게 혼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먹고 마시고 취하는 문화'가 아니라 '멋과 맛, 문화'로서 젊은 층에 소비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량 판매보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많은 위스키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찾고 수집하고자 하는 2030세대의 욕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정판 위스키는 판매 당시 가격보다 이후에 훨씬 높은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하나의 자산으로까지 여겨지는 분위기인데요. 개인이 허가 없이 술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희귀 위스키의 공병이 많게는 수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 인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젊은 층들에 위스키는 섞어 마실 수도 있고 도수를 낮춰 마실 수도 있어 맥주나 와인보다 더 선호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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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런’까지 불러온 위스키 열풍…2030 왜 열광하나?
    • 입력 2023-02-11 11:00:07
    취재K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서 구매한다'는 의미의 '오픈런' .

수요는 많은데 공급된 물량이 한정된 제품의 경우 영업이나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긴 줄을 서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어제(10일)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 앞에는 한정판 위스키를 사기 위한 '오픈런'이 이어졌습니다. 판매 일정은 오후 2시로 공지됐지만, 수량이 한정된 만큼 이틀 전부터 줄을 서며 밤샘 기다린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이 한정판 위스키는 전국에 267병 풀렸는데, 그 중에 38병이 해당 편의점에 공급됐습니다.

줄을 선 사람들. 단순히 희소성 있는 위스키를 '구매'하는 데만 관심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날 판매와 함께 위스키 제조자(김창수 씨)의 사인회까지 진행됐는데 현장에서 본 구매자들의 얼굴에서는 소위 '팬심'이 읽혔습니다. 실제로 "구매도 하고 싶었지만, 이 사람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 '추첨'으로 위스키 구매…12명 뽑는데 만 2천 명 몰려

또 다른 편의점은 12병의 위스키를 선착순 대신 추첨을 통해 판매했습니다.

20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큰 관심이 쏠리며 만 2천 명이 응모했는데요. 당첨자가 선정되면 안내하고 본인 확인을 거쳐 상품을 지정된 직영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워낙 관심이 높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는데요. 당첨자 12명 가운데 편의점 관계자가 포함됐던 겁니다.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는 부분이죠. 이 업체는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게시한 뒤 1명에 대해 재추첨을 진행했습니다.


■ 위스키 수입 증가세…2030 비중↑·4050 비중 ↓

국내 위스키 수입은 2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위스키 수입량은(관세청 기준) 2021년 1만 5천661톤에서 지난해 2만 7천38톤으로 72.6% 증가했습니다. 수입액은 2억 4천711만 달러, 우리 돈 약 3천억 원이 넘었는데 2008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20, 30대 젊은 층이 위스키를 많이 찾는 경향은 편의점 판매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GS25의 위스키 판매를 연령별로 따져보면 20대가 39.6%, 30대가 43.3%를 차지했습니다. 편의점에서 팔리는 위스키 10병 가운데 7병은 20, 30대가 사 갔다는 겁니다.

CU의 경우에도 2021년과 2022년 연령대별 매출 비중을 비교해보면 20대(22.8%→25.3%)와 30대(25.1%→28.0%)의 위스키 구매는 늘어난 반면, 40대(26.5%→22.8%)와 50대(19.2%→18.7%)는 줄었습니다.

■ 2030 위스키 열풍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소주나 맥주 위주로 진행되는 회식이 없어지면서 소규모로 가볍게 술을 마시는 문화가 확산된 것도 젊은 층의 위스키 열풍을 불러온 이유로 꼽힙니다.

명욱 세종사이버대 소믈리에학과 교수는 "코로나가 주류 시장의 패러다임을 많이 바꿨다"며 "혼술이나 홈술이 많아지며 그 과정에서 각자의 취향을 찾아가고 다양한 것들을 마셔보고자 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30세대에 위스키는 단순히 마시는 게 아니고 자랑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며 "SNS를 통해 자랑하고 이 안에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즐기는 현상으로 접근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위스키가 중년 남성, 권위적이고 무거운 자리에서 강권하는 분위기로 대표됐다면 이제는 편하게 혼자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먹고 마시고 취하는 문화'가 아니라 '멋과 맛, 문화'로서 젊은 층에 소비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대량 판매보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많은 위스키는 희소성 있는 제품을 찾고 수집하고자 하는 2030세대의 욕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정판 위스키는 판매 당시 가격보다 이후에 훨씬 높은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하나의 자산으로까지 여겨지는 분위기인데요. 개인이 허가 없이 술을 판매하는 건 불법이기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희귀 위스키의 공병이 많게는 수십만 원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 인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술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젊은 층들에 위스키는 섞어 마실 수도 있고 도수를 낮춰 마실 수도 있어 맥주나 와인보다 더 선호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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