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블랙홀, 8백억에 또 7천억 그리고?

입력 2023.02.13 (07:03) 수정 2023.02.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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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한국이 처음으로 유치에 성공한 글로벌 테마파크, 바로 '레고랜드' 입니다. 정말 어렵게 유치했는데 많은 비판과 사회적 부작용을 몰고 왔습니다.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의 한 마디가 채권시장을 뒤흔든 소위 '레고랜드 사태'를 불러왔다면, 이번 사태를 몰고온 전임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외자유치 과정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한국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에 숨겨진, 하지만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팩트'를 복기해봤습니다. 또 외자나 민자를 서둘러 유치했다가 '세금 배상'과 '환경 파괴'로 댓가를 치르는 지자체들도 취재했습니다.


■"5,011억 원 투자로 연간 200만 명 방문, 일자리 1만 개 창출"

2011년 9월 1일 '레고랜드 유치 협약'을 체결하며 내세웠던 강원도의 약속이었습니다. 개발 장소는 춘천 중도.

레고랜드 모회사 영국 '멀린' 은 서울과 가까우면서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섬'이라는 지리적 특징이 테마파크 입지로 최적의 장소라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유치 조건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중도 전체 106만㎡(약 39만 평) 가운데 레고랜드 파크 39만㎡(약 12만 평)는 100년 동안 무상임대해주고, 전기·가스·수도·통신 등 각종 기반시설과 테마파크 영업을 위한 주차장도 미리 만들어 제공해주기로 합니다. 레고랜드의 투자 조건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춘천 중도에, 강원도를 포함한 주주사들이 테마파크를 건설해서 모회사인 멀린에 '임대' 해주는 것입니다. 연매출이 400억 원이 안 되면 임대료도 받지 않는 '파격'적인 혜택 으로 말이죠. 사업 추진에 따른 모든 책임은 강원도가 부담하기로 협약합니다.

유치 조건이 레고랜드측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고 당시 이광준 춘천시장은 협약에 반발해 '사업 불참'을 선언하죠. 하지만 국제적인 테마파크 유치에 성공했다는 강원도의 대대적 '홍보'와 주민들의 '기대'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출자금 부족, 의회 심의 생략 채무 보증, 문화재, 그리고 횡령·배임..

시작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강원도는 사업을 위해 100억 원을 출자하고 강원도 소유였던 '중도' 땅을 공짜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레고랜드'측은 절반만 자본금을 냈습니다. 민간기업 여러 곳 에서도 종잣돈을 내놓기로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자본금 600억 원을 모아 착수하려고 했지만 모인 돈은 200억 원을 조금 넘긴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강원도의 주도로 레고랜드와 기반공사를 맡을 특수목적법인이 설립됩니다. 현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전신, 'LL개발주식회사'가 2012년 출범하게 됩니다. 외부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해야했죠. 요즘 이슈가 되는 소위 PF(Project Financing)방식으로 초기에 200억 원을 빌렸고 그 뒤 2,050억 원까지 한도를 늘려 돈을 차입합니다.

당시 강원도 담당 고위 공무원은 최근,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해서 공직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오동철/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인터뷰中
"레고랜드 측에서 테마파크 기반시설 기공식 이틀 전(2014년 11월 26일)에 테마파크 추진자금이 준비됐다는 확약서를 가져와라 요구했고 미처 이 돈을 준비하지 못한 강원도는 난리가 났죠. 강원도에선 착공식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영국 측 관계자가 오지 않으면 행사를 제대로 못 하잖아요..결국 2,050억 원 대출 협약은 며칠 만에 이뤄졌고 기공식 전날 강원도지사 직인이 찍힌 '대출 확인서'를 받은 레고랜드측 관계자는 그제서야 행사장에 참석하게 됩니다. 레고랜드 사태의 시발점이 된 거죠.."

강원도가 '2,000억 원의 우발 채무'를 부담할 수 있는만큼 당연히 거쳐야 했던 강원도의회의 심의 절차는 '생략'됐습니다. 기공식이 무산되는걸 막기 위해 서둘러 확인서를 써줬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졸속'..심의를 거칠 시간이 아예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문제는 계속 발생합니다. 사업 초기 총괄 대표로 들어온 민 모씨는 법인 차량으로 '렉서스와 BMW'를 굴리며 리스료 1억 2천만 원, 10개월 동안 1억 원 이상 접대비를 썼는데 이중 6천만 원 이상은 현찰이나 개인 계좌로 가져갔습니다. 단돈 1,000원을 써도 '법인카드'를 써야하는 일반 주식회사나 공공기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죠. 결국, 문제의 총괄 대표는 16억 원 넘는 돈을 배임, 횡령한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수감됐습니다. 같이 일을 했던 전 춘천시 부시장 이 모씨도 총괄 대표로부터 양복과 양주 등의 '뇌물'을 받아 징역 6월에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습니다.

변수는 또 있었습니다. 첫 삽을 뜨자마자 중도에서는 문화재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옵니다. 신석기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물과 유적 등 12,000여 개가 쏟아져 나온 겁니다. 수백억 원의 발굴비용이 들고 공사는 계속 미뤄졌습니다. 일각에선 중도에서 출토된 유적으로 대형 박물관을 세우자고 말합니다. 정말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박물관을 짓고 싶어도 또 '돈'이 부족하다네요.


■6,600억 원…예수님이 탄생하고 하루 100만 원씩, 지금까지 매일 저축해도 만들 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

문화재 발굴로 '보존지역'이 새롭게 생기면서 테마파크 규모는 줄어들고 위치도 바뀌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강원도가 중도개발공사에 '싼값'에 팔았던 땅을 다시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점입니다. 중도공사의 종잣돈이 떨어져 가면서 실탄을 제공해야했고 레고랜드를 위해 '완전무결'한 땅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죠.

진입교량도 새로 놓았습니다. 이렇게 들어간 돈, 토지매입비 등 1,000억 원, 기반시설 마련 200억 원, 문화재 발굴과 금융수수료 등 각종 비용 1,000억, 강원도가 대신 갚아준 2,000억 원까지..공적재원만 6,600억 원에 이릅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7,000억 원이라는 돈은 예수님이 탄생한뒤 매일 하루 100만 원씩 ,지금까지 저축해도 만들 수 없는 엄청난 돈"이라구요. 계산해보니 지난해 역대 2번째로 컸던 동해안 산불 피해금액의 2배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힘들게 낸 세금이 이런 형태로 10년 동안 춘천 중도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레고랜드가 투자한 돈은 강원도 투자액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유치 놓고 '갑론을박' 지속


<인터뷰>김기홍/강원도의원(국민의힘)
지금 세금이 레고랜드를 조성할 때 한 최소 8천억 원이 들었다고 보고있는데 수익구조가 중도개발공사나 강원도에 이롭게끔 계약이 처음부터 체결됐고, 그만큼의 세금을 투입할만하다 판단이 섰으면 이해가 되는데..거의 98~99%의 수익을 레고랜드측이 가져가게돼 있고 강원도는 실익이 하나도 없는데도..도대체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조성을 왜 이렇게까지 해줬을까 굉장한 의문이 생기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정재웅 강원도의원(더불어민주당)
멀린사가 투자하는 부분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이라고 하는 우리 국가법률에 의해 진행된겁니다.모든 SOC, 인프라시설을 다 제공하게돼있어요.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위한 당근책들의 내용입니다. 이거 꼭 짚어주셨으면 합니다.강원도가 만들어낸 내용이 아닙니다. 황당한 특혜고 노예계약이라는 시선이 형성되면서 생긴 오해와 잘못된 시선들이 사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강원도, 테마파크 공사비 800억 원 직접 지원… '배임 경고'에도 '지급 강행'

강원도가 테마파크 공사비로 쓰라고 현금 800억 원을 직접 레고랜드측에 준 부분이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이 입수한 법률자문 초안과 내부 회의 문건을 보면 '강원도지사와 관계자'들의 배임 소지가 크다며 직접 지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현금 지원이 몰고올 강원도의 손해를 지적한겁니다.

강원도의 내부 문건을 봐도 800억 원을 주면서 '배임'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있던 정황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800억 원 규모의 테마파크 자산 800억 원 어치를 중도개발공사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강원도가 거액을 주고도 5년째 자산은 커녕 아무런 반대급부조차 받지 못한채 방치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돈을 주고도 권리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겁니다. 한 마디로 정산이 안된거죠. 레고랜드측은 '협약 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업용지라도 팔아 손해를 벌충해야 하지만..

막대한 손해를 그나마 벌충하려면 상업용지를 민간에 팔아 투자금을 메워야합니다. 아직 1, 600억 원을 더 받아야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땅을 사들인 상당수 기업들이 별도의 전담 직원이나 담당 조직이 없는 공유오피스에 있었습니다. 사무실이 있는 업체도 연락을 주겠다고 할 뿐 제대로된 투자 계획이나 답변은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손해를 채우기 만만치가 않아 보였습니다.


옛 춘천 중도를 그리워하는 정말 많은 사람들..

레고랜드가 생기고 역설적으로 춘천 중도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에 10,000원도 안되는 배삯과 입장료를 하루 종일 잔디밭에서 김밥먹고 삼겹살 구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취재를 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개발하지 않고 내버려뒀어도 자연스럽게 가치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시간이 담긴 '날 것의 자연', '편히 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소중한 공간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레고랜드가 그 추억을 대체할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옛날 중도를 오가는 '맥도호'를 몰았던 선장님은 월드스타 손흥민 선수와의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 잘못된 외자나 민자유치로 후유증 앓는 지자체들

코로나19 이전 중국에서 엄청난 투자금을 유치했던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파괴'라는 후유증을 단단히 앓고 있습니다. 제주 헬스케어센터나 예래마을 등 투자금이 최소 수 천억 원에서 1조 원 이상되는 대형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행정기관들의 잘못된 인허가로 주민들이 소송을 통해 사업을 중단시키기도 했고,국내 상황변화와 중국기업들의 자금난이 사업 중단을 부채질했습니다. 예래마을의 경우 국토부 산하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말레이시아 투자사에 사업중단으로 1,200억 원을 배상했습니다. 그리고 공정율 60%가 넘어간 사업지역은 흉물로 방치돼 있습니다.

제주도 많이 가보셨겠지만 자연이 첫번째 자산인 지역에 흉물스레 방치된 건물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당연히 미관을 해치고 있죠. 안타까웠던 건 한라산 '중산간' 역시 몸살을 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업이 언제쯤 재개될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마산로봇랜드와 연계사업을 위해 민자 1,000억 원을 유치했다가 역시 1,660억 원을 물어줬습니다. 행정기관의 실수로 토지 한 곳이 제 때 개발사에 제공되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는 겁니다. 소송 끝에 지난달 원금 1,000억 원과 이자 660억 원을 물어주고 대법원 상고는 포기 했습니다.

두 지자체는 마산로봇재단에 해마다 수십억 원씩 운영비를 대주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니 자본금 50억 원은 잠식된지 오래고 누적 적자액은 자본금의 10배인 50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1단계 사업이 잘되면 2단계는 호텔과 콘도 등 숙박시설을 건립해 경남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려고 계획했지만 지금으로선 사업 추진 자체가 쉬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당분간 수 십 억 원의 예산은 계속 들어갈 듯합니다.

■사업을 추진했던 단체장들은 모두 떠나고..남은 건 주민..그리고 세금

외자유치로 고용창출이나 경기 활성화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자체도 많습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멀어질 수록 외자유치의 규모나 효율성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해 외국인투자 당초 신고 금액과 실제 투자 금액의 간극이 컸던거죠.
취재를 하면서 유치 사업을 추진한 단체장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단체장은 없었습니다. 모든 책임은 지역에 남아있는 주민이 '세금' 으로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세금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예산과 숫자, 회계 장부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그나마 실감할 수 있는 건 엉뚱한 세금 부담에 개통돼야할 도로나 철도 준공이 계속 늦어지거나, 복지 혜택을 누려야할 주민이 눈에 보이지않게 줄고, 반드시 투입돼야할 사회 각계 각층의 보조금 규모와 액수가 감소하는 일입니다.

이래저래 정말, 피해는 누가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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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고랜드 블랙홀, 8백억에 또 7천억 그리고?
    • 입력 2023-02-13 07:03:51
    • 수정2023-02-13 16:14:47
    취재K
한국이 처음으로 유치에 성공한 글로벌 테마파크, 바로 '레고랜드' 입니다. 정말 어렵게 유치했는데 많은 비판과 사회적 부작용을 몰고 왔습니다.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의 한 마디가 채권시장을 뒤흔든 소위 '레고랜드 사태'를 불러왔다면, 이번 사태를 몰고온 전임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외자유치 과정 전반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br /><br />한국 '최초'의 글로벌 테마파크 유치에 숨겨진, 하지만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팩트'를 복기해봤습니다. 또 외자나 민자를 서둘러 유치했다가 '세금 배상'과 '환경 파괴'로 댓가를 치르는 지자체들도 취재했습니다. <br />

■"5,011억 원 투자로 연간 200만 명 방문, 일자리 1만 개 창출"

2011년 9월 1일 '레고랜드 유치 협약'을 체결하며 내세웠던 강원도의 약속이었습니다. 개발 장소는 춘천 중도.

레고랜드 모회사 영국 '멀린' 은 서울과 가까우면서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섬'이라는 지리적 특징이 테마파크 입지로 최적의 장소라며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유치 조건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중도 전체 106만㎡(약 39만 평) 가운데 레고랜드 파크 39만㎡(약 12만 평)는 100년 동안 무상임대해주고, 전기·가스·수도·통신 등 각종 기반시설과 테마파크 영업을 위한 주차장도 미리 만들어 제공해주기로 합니다. 레고랜드의 투자 조건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춘천 중도에, 강원도를 포함한 주주사들이 테마파크를 건설해서 모회사인 멀린에 '임대' 해주는 것입니다. 연매출이 400억 원이 안 되면 임대료도 받지 않는 '파격'적인 혜택 으로 말이죠. 사업 추진에 따른 모든 책임은 강원도가 부담하기로 협약합니다.

유치 조건이 레고랜드측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고 당시 이광준 춘천시장은 협약에 반발해 '사업 불참'을 선언하죠. 하지만 국제적인 테마파크 유치에 성공했다는 강원도의 대대적 '홍보'와 주민들의 '기대'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출자금 부족, 의회 심의 생략 채무 보증, 문화재, 그리고 횡령·배임..

시작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강원도는 사업을 위해 100억 원을 출자하고 강원도 소유였던 '중도' 땅을 공짜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1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레고랜드'측은 절반만 자본금을 냈습니다. 민간기업 여러 곳 에서도 종잣돈을 내놓기로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자본금 600억 원을 모아 착수하려고 했지만 모인 돈은 200억 원을 조금 넘긴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강원도의 주도로 레고랜드와 기반공사를 맡을 특수목적법인이 설립됩니다. 현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전신, 'LL개발주식회사'가 2012년 출범하게 됩니다. 외부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해야했죠. 요즘 이슈가 되는 소위 PF(Project Financing)방식으로 초기에 200억 원을 빌렸고 그 뒤 2,050억 원까지 한도를 늘려 돈을 차입합니다.

당시 강원도 담당 고위 공무원은 최근,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해서 공직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오동철/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인터뷰中
"레고랜드 측에서 테마파크 기반시설 기공식 이틀 전(2014년 11월 26일)에 테마파크 추진자금이 준비됐다는 확약서를 가져와라 요구했고 미처 이 돈을 준비하지 못한 강원도는 난리가 났죠. 강원도에선 착공식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영국 측 관계자가 오지 않으면 행사를 제대로 못 하잖아요..결국 2,050억 원 대출 협약은 며칠 만에 이뤄졌고 기공식 전날 강원도지사 직인이 찍힌 '대출 확인서'를 받은 레고랜드측 관계자는 그제서야 행사장에 참석하게 됩니다. 레고랜드 사태의 시발점이 된 거죠.."

강원도가 '2,000억 원의 우발 채무'를 부담할 수 있는만큼 당연히 거쳐야 했던 강원도의회의 심의 절차는 '생략'됐습니다. 기공식이 무산되는걸 막기 위해 서둘러 확인서를 써줬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졸속'..심의를 거칠 시간이 아예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문제는 계속 발생합니다. 사업 초기 총괄 대표로 들어온 민 모씨는 법인 차량으로 '렉서스와 BMW'를 굴리며 리스료 1억 2천만 원, 10개월 동안 1억 원 이상 접대비를 썼는데 이중 6천만 원 이상은 현찰이나 개인 계좌로 가져갔습니다. 단돈 1,000원을 써도 '법인카드'를 써야하는 일반 주식회사나 공공기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죠. 결국, 문제의 총괄 대표는 16억 원 넘는 돈을 배임, 횡령한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받고 수감됐습니다. 같이 일을 했던 전 춘천시 부시장 이 모씨도 총괄 대표로부터 양복과 양주 등의 '뇌물'을 받아 징역 6월에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습니다.

변수는 또 있었습니다. 첫 삽을 뜨자마자 중도에서는 문화재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옵니다. 신석기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유물과 유적 등 12,000여 개가 쏟아져 나온 겁니다. 수백억 원의 발굴비용이 들고 공사는 계속 미뤄졌습니다. 일각에선 중도에서 출토된 유적으로 대형 박물관을 세우자고 말합니다. 정말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박물관을 짓고 싶어도 또 '돈'이 부족하다네요.


■6,600억 원…예수님이 탄생하고 하루 100만 원씩, 지금까지 매일 저축해도 만들 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

문화재 발굴로 '보존지역'이 새롭게 생기면서 테마파크 규모는 줄어들고 위치도 바뀌게 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강원도가 중도개발공사에 '싼값'에 팔았던 땅을 다시 '비싼 값'에 사들였다는 점입니다. 중도공사의 종잣돈이 떨어져 가면서 실탄을 제공해야했고 레고랜드를 위해 '완전무결'한 땅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죠.

진입교량도 새로 놓았습니다. 이렇게 들어간 돈, 토지매입비 등 1,000억 원, 기반시설 마련 200억 원, 문화재 발굴과 금융수수료 등 각종 비용 1,000억, 강원도가 대신 갚아준 2,000억 원까지..공적재원만 6,600억 원에 이릅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7,000억 원이라는 돈은 예수님이 탄생한뒤 매일 하루 100만 원씩 ,지금까지 저축해도 만들 수 없는 엄청난 돈"이라구요. 계산해보니 지난해 역대 2번째로 컸던 동해안 산불 피해금액의 2배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힘들게 낸 세금이 이런 형태로 10년 동안 춘천 중도에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레고랜드가 투자한 돈은 강원도 투자액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유치 놓고 '갑론을박' 지속


<인터뷰>김기홍/강원도의원(국민의힘)
지금 세금이 레고랜드를 조성할 때 한 최소 8천억 원이 들었다고 보고있는데 수익구조가 중도개발공사나 강원도에 이롭게끔 계약이 처음부터 체결됐고, 그만큼의 세금을 투입할만하다 판단이 섰으면 이해가 되는데..거의 98~99%의 수익을 레고랜드측이 가져가게돼 있고 강원도는 실익이 하나도 없는데도..도대체 막대한 세금을 들여서 조성을 왜 이렇게까지 해줬을까 굉장한 의문이 생기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정재웅 강원도의원(더불어민주당)
멀린사가 투자하는 부분은 외국인투자촉진법이라고 하는 우리 국가법률에 의해 진행된겁니다.모든 SOC, 인프라시설을 다 제공하게돼있어요.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위한 당근책들의 내용입니다. 이거 꼭 짚어주셨으면 합니다.강원도가 만들어낸 내용이 아닙니다. 황당한 특혜고 노예계약이라는 시선이 형성되면서 생긴 오해와 잘못된 시선들이 사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강원도, 테마파크 공사비 800억 원 직접 지원… '배임 경고'에도 '지급 강행'

강원도가 테마파크 공사비로 쓰라고 현금 800억 원을 직접 레고랜드측에 준 부분이 있습니다. 시사기획 창이 입수한 법률자문 초안과 내부 회의 문건을 보면 '강원도지사와 관계자'들의 배임 소지가 크다며 직접 지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적혀있습니다. 현금 지원이 몰고올 강원도의 손해를 지적한겁니다.

강원도의 내부 문건을 봐도 800억 원을 주면서 '배임'에서 벗어날 궁리만 하고있던 정황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800억 원 규모의 테마파크 자산 800억 원 어치를 중도개발공사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죠.

그런데 강원도가 거액을 주고도 5년째 자산은 커녕 아무런 반대급부조차 받지 못한채 방치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돈을 주고도 권리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겁니다. 한 마디로 정산이 안된거죠. 레고랜드측은 '협약 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상업용지라도 팔아 손해를 벌충해야 하지만..

막대한 손해를 그나마 벌충하려면 상업용지를 민간에 팔아 투자금을 메워야합니다. 아직 1, 600억 원을 더 받아야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땅을 사들인 상당수 기업들이 별도의 전담 직원이나 담당 조직이 없는 공유오피스에 있었습니다. 사무실이 있는 업체도 연락을 주겠다고 할 뿐 제대로된 투자 계획이나 답변은 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손해를 채우기 만만치가 않아 보였습니다.


옛 춘천 중도를 그리워하는 정말 많은 사람들..

레고랜드가 생기고 역설적으로 춘천 중도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한 사람에 10,000원도 안되는 배삯과 입장료를 하루 종일 잔디밭에서 김밥먹고 삼겹살 구우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취재를 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개발하지 않고 내버려뒀어도 자연스럽게 가치가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시간이 담긴 '날 것의 자연', '편히 갈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소중한 공간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레고랜드가 그 추억을 대체할 '필요충분'조건은 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옛날 중도를 오가는 '맥도호'를 몰았던 선장님은 월드스타 손흥민 선수와의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 잘못된 외자나 민자유치로 후유증 앓는 지자체들

코로나19 이전 중국에서 엄청난 투자금을 유치했던 제주특별자치도는 '환경파괴'라는 후유증을 단단히 앓고 있습니다. 제주 헬스케어센터나 예래마을 등 투자금이 최소 수 천억 원에서 1조 원 이상되는 대형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행정기관들의 잘못된 인허가로 주민들이 소송을 통해 사업을 중단시키기도 했고,국내 상황변화와 중국기업들의 자금난이 사업 중단을 부채질했습니다. 예래마을의 경우 국토부 산하기관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말레이시아 투자사에 사업중단으로 1,200억 원을 배상했습니다. 그리고 공정율 60%가 넘어간 사업지역은 흉물로 방치돼 있습니다.

제주도 많이 가보셨겠지만 자연이 첫번째 자산인 지역에 흉물스레 방치된 건물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당연히 미관을 해치고 있죠. 안타까웠던 건 한라산 '중산간' 역시 몸살을 앓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업이 언제쯤 재개될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마산로봇랜드와 연계사업을 위해 민자 1,000억 원을 유치했다가 역시 1,660억 원을 물어줬습니다. 행정기관의 실수로 토지 한 곳이 제 때 개발사에 제공되지 못해 문제가 생겼다는 겁니다. 소송 끝에 지난달 원금 1,000억 원과 이자 660억 원을 물어주고 대법원 상고는 포기 했습니다.

두 지자체는 마산로봇재단에 해마다 수십억 원씩 운영비를 대주고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보니 자본금 50억 원은 잠식된지 오래고 누적 적자액은 자본금의 10배인 50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1단계 사업이 잘되면 2단계는 호텔과 콘도 등 숙박시설을 건립해 경남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려고 계획했지만 지금으로선 사업 추진 자체가 쉬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당분간 수 십 억 원의 예산은 계속 들어갈 듯합니다.

■사업을 추진했던 단체장들은 모두 떠나고..남은 건 주민..그리고 세금

외자유치로 고용창출이나 경기 활성화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지자체도 많습니다. 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멀어질 수록 외자유치의 규모나 효율성은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수도권과의 거리에 비례해 외국인투자 당초 신고 금액과 실제 투자 금액의 간극이 컸던거죠.
취재를 하면서 유치 사업을 추진한 단체장들은 모두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단체장은 없었습니다. 모든 책임은 지역에 남아있는 주민이 '세금' 으로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세금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예산과 숫자, 회계 장부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그나마 실감할 수 있는 건 엉뚱한 세금 부담에 개통돼야할 도로나 철도 준공이 계속 늦어지거나, 복지 혜택을 누려야할 주민이 눈에 보이지않게 줄고, 반드시 투입돼야할 사회 각계 각층의 보조금 규모와 액수가 감소하는 일입니다.

이래저래 정말, 피해는 누가 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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