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서비스에 몰린 서민들…금리는 19%에서 요지부동?

입력 2023.02.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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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프리랜서 학원 강사인 안 씨는 이른바 '현금서비스'라고 불리는 카드 단기 대출을 자주 이용합니다. 생활비나 자녀 학자금 등 급히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평균 200만 원 정도를 빌리고, 여윳돈이 생기면 만기가 다가오기 전에 미리 갚기도 합니다.

안 씨에게 적용되는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연 12.2%. 불규칙한 수입 탓에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어려워 이 같은 고금리를 감수하고는 있다지만,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높은데도, 지난해 말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현금서비스에 몰리게 된 이유는 뭘까요?

■현금서비스 늘고 카드론은 줄어…"DSR 규제 영향"


지난해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56조 6,350억 원, 1년 전보다 1조 5,000억 원가량 늘었습니다. 2019년 59조 1,240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반면, 만기가 더 길고 금리는 현금서비스보다 낮은 장기 카드대출, 이른바 '카드론' 이용 금액은 오히려 1년 새 5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대출 규제로 카드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현금서비스로 몰렸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됐는데요. 소득은 낮고 이미 기존에 다른 대출이 있는 사람들이 이 DSR 규제에 걸리면서, 카드론으로 추가 대출을 받는 데에 제한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카드론 대신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현금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자금시장 좋아졌다는데…금리 19%에서 요지부동?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평균 이자율은 17.3%~19.43%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거의 육박한 수준입니다.

카드업계도 할 말은 있습니다. "지난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경색 영향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카드사들은 은행의 예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대출에 필요한 재원을 상당 부분 채권을 발행해 마련합니다. 그런데 이 채권 금리가 지난해 11월엔 6%대까지 치솟았으니, 그만큼 높아진 조달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근 여전채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지난 10일 기준 4.092%로, 지난해 11월 가장 높았을 때보다 약 2%p 정도 하락했습니다.

카드업계 말대로 지난해 말 채권 금리가 올라 대출 금리가 덩달아 높아진 거라면, 채권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대출금리도 바로 낮아져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들 법한 데,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카드업계는 시장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 지금 카드사들이 조달한 자금은 실제 상품에 반영하기까지 통상 1~3개월 정도의 시차가 걸린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더라도, 큰 폭의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채권 금리가 높은 수준이고, 채권금리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경기 침체의 영향에 따라 앞으로 대출자들의 연체 가능성이 커질 것을 고려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현금서비스를 쓰는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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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금서비스에 몰린 서민들…금리는 19%에서 요지부동?
    • 입력 2023-02-13 17:02:40
    취재K

50대 프리랜서 학원 강사인 안 씨는 이른바 '현금서비스'라고 불리는 카드 단기 대출을 자주 이용합니다. 생활비나 자녀 학자금 등 급히 현금이 필요할 때마다 평균 200만 원 정도를 빌리고, 여윳돈이 생기면 만기가 다가오기 전에 미리 갚기도 합니다.

안 씨에게 적용되는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연 12.2%. 불규칙한 수입 탓에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게 어려워 이 같은 고금리를 감수하고는 있다지만, 부담스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렇게 금리가 높은데도, 지난해 말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현금서비스에 몰리게 된 이유는 뭘까요?

■현금서비스 늘고 카드론은 줄어…"DSR 규제 영향"


지난해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56조 6,350억 원, 1년 전보다 1조 5,000억 원가량 늘었습니다. 2019년 59조 1,240억 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반면, 만기가 더 길고 금리는 현금서비스보다 낮은 장기 카드대출, 이른바 '카드론' 이용 금액은 오히려 1년 새 5조 원 넘게 줄었습니다.

"대출 규제로 카드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현금서비스로 몰렸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해부터 카드론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됐는데요. 소득은 낮고 이미 기존에 다른 대출이 있는 사람들이 이 DSR 규제에 걸리면서, 카드론으로 추가 대출을 받는 데에 제한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카드론 대신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현금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자금시장 좋아졌다는데…금리 19%에서 요지부동?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평균 이자율은 17.3%~19.43%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거의 육박한 수준입니다.

카드업계도 할 말은 있습니다. "지난해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경색 영향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카드사들은 은행의 예금과 같은 '수신 기능'이 없어, 대출에 필요한 재원을 상당 부분 채권을 발행해 마련합니다. 그런데 이 채권 금리가 지난해 11월엔 6%대까지 치솟았으니, 그만큼 높아진 조달 비용을 대출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입장입니다.


하지만 최근 여전채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지난 10일 기준 4.092%로, 지난해 11월 가장 높았을 때보다 약 2%p 정도 하락했습니다.

카드업계 말대로 지난해 말 채권 금리가 올라 대출 금리가 덩달아 높아진 거라면, 채권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대출금리도 바로 낮아져야 하는 게 아닌지 생각이 들 법한 데,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카드업계는 시장금리 인하가 대출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 지금 카드사들이 조달한 자금은 실제 상품에 반영하기까지 통상 1~3개월 정도의 시차가 걸린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더라도, 큰 폭의 인하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채권 금리가 높은 수준이고, 채권금리가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경기 침체의 영향에 따라 앞으로 대출자들의 연체 가능성이 커질 것을 고려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현금서비스를 쓰는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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