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일당 50만 원” 알바 공고, 찾아가 봤더니…

입력 2023.02.13 (21:37) 수정 2023.02.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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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매매'할 사람을 구하는 공고가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들에 올라와 있습니다.

'고수익'을 내세우면서도 직접 성매매를 언급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르고 찾아갔다가 어이없이 피해를 겪는 구직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실태를 이예린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공고를 접했습니다.

'일당 50만 원'.

마사지 업종이지만 '100% 건전한 곳' 이라고 분명히 강조돼 있었습니다.

급여가 높은 건, 그만큼 이용료가 비싼 '고급 업소'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테라피'라는 거 보고 고급스러운, 여자들이 가서 쉽게 받는 그런 마사지인 줄 알고... 건전하다 초보자도 배우면서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있어서..."]

이 업소의 실체는, 면접을 가보고서야 알았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사장 말이) '돈을 많이 주고 시간대도 자유롭고, (대신) 유사 성행위를 해야 된다'... 눈앞이 깜깜하다는 게 이런 건가. 저도 모르게 약간 손이 조금 떨렸어요. 바로 나왔죠."]

업계 1·2위를 다투는 유명 일자리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라, 믿고 찾아갔는데, 이런 황당하고 모멸스러운 일을 당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일 찾을 때는 알바천국' 이렇게 브랜드가 박혀 있잖아요. 머릿속에. (성매매 업소가) 필터링 없이 바로 노출되어서 광고를 하고 있다는 거에 좀 많이 충격받았고..."]

'알바천국 같은 직업정보 제공 사업자는 성매매 업소 구인광고를 올려선 안 된다'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사성행위 업소 구인공고가 버젓이 올라와 있었던 겁니다.

'합법'을 가장한 채 성매매로 유인하는 업소들, 그 실태를 추적해봤습니다.

먼저, 요즘 유행한다는 마사지 종류 '스웨디시'를 검색해 봤습니다.

2천 개 넘는 업소의 채용 공고가 뜨고, 그 대부분이 일당 50만 원 이상을 제시합니다.

그 중 '건전숍'이라고 소개한 업소.

문자 메시지로 "진짜 건전한 곳이냐" 물었더니,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유인합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저 어제 알바천국 보고 면접 보러 간다고 말한 사람인데요.) 네, 2시에 오시면 되세요."]

면접이 시작되자, 일단 '높은 시급'부터 자랑합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카운터(알바) 하루에 7시간 하셔야 7만 원이시잖아요. 이거 한 시간 하시면 7만 원이에요. (다른 직원은) 지난달 700만 원 벌었어요. (그분도 알바천국 보고?) 네 맞아요. '페이 닥터' 월급이에요. 의사 월급."]

그렇게 솔깃한 말로 대화를 끌어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실체를 드러냅니다.

노출이 심한 옷을 보여주면서, 비로소 '어떤 일' 하는 곳인지를 설명했습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저희는 남성 위주의 숍이에요. 쉽게 설명하자면 '썸' 타는 남자랑 스킨십은 어느 정도는 약하게 갈 수 있잖아요."]

'유사 성행위'도 당연히 성매매특별법 처벌 대상인데, 업주는 불법이 아니란 말만 되풀이합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좀 회색? 완전히 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완전 건전하다고 할 수도 없고."]

이번엔, 또 다른 구직사이트, '알바몬'에 이력서를 먼저 올려봤습니다.

'20대 여성이고 피부미용·마사지, 바 업종을 희망한다'고 썼습니다.

10분 만에 온 연락, "시급 15만 원"을 제시하면서 고수익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술집 관계자/음성변조 : "40~50분에 10만 원에서 15만 원 받아 가는 거예요. (어떤 스킨십 정도예요?) 손잡고 뽀뽀하고 솔직히 이런 건 아니고요..."]

젊은 구직자들을 '불법'으로 끌어들이려는 성매매 업소들, 유명 사이트의 공신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알바천국과 알바몬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성매매 업소로 의심되는 마사지 관련 구인 공고들을 삭제하고 나섰습니다.

현장K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서다은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예린 기자와 이야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현장 취재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안전은 확보하고 들어간 거지요?

[기자]

번화가에 있는 업소라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크게 위험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혼자 들어가지는 않았고요.

촬영기자와 함께 면접 방문을 했습니다.

건물 밖에도 다른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앞서 본 성매매 구인 실태,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구직 사이트라 더 심각하던데, 처벌은 없는 겁니까?

[기자]

'기준'은 있습니다.

성매매를 시킬 목적으로 직업소개를 하거나 사람을 모집하는 행위, 모두 불법입니다.

위반 업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 직업정보 제공사업자가 성매매 구인광고를 등록해주는 것 역시 불법인데요.

이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1개월 이상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 알바천국과 알바몬 자체적으로도 불건전 업소 공고는 등록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

[앵커]

그럼에도 관리가 잘 안 됐던 이유,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단순히 구인 공고만 봐서는 성매매 업소인지 알기 어렵다."

사이트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내용인데요.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더라도, 성매매를 의미하는 직접적인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필터링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불법 업소들,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사이트 측에 1건당 평균 만 원 정도 돈을 냅니다.

따라서 그걸로 수익을 올리는 사이트들이, 좀 더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필터링이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걸러낼 방법도 있다면서요?

[기자]

각 알바 사이트에는 구직자들이 '후기'를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거기 보면, '건전 업소인 줄 알고 갔더니 성매매 업소였다'는 면접 후기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급여가 높은데 건전업소 맞냐'는 어느 구직자의 질문에는, '성매매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면접 보러 가기 전에 이런 후기들부터 점검해보는 것도 유용할 것 같군요.

이예린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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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일당 50만 원” 알바 공고, 찾아가 봤더니…
    • 입력 2023-02-13 21:37:06
    • 수정2023-02-13 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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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매매'할 사람을 구하는 공고가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들에 올라와 있습니다.

'고수익'을 내세우면서도 직접 성매매를 언급하지는 않기 때문에 모르고 찾아갔다가 어이없이 피해를 겪는 구직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실태를 이예린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공고를 접했습니다.

'일당 50만 원'.

마사지 업종이지만 '100% 건전한 곳' 이라고 분명히 강조돼 있었습니다.

급여가 높은 건, 그만큼 이용료가 비싼 '고급 업소'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테라피'라는 거 보고 고급스러운, 여자들이 가서 쉽게 받는 그런 마사지인 줄 알고... 건전하다 초보자도 배우면서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있어서..."]

이 업소의 실체는, 면접을 가보고서야 알았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사장 말이) '돈을 많이 주고 시간대도 자유롭고, (대신) 유사 성행위를 해야 된다'... 눈앞이 깜깜하다는 게 이런 건가. 저도 모르게 약간 손이 조금 떨렸어요. 바로 나왔죠."]

업계 1·2위를 다투는 유명 일자리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라, 믿고 찾아갔는데, 이런 황당하고 모멸스러운 일을 당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일 찾을 때는 알바천국' 이렇게 브랜드가 박혀 있잖아요. 머릿속에. (성매매 업소가) 필터링 없이 바로 노출되어서 광고를 하고 있다는 거에 좀 많이 충격받았고..."]

'알바천국 같은 직업정보 제공 사업자는 성매매 업소 구인광고를 올려선 안 된다'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사성행위 업소 구인공고가 버젓이 올라와 있었던 겁니다.

'합법'을 가장한 채 성매매로 유인하는 업소들, 그 실태를 추적해봤습니다.

먼저, 요즘 유행한다는 마사지 종류 '스웨디시'를 검색해 봤습니다.

2천 개 넘는 업소의 채용 공고가 뜨고, 그 대부분이 일당 50만 원 이상을 제시합니다.

그 중 '건전숍'이라고 소개한 업소.

문자 메시지로 "진짜 건전한 곳이냐" 물었더니,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유인합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저 어제 알바천국 보고 면접 보러 간다고 말한 사람인데요.) 네, 2시에 오시면 되세요."]

면접이 시작되자, 일단 '높은 시급'부터 자랑합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카운터(알바) 하루에 7시간 하셔야 7만 원이시잖아요. 이거 한 시간 하시면 7만 원이에요. (다른 직원은) 지난달 700만 원 벌었어요. (그분도 알바천국 보고?) 네 맞아요. '페이 닥터' 월급이에요. 의사 월급."]

그렇게 솔깃한 말로 대화를 끌어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실체를 드러냅니다.

노출이 심한 옷을 보여주면서, 비로소 '어떤 일' 하는 곳인지를 설명했습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저희는 남성 위주의 숍이에요. 쉽게 설명하자면 '썸' 타는 남자랑 스킨십은 어느 정도는 약하게 갈 수 있잖아요."]

'유사 성행위'도 당연히 성매매특별법 처벌 대상인데, 업주는 불법이 아니란 말만 되풀이합니다.

[마사지 업소 사장/음성변조 : "좀 회색? 완전히 흑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완전 건전하다고 할 수도 없고."]

이번엔, 또 다른 구직사이트, '알바몬'에 이력서를 먼저 올려봤습니다.

'20대 여성이고 피부미용·마사지, 바 업종을 희망한다'고 썼습니다.

10분 만에 온 연락, "시급 15만 원"을 제시하면서 고수익의 이유를 설명합니다.

[술집 관계자/음성변조 : "40~50분에 10만 원에서 15만 원 받아 가는 거예요. (어떤 스킨십 정도예요?) 손잡고 뽀뽀하고 솔직히 이런 건 아니고요..."]

젊은 구직자들을 '불법'으로 끌어들이려는 성매매 업소들, 유명 사이트의 공신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알바천국과 알바몬은 KBS 취재가 시작되자, 성매매 업소로 의심되는 마사지 관련 구인 공고들을 삭제하고 나섰습니다.

현장K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유용규 서다은

[앵커]

이 문제 취재한 이예린 기자와 이야기 좀 더 나눠보겠습니다.

현장 취재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안전은 확보하고 들어간 거지요?

[기자]

번화가에 있는 업소라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크게 위험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혼자 들어가지는 않았고요.

촬영기자와 함께 면접 방문을 했습니다.

건물 밖에도 다른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앞서 본 성매매 구인 실태,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구직 사이트라 더 심각하던데, 처벌은 없는 겁니까?

[기자]

'기준'은 있습니다.

성매매를 시킬 목적으로 직업소개를 하거나 사람을 모집하는 행위, 모두 불법입니다.

위반 업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 직업정보 제공사업자가 성매매 구인광고를 등록해주는 것 역시 불법인데요.

이 경우 고용노동부에서 1개월 이상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 알바천국과 알바몬 자체적으로도 불건전 업소 공고는 등록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갖추고 있긴 합니다.

[앵커]

그럼에도 관리가 잘 안 됐던 이유,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단순히 구인 공고만 봐서는 성매매 업소인지 알기 어렵다."

사이트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내용인데요.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더라도, 성매매를 의미하는 직접적인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필터링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불법 업소들,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사이트 측에 1건당 평균 만 원 정도 돈을 냅니다.

따라서 그걸로 수익을 올리는 사이트들이, 좀 더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필터링이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걸러낼 방법도 있다면서요?

[기자]

각 알바 사이트에는 구직자들이 '후기'를 공유하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거기 보면, '건전 업소인 줄 알고 갔더니 성매매 업소였다'는 면접 후기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급여가 높은데 건전업소 맞냐'는 어느 구직자의 질문에는, '성매매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면접 보러 가기 전에 이런 후기들부터 점검해보는 것도 유용할 것 같군요.

이예린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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