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신냉전시대 아프리카② 미국, “아프리카에 올인”…중국 영향력 견제

입력 2023.02.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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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지난해 말 아프리카연합(AU) 49개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대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사업 등 아프리카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앞서기 시작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리카 정상들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올해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순방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 다시 아프리카로…옐런, "아프리카 '빚 수렁' 빠트린 중국"

옐런. 이에 앞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올해 초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빚의 수렁’에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부채탕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통 큰 경제 협력에 취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국의 밀착을 떼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처음 만난  옐런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올해 1월 스위스에서 처음 만난 옐런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

전 세계 유명 연예인들이 아프리카의 에이즈와 빈곤 문제를 돕자고 나섰지만 정작 아프리카에 의미 있는 지원을 꾸준하게 한쪽은 중국이었다. 2008년 경제위기와 트럼프 재임 시기 자국 중심의 외교에 집중했던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아프리카에 밀착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지금은 외교적으로 도전자의 위치에서 아프리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다른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신경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중국은 2009년부터 지금껏 아프리카 최대 교역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만큼 깊게 정치·경제 체제에 관여하고 있는 국가는 없으며, 미국과 유럽이 이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남아공 ‘이츠코위츠 재단’이 실시한 아프리카 15개국 청년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영향력 부문에서 77%를 차지해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큰 도시에 속속 생겨나고 있는 신식 대형쇼핑몰에는 다양한 중국 제품들이 채워지고 있고, 길거리에도 중국산 차량들이 크게 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 냉전시대로 회귀…요동치는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

신냉전. 2022년 NATO 정상회의는 러시아를 ‘지역 평화의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중국을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국가’로 명시했다. 지역 안보 동맹체인 NATO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중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신냉전 시대’를 선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 일본, 호주가 파트너 국가로 참석하면서 NATO의 무대가 대서양을 넘어 인도 태평양으로 넓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 체제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과 경쟁이었으며, 당시 중국은 인도와 동남아, 남미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더불어 미국과 소련 양측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하며 제3 세계 그룹 쪽에 있었다.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은 외교 관계를 복원했고 본격적인 경제적 협력 관계로 발전돼 나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새롭게 형성된 신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와 함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변모했다.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나라들이 있다. 인도와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이다. 인구가 많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로 중립적 외교를 펼치는 나라들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파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반 서방파는 이제 자기 편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다시 한번 제3 세계 국가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아프리카를 자신의 편에 두기 위해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다시 경쟁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쏭달쏭 외교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끈 것처럼 앞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비롯해, 중동과 동남아와 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중요한 존재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향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전 세계가 앞으로 누구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제3의 길을 가야할지 질문 받게 될 것이고,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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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신냉전시대 아프리카② 미국, “아프리카에 올인”…중국 영향력 견제
    • 입력 2023-02-14 06:02:53
    특파원 리포트

바이든. 지난해 말 아프리카연합(AU) 49개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대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아프리카의 미래에 올인하겠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사업 등 아프리카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앞서기 시작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프리카 정상들을 적극 끌어안겠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올해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순방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 다시 아프리카로…옐런, "아프리카 '빚 수렁' 빠트린 중국"

옐런. 이에 앞서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던 옐런 미 재무장관은 올해 초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빚의 수렁’에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부채탕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통 큰 경제 협력에 취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국의 밀착을 떼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처음 만난  옐런 미국 재무장관(오른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
전 세계 유명 연예인들이 아프리카의 에이즈와 빈곤 문제를 돕자고 나섰지만 정작 아프리카에 의미 있는 지원을 꾸준하게 한쪽은 중국이었다. 2008년 경제위기와 트럼프 재임 시기 자국 중심의 외교에 집중했던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아프리카에 밀착하는 것을 막지 못했고 지금은 외교적으로 도전자의 위치에서 아프리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다른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신경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중국은 2009년부터 지금껏 아프리카 최대 교역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만큼 깊게 정치·경제 체제에 관여하고 있는 국가는 없으며, 미국과 유럽이 이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남아공 ‘이츠코위츠 재단’이 실시한 아프리카 15개국 청년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영향력 부문에서 77%를 차지해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큰 도시에 속속 생겨나고 있는 신식 대형쇼핑몰에는 다양한 중국 제품들이 채워지고 있고, 길거리에도 중국산 차량들이 크게 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 냉전시대로 회귀…요동치는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

신냉전. 2022년 NATO 정상회의는 러시아를 ‘지역 평화의 가장 심각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중국을 ‘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국가’로 명시했다. 지역 안보 동맹체인 NATO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중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신냉전 시대’를 선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 일본, 호주가 파트너 국가로 참석하면서 NATO의 무대가 대서양을 넘어 인도 태평양으로 넓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냉전 체제는 미국과 소련의 대립과 경쟁이었으며, 당시 중국은 인도와 동남아, 남미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더불어 미국과 소련 양측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하며 제3 세계 그룹 쪽에 있었다.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은 외교 관계를 복원했고 본격적인 경제적 협력 관계로 발전돼 나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새롭게 형성된 신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와 함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돋보이는 나라들이 있다. 인도와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이다. 인구가 많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로 중립적 외교를 펼치는 나라들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파와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 반 서방파는 이제 자기 편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패권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다시 한번 제3 세계 국가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아프리카를 자신의 편에 두기 위해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다시 경쟁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쏭달쏭 외교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끈 것처럼 앞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비롯해, 중동과 동남아와 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이 국제 외교무대에서 중요한 존재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향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다. 전 세계가 앞으로 누구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제3의 길을 가야할지 질문 받게 될 것이고,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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