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대전 120 콜센터…직접 고용은 ‘가장 나중’?

입력 2023.02.1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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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콜센터 상담사들.

여권부터 차량 등록, 대중교통, 사회복지까지.

시민과 맞닿아 있는 모든 행정업무 처리에 대한 궁금증을 단 3개의 번호만 누르면 안내해주고, 해결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휴일이나 밤에도 시민과 대화하는 곳, 바로 120콜센터 상담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전국 어디에나 보편화 돼 있는 120콜센터의 시초는 어디였을까요?

바로 2006년 9월 전국 최초로 대전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어 서울과 대구, 인천 등 타 지자체에도 도입된 '120콜센터'는 위탁운영 구조에서 2016년부터 자치단체가 직접운영으로 차츰 전환됐고, 이미 광역시 단위에서는 직접고용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전국 최초로 출범한 대전120콜센터 상담사들은 어떨까요? 아직도 위탁용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채 ‘고노동 저임금’에 내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대전시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세요?
대전120콜센터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대표번호 042-120을 누릅니다.
상담사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봅니다.
친절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120콜센터 안내문 中

광역시 중 대전만 ‘직접고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대전120콜센터 노동조합.광역시 중 대전만 ‘직접고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대전120콜센터 노동조합.

■ ‘생활임금’과 불평등

2020년 9월 대전시 생활임금위원회는 ‘2021년 생활임금’을 10,202원으로 확정 고시했습니다.

당시 최저임금법에 따른 시간당 최저시급이 8,720원인 것과 비교하면 시간당 1,482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생활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 산하기관과 민간위탁기관에 소속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대전시 민간위탁기관에 속한 대전120콜센터 상담사들은 이 생활임금을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저임금 노동자였지만 2020년에 확정된 2021년도 생활임금을 2022년 3월이 지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대전시의 담당 직원들에게 물어봤지만, 4년 전 일이라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예산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제외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저임금도 모자라 불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시민들을 응대한 상담사들은 더는 못 참겠다며 노동조합을 만들며 문제를 제기했고, 그제야 일부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시가 상담사 처우 개선으로 내건 항목 중 ‘만족도 조사 개선’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만족도 조사는 상담사들의 민원 응대나 태도 등을 조사하는 건데, 조사방식은 황당하게도 상담사 본인이 분기별로 시민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상담에 만족했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우를 개선한다면서 조사 대상의 수를 500명에서 300명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상담사들은 “분기마다 500명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묻던 조사를 300명으로 줄였다고 처우가 개선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대전시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대전 120콜센터 운영계획’ 공문.대전시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대전 120콜센터 운영계획’ 공문.

■ ‘직접고용’은 하세월

그렇다면 상담사들이 바라는 처우 개선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대전시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3년 대전120콜센터 운영계획’ 공문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국제표준기구의 품질경영시스템 국제규격인 ‘ISO 9001’을 6년 연속 취득하고, 한국표준협회 콜센터품질지수 지자체 평가 1위를 2년 연속 거머쥔 게 성과로 나옵니다.

특히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톡을 운영해 상담 방식을 다양화했고, 시민만족도는 97.5%로 2021년 대비 0.4%p가 올랐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와 달리 처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직접고용에도 속도가 붙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다시 한참 뒤로 미뤄집니다.

위탁 기간을 5월부터 2026년 12월 말까지 3년 7개월 더 연장하면서 직접고용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2026년까지 120콜센터 운영을 위탁으로 결정한 공문.2026년까지 120콜센터 운영을 위탁으로 결정한 공문.

상담사들이 원하는 것은 직접고용, 그러니까 공무직 전환입니다.

지금의 120콜센터 상담사들은 1년을 일하거나 10년을 일하거나 모두 자치단체가 책정한 ‘생활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대전시가 2017년부터 산하기관이나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해 직접고용 전환이 되고 있는데, 콜센터 용역업체만 제외됐다며 이제라도 직접고용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청 120콜센터에서 10년간 일을 한 임은지 상담사는 “120콜센터는 시청 부서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마땅하지만, 전문적인 업무라며 위탁한다는 대전시의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직접 고용을 해주시길 바란다.”라며 “이장우 대전시장께서 올해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우리도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드리려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대전 120콜센터 상담사들.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대전 120콜센터 상담사들.

■ 자치단체 민원콜센터 54곳 중 24곳 ‘직접고용’

민원콜센터를 운영하는 전국의 54개 광역, 기초자치단체 중 상담사를 직접 고용하는 곳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가 지난달 집계한 자료에는 서울과 대구, 인천을 비롯해 전체의 전체 54곳의 지자체 중 44%인 24곳에서 상담사들이 직접 고용돼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6년 강원도 영월군청을 시작해 지난달 울산광역시까지 위탁용역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며 상담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상담직부터 공무직, 지방행정서기보(일반임기제) 등으로 신분이 전환된 상담사들은 오래 일해서 경력이 쌓인 만큼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전국 지자체 민원콜센터 운영현황 (자료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전국 지자체 민원콜센터 운영현황 (자료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하지만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대전시’는 아직도 전환 검토마저 미뤄둔 상태입니다.

대전시 통합민원과 관계자는 “직접고용을 검토했으나 인건비 예산 문제와 전문성 부문에서 위탁이 더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전화응대 서비스에 전문성이 있는 기업에 맡기는 것이 지금 상태에서 대전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전시의 판단에 대해 김현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부본부장은 “대전시청 안에는 청소하시는 분, 공원을 관리하는 분 등 여러 직종에서 일하는 분들이 민간위탁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돼 안정을 찾고 있다”며 “140만 명의 대전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24명의 상담사만 제외된 현실을 시민들이 알아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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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최초’ 대전 120 콜센터…직접 고용은 ‘가장 나중’?
    • 입력 2023-02-14 15:16:42
    취재K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콜센터 상담사들.
여권부터 차량 등록, 대중교통, 사회복지까지.

시민과 맞닿아 있는 모든 행정업무 처리에 대한 궁금증을 단 3개의 번호만 누르면 안내해주고, 해결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휴일이나 밤에도 시민과 대화하는 곳, 바로 120콜센터 상담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은 전국 어디에나 보편화 돼 있는 120콜센터의 시초는 어디였을까요?

바로 2006년 9월 전국 최초로 대전에서 출발했습니다.

이어 서울과 대구, 인천 등 타 지자체에도 도입된 '120콜센터'는 위탁운영 구조에서 2016년부터 자치단체가 직접운영으로 차츰 전환됐고, 이미 광역시 단위에서는 직접고용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전국 최초로 출범한 대전120콜센터 상담사들은 어떨까요? 아직도 위탁용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채 ‘고노동 저임금’에 내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대전시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세요?
대전120콜센터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대표번호 042-120을 누릅니다.
상담사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봅니다.
친절한 답변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120콜센터 안내문 中

광역시 중 대전만 ‘직접고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대전120콜센터 노동조합.
■ ‘생활임금’과 불평등

2020년 9월 대전시 생활임금위원회는 ‘2021년 생활임금’을 10,202원으로 확정 고시했습니다.

당시 최저임금법에 따른 시간당 최저시급이 8,720원인 것과 비교하면 시간당 1,482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생활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 산하기관과 민간위탁기관에 소속된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대전시 민간위탁기관에 속한 대전120콜센터 상담사들은 이 생활임금을 적용받지 못했습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저임금 노동자였지만 2020년에 확정된 2021년도 생활임금을 2022년 3월이 지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대전시의 담당 직원들에게 물어봤지만, 4년 전 일이라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예산과 직결된 부분인 만큼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제외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저임금도 모자라 불평등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시민들을 응대한 상담사들은 더는 못 참겠다며 노동조합을 만들며 문제를 제기했고, 그제야 일부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전시가 상담사 처우 개선으로 내건 항목 중 ‘만족도 조사 개선’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만족도 조사는 상담사들의 민원 응대나 태도 등을 조사하는 건데, 조사방식은 황당하게도 상담사 본인이 분기별로 시민들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상담에 만족했냐고 묻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우를 개선한다면서 조사 대상의 수를 500명에서 300명으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상담사들은 “분기마다 500명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묻던 조사를 300명으로 줄였다고 처우가 개선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대전시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대전 120콜센터 운영계획’ 공문.
■ ‘직접고용’은 하세월

그렇다면 상담사들이 바라는 처우 개선은 언제쯤 이뤄질까요?

대전시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3년 대전120콜센터 운영계획’ 공문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국제표준기구의 품질경영시스템 국제규격인 ‘ISO 9001’을 6년 연속 취득하고, 한국표준협회 콜센터품질지수 지자체 평가 1위를 2년 연속 거머쥔 게 성과로 나옵니다.

특히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톡을 운영해 상담 방식을 다양화했고, 시민만족도는 97.5%로 2021년 대비 0.4%p가 올랐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성과와 달리 처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직접고용에도 속도가 붙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다시 한참 뒤로 미뤄집니다.

위탁 기간을 5월부터 2026년 12월 말까지 3년 7개월 더 연장하면서 직접고용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2026년까지 120콜센터 운영을 위탁으로 결정한 공문.
상담사들이 원하는 것은 직접고용, 그러니까 공무직 전환입니다.

지금의 120콜센터 상담사들은 1년을 일하거나 10년을 일하거나 모두 자치단체가 책정한 ‘생활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대전시가 2017년부터 산하기관이나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해 직접고용 전환이 되고 있는데, 콜센터 용역업체만 제외됐다며 이제라도 직접고용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전시청 120콜센터에서 10년간 일을 한 임은지 상담사는 “120콜센터는 시청 부서와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마땅하지만, 전문적인 업무라며 위탁한다는 대전시의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직접 고용을 해주시길 바란다.”라며 “이장우 대전시장께서 올해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우리도 생각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드리려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대전 120콜센터 상담사들.
■ 자치단체 민원콜센터 54곳 중 24곳 ‘직접고용’

민원콜센터를 운영하는 전국의 54개 광역, 기초자치단체 중 상담사를 직접 고용하는 곳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가 지난달 집계한 자료에는 서울과 대구, 인천을 비롯해 전체의 전체 54곳의 지자체 중 44%인 24곳에서 상담사들이 직접 고용돼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6년 강원도 영월군청을 시작해 지난달 울산광역시까지 위탁용역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며 상담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상담직부터 공무직, 지방행정서기보(일반임기제) 등으로 신분이 전환된 상담사들은 오래 일해서 경력이 쌓인 만큼 대우를 받고 있었습니다.

전국 지자체 민원콜센터 운영현황 (자료제공=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하지만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대전시’는 아직도 전환 검토마저 미뤄둔 상태입니다.

대전시 통합민원과 관계자는 “직접고용을 검토했으나 인건비 예산 문제와 전문성 부문에서 위탁이 더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전화응대 서비스에 전문성이 있는 기업에 맡기는 것이 지금 상태에서 대전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전시의 판단에 대해 김현주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부본부장은 “대전시청 안에는 청소하시는 분, 공원을 관리하는 분 등 여러 직종에서 일하는 분들이 민간위탁에서 직접고용으로 전환돼 안정을 찾고 있다”며 “140만 명의 대전시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24명의 상담사만 제외된 현실을 시민들이 알아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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