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 ‘정찰 풍선’ 후폭풍…추가 격추는 ‘과잉대응’?

입력 2023.02.15 (11:34) 수정 2023.02.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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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4일 미 공군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역 상공에서 버스 3대 크기의 풍선을 격추했다. 미국은 해당 풍선이 중국이 보낸 정찰용이라고 규정했지만 중국 측은 기상관측용이었다고 반박했다.현지시각 4일 미 공군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역 상공에서 버스 3대 크기의 풍선을 격추했다. 미국은 해당 풍선이 중국이 보낸 정찰용이라고 규정했지만 중국 측은 기상관측용이었다고 반박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연기까지 초래했던 '정찰 풍선' 사태가 미-중 간 외교 갈등을 넘어 이번엔 미국 내부로 향하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일 처음 격추한 풍선을 빼고 최근 격추한 세 개의 '미확인 비행체가 과연 무엇이었느냐?'를 둘러싸고 여러 의문을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 '늑장 대응' 질타에 추가 격추 '신속 공개'

사태의 발단은 현지 시각 지난 1일이었습니다. 미국 북서부 몬태나 주 상공에 버스 3대 크기의 커다란 풍선이 나타나면서 현지 주민이 촬영한 화면들이 속속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미 국방부는 이를 중국에서 보낸 정찰용으로 판단했지만 일단 '격추'는 보류했습니다. 민간인 피해가 우려됐다는 보고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다리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미 대륙을 횡단한 해당 풍선은 결국 현지 시각 4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인근 해역 상공에 출격한 전투기가 미사일로 쏴서 떨어뜨립니다.

야당인 공화당에선 "중국의 영공 침해가 일주일 동안 계속됐는데 단호한 조치는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지시각 7일엔 의회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두 번째 국정연설에서 "중국이 주권을 위협한다면 행동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사흘이 지난 현지시각 10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정례 브리핑 질의 응답에서 미 서부 알래스카 해역에서 불과 한 시간 전에 실시됐던 '미확인 물체' 격추 사실을 확인합니다. '정찰 풍선'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음에도 최초 발견 하루 만에 미 대륙을 가로지르기 전 '격추' 명령이 내려진 겁니다. 그러면서 해당 물체가 얼어붙은 수면 위에 떨어졌는데 수거 후에 분석작업이 시작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하루 간격으로 이른바 '미확인 물체'에 대한 3차, 4차 격추도 이뤄졌고 해당 사실들도 역시 신속하게 공개됐습니다.

현지 시각 5일 미 해군이 격추된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이후 3차례 더 풍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와 관련된 장면은 추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현지 시각 5일 미 해군이 격추된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이후 3차례 더 풍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와 관련된 장면은 추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정찰 풍선' 추가 확인? 진상은 '조사 중'

그런데 현지시각 13일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정보당국을 포함한 행정부 전체를 포괄하는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동시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추가로 격추된 비행체들이 미확인 비행물체 즉 UFO를 의미하는 외계 활동의 징후는 없다고 말합니다. 중국의 위협 현실화와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의 격추라는 당초 지향했던 방향에 '진상조사'가 자리를 잡게 된 겁니다.

다시 하루가 지난 현지시각 14일, 존 커비 조정관은 한 발 더 물러선 태도를 보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추가로 격추한 3개의 비행체에 대해 정보 당국을 인용해 "상업 또는 연구 단체와 관련된 완전히 해가 없는(benign) 풍선일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가설이 "가장 유력한 설명"이라고 한 겁니다. 그러면서, 추가 격추된 물체들이 "중국 정찰풍선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징후도 아직 발견을 못 했고 다른 나라의 정보수집이라고 확신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격추된 풍선들이 떨어진 곳이 지형과 기상 조건 때문에 잔해 수색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관련 장면 공개 가능성에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 와중에 추가 격추를 위해 출격했던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쏜 미사일이 빗나가면서 미시간 주 휴런호에 빠졌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비슷한 시각 미 상원에선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열렸습니다.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진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옹호의 목소리가 나온 반면 공화당 쪽에선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실제, 미치 매코넬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나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관련 사실을 미국인에게 설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 신중한 백악관 … 조만간 '결과' 공개

이와 관련해 현지시각 14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 나선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일단 추가 격추된 "해당 비행체들이 미국 영공에 있었고 저고도 날고 있었기 때문에 격추한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당 브리핑에선 "미 기상 당국이 매일 풍선 92개를 미국 상공에 띄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투기까지 출격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겐 창피한 일 아니겠냐?"는 질문도 나왔는데, 장-피에르 대변인은 "현재 진행 중인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설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 후속조치라고 판단하기에는 꺼림직 한 부분이 적지 않은 행보로 관측됩니다. 다만, 백악관이 투명한 조사와 결과 공개를 약속한 만큼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게 될지는 면밀히 살펴봐야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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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5 11:34:56
    • 수정2023-02-15 11: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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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4일 미 공군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해역 상공에서 버스 3대 크기의 풍선을 격추했다. 미국은 해당 풍선이 중국이 보낸 정찰용이라고 규정했지만 중국 측은 기상관측용이었다고 반박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연기까지 초래했던 '정찰 풍선' 사태가 미-중 간 외교 갈등을 넘어 이번엔 미국 내부로 향하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지난 4일 처음 격추한 풍선을 빼고 최근 격추한 세 개의 '미확인 비행체가 과연 무엇이었느냐?'를 둘러싸고 여러 의문을 낳고 있기 때문입니다.

■ '늑장 대응' 질타에 추가 격추 '신속 공개'

사태의 발단은 현지 시각 지난 1일이었습니다. 미국 북서부 몬태나 주 상공에 버스 3대 크기의 커다란 풍선이 나타나면서 현지 주민이 촬영한 화면들이 속속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등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미 국방부는 이를 중국에서 보낸 정찰용으로 판단했지만 일단 '격추'는 보류했습니다. 민간인 피해가 우려됐다는 보고에 바이든 대통령이 '기다리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미 대륙을 횡단한 해당 풍선은 결국 현지 시각 4일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인근 해역 상공에 출격한 전투기가 미사일로 쏴서 떨어뜨립니다.

야당인 공화당에선 "중국의 영공 침해가 일주일 동안 계속됐는데 단호한 조치는 없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늑장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현지시각 7일엔 의회를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두 번째 국정연설에서 "중국이 주권을 위협한다면 행동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사흘이 지난 현지시각 10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은 정례 브리핑 질의 응답에서 미 서부 알래스카 해역에서 불과 한 시간 전에 실시됐던 '미확인 물체' 격추 사실을 확인합니다. '정찰 풍선'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음에도 최초 발견 하루 만에 미 대륙을 가로지르기 전 '격추' 명령이 내려진 겁니다. 그러면서 해당 물체가 얼어붙은 수면 위에 떨어졌는데 수거 후에 분석작업이 시작될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하루 간격으로 이른바 '미확인 물체'에 대한 3차, 4차 격추도 이뤄졌고 해당 사실들도 역시 신속하게 공개됐습니다.

현지 시각 5일 미 해군이 격추된 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이후 3차례 더 풍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와 관련된 장면은 추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정찰 풍선' 추가 확인? 진상은 '조사 중'

그런데 현지시각 13일에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정보당국을 포함한 행정부 전체를 포괄하는 '진상조사'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동시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추가로 격추된 비행체들이 미확인 비행물체 즉 UFO를 의미하는 외계 활동의 징후는 없다고 말합니다. 중국의 위협 현실화와 이에 대한 대응 차원의 격추라는 당초 지향했던 방향에 '진상조사'가 자리를 잡게 된 겁니다.

다시 하루가 지난 현지시각 14일, 존 커비 조정관은 한 발 더 물러선 태도를 보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추가로 격추한 3개의 비행체에 대해 정보 당국을 인용해 "상업 또는 연구 단체와 관련된 완전히 해가 없는(benign) 풍선일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가설이 "가장 유력한 설명"이라고 한 겁니다. 그러면서, 추가 격추된 물체들이 "중국 정찰풍선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징후도 아직 발견을 못 했고 다른 나라의 정보수집이라고 확신할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격추된 풍선들이 떨어진 곳이 지형과 기상 조건 때문에 잔해 수색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관련 장면 공개 가능성에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 와중에 추가 격추를 위해 출격했던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쏜 미사일이 빗나가면서 미시간 주 휴런호에 빠졌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비슷한 시각 미 상원에선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열렸습니다. 회의에서 다뤄진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진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이 적절했다는 옹호의 목소리가 나온 반면 공화당 쪽에선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실제, 미치 매코넬 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나서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관련 사실을 미국인에게 설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 신중한 백악관 … 조만간 '결과' 공개

이와 관련해 현지시각 14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 나선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일단 추가 격추된 "해당 비행체들이 미국 영공에 있었고 저고도 날고 있었기 때문에 격추한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해당 브리핑에선 "미 기상 당국이 매일 풍선 92개를 미국 상공에 띄우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투기까지 출격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겐 창피한 일 아니겠냐?"는 질문도 나왔는데, 장-피에르 대변인은 "현재 진행 중인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추가 설명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 후속조치라고 판단하기에는 꺼림직 한 부분이 적지 않은 행보로 관측됩니다. 다만, 백악관이 투명한 조사와 결과 공개를 약속한 만큼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게 될지는 면밀히 살펴봐야할 부분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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