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월급’ 가능한 알바? 10대도 주부도 당했다!

입력 2023.02.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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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KBS에 제보가 한 통 들어왔습니다.

"알바천국·알바몬을 검색하다 구인광고를 보고 마사지 업소에 찾아갔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제보합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여성들을 성매매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 제보자

알바천국, 알바몬… 구직 경험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사이트죠. 미성년자들도 많이 이용합니다.

이런 곳에 성매매 구인 공고가 버젓이 올라온다는 얘기였습니다.

설마, 그럴까. 혹시 있더라도, 극소수 아닐까. 일단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일당 50만 원, 2030 여성, 건전 숍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해 '마사지' 관련 검색어를 몇 개 입력했습니다.

2천 개 넘는 공고가 떴습니다.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상당수가 매우 높은 급여를 제시했습니다. 일당 5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2030 여성'만 채용한다고 제한을 뒀는데, 건전한 곳임을 강조한 업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굳이 건전함을 강조하는 게 수상했지만, 글 내용만으로는 문제점을 더 찾기 어려웠습니다.

■ "한달 700만 원, 의사 월급…"

그래서 직접 지원해봤습니다.

알바천국에 구인공고가 올라온 마사지 업소 여러 곳에 지원 문자를 넣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나서 얘기하자"며 하나같이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중 '건전 테라피'라고 소개한 곳을 골라 직접 면접을 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만나서 얘기하자던 업주. 막상 면접이 시작되자, 업주는 대뜸 시급부터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페이만. 카운터 하루에 7시간 하셔야 7만원이시잖아요. 이거 한시간 하시면 7만원이에요. 다른 직원은 지난달 700 벌었어요. 의사 월급이에요."
- 마사지 업소 사장

고액 급여를 한참 얘기하고 난 뒤, 그제서야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전 테라피'라던 일자리의 실체는 사실상의 성매매였습니다. 마사지를 빙자해 남성에게 유사 성행위를 해주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썸' 타는 남자랑 어떻게 보면 잠자리까지는 안 가잖아요. 대신 스킨십은 어느 정도는 약하게 는 갈 수 있잖아요. 막 어딘가를 지압해주고 이런 건 아니고, 대화 자연스럽게 하고. 애인 모드라고 생각하면 돼요."
- 마사지 업소 사장

[연관 기사]
[현장K] “일당 50만 원” 알바 공고, 찾아가 봤더니…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04228
[현장K] 10대까지 ‘성매매 채용’ 노출…업소도 사이트도 처벌은 ‘솜방망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05178

■ 10대도 유인…성 착취 피해까지

성매매 구인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면접을 보기 전까진 그 실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특히,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더 혹하기 쉽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던 고등학생 A 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바천국에 올라온 '일당 50만 원' 공고. 이 불법 공고에 속은 A 양은 결국 성매매 피해자가 됐습니다.

"가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안전하게 머물 곳을 확보하기 위해서 알바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거예요. 알바 천국을 어플 안에서 '급구', '알바 급구'를 검색하다 마사지샵 구인구직 광고를 보게 됐거죠. (업주가) 유사 성행위하는 것까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 채선인/성매매 피해 상담소 '다락' 팀장

■ 정부·업체 "대책 마련할 것"

불법 구인이 유명 사이트를 통해 대놓고 이뤄지는 실태가 생생하게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알바천국 등 해당 업체들은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가시적인 조치에 나선 건 KBS가 취재 문의를 시작한 이후였습니다.

알바천국은 취재 사실을 알린 당일 '스웨디시(마사지의 한 종류)'를 성인 인증을 해야 검색할 수 있는 키워드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마사지 업소 관련 구인공고를 전부 삭제하는 조치도 했습니다.

구인광고 모니터링 인력을 늘리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취재진에게 전해왔습니다.

지난 13일 KBS가 첫 보도를 한 이후, 알바천국과 알바몬은 홈페이지에 '불법·불건전 공고'를 주의하라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손을 놓고 있던 건 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고용노동부는 KBS 취재가 시작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각 사이트에 '구인공고를 전수조사하라'는 긴급 공문을 보내고, 본사 현장점검도 진행했습니다.

또 "직업정보제공사업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청년과 여성 등 구직자가 허위·불법 구인광고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뒤늦긴 했지만, 할 일을 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반짝 대책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확인되면, 언제든 제보해주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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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월급’ 가능한 알바? 10대도 주부도 당했다!
    • 입력 2023-02-15 15:19:27
    취재K

두 달 전, KBS에 제보가 한 통 들어왔습니다.

"알바천국·알바몬을 검색하다 구인광고를 보고 마사지 업소에 찾아갔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제보합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여성들을 성매매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 제보자

알바천국, 알바몬… 구직 경험 있는 분이라면 대부분 알만한 사이트죠. 미성년자들도 많이 이용합니다.

이런 곳에 성매매 구인 공고가 버젓이 올라온다는 얘기였습니다.

설마, 그럴까. 혹시 있더라도, 극소수 아닐까. 일단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일당 50만 원, 2030 여성, 건전 숍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해 '마사지' 관련 검색어를 몇 개 입력했습니다.

2천 개 넘는 공고가 떴습니다.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상당수가 매우 높은 급여를 제시했습니다. 일당 5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2030 여성'만 채용한다고 제한을 뒀는데, 건전한 곳임을 강조한 업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굳이 건전함을 강조하는 게 수상했지만, 글 내용만으로는 문제점을 더 찾기 어려웠습니다.

■ "한달 700만 원, 의사 월급…"

그래서 직접 지원해봤습니다.

알바천국에 구인공고가 올라온 마사지 업소 여러 곳에 지원 문자를 넣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나서 얘기하자"며 하나같이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중 '건전 테라피'라고 소개한 곳을 골라 직접 면접을 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만나서 얘기하자던 업주. 막상 면접이 시작되자, 업주는 대뜸 시급부터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페이만. 카운터 하루에 7시간 하셔야 7만원이시잖아요. 이거 한시간 하시면 7만원이에요. 다른 직원은 지난달 700 벌었어요. 의사 월급이에요."
- 마사지 업소 사장

고액 급여를 한참 얘기하고 난 뒤, 그제서야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전 테라피'라던 일자리의 실체는 사실상의 성매매였습니다. 마사지를 빙자해 남성에게 유사 성행위를 해주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썸' 타는 남자랑 어떻게 보면 잠자리까지는 안 가잖아요. 대신 스킨십은 어느 정도는 약하게 는 갈 수 있잖아요. 막 어딘가를 지압해주고 이런 건 아니고, 대화 자연스럽게 하고. 애인 모드라고 생각하면 돼요."
- 마사지 업소 사장

[연관 기사]
[현장K] “일당 50만 원” 알바 공고, 찾아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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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05178

■ 10대도 유인…성 착취 피해까지

성매매 구인은 명백한 불법입니다. 하지만, 면접을 보기 전까진 그 실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특히,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더 혹하기 쉽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던 고등학생 A 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바천국에 올라온 '일당 50만 원' 공고. 이 불법 공고에 속은 A 양은 결국 성매매 피해자가 됐습니다.

"가출한 상태였기 때문에 안전하게 머물 곳을 확보하기 위해서 알바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거예요. 알바 천국을 어플 안에서 '급구', '알바 급구'를 검색하다 마사지샵 구인구직 광고를 보게 됐거죠. (업주가) 유사 성행위하는 것까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 채선인/성매매 피해 상담소 '다락' 팀장

■ 정부·업체 "대책 마련할 것"

불법 구인이 유명 사이트를 통해 대놓고 이뤄지는 실태가 생생하게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알바천국 등 해당 업체들은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가시적인 조치에 나선 건 KBS가 취재 문의를 시작한 이후였습니다.

알바천국은 취재 사실을 알린 당일 '스웨디시(마사지의 한 종류)'를 성인 인증을 해야 검색할 수 있는 키워드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마사지 업소 관련 구인공고를 전부 삭제하는 조치도 했습니다.

구인광고 모니터링 인력을 늘리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취재진에게 전해왔습니다.

지난 13일 KBS가 첫 보도를 한 이후, 알바천국과 알바몬은 홈페이지에 '불법·불건전 공고'를 주의하라는 공지를 올렸습니다.


손을 놓고 있던 건 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고용노동부는 KBS 취재가 시작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각 사이트에 '구인공고를 전수조사하라'는 긴급 공문을 보내고, 본사 현장점검도 진행했습니다.

또 "직업정보제공사업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청년과 여성 등 구직자가 허위·불법 구인광고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뒤늦긴 했지만, 할 일을 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반짝 대책이 아니길 바랍니다.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확인되면, 언제든 제보해주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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