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도적 군 깃발 노출…‘핵 전력 강화’ 선전?

입력 2023.02.1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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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핵공격능력을 과시하며 대륙간탄도미싸일종대들이 등장했다. 강위력한 전쟁억제력, 반격능력을 과시하며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 종대들의 진군은 ... (중략) 제국주의 폭제를 완벽하게 제압분쇄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비축한 최강의 실체 ... (조선중앙통신, 지난 9일)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이 자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고체연료 ICBM 추정 신형 미사일이 등장하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종대들', '전술핵 운용 부대 종대들'이라는 표현과 함께 미사일 발사차량에 달린 군 깃발을 공개했습니다. ICBM 관련 부대기로 추정됐는데, 정식 부대들이 도열한 영상에서도 같은 군기들이 포착돼 신형 ICBM과 화성-17형 운용 부대가 창설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고체연료 ICBM 전담부대' 확인

조선중앙TV 열병식 화면을 보면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김정은 가족 왼편에 나란히 선 4개의 미사일 관련 부대 깃발이 확인됩니다. 이 가운데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상승하는 모습을 붉은 원안에 그려 넣은 군기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고체연료 ICBM 추정 미사일 발사차량에 꽂혀있던 깃발과 동일합니다. 열병식에선 화성-17형에 달려있던 깃발과 동일한 부대기와, 최근 먼저 공개된 '미사일 총국' 군기,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진 군기도 공개됐습니다.

북한의 ICBM이 독립된 부대 깃발을 달고 등장한 것은 이번 열병식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관련 부대가 편성됐거나 편성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정식 부대의 군기까지 확인된 만큼, ICBM 전담 부대들이 이미 창설돼 미사일 개발과 시험·운용을 맡고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목할 만한 건 신형 고체연료 ICBM 추정 미사일 부대의 존재까지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고체연료 ICBM은 9축 18륜 차량 위 원형 발사관(캐니스터)에 실린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6년 전 공개된 비슷한 형태의 미사일보다 길어졌고, 지난해 말 연소 실험 때의 고체연료 엔진보다 직경은 더 커졌습니다.

열병식 영상에서 확인된 미사일 관련 부대 깃발 (출처 : 조선중앙TV)열병식 영상에서 확인된 미사일 관련 부대 깃발 (출처 : 조선중앙TV)

고체 연료 추정 신형 ICBM(왼쪽)과 화성-17형(오른쪽) 발사 차량에 달린 군 깃발 (출처 : 조선중앙TV)고체 연료 추정 신형 ICBM(왼쪽)과 화성-17형(오른쪽) 발사 차량에 달린 군 깃발 (출처 : 조선중앙TV)

■ 쏴본 적 없는데 부대 창설, 왜?

북한은 아직 고체연료 ICBM을 발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운용부대를 창설한 것은 무기 체계로서의 성능을 확신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신형 ICBM 전력도 부대를 공개할 수준으로 발전했을 거라는 겁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콜드론치(cold launch·상승 후 점화) 방식의 북극성-2형을 토대로 개발하는 등 충분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아직 3단 로켓까지 완성해 조립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개발에 속도를 내도 올해 상반기 안에 시험발사를 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 개발에 목매는 이유는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계열 ICBM은 발사 전 연료 주입 시간이 오래 걸려 탐지되기 쉽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유사시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해 선제타격으로 무력화한다는 킬 체인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줄일 방안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한 번도 쏴본 적 없는 신형 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개발 의지 표현이자 시험발사를 예고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 시험 (출처 : 조선중앙통신, 지난해 12월)북한 서해위성발사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 시험 (출처 : 조선중앙통신, 지난해 12월)

■ "의도적 군기 노출, 선전 효과 의도"

북한은 열병식과 별개로 다수의 북한군 부대들을 '새로운 정세환경에 맞게' 확대·개편하고 이에 따라 각 부대의 전략 전술과 깃발도 바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발표는 김정은이 이달 6일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전쟁준비태세 완비', '전투훈련 확대'를 지시한 뒤 나왔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 주장을 다 믿을 필요는 없지만, 군대 정비 사실을 공개하고 부대 깃발까지 의도적으로 노출했다"며 "이를 통한 선전효과는 분명 크다"고 봤습니다. 대내외에 핵전력이 강해졌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가 효과를 거뒀다는 겁니다.

하지만 열병식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북한의 실상은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은 지금 군인들의 식량 배급량까지 축소하고 주요 도시에서도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어려운 내부를 결속하기 위해 북한이 조만간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정은은 어제 공개석상에서 "모든 것이 어려운 속에서도 국방을 강력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통일부도 오늘 국회에 "김정은이 압도적인 군사력 강화와 핵 무력 증강 등을 언급하며 대미 강경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2∼3월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그동안 열병식 준비와 동계 훈련에 집중해온 만큼, 도발 재개는 시간 문제일뿐 거의 확정적"이라며, "다만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향후 정세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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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 의도적 군 깃발 노출…‘핵 전력 강화’ 선전?
    • 입력 2023-02-15 15:30:42
    취재K

"최대의 핵공격능력을 과시하며 대륙간탄도미싸일종대들이 등장했다. 강위력한 전쟁억제력, 반격능력을 과시하며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 종대들의 진군은 ... (중략) 제국주의 폭제를 완벽하게 제압분쇄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비축한 최강의 실체 ... (조선중앙통신, 지난 9일)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 75주년 열병식에서 북한이 자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과 고체연료 ICBM 추정 신형 미사일이 등장하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종대들', '전술핵 운용 부대 종대들'이라는 표현과 함께 미사일 발사차량에 달린 군 깃발을 공개했습니다. ICBM 관련 부대기로 추정됐는데, 정식 부대들이 도열한 영상에서도 같은 군기들이 포착돼 신형 ICBM과 화성-17형 운용 부대가 창설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고체연료 ICBM 전담부대' 확인

조선중앙TV 열병식 화면을 보면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김정은 가족 왼편에 나란히 선 4개의 미사일 관련 부대 깃발이 확인됩니다. 이 가운데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상승하는 모습을 붉은 원안에 그려 넣은 군기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된 신형 고체연료 ICBM 추정 미사일 발사차량에 꽂혀있던 깃발과 동일합니다. 열병식에선 화성-17형에 달려있던 깃발과 동일한 부대기와, 최근 먼저 공개된 '미사일 총국' 군기,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진 군기도 공개됐습니다.

북한의 ICBM이 독립된 부대 깃발을 달고 등장한 것은 이번 열병식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관련 부대가 편성됐거나 편성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정식 부대의 군기까지 확인된 만큼, ICBM 전담 부대들이 이미 창설돼 미사일 개발과 시험·운용을 맡고 있을 거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목할 만한 건 신형 고체연료 ICBM 추정 미사일 부대의 존재까지 확인됐다는 점입니다. 고체연료 ICBM은 9축 18륜 차량 위 원형 발사관(캐니스터)에 실린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6년 전 공개된 비슷한 형태의 미사일보다 길어졌고, 지난해 말 연소 실험 때의 고체연료 엔진보다 직경은 더 커졌습니다.

열병식 영상에서 확인된 미사일 관련 부대 깃발 (출처 : 조선중앙TV)
고체 연료 추정 신형 ICBM(왼쪽)과 화성-17형(오른쪽) 발사 차량에 달린 군 깃발 (출처 : 조선중앙TV)
■ 쏴본 적 없는데 부대 창설, 왜?

북한은 아직 고체연료 ICBM을 발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운용부대를 창설한 것은 무기 체계로서의 성능을 확신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신형 ICBM 전력도 부대를 공개할 수준으로 발전했을 거라는 겁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북한이 고체연료 ICBM을 콜드론치(cold launch·상승 후 점화) 방식의 북극성-2형을 토대로 개발하는 등 충분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아직 3단 로켓까지 완성해 조립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개발에 속도를 내도 올해 상반기 안에 시험발사를 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이 고체연료 ICBM 개발에 목매는 이유는 기습적인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 계열 ICBM은 발사 전 연료 주입 시간이 오래 걸려 탐지되기 쉽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유사시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해 선제타격으로 무력화한다는 킬 체인의 표적이 될 가능성을 줄일 방안이 필요합니다. 북한이 한 번도 쏴본 적 없는 신형 미사일을 공개한 것은 개발 의지 표현이자 시험발사를 예고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 시험 (출처 : 조선중앙통신, 지난해 12월)
■ "의도적 군기 노출, 선전 효과 의도"

북한은 열병식과 별개로 다수의 북한군 부대들을 '새로운 정세환경에 맞게' 확대·개편하고 이에 따라 각 부대의 전략 전술과 깃발도 바꿨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발표는 김정은이 이달 6일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전쟁준비태세 완비', '전투훈련 확대'를 지시한 뒤 나왔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 주장을 다 믿을 필요는 없지만, 군대 정비 사실을 공개하고 부대 깃발까지 의도적으로 노출했다"며 "이를 통한 선전효과는 분명 크다"고 봤습니다. 대내외에 핵전력이 강해졌다는 걸 과시하려는 의도가 효과를 거뒀다는 겁니다.

하지만 열병식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북한의 실상은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은 지금 군인들의 식량 배급량까지 축소하고 주요 도시에서도 아사자가 속출할 정도로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어려운 내부를 결속하기 위해 북한이 조만간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김정은은 어제 공개석상에서 "모든 것이 어려운 속에서도 국방을 강력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통일부도 오늘 국회에 "김정은이 압도적인 군사력 강화와 핵 무력 증강 등을 언급하며 대미 강경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2∼3월 한미 연합훈련을 계기로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그동안 열병식 준비와 동계 훈련에 집중해온 만큼, 도발 재개는 시간 문제일뿐 거의 확정적"이라며, "다만 그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향후 정세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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