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빠지고 합의안도 없다…시작부터 꼬인 연금개혁

입력 2023.02.16 (08:01) 수정 2023.02.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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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공개될 국회의 국민연금 개혁 초안은 정리된 합의안이 아닌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나열되는 형식이 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이달 20일까지 각각의 영역을 맡은 자문위원들이 초안을 작성하고 이후 공동자문위원장이 기본적인 표현과 문구 등을 가다듬는 방식으로 1차 보고서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보고서엔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자문위원들의 이름을 기재하기로 했습니다. 가령, 기초연금을 담당하는 A 자문위원은 기초연금 대상자 확대 또는 축소할 경우의 장단점을 기술하고 퇴직연금을 담당하는 B 자문위원은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방안을 제시한 뒤 장단점을 기술한다는 겁니다.

자문위가 합의한 내용이 아닌 만큼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자문위원들이 여러 개혁 방안에 대해 다양한 주장과 그로 인한 효과, 부작용 등을 서술한다는 겁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개혁 초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기윤 국민의힘 간사,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용하, 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개혁 초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기윤 국민의힘 간사,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용하, 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

자문위는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현행 기초연금 대상자가 소득 하위 70%인데, 이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경우 얼마만큼 조정하는지에 대해선 보고서에 담지 않기로 했다는 겁니다.

합의안 도출 없이 구체적인 수치마저 빠지면 개혁안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또다른 자문위 관계자는 "자문위원들 간 이견이 워낙 커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는 만큼, 자문위원들이 각자 맡은 영역에 대해 책임지고 기술하기로 했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1차 보고에선 숫자는 빼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안은 2개만 담기로

기존에 자문위 내에서 합의를 하려다 실패한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논의) 안의 경우,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쪽과 노후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쪽의 방안 2가지만 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고서엔 구체적인 숫자가 빠지지만,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유지(2028년 40%)하는 방안과,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α%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방안 두 가지가 담긴다는 겁니다.

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연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을 나타냅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자문위 A안(재정 안정론)

보험료율: 9% → 15% (10년에 걸쳐 단계적 인상)
소득대체율: 현행 유지 (2028년 기준 40%)
기금 고갈 시점: 13~15년 연장

국회 연금개혁특위 자문위 B안(소득 보장론)

보험료율: 9% → 12+α% (10년에 걸쳐 단계적 인상)
소득대체율: 40%→50%
기금 고갈 시점: 8~10년 연장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안'과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자문위 내에서 팽팽한 만큼 두 가지 안을 그대로 특위에 보고하겠다는 겁니다.

■ 알맹이 빠진 개혁안…4월 국회안 도출 일정 연기될 듯

자문위의 연금개혁 초안에서 알맹이가 빠지게 된 데는 일종의 발주처라 할 수 있는 국회 연금특위 여야 간사의 주문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지난 8일 연금개혁특위 양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김용하·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으로부터 그간의 자문위 논의 결과에 대해 보고받았습니다.

그런데 간담회 뒤 강기윤, 김성주 의원은 자문위에 '모수개혁'보다 '구조개혁'이 먼저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강기윤 의원은 "공적 영역에 대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구조개혁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먼저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을) 해도 늦지 않다"고 했고, 김성주 의원도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문제는 자문위에서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과의 연계, 다른 특수직역연금제도와의 통합 등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개혁입니다.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연금 수급 시기 등을 조절하는 모수개혁보다 폭넓은 개념입니다.

자문위도 당초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하려 했으나, 각각의 주제별로 이견이 워낙 커 모수개혁을 중심으로 의견 일치를 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의 주문은 자문위가 주요 과제로 삼은 모수개혁을 사실상 정부의 공으로 다시 돌린 셈입니다.

정부는 국회 논의와 별개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시행되는 재정 추계 결과를 기반으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법이 정한 일정대로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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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 빠지고 합의안도 없다…시작부터 꼬인 연금개혁
    • 입력 2023-02-16 08:01:22
    • 수정2023-02-16 08:05:04
    취재K

이달 말 공개될 국회의 국민연금 개혁 초안은 정리된 합의안이 아닌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나열되는 형식이 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이달 20일까지 각각의 영역을 맡은 자문위원들이 초안을 작성하고 이후 공동자문위원장이 기본적인 표현과 문구 등을 가다듬는 방식으로 1차 보고서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보고서엔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자문위원들의 이름을 기재하기로 했습니다. 가령, 기초연금을 담당하는 A 자문위원은 기초연금 대상자 확대 또는 축소할 경우의 장단점을 기술하고 퇴직연금을 담당하는 B 자문위원은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방안을 제시한 뒤 장단점을 기술한다는 겁니다.

자문위가 합의한 내용이 아닌 만큼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자문위원들이 여러 개혁 방안에 대해 다양한 주장과 그로 인한 효과, 부작용 등을 서술한다는 겁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와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이 지난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연금개혁 초안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기윤 국민의힘 간사,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용하, 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
자문위는 구체적인 수치도 언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현행 기초연금 대상자가 소득 하위 70%인데, 이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경우 얼마만큼 조정하는지에 대해선 보고서에 담지 않기로 했다는 겁니다.

합의안 도출 없이 구체적인 수치마저 빠지면 개혁안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또다른 자문위 관계자는 "자문위원들 간 이견이 워낙 커 합의안을 도출할 수 없는 만큼, 자문위원들이 각자 맡은 영역에 대해 책임지고 기술하기로 했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어, 1차 보고에선 숫자는 빼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안은 2개만 담기로

기존에 자문위 내에서 합의를 하려다 실패한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논의) 안의 경우,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쪽과 노후소득 보장을 중시하는 쪽의 방안 2가지만 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고서엔 구체적인 숫자가 빠지지만,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행 유지(2028년 40%)하는 방안과,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α%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방안 두 가지가 담긴다는 겁니다.

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연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소득대체율은 생애 평균 소득 대비 받는 연금을 나타냅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자문위 A안(재정 안정론)

보험료율: 9% → 15% (10년에 걸쳐 단계적 인상)
소득대체율: 현행 유지 (2028년 기준 40%)
기금 고갈 시점: 13~15년 연장

국회 연금개혁특위 자문위 B안(소득 보장론)

보험료율: 9% → 12+α% (10년에 걸쳐 단계적 인상)
소득대체율: 40%→50%
기금 고갈 시점: 8~10년 연장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안'과 '더 내고 더 받는 안'이 자문위 내에서 팽팽한 만큼 두 가지 안을 그대로 특위에 보고하겠다는 겁니다.

■ 알맹이 빠진 개혁안…4월 국회안 도출 일정 연기될 듯

자문위의 연금개혁 초안에서 알맹이가 빠지게 된 데는 일종의 발주처라 할 수 있는 국회 연금특위 여야 간사의 주문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지난 8일 연금개혁특위 양당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김용하·김연명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으로부터 그간의 자문위 논의 결과에 대해 보고받았습니다.

그런데 간담회 뒤 강기윤, 김성주 의원은 자문위에 '모수개혁'보다 '구조개혁'이 먼저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강기윤 의원은 "공적 영역에 대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구조개혁에 대한 부분을 우리가 먼저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을) 해도 늦지 않다"고 했고, 김성주 의원도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문제는 자문위에서 쉽게 합의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과의 연계, 다른 특수직역연금제도와의 통합 등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개혁입니다.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연금 수급 시기 등을 조절하는 모수개혁보다 폭넓은 개념입니다.

자문위도 당초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논의하려 했으나, 각각의 주제별로 이견이 워낙 커 모수개혁을 중심으로 의견 일치를 보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의 주문은 자문위가 주요 과제로 삼은 모수개혁을 사실상 정부의 공으로 다시 돌린 셈입니다.

정부는 국회 논의와 별개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시행되는 재정 추계 결과를 기반으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법이 정한 일정대로 정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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