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알바 사이트 ‘성매매 공고’ 노출…처벌은 ‘솜방망이’

입력 2023.02.16 (12:43) 수정 2023.02.1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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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에 불법 성매매 업소의 구인 공고가 버젓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겉으론 성매매 업소인지 알 수 없게 광고하기 때문인데, 고수익 설명만 보고 찾아간 구직자들이 피해를 겪고, 심지어 미성년 피해자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알바천국, 알바몬. 이런 유명 구인구직 포털들에 최근 고액 일자리 공고가 크게 늘었습니다.

절박한 구직자들, 사회 초년생들은 더 혹할 수 밖에 없는데요.

공고만 보고 해당 업체를 찾았다가 당황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당 50만 원을 준다는 공고를 접했습니다.

마사지 업종이지만 '100% 건전한 곳'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면접을 위해 해당 업체를 방문하고서야 실체를 알게 됐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사장 말이) '돈을 많이 주고 시간대도 자유롭고, (대신) 유사 성행위를 해야 된다'...눈앞이 깜깜하다는 게 이런 건가. 저도 모르게 약간 손이 조금 떨렸어요. 바로 나왔죠."]

업계 1·2위를 다투는 유명 일자리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라, 믿고 찾아갔는데, 이런 일을 당하자 충격은 더 컸다고 합니다.

알바 사이트에서 요즘 유행하는 마사지 '스웨디시'로 검색해봤는데요.

2천 개 넘는 업소의 채용 공고가 뜨고, 대부분 일당 50만 원 이상을 제시합니다.

'건전숍'이라고 소개한 업소를 취재진이 직접 가봤습니다.

한 시간에 7만 원, 한 달 수백 만 원의 보수를 자랑하더니, 노출이 심한 옷을 보여주며 신체 접촉 가능성까지 내비칩니다.

합법을 가장한 유사 성매매 업소의 공고, 미성년 구직자에게까지 무방비로 노출되는데요.

지난해 한 여고생은 알바 사이트를 보고 일당 50만 원을 내건 '마사지 업소'를 찾았는데, 알고 봤더니 불법 성매매 업소였습니다.

해당 업소는 미성년자는 단속에 걸릴 수 있다며, 노래방 도우미 일을 시켰는데, 역시 성추행, 성희롱의 연속이었습니다.

또 다른 업소를 찾았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유사 성행위를 가르쳤습니다.

알바천국 같은 '직업정보 제공 사업자는 성매매 업소 구인광고를 올려선 안 된다'고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가 1개월 이상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성매매를 시킬 목적으로 직업 소개를 하거나 사람을 모집하는 행위도 불법입니다.

위반 업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 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을 유인한 뒤 성매매에 이용하는 업소들,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3년 전, '테라피스트'로 채용한 외국인 여성에게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다 경찰에 적발된 한 업주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처벌에 그쳤습니다.

알바몬, 알바천국 등 유명 구직사이트를 매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해당 사이트들이 제재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고용노동부에서 구직 사이트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각 사이트에 1명 뿐인데요.

알바천국만 해도 채용 공고가 20만 건 가까이 올라와 있는데, 그에 대한 감시를 '혼자' 해온 셈입니다.

KBS 취재 이후 고용노동부는 '성매매로 의심되는 채용 공고를 전수 조사하라'는 긴급 공문을 각 사이트에 보내고, 알바천국과 알바몬 본사에서 현장 점검도 벌였습니다.

두 업체 모두 자체 모니터링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는데요.

구직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정화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직자들도 고액 임금을 내세우며 '특정 성별' '특정 연령대'를 요구하는 채용 공고는 불법 업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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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6 12:43:33
    • 수정2023-02-16 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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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명 구인구직 사이트에 불법 성매매 업소의 구인 공고가 버젓이 노출되고 있습니다.

겉으론 성매매 업소인지 알 수 없게 광고하기 때문인데, 고수익 설명만 보고 찾아간 구직자들이 피해를 겪고, 심지어 미성년 피해자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알바천국, 알바몬. 이런 유명 구인구직 포털들에 최근 고액 일자리 공고가 크게 늘었습니다.

절박한 구직자들, 사회 초년생들은 더 혹할 수 밖에 없는데요.

공고만 보고 해당 업체를 찾았다가 당황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일당 50만 원을 준다는 공고를 접했습니다.

마사지 업종이지만 '100% 건전한 곳'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면접을 위해 해당 업체를 방문하고서야 실체를 알게 됐습니다.

[A 씨/음성변조 : "(사장 말이) '돈을 많이 주고 시간대도 자유롭고, (대신) 유사 성행위를 해야 된다'...눈앞이 깜깜하다는 게 이런 건가. 저도 모르게 약간 손이 조금 떨렸어요. 바로 나왔죠."]

업계 1·2위를 다투는 유명 일자리 사이트에 올라온 공고라, 믿고 찾아갔는데, 이런 일을 당하자 충격은 더 컸다고 합니다.

알바 사이트에서 요즘 유행하는 마사지 '스웨디시'로 검색해봤는데요.

2천 개 넘는 업소의 채용 공고가 뜨고, 대부분 일당 50만 원 이상을 제시합니다.

'건전숍'이라고 소개한 업소를 취재진이 직접 가봤습니다.

한 시간에 7만 원, 한 달 수백 만 원의 보수를 자랑하더니, 노출이 심한 옷을 보여주며 신체 접촉 가능성까지 내비칩니다.

합법을 가장한 유사 성매매 업소의 공고, 미성년 구직자에게까지 무방비로 노출되는데요.

지난해 한 여고생은 알바 사이트를 보고 일당 50만 원을 내건 '마사지 업소'를 찾았는데, 알고 봤더니 불법 성매매 업소였습니다.

해당 업소는 미성년자는 단속에 걸릴 수 있다며, 노래방 도우미 일을 시켰는데, 역시 성추행, 성희롱의 연속이었습니다.

또 다른 업소를 찾았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유사 성행위를 가르쳤습니다.

알바천국 같은 '직업정보 제공 사업자는 성매매 업소 구인광고를 올려선 안 된다'고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가 1개월 이상 영업정지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성매매를 시킬 목적으로 직업 소개를 하거나 사람을 모집하는 행위도 불법입니다.

위반 업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 사이트에서 구직자들을 유인한 뒤 성매매에 이용하는 업소들,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3년 전, '테라피스트'로 채용한 외국인 여성에게 유사 성행위를 강요하다 경찰에 적발된 한 업주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처벌에 그쳤습니다.

알바몬, 알바천국 등 유명 구직사이트를 매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해당 사이트들이 제재받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고용노동부에서 구직 사이트를 관리하는 공무원은 각 사이트에 1명 뿐인데요.

알바천국만 해도 채용 공고가 20만 건 가까이 올라와 있는데, 그에 대한 감시를 '혼자' 해온 셈입니다.

KBS 취재 이후 고용노동부는 '성매매로 의심되는 채용 공고를 전수 조사하라'는 긴급 공문을 각 사이트에 보내고, 알바천국과 알바몬 본사에서 현장 점검도 벌였습니다.

두 업체 모두 자체 모니터링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는데요.

구직사이트가 자체적으로 정화 노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구직자들도 고액 임금을 내세우며 '특정 성별' '특정 연령대'를 요구하는 채용 공고는 불법 업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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