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제한’ 빠진 노란봉투법…남은 쟁점은?

입력 2023.02.16 (18:1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손해배상 제한' 조항 대거 빠졌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어제(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야당 소속 위원들이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두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16일)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이다" , "야당이 국민 요구와 달리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보면, 원안에 있던 '손해배상 제한' 조항이 대거 빠졌습니다. 앞서 경영계가 "헌법상 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했던 조항들입니다. 주 원내대표의 비판은 초점이 빗나간 셈입니다.

소위 위원들은 대신 손해배상에 대한 '개인 책임' 규정을 넣었습니다. 어떤 의미이고, 쟁점은 뭔지 분석했습니다.

■ 불법파업 손해, 연대책임이냐 개인책임이냐

환노위 소위를 통과한 노조법 3조 개정안을 보면 원안과 많이 다릅니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원안은 손해배상청구 자체를 제한하거나, 배상액을 제한 또는 감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 56명이 공동 발의한 법률안을 보면 '노동조합 이외 임원이나 조합원에 대한 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노조의 위법행위로 인해 직접 발생한 것이 아닌 손해는 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배상액도 제한했습니다. 노조 존립이 불가능한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고 노조 규모에 따라 상한을 설정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내용이 소위 논의 과정에서 모두 빠졌습니다. 대신 아래 조항이 담겼습니다.

노동조합법 3조 2항(신설)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

이 조항에 대해 환노위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백브리핑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노조의 불법행위 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각 사람이 어떤 불법행위 했기 때문에 어떤 금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분명히 정해서 청구하라는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유최안 부위원장에게 4백억 원을 청구하고 그 사람이 책임지지 못하면 순차적으로 다 연대책임을 지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소 어렵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법원은 불법파업을 '다수 노동자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는 민법 760조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민법 760조
"여러 명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연대하여' 라는 문구입니다. 이 문구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들은 '부진정 연대채무'를 집니다. 채무자 여러 명이 각각 독립적으로 채무 전부를 변제할 의무를 진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도크 점거 파업'을 했던 하청노조 조합원 5명에게 4백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법원에서 인정되면 이들 조합원 5명은 각자의 책임 정도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액 전체를 함께 변제해야 합니다. 각자 배상액의 5분의 1만 부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변제를 못 한다면 그 사람의 몫까지 함께 변제해야 합니다.

법안소위 통과안은 이와 달리 개인 책임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 각 배상의무자는 자신의 책임 범위로 인정된 배상액을 부담하면 채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 "손배 청구 제약돼" VS "연대책임 악용 막아야"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은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고, 사실상 손해배상청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부당한 입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총 관계자는 "주어는 법원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소송을 제기한 신청인이 행위자별로 어떤 행위로 인해 손해배상액이 얼마라고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 측이 부진정연대책임 법리를 악용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사용자 측이 다수 조합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뒤 노조를 탈퇴하면 소를 취하한다는 겁니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회 노조법 개정 토론회에서 "단체행동권과 관련해 부진정연대책임 법리가 인정되려면 각각의 근로자가 공동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불법의 행위가 있기만 하면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 전부를 만연히 공동불법행위자로 간주하는 것은 민법 제760조의 해석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손해배상 제한’ 빠진 노란봉투법…남은 쟁점은?
    • 입력 2023-02-16 18:15:07
    취재K

■ '손해배상 제한' 조항 대거 빠졌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어제(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야당 소속 위원들이 통과시켰습니다.

이를 두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늘(16일)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이다" , "야당이 국민 요구와 달리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을 보면, 원안에 있던 '손해배상 제한' 조항이 대거 빠졌습니다. 앞서 경영계가 "헌법상 재산권 침해"라고 비판했던 조항들입니다. 주 원내대표의 비판은 초점이 빗나간 셈입니다.

소위 위원들은 대신 손해배상에 대한 '개인 책임' 규정을 넣었습니다. 어떤 의미이고, 쟁점은 뭔지 분석했습니다.

■ 불법파업 손해, 연대책임이냐 개인책임이냐

환노위 소위를 통과한 노조법 3조 개정안을 보면 원안과 많이 다릅니다. 현행 노조법 3조는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원안은 손해배상청구 자체를 제한하거나, 배상액을 제한 또는 감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 등 56명이 공동 발의한 법률안을 보면 '노동조합 이외 임원이나 조합원에 대한 배상 청구를 금지'하고, '노조의 위법행위로 인해 직접 발생한 것이 아닌 손해는 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배상액도 제한했습니다. 노조 존립이 불가능한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고 노조 규모에 따라 상한을 설정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내용이 소위 논의 과정에서 모두 빠졌습니다. 대신 아래 조항이 담겼습니다.

노동조합법 3조 2항(신설)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

이 조항에 대해 환노위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제 백브리핑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노조의 불법행위 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각 사람이 어떤 불법행위 했기 때문에 어떤 금액만큼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분명히 정해서 청구하라는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유최안 부위원장에게 4백억 원을 청구하고 그 사람이 책임지지 못하면 순차적으로 다 연대책임을 지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소 어렵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법원은 불법파업을 '다수 노동자에 의한 공동불법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공동불법행위는 민법 760조에 나오는 개념입니다.

민법 760조
"여러 명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연대하여' 라는 문구입니다. 이 문구에 따라 공동불법행위자들은 '부진정 연대채무'를 집니다. 채무자 여러 명이 각각 독립적으로 채무 전부를 변제할 의무를 진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도크 점거 파업'을 했던 하청노조 조합원 5명에게 4백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법원에서 인정되면 이들 조합원 5명은 각자의 책임 정도와 무관하게 손해배상액 전체를 함께 변제해야 합니다. 각자 배상액의 5분의 1만 부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변제를 못 한다면 그 사람의 몫까지 함께 변제해야 합니다.

법안소위 통과안은 이와 달리 개인 책임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 각 배상의무자는 자신의 책임 범위로 인정된 배상액을 부담하면 채무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 "손배 청구 제약돼" VS "연대책임 악용 막아야"

경영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노동조합의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은 민사상 손해배상 법리에 반하고, 사실상 손해배상청구를 불가능하게 하는 부당한 입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총 관계자는 "주어는 법원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소송을 제기한 신청인이 행위자별로 어떤 행위로 인해 손해배상액이 얼마라고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 측이 부진정연대책임 법리를 악용해왔다고 주장합니다. 사용자 측이 다수 조합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뒤 노조를 탈퇴하면 소를 취하한다는 겁니다.

박제성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회 노조법 개정 토론회에서 "단체행동권과 관련해 부진정연대책임 법리가 인정되려면 각각의 근로자가 공동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불법의 행위가 있기만 하면 파업에 참가한 근로자 전부를 만연히 공동불법행위자로 간주하는 것은 민법 제760조의 해석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