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도 피해자”…특전사동지회-오월단체 5·18묘지 합동참배 강행

입력 2023.02.1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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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사망 계엄군 묘역 참배(5·18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 1월 17일 국립서울현충원5·18 당시 사망 계엄군 묘역 참배(5·18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 1월 17일 국립서울현충원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앞두고 특전사 예비역 단체(이하 특전사동지회)가 5·18단체와 함께 오는 19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논란, 아니 반발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반발이 거센걸까요?

"국가의 명을 받아서 임무를 당연히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고요. 민주화 또는 당시 그분들이 생각하는 여러가지 정치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또 항거하고 필요한 어떤 그런 민주주의 그런 정신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나름대로 관철시키기 위한 그런 노력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쪽 다 그 당시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서로가 함께 용서하고 화해해야 합니다." -특전사동지회 최익봉 총재, 1월 17일 서울현충원 합동 참배시 인터뷰

■특전사동지회 5·18묘지 참배 논란

1980년 5·18 당시 투입된 주력 부대는 특수전사령부 예하 3·7·11 공수여단입니다. 당시 사령관이던 정호용 씨는 2011년 만들어진 특전사전우회 초대 회장입니다. 특전사전우회는 이후 특전동지회와 통합해 특전사동지회가 됐고 2021년 4월 정식 사단법인으로 등록했습니다.

특전사 군복에 베레모를 쓴 특전사동지회 회원 150명이 5·18민주묘지를, 특히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등과 합동 참배하기로 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해 말 정호용 씨를 두차례 서면조사했지만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자택으로 보낸 출석요구서도 반송됐습니다. 조사위는 두번째 출석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라면서, 만약 이조차 불응한다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작전에 투입됐던 계엄군 장병들(특전사 소속)들 역시 조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위가 접촉한 특전사 천 8백여 명 가운데, 진술에 응한 이들은 2백 명 정도로 10%에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진술 자체를 거부하거나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특전사동지회와 5.18 공법단체 공동선언문(19일 발표 예정)특전사동지회와 5.18 공법단체 공동선언문(19일 발표 예정)

■"진압군 투입 계엄군 장병 <피해자>"

특전사동지회와 5·18 공법단체가 19일 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선 공동선언식 행사에서 발표하기로 한 선언문을 살펴봤습니다. 1980년 당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투입된 공수부대원 등을 상부 명령에 복종이 불가피했고 그동안 아픔을 겪어왔다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민주화 시위 참여자와 진압군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해 볼 게 아니라 양쪽 모두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른바 '양시론'으로 보자는 겁니다. 앞서 특전사동지회 총재 인터뷰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5·18에 대한 이 같은 '양시론'은 과거 전두환 신군부와 5·18을 폄훼하고 왜곡해온 세력이 주장해온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이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공동선언문에 담겨 있는 겁니다.

"명백하게 내란목적으로 헌정질서를 문란케한 계엄군의 행위가 있었죠. 광주시민이 저항했고, 이 저항을 계엄군이 가혹하게 진압했던 겁니다. 어떻게 그들이 다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해자들에 의해서 희생됐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위로, 그리고 본인들의 반성. 이게 지금 생략된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위로해야 되는데 오히려 가해자를 위로하겠다는 게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다." -김희송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

양쪽 단체는 행동강령까지 5가지를 제시했는데요. 정기적인 참배를 하는 것 외에는 사안별로 협력한다는 추상적 내용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고통을 겪고 있는 계엄군 장병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양쪽 단체가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조항인데요. 1980년 진압군으로 투입된 군인들에게 국가 차원의 유공자 지정이나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읽힙니다.

특전사동지회와 5.18공법단체 공동선언 행동강령특전사동지회와 5.18공법단체 공동선언 행동강령

공동선언문이나 행동강령에는 계엄군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의 문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문구 대신 가해자인 계엄군을 위로한다는 내용이 강조되기에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실도 관심 갖고 살피는 행사"

처음에는 3개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이 선언문과 행동강령을 구체화하고 행사를 준비해 왔는데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유족회입니다. 그런데 유족회는 지난 13일 간담회 이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행사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13일 간담회에는 대통령실 비서관도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선언문과 행동강령 내용도 공유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에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얘기도 오갔다고 합니다. 공법단체들과 특전사동지회는 이번 19일 공동선언식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도록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계엄군 장병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침이 세워졌고 이를 위해 이번 행사도 기획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실이) 세부적인 내용은 일체 관여하지 않고요. 다만 공법단체 5.18이고 특전사고 특수한 단체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관심사항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까지는 그렇고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 2월 15일 기자회견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기자회견, 15일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기자회견, 15일

■5·18 단체 안팎 비판 이어져 "행사 철회"

5·18 공법단체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5·18민중항쟁 기동타격대동지회와 (사)5·18민중항쟁 구속자회, (사)5·18민주화운동 서울 기념사업회, 5·18공로자회 민주화추진협의회, 5·18 바로세우기연합회 등 5개 단체가 5·18 민주광장에 모여 행사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특전사동지회’ 참배 반대 기자회견, 16일 옛 전남도청 본관 앞‘특전사동지회’ 참배 반대 기자회견, 16일 옛 전남도청 본관 앞

이 단체들은 '포용과 화해, 감사 대국민선언' 행사가 정치놀음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또, 특전사동지회가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기관단체장들에 향해 이번 행사를 방관하지 말고 정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17일 기자회견, 5·18민주광장17일 기자회견, 5·18민주광장

지난 13일 오월어머니집이 처음으로 이번 행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이후로 5·18 관련 단체들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가 전체적으로 우려를 전하는 상황입니다. 광주시민사회단체협의와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108개 시민단체 명의로 기자회견도 열렸습니다. 공동선언문과 행동강령 내용을 특히 문제 삼고 있습니다.

"계엄군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필요시 법적·제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한 공동선언문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며 5·18 정신을 망각하는 행위이다. 대국민선언을 폐기하고 사과해야 한다. 용서와 화해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가해자들의 진실 된 자기고백과 자기반성이다." - 17일 기자회견, 5·18민주광장

특전사동지회와의 5·18묘지 참배 행사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오히려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다른 단체들이 행사를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특히 처음 비판 성명을 냈던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단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집회 과정에선 큰 충돌은 빚어지진 않았습니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집회 후
주먹밥을 모두에게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17일 광주시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17일 광주시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

■공법단체 내부 공식 의사결정 절차 없어

앞서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대표들은 기자회견에서 외부 시민사회단체들이 행사에 의견을 줄 수는 있지만 행사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사자가 중요하고 당사자인 공법단체가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작 두 단체는 이번 특전사동지회와의 합동 참배와 공동선언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공식적으로 회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12월 28일 송년 모임에 7백 명 정도의 많은 회원들이 참여했고 이 자리에서 합동 참배 관련 내용을 공유했고 회원들이 박수로 지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총회는 물론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의사결정 절차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겁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 등은 송년 모임에서 다수 회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고 총회나 이사회에 회부할 안건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팎의 비판이 거센 데다 유족회가 빠지고 단체 내부의 반발도 이어지면서 '반쪽짜리' 행사가 될 게 분명해 보이지만 행사를 마련한 측은 19일 묘지 참배와 공동선언식을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훈처도 이미 지난주 9일 이번 행사 비용으로 2천만 원가량을 책정해 두 단체에 지원했습니다.

"가해자(무력진압, 광주시민 학살)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고 피를 토하는 속죄함과 사과 없이 ‘용서와 화해’라는 미명하에 기괴한 불법적 논리가 담긴 대국민선언문으로 광주시민과 국민들을 호도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거듭 촉구한다. 일부 5월단체는 특전사동지회와의 행사를 즉각 철회하라!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는 생명과 평화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자랑스러운 ‘오월정신’을 영원히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2023년 2월 17일
5·18기념재단 역대 이사장
이기홍 박석무 이홍길 윤광장 김준태 차명석 이철우

화해와 통합을 앞세운 합동 참배와 공동선언식 행사가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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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엄군도 피해자”…특전사동지회-오월단체 5·18묘지 합동참배 강행
    • 입력 2023-02-17 17:19:44
    취재K
5·18 당시 사망 계엄군 묘역 참배(5·18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 1월 17일 국립서울현충원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앞두고 특전사 예비역 단체(이하 특전사동지회)가 5·18단체와 함께 오는 19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논란, 아니 반발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반발이 거센걸까요?

"국가의 명을 받아서 임무를 당연히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고요. 민주화 또는 당시 그분들이 생각하는 여러가지 정치라든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또 항거하고 필요한 어떤 그런 민주주의 그런 정신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나름대로 관철시키기 위한 그런 노력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쪽 다 그 당시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서로가 함께 용서하고 화해해야 합니다." -특전사동지회 최익봉 총재, 1월 17일 서울현충원 합동 참배시 인터뷰

■특전사동지회 5·18묘지 참배 논란

1980년 5·18 당시 투입된 주력 부대는 특수전사령부 예하 3·7·11 공수여단입니다. 당시 사령관이던 정호용 씨는 2011년 만들어진 특전사전우회 초대 회장입니다. 특전사전우회는 이후 특전동지회와 통합해 특전사동지회가 됐고 2021년 4월 정식 사단법인으로 등록했습니다.

특전사 군복에 베레모를 쓴 특전사동지회 회원 150명이 5·18민주묘지를, 특히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등과 합동 참배하기로 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지난해 말 정호용 씨를 두차례 서면조사했지만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자택으로 보낸 출석요구서도 반송됐습니다. 조사위는 두번째 출석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라면서, 만약 이조차 불응한다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작전에 투입됐던 계엄군 장병들(특전사 소속)들 역시 조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위가 접촉한 특전사 천 8백여 명 가운데, 진술에 응한 이들은 2백 명 정도로 10%에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진술 자체를 거부하거나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특전사동지회와 5.18 공법단체 공동선언문(19일 발표 예정)
■"진압군 투입 계엄군 장병 <피해자>"

특전사동지회와 5·18 공법단체가 19일 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선 공동선언식 행사에서 발표하기로 한 선언문을 살펴봤습니다. 1980년 당시 계엄군의 진압 작전에 투입된 공수부대원 등을 상부 명령에 복종이 불가피했고 그동안 아픔을 겪어왔다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민주화 시위 참여자와 진압군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로 구분해 볼 게 아니라 양쪽 모두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른바 '양시론'으로 보자는 겁니다. 앞서 특전사동지회 총재 인터뷰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5·18에 대한 이 같은 '양시론'은 과거 전두환 신군부와 5·18을 폄훼하고 왜곡해온 세력이 주장해온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이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공동선언문에 담겨 있는 겁니다.

"명백하게 내란목적으로 헌정질서를 문란케한 계엄군의 행위가 있었죠. 광주시민이 저항했고, 이 저항을 계엄군이 가혹하게 진압했던 겁니다. 어떻게 그들이 다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가해자들에 의해서 희생됐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위로, 그리고 본인들의 반성. 이게 지금 생략된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위로해야 되는데 오히려 가해자를 위로하겠다는 게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다." -김희송 전남대 인문학연구원 연구교수

양쪽 단체는 행동강령까지 5가지를 제시했는데요. 정기적인 참배를 하는 것 외에는 사안별로 협력한다는 추상적 내용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고통을 겪고 있는 계엄군 장병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양쪽 단체가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조항인데요. 1980년 진압군으로 투입된 군인들에게 국가 차원의 유공자 지정이나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읽힙니다.

특전사동지회와 5.18공법단체 공동선언 행동강령
공동선언문이나 행동강령에는 계엄군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의 문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문구 대신 가해자인 계엄군을 위로한다는 내용이 강조되기에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실도 관심 갖고 살피는 행사"

처음에는 3개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이 선언문과 행동강령을 구체화하고 행사를 준비해 왔는데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유족회입니다. 그런데 유족회는 지난 13일 간담회 이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행사 불참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13일 간담회에는 대통령실 비서관도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선언문과 행동강령 내용도 공유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에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는 얘기도 오갔다고 합니다. 공법단체들과 특전사동지회는 이번 19일 공동선언식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도록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계엄군 장병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방침이 세워졌고 이를 위해 이번 행사도 기획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대통령실이) 세부적인 내용은 일체 관여하지 않고요. 다만 공법단체 5.18이고 특전사고 특수한 단체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관심사항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점검까지는 그렇고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 2월 15일 기자회견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기자회견, 15일
■5·18 단체 안팎 비판 이어져 "행사 철회"

5·18 공법단체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5·18민중항쟁 기동타격대동지회와 (사)5·18민중항쟁 구속자회, (사)5·18민주화운동 서울 기념사업회, 5·18공로자회 민주화추진협의회, 5·18 바로세우기연합회 등 5개 단체가 5·18 민주광장에 모여 행사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특전사동지회’ 참배 반대 기자회견, 16일 옛 전남도청 본관 앞
이 단체들은 '포용과 화해, 감사 대국민선언' 행사가 정치놀음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또, 특전사동지회가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과 기관단체장들에 향해 이번 행사를 방관하지 말고 정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17일 기자회견, 5·18민주광장
지난 13일 오월어머니집이 처음으로 이번 행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이후로 5·18 관련 단체들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가 전체적으로 우려를 전하는 상황입니다. 광주시민사회단체협의와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108개 시민단체 명의로 기자회견도 열렸습니다. 공동선언문과 행동강령 내용을 특히 문제 삼고 있습니다.

"계엄군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필요시 법적·제도적 지원을 가능하게 한 공동선언문은 심각한 역사 왜곡이며 5·18 정신을 망각하는 행위이다. 대국민선언을 폐기하고 사과해야 한다. 용서와 화해를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가해자들의 진실 된 자기고백과 자기반성이다." - 17일 기자회견, 5·18민주광장

특전사동지회와의 5·18묘지 참배 행사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오히려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다른 단체들이 행사를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며 특히 처음 비판 성명을 냈던 오월어머니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단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겁니다. 집회 과정에선 큰 충돌은 빚어지진 않았습니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집회 후
주먹밥을 모두에게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17일 광주시 양림동 ‘오월어머니집’ 앞
■공법단체 내부 공식 의사결정 절차 없어

앞서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대표들은 기자회견에서 외부 시민사회단체들이 행사에 의견을 줄 수는 있지만 행사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사자가 중요하고 당사자인 공법단체가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작 두 단체는 이번 특전사동지회와의 합동 참배와 공동선언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공식적으로 회원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12월 28일 송년 모임에 7백 명 정도의 많은 회원들이 참여했고 이 자리에서 합동 참배 관련 내용을 공유했고 회원들이 박수로 지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총회는 물론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고 공식적인 의사결정 절차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겁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 등은 송년 모임에서 다수 회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고 총회나 이사회에 회부할 안건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팎의 비판이 거센 데다 유족회가 빠지고 단체 내부의 반발도 이어지면서 '반쪽짜리' 행사가 될 게 분명해 보이지만 행사를 마련한 측은 19일 묘지 참배와 공동선언식을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훈처도 이미 지난주 9일 이번 행사 비용으로 2천만 원가량을 책정해 두 단체에 지원했습니다.

"가해자(무력진압, 광주시민 학살)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고 피를 토하는 속죄함과 사과 없이 ‘용서와 화해’라는 미명하에 기괴한 불법적 논리가 담긴 대국민선언문으로 광주시민과 국민들을 호도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거듭 촉구한다. 일부 5월단체는 특전사동지회와의 행사를 즉각 철회하라!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는 생명과 평화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자랑스러운 ‘오월정신’을 영원히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2023년 2월 17일
5·18기념재단 역대 이사장
이기홍 박석무 이홍길 윤광장 김준태 차명석 이철우

화해와 통합을 앞세운 합동 참배와 공동선언식 행사가 또 다른 갈등과 분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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