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마스크 효과 한 번쯤 의심해 본 적 없으세요?

입력 2023.02.18 (07:00) 수정 2023.02.18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원래 마스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마스크를 열심히 썼던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외국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는 뉴스를 봤을 때도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극단적인 일부 목소리로 치부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초 오미크론 유행 당시 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도 마스크의 효과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잠깐 벗었을 때 걸렸나 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던 시기였고,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마스크에 매달렸습니다.

마스크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했던 건 2022년 3월에 미국이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해제하고 나서 부터입니다. 그즈음 많은 나라가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해제했습니다. 캐나다와 프랑스는 3월, 스페인과 터키, 이스라엘 인도 등은 4월에 해제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섣불리 해제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확진자나 사망자가 급증했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이었던 건 스웨덴의 방역 성적을 알고 난 이후입니다. 사실 스웨덴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은 나라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 서구권 국가들도 짧게나마 강력한 거리두기 정책과 마스크 의무화 정책 등을 시행했는데, 스웨덴은 그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3년 내내 줄곧 노마스크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 노인 사망자 수가 급증했던 시기에는 과다한 복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인들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조롱까지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스웨덴에 가보지 않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스웨덴 방역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스웨덴의 초과사망률이 지난해 중반부터 한국보다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유럽권에서만 비교해도 현재 스웨덴의 초과 사망률은 최저 수준입니다. 초과 사망률이 5%이라는 건 스웨덴 내에서 지난 5년간 평균 총사망률보다 팬데믹 기간 총사망률이 5%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초과 사망률은 국가별 방역을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받습니다. 코로나19 치사율로 국가별 방역을 비교할 때도 있지만, 치사율은 나라마다 다른 PCR 검사 정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가별 비교 지표로는 부적절합니다.


지금 와서 보니깐 스웨덴의 방역 성적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좋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고, 이게 바로 이번 취재를 결심하게 된 계기입니다.(지난 15일 수요일에 KBS 9층시사국 '마스크 모순사회'를 방송하고 나서 유튜브 댓글에 많은 분들이 '왜 진작에 하지 않고 이제와서 이런 방송을 하느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남겨 주셔서 그에 대한 답을 장황하게 했습니다)

■마스크의 효과와 마스크 의무화 정책의 효과는 구분해야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가장 강조했던 건 '마스크의 효과와 마스크 의무화 정책의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KF 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 위험이 80%가 줄어든다는 식의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이러한 결과는 실험실에서만 적용된다는 겁니다.

"단기간 마스크를 할 때는 마네킹 수준으로 완벽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가능해요. 그리고 일시적으로 마스크가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을 막아줌으로써 전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유행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다시 말하면 마스크를 꼈다 벗었다 하면 횟수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그 효과는 사라져요. 우리가 마스크의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 이 질문하고요, 마스크 의무화 제도의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질문은 서로 완벽하게 다른 질문이라고 이해를 할 수 있어야 됩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정작 손을 안 씻는 경우가 있고, 일상에서 오래 쓰다 보면 마스크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명예교수도 마스크 효과는 병원이나 특정한 상황에서만 국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염된 사람하고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의사라든지 또는 간병인, 가족들의 경우에는 감염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있죠. 그런데 일상에서 사람들은 감염 가능성이 높을 때는 쓰지 않고, 감염 가능성이 아주 낮을때만 주로 착용합니다. 예를 들면 밀접한 거리에서 오랜 시간 접촉하게 되는 식사 자리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럴 땐 마스크를 못 낀다는 거죠. 그래서 지역 사회에서 감염 예방 효과라는 건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마스크가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준다? "과학적인 근거 부족해"

사실 마스크가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입니다. 전 세계에서 마스크를 가장 열심히 착용했던 나라에서 오미크론 유행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최대 62만 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연구 논문들이 마스크의 지역사회 감염병 전파 예방 효과를 부정합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코크란연합 논문 역시 마스크가 코로나19 전파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코크란연합은 의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근거중심주의 의학 단체입니다. 이 논문이 근거로 내세운 건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이었습니다.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란 실험실에선 진행된 연구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을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눈 다음에 마스크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코크란연합 논문은 학계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논문입니다. 그리고 이 논문 이외에도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14편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있었어요. 14편 모두가 마스크 착용군과 마스크 착용하지 않은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게 결론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2편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있었는데요. 덴마크에서 시행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방글라데시에서 연구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보고를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방글라데시 연구는 원 데이터를 가져와서 재분석한 논문이 발표됐어요. 아직도 마스크의 효과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그게 재분석 논문의 결론이죠."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스웨덴이 3년 내내 노마스크 정책을 고수했던 이유도 바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유행 초기 마스크 정책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노마스크 정책에 동의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스크가 지역사회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막아 준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스웨덴 정책 목표 중 하나는 과학에 근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가 감염을 막거나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계속 착용하면 됩니다. 스웨덴에서도 마스크를 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학적으로 봤을 때 마스크의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요한 기세케 카롤린스카 의과대 역학 교수-

참고로 스웨덴 노마스크 정책을 얘기하면 인구밀도에 대해 지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스웨덴은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노마스크 정책이 가능했고, 결과도 좋았던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물론 스웨덴 전체 인구밀도가 낮은 건 사실입니다. 영토는 우리나라보다 5배 넓은데, 인구 수는 우리나라의 5분의 1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 대부분이고, 사람이 모여 사는 수도 스톡홀름은 인구밀도가 낮지 않습니다. 스톡홀름의 인구밀도는 런던과 마드리드와 비슷하고, 베를린이나 로마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유럽권 내에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유럽 주요 도시들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스톡홀름 시민들이 노마스크로 3년을 보냈는데 다른 도시들보다 초과 사망률이 낮다는 건 마스크와 코로나 19 지역사회 전파의 관계를 분석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질병청이 제시한 마스크의 효과 근거는?

다양한 연구 논문과 스웨덴 사례를 취재한 이후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에도 마스크 효과성에 대한 질의를 했습니다. 질병청은 여전히 마스크가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전파의 50% 이상은 무증상이나 증상발현 전 단계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전파 예방의 핵심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에는 마스크가 왜 전파를 막지 못 했냐는 질문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마스크가 역할을 못 했기 때문에 확진자가 급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였다는 점과 시민들의 대면 접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병청 입장에선 최선의 답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 질병청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정작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너무 높아서 막지 못 했다고 설명하는 건 모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질병청이 마스크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과거에 제시했던 논문에 대해서도 물어본 게 있습니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브리핑에서 한 연구 논문을 마스크 효과의 근거로 제시한 적 있습니다. 이 논문은 미국 보스톤 인근 지역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던 70개 학군과 의무화를 해제하지 않았던 2개 학군을 비교한 연구였습니다.


"최근 대규모 연구로서 ‘NEJM’이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서 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정책 해제 여부에 따른 코로나19 발생률 비교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에서 15주 동안 관찰한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학교는 착용한 학교에 비해서 코로나 19 발생이 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백경란 당시 질병관리청장-

그런데 이 연구의 문제점은 학군 간 특성이 너무 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던 2개 학군의 경우 이민자가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백신 접종율도 낮았습니다. 마스크 착용 여부만으로 평가하기엔 기본적으로 너무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던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이 논문의 결과를 가지고 이게 학교에서 마스크 의무화 정책이 의미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하는 건 위험합니다. 근거의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연구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나온 결론을 뒤집을 수 없어요. 마스크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라도 근거가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무작위 배정시험에서는 효과가 없었는데 관찰 연구나 환자 대조군 연구에서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의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정책을 펴는 것이 과학 방역입니다."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질병청은 구체적인 지적에 대한 입장은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당 논문이 'NEJM'이라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 발표된 점으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아직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는 사실도 질병청이 마스크 효과를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WHO의 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에는 엄격한 조건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후로 손을 씻어야 하고, 마스크를 잠깐 벗어서 보관할 때는 깨끗한 플라스틱 가방에 보관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일상에서 이렇게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한국 방역 성적 좋았던 이유는?

우리가 그토록 믿어왔던 마스크의 효과가 사실 지역사회 코로나19 전파 방지와는 관련이 없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방역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마스크 이외에도 다양한 방역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모임 인원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대표적인 방역 정책 가운데 하납니다. 경제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해가 있었지만 방역의 효과만 고려하자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컸을 수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보다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이른바 교차면역이 유행 초기에 작용했다는 얘깁니다. 과거에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경험이 많았던 인구 집단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사스나 메르스 같은 감염병도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였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특정한 방역 정책이 효과가 있었던 건지, 혹은 생물학적 요소가 영향을 미쳤던 건지는 앞으로 계속 연구 논문들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별개로 그동안 마스크 때문에 독감이나 감기에 안 걸렸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바이러스의 생존 경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던 건 마스크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독감과 감기는 2020년과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다 사라졌고 심지어 노마스크 사회였던 스웨덴에서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관계없이 독감은 2022년 겨울부터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해성은 없는가?

학계에선 마스크 효과에 대한 연구와 함께 유해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덕희 교수가 마스크 의무화 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던 이유도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시급히 논의될 이슈가 뭐가 있느냐? 첫째 마스크가 저산소증, 과도한 이산화탄소 노출을 야기할 수 있는가? 두 번째, 마스크가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셋째, 마스크가 호흡기 면역기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넷째, 마스크 자체가 가지는 유해성은 없는가? 이 이슈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1월에 새 마스크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발표된 적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 마스크를 바로 사용하지 말고 개봉한 이후 1시간 정도 널어놓고 사용하라는 조언이 나왔습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2017년도 생리대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화학물질입니다.

"마스크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된다고 하더라도 노출 농도가 허용 기준 이하라면 문제가 없지 않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유해 화학 물질로 생기는 질병들은 고농도 노출로 생기는 것들이 아닙니다. 대부분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허용기준 이내의 아주 낮은 농도에서 만성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합니다."

질병관리청은 마스크 유해성에 대한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의 이점이 잠재적인 피해보다 크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마스크가 유해하다는 논문도 존재하고, 유해하지 않다는 논문도 존재합니다. 현시점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결론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접근할 건지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마스크 유해성에 대한 증거는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겁니다. 이미 늦은 거예요. 손 쓸 수가 없어요. 장기간 마스크 착용의 유해성에 대한 문제는 인간이라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소위 이성의 힘으로 판단이 가능하고요, 그렇게 판단해야만 합니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안 벗어요"…보이지 않는 2차 피해

마스크 유해성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 때문입니다. 특히 영유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당연한 시기에만 살았습니다.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지금도 아이들 스스로 마스크를 벗기 싫어한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립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해서 당장 그 피해가 드러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무심코 계속 착용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은 어떤 연령대보다도 높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가 팬데믹 시기를 겪은 영·유아 5백여 명의 발달 실태를 조사한 결과 33%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장기적인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의 면역력 발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출생 후에 성장 발달 기간이 가장 긴 동물입니다. 호모사피엔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인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이 그 기간 동안 발달하는 거예요. 그 발달 과정 중에 끊임없이 얼굴을 통한 상호작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어요. 그 중요한 얼굴을 우리가 3년 동안 방역이라는 미명 하에서 특히 아이들의 얼굴을 가려놓은 거예요."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지금 이 시점에 마스크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

코로나19 팬데믹이 끝이 아니라는 건 거의 모든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인류는 앞으로 계속 호흡기계 바이러스 팬데믹을 경험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는 걸 반복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한 판단을 거친 이후여야 합니다. 지난 3년 동안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알아야만 다음 팬데믹이 오더라도 훨씬 더 효과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다른 방역정책들도 마찬가집니다. 스웨덴에서 취재할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스웨덴 정부가 임명한 코로나위원회였습니다. 코로나 위원회는 의학자를 비롯해서 변호사, 경제학자, 사회과학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민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스웨덴 방역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시기를 나눠서 총 3권의 보고서를 썼고, 정부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실수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지적했습니다.

"스웨덴에선 2020년 봄이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매일 노인 사망자 수가 보도됐습니다. 코로나위원회는 정치인들과 방역당국이 2020년 봄에 허용한 지역사회 확산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방역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사회 확산이 계속 증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적어도 1주일 정도는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 사회 시설을 중단했어도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쉬린 알벡 올베르크 웁살라대 정치학과 교수, 코로나위원회 소속-

물론 코로나위원회가 실수만 지적한 건 아닙니다. 스웨덴의 가장 큰 성과는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도 단 한 번의 중단없이 꾸준히 학교에 갔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방역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것, 스웨덴이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방역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인 담론으로 변질되지 않고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 팬데믹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겁니다.

9층시사국 '마스크 모순사회' 다시보기
https://youtu.be/0zCMZNXwfug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9층시사국] 마스크 효과 한 번쯤 의심해 본 적 없으세요?
    • 입력 2023-02-18 07:00:17
    • 수정2023-02-18 07:00:58
    방송 다시보기

솔직히 고백하자면 원래 마스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마스크를 열심히 썼던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외국에서 마스크 의무 착용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다는 뉴스를 봤을 때도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극단적인 일부 목소리로 치부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초 오미크론 유행 당시 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도 마스크의 효과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잠깐 벗었을 때 걸렸나 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던 시기였고,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으로 마스크에 매달렸습니다.

마스크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했던 건 2022년 3월에 미국이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해제하고 나서 부터입니다. 그즈음 많은 나라가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해제했습니다. 캐나다와 프랑스는 3월, 스페인과 터키, 이스라엘 인도 등은 4월에 해제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섣불리 해제하는 것이 아닐까?', '다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확진자나 사망자가 급증했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이었던 건 스웨덴의 방역 성적을 알고 난 이후입니다. 사실 스웨덴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은 나라였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대부분 서구권 국가들도 짧게나마 강력한 거리두기 정책과 마스크 의무화 정책 등을 시행했는데, 스웨덴은 그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3년 내내 줄곧 노마스크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 노인 사망자 수가 급증했던 시기에는 과다한 복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인들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조롱까지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스웨덴에 가보지 않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스웨덴 방역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스웨덴의 초과사망률이 지난해 중반부터 한국보다 낮아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유럽권에서만 비교해도 현재 스웨덴의 초과 사망률은 최저 수준입니다. 초과 사망률이 5%이라는 건 스웨덴 내에서 지난 5년간 평균 총사망률보다 팬데믹 기간 총사망률이 5%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초과 사망률은 국가별 방역을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받습니다. 코로나19 치사율로 국가별 방역을 비교할 때도 있지만, 치사율은 나라마다 다른 PCR 검사 정책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가별 비교 지표로는 부적절합니다.


지금 와서 보니깐 스웨덴의 방역 성적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좋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고, 이게 바로 이번 취재를 결심하게 된 계기입니다.(지난 15일 수요일에 KBS 9층시사국 '마스크 모순사회'를 방송하고 나서 유튜브 댓글에 많은 분들이 '왜 진작에 하지 않고 이제와서 이런 방송을 하느냐?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남겨 주셔서 그에 대한 답을 장황하게 했습니다)

■마스크의 효과와 마스크 의무화 정책의 효과는 구분해야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가장 강조했던 건 '마스크의 효과와 마스크 의무화 정책의 효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KF 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 위험이 80%가 줄어든다는 식의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이러한 결과는 실험실에서만 적용된다는 겁니다.

"단기간 마스크를 할 때는 마네킹 수준으로 완벽하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가능해요. 그리고 일시적으로 마스크가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을 막아줌으로써 전파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유행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다시 말하면 마스크를 꼈다 벗었다 하면 횟수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그 효과는 사라져요. 우리가 마스크의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 이 질문하고요, 마스크 의무화 제도의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라는 질문은 서로 완벽하게 다른 질문이라고 이해를 할 수 있어야 됩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 정작 손을 안 씻는 경우가 있고, 일상에서 오래 쓰다 보면 마스크에 손을 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재연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과 명예교수도 마스크 효과는 병원이나 특정한 상황에서만 국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염된 사람하고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의사라든지 또는 간병인, 가족들의 경우에는 감염 예방 효과가 충분히 있죠. 그런데 일상에서 사람들은 감염 가능성이 높을 때는 쓰지 않고, 감염 가능성이 아주 낮을때만 주로 착용합니다. 예를 들면 밀접한 거리에서 오랜 시간 접촉하게 되는 식사 자리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그럴 땐 마스크를 못 낀다는 거죠. 그래서 지역 사회에서 감염 예방 효과라는 건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마스크가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준다? "과학적인 근거 부족해"

사실 마스크가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를 막아줄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입니다. 전 세계에서 마스크를 가장 열심히 착용했던 나라에서 오미크론 유행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코로나19 감염자가 하루 최대 62만 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연구 논문들이 마스크의 지역사회 감염병 전파 예방 효과를 부정합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코크란연합 논문 역시 마스크가 코로나19 전파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코크란연합은 의학계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근거중심주의 의학 단체입니다. 이 논문이 근거로 내세운 건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이었습니다.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란 실험실에선 진행된 연구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을 무작위로 두 군으로 나눈 다음에 마스크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 방법입니다.

"코크란연합 논문은 학계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논문입니다. 그리고 이 논문 이외에도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14편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있었어요. 14편 모두가 마스크 착용군과 마스크 착용하지 않은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게 결론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2편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있었는데요. 덴마크에서 시행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방글라데시에서 연구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보고를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방글라데시 연구는 원 데이터를 가져와서 재분석한 논문이 발표됐어요. 아직도 마스크의 효과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그게 재분석 논문의 결론이죠."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스웨덴이 3년 내내 노마스크 정책을 고수했던 이유도 바로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 결과 때문이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유행 초기 마스크 정책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노마스크 정책에 동의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마스크가 지역사회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막아 준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스웨덴 정책 목표 중 하나는 과학에 근거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가 감염을 막거나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계속 착용하면 됩니다. 스웨덴에서도 마스크를 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학적으로 봤을 때 마스크의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요한 기세케 카롤린스카 의과대 역학 교수-

참고로 스웨덴 노마스크 정책을 얘기하면 인구밀도에 대해 지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스웨덴은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노마스크 정책이 가능했고, 결과도 좋았던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물론 스웨덴 전체 인구밀도가 낮은 건 사실입니다. 영토는 우리나라보다 5배 넓은데, 인구 수는 우리나라의 5분의 1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 대부분이고, 사람이 모여 사는 수도 스톡홀름은 인구밀도가 낮지 않습니다. 스톡홀름의 인구밀도는 런던과 마드리드와 비슷하고, 베를린이나 로마보다는 훨씬 높습니다.


스웨덴의 사례는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보다는 유럽권 내에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유럽 주요 도시들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스톡홀름 시민들이 노마스크로 3년을 보냈는데 다른 도시들보다 초과 사망률이 낮다는 건 마스크와 코로나 19 지역사회 전파의 관계를 분석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질병청이 제시한 마스크의 효과 근거는?

다양한 연구 논문과 스웨덴 사례를 취재한 이후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에도 마스크 효과성에 대한 질의를 했습니다. 질병청은 여전히 마스크가 코로나19 전파 위험을 낮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전파의 50% 이상은 무증상이나 증상발현 전 단계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전파 예방의 핵심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오미크론 유행 당시에는 마스크가 왜 전파를 막지 못 했냐는 질문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마스크가 역할을 못 했기 때문에 확진자가 급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파력이 매우 높은 바이러스였다는 점과 시민들의 대면 접촉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병청 입장에선 최선의 답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 질병청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정작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너무 높아서 막지 못 했다고 설명하는 건 모순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질병청이 마스크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과거에 제시했던 논문에 대해서도 물어본 게 있습니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브리핑에서 한 연구 논문을 마스크 효과의 근거로 제시한 적 있습니다. 이 논문은 미국 보스톤 인근 지역에서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던 70개 학군과 의무화를 해제하지 않았던 2개 학군을 비교한 연구였습니다.


"최근 대규모 연구로서 ‘NEJM’이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에서 교내 마스크 착용 의무정책 해제 여부에 따른 코로나19 발생률 비교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에서 15주 동안 관찰한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학교는 착용한 학교에 비해서 코로나 19 발생이 2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백경란 당시 질병관리청장-

그런데 이 연구의 문제점은 학군 간 특성이 너무 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했던 2개 학군의 경우 이민자가 많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이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백신 접종율도 낮았습니다. 마스크 착용 여부만으로 평가하기엔 기본적으로 너무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던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이 논문의 결과를 가지고 이게 학교에서 마스크 의무화 정책이 의미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하는 건 위험합니다. 근거의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연구는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나온 결론을 뒤집을 수 없어요. 마스크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라도 근거가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무작위 배정시험에서는 효과가 없었는데 관찰 연구나 환자 대조군 연구에서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의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정책을 펴는 것이 과학 방역입니다."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질병청은 구체적인 지적에 대한 입장은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당 논문이 'NEJM'이라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 발표된 점으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가 아직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는 사실도 질병청이 마스크 효과를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WHO의 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에는 엄격한 조건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후로 손을 씻어야 하고, 마스크를 잠깐 벗어서 보관할 때는 깨끗한 플라스틱 가방에 보관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일상에서 이렇게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입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한국 방역 성적 좋았던 이유는?

우리가 그토록 믿어왔던 마스크의 효과가 사실 지역사회 코로나19 전파 방지와는 관련이 없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방역 성적이 좋았던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마스크 이외에도 다양한 방역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모임 인원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대표적인 방역 정책 가운데 하납니다. 경제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해가 있었지만 방역의 효과만 고려하자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컸을 수도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보다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이른바 교차면역이 유행 초기에 작용했다는 얘깁니다. 과거에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경험이 많았던 인구 집단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사스나 메르스 같은 감염병도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였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특정한 방역 정책이 효과가 있었던 건지, 혹은 생물학적 요소가 영향을 미쳤던 건지는 앞으로 계속 연구 논문들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별개로 그동안 마스크 때문에 독감이나 감기에 안 걸렸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바이러스의 생존 경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독감과 감기가 사라졌던 건 마스크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에 밀렸기 때문입니다. 독감과 감기는 2020년과 2021년에 전 세계적으로 다 사라졌고 심지어 노마스크 사회였던 스웨덴에서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관계없이 독감은 2022년 겨울부터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크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해성은 없는가?

학계에선 마스크 효과에 대한 연구와 함께 유해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덕희 교수가 마스크 의무화 정책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왔던 이유도 유해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시급히 논의될 이슈가 뭐가 있느냐? 첫째 마스크가 저산소증, 과도한 이산화탄소 노출을 야기할 수 있는가? 두 번째, 마스크가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셋째, 마스크가 호흡기 면역기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넷째, 마스크 자체가 가지는 유해성은 없는가? 이 이슈들에 대해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11월에 새 마스크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검출됐다는 논문이 발표된 적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 마스크를 바로 사용하지 말고 개봉한 이후 1시간 정도 널어놓고 사용하라는 조언이 나왔습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2017년도 생리대 사태에서 문제가 됐던 화학물질입니다.

"마스크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된다고 하더라도 노출 농도가 허용 기준 이하라면 문제가 없지 않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유해 화학 물질로 생기는 질병들은 고농도 노출로 생기는 것들이 아닙니다. 대부분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허용기준 이내의 아주 낮은 농도에서 만성적으로 노출될 때 발생합니다."

질병관리청은 마스크 유해성에 대한 근거가 아직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의 이점이 잠재적인 피해보다 크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마스크가 유해하다는 논문도 존재하고, 유해하지 않다는 논문도 존재합니다. 현시점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결론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접근할 건지는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장기간 마스크 유해성에 대한 증거는 나오기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겁니다. 이미 늦은 거예요. 손 쓸 수가 없어요. 장기간 마스크 착용의 유해성에 대한 문제는 인간이라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소위 이성의 힘으로 판단이 가능하고요, 그렇게 판단해야만 합니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안 벗어요"…보이지 않는 2차 피해

마스크 유해성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 때문입니다. 특히 영유아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당연한 시기에만 살았습니다.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지금도 아이들 스스로 마스크를 벗기 싫어한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립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해서 당장 그 피해가 드러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무심코 계속 착용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은 어떤 연령대보다도 높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가 팬데믹 시기를 겪은 영·유아 5백여 명의 발달 실태를 조사한 결과 33%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장기적인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의 면역력 발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출생 후에 성장 발달 기간이 가장 긴 동물입니다. 호모사피엔스를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인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이 그 기간 동안 발달하는 거예요. 그 발달 과정 중에 끊임없이 얼굴을 통한 상호작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어요. 그 중요한 얼굴을 우리가 3년 동안 방역이라는 미명 하에서 특히 아이들의 얼굴을 가려놓은 거예요." -이덕희 경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지금 이 시점에 마스크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

코로나19 팬데믹이 끝이 아니라는 건 거의 모든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인류는 앞으로 계속 호흡기계 바이러스 팬데믹을 경험할 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는 걸 반복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충분한 판단을 거친 이후여야 합니다. 지난 3년 동안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알아야만 다음 팬데믹이 오더라도 훨씬 더 효과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마스크뿐만 아니라 다른 방역정책들도 마찬가집니다. 스웨덴에서 취재할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스웨덴 정부가 임명한 코로나위원회였습니다. 코로나 위원회는 의학자를 비롯해서 변호사, 경제학자, 사회과학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민간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의 목적은 스웨덴 방역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보고서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시기를 나눠서 총 3권의 보고서를 썼고, 정부가 인정하기 싫어하는 실수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지적했습니다.

"스웨덴에선 2020년 봄이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매일 노인 사망자 수가 보도됐습니다. 코로나위원회는 정치인들과 방역당국이 2020년 봄에 허용한 지역사회 확산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방역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사회 확산이 계속 증가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적어도 1주일 정도는 대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 사회 시설을 중단했어도 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쉬린 알벡 올베르크 웁살라대 정치학과 교수, 코로나위원회 소속-

물론 코로나위원회가 실수만 지적한 건 아닙니다. 스웨덴의 가장 큰 성과는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도 단 한 번의 중단없이 꾸준히 학교에 갔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방역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것, 스웨덴이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방역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인 담론으로 변질되지 않고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 팬데믹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겁니다.

9층시사국 '마스크 모순사회' 다시보기
https://youtu.be/0zCMZNXwfug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