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부족해서? ‘임금격차 이유’ 따로 있었다

입력 2023.02.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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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반월-시화 공단경기 반월-시화 공단

■ 월급 168만 원, ‘내가 이 정도 능력밖에…’

168만 원. 3년 전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모 씨가 받은 첫 월급 액수다. 기본급 183만 원에서 각종 사회보험료 등을 떼고 통장에 찍힌 금액이다.

최 씨는 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취직한 곳도 전공을 살려 전자 부품을 도금하는 중소업체였다. 자격증을 갖고 안전관리자 일을 했다. 사람이 적어 생산에도 투입됐다. 급여명세서를 받아든 최 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정도 능력밖에 안 돼서 이 정도 돈을 받는 건가…'

경력이 쌓이면 좀 오를 줄 알았다. 그것도 아니었다. "사장님이 너는 아마 한 3년 정도는 연봉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봐야 할 거다, 그러면 내년에 야근수당이나 연장수당을 받을 수 있나요, 했더니 그것도 아마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거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최 씨가 일한 경기 반월·시화 공단은 국내 주력 산업을 지탱하는 허리다. 대기업에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업체 만 9천여 개가 몰려 있다. 전자·자동차·석유화학 등 하나같이 수출 대기업이 '잘 나가는' 업종이다. 일하는 노동자만 23만여 명이다. 수도권 최대 산업 단지다.

이곳의 근로조건은 국내 중소 제조업의 표준이다. 시화공단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19년 275만 원이었다.(시흥스마트허브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연초 언론을 장식하는 대기업의 '성과급 파티'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 유독 큰 한국의 임금 격차…노동자 능력 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격차가 처음부터 컸던 건 아니다.

1980년을 보자. 500인 이상 사업체는 미만 사업체보다 평균 임금이 10% 정도 더 많았다. '고작' 10% 더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80년대 후반 25% 더 받는 거로 격차가 커졌고, 이후 꾸준히 올라 2008년부터는 50%가량 더 받고 있다.(규모 간 임금 격차 변화 원인과 정책 방향)

이 격차는 20년 가까이 고정된 것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재작년 월 임금 총액은 직원 300인 이상 사업체가 540여만 원. 반면 300인 미만은 290여만 원으로 300인 이상의 54% 수준이다.(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격차가 도드라진다. 근로자 4명 이하 기업에 비해 대기업 임금이 얼마나 더 많은지 분석한 연구가 있다. 미국은 1.2배, 일본은 1.5배, 프랑스는 1.6배였다. 그런데 한국은 3배 차이가 났다. 국내 대기업 노동자는 다른 나라보다 '많이', 중소기업 노동자는 '적게' 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국제 비교 및 시사점)


국내 대기업 노동자가 다른 나라 대기업 노동자보다 특별히 능력이 더 뛰어난 걸까? 중소기업 노동자는 특별히 능력이 부족한 걸까? 즉 '인적 자본'의 차이로 임금 격차가 설명될까? 여러 연구 논문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 ‘학력·경력’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에 관하여

2017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외주화 연구회'가 운영된 적이 있다. 이 연구회에 제출된 '사업체 규모별 임금 격차 분석' 보고서를 보자.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대규모 사업체와 중소 규모 사업체 임금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 차이 중 변수값의 차이로 설명되는 격차가 49.5%, 변숫값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가 50.5%로 분석된다."

무슨 의미일까? 임금 격차 요인을 분석한 결과, 변수로 설정한 '성별, 연령, 교육수준, 경력연수, 근속기간, 정규직 여부, 근무형태, 산업, 직업, 노조 가입 여부'로 설명할 수 있는 격차는 49.5%에 그쳤고, 나머지는 이 변수들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변수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에 대해 "대규모 사업체와 중소 규모 사업체 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한다. 즉 노동자 개인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기업체 규모의 차이로 인해 임금 격차가 발생한 거로 보인다는 의미다.

임금 격차의 상대적 기여도를 분석한 '임금 불평등 변화의 요인 분해'란 논문도 비슷한 결론이다. 여러 변수 중 '기업 규모'의 기여도가 22점으로 가장 높았다. 근속은 20.3, 교육연수 12.9, 성(남성) 8.8, 직종 8.5, 경력 8.1, 연령 4.2, 업종 1.7, 노조 가입 여부 1.2, 고용형태 1 순이었다.

'학력'이나 '경력'보다 '기업 규모'가 임금 격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순전히 노동자 개인 간 능력 차이로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논문 작성에 참여한 전병유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조직의 어떤 능력에 따라서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인적 자원의 어떤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근본 원인은 ‘원·하청 수익성 격차’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렇다면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하는 걸까? 많은 연구자들이 지목하는 원인은 '원·하청 간의 수익성 격차'다. 기업 규모에 따른 수익성 격차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재작년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은 6.3%였다. 같은 해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했다.(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원·하청 간 수익성 격차가 3배에 이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3%대 영업이익률로는 연구 개발이나 새로운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안 되고 임금 인상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자 업종은 더 심하다. 2017년 전자 업종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18.11%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4.12%였다.(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

출처 :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출처 :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

이 같은 원·하청 간 수익성 격차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임금 격차 개선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산 반월공단 내 중소 제조업체를 상대로 컨설팅을 하고 있는 최한솔 안산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노무사는 "임금 구조와 관련된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결국 컨설팅의 끝은 임금 지불 능력"이라며 "지불 능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임금체계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노동자 처우 개선이 어렵다"고 말한다.

국내 자동차·전자 산업의 원·하청 관계는 수직적인 게 특징이다. 하청업체들은 소수의 수출 대기업에 납품을 의존하고 있다. 납품단가를 결정할 때 협상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완성차 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 7백여 곳 중 절반가량(43%)은 거래하는 완성차 업체가 단 한 곳뿐이다.(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해당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지 못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해야 매출이 되니까 일단 납품이라도 하기 위해 단가를 많이 낮추는 편"이라고 말한다.

■ ‘컨트롤타워’까지 꾸렸지만…

정부가 국정 과제로 대·중소기업, 원·하청 간 임금 격차 개선을 추진 중이다. 컨트롤타워 격인 '상생임금위원회'도 꾸렸다. 여기엔 전문가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관료들도 참여하고 있다. 고용부 장관이 수장을 맡는 범정부 기구는 이례적이다.


그런데 상생임금위는 노동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는 상생임금위 출범 보도자료에서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연공급 임금체계를 지목하고, 대기업의 '호봉제'를 직무급이나 성과급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격차 개선이 아니라 임금 하향 평준화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기보다 대기업 노동자 임금만 깎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20년이 더 된 문제다. 역대 정부들이 하나같이 개선을 공언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격차의 근본 원인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노동계 지지도, 국민적 공감대도 끌어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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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력이 부족해서? ‘임금격차 이유’ 따로 있었다
    • 입력 2023-02-19 07:01:59
    취재K
경기 반월-시화 공단
■ 월급 168만 원, ‘내가 이 정도 능력밖에…’

168만 원. 3년 전 특성화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 모 씨가 받은 첫 월급 액수다. 기본급 183만 원에서 각종 사회보험료 등을 떼고 통장에 찍힌 금액이다.

최 씨는 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취직한 곳도 전공을 살려 전자 부품을 도금하는 중소업체였다. 자격증을 갖고 안전관리자 일을 했다. 사람이 적어 생산에도 투입됐다. 급여명세서를 받아든 최 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정도 능력밖에 안 돼서 이 정도 돈을 받는 건가…'

경력이 쌓이면 좀 오를 줄 알았다. 그것도 아니었다. "사장님이 너는 아마 한 3년 정도는 연봉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봐야 할 거다, 그러면 내년에 야근수당이나 연장수당을 받을 수 있나요, 했더니 그것도 아마 못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거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최 씨가 일한 경기 반월·시화 공단은 국내 주력 산업을 지탱하는 허리다. 대기업에 소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업체 만 9천여 개가 몰려 있다. 전자·자동차·석유화학 등 하나같이 수출 대기업이 '잘 나가는' 업종이다. 일하는 노동자만 23만여 명이다. 수도권 최대 산업 단지다.

이곳의 근로조건은 국내 중소 제조업의 표준이다. 시화공단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2019년 275만 원이었다.(시흥스마트허브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연초 언론을 장식하는 대기업의 '성과급 파티'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 유독 큰 한국의 임금 격차…노동자 능력 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격차가 처음부터 컸던 건 아니다.

1980년을 보자. 500인 이상 사업체는 미만 사업체보다 평균 임금이 10% 정도 더 많았다. '고작' 10% 더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80년대 후반 25% 더 받는 거로 격차가 커졌고, 이후 꾸준히 올라 2008년부터는 50%가량 더 받고 있다.(규모 간 임금 격차 변화 원인과 정책 방향)

이 격차는 20년 가까이 고정된 것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재작년 월 임금 총액은 직원 300인 이상 사업체가 540여만 원. 반면 300인 미만은 290여만 원으로 300인 이상의 54% 수준이다.(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격차가 도드라진다. 근로자 4명 이하 기업에 비해 대기업 임금이 얼마나 더 많은지 분석한 연구가 있다. 미국은 1.2배, 일본은 1.5배, 프랑스는 1.6배였다. 그런데 한국은 3배 차이가 났다. 국내 대기업 노동자는 다른 나라보다 '많이', 중소기업 노동자는 '적게' 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국제 비교 및 시사점)


국내 대기업 노동자가 다른 나라 대기업 노동자보다 특별히 능력이 더 뛰어난 걸까? 중소기업 노동자는 특별히 능력이 부족한 걸까? 즉 '인적 자본'의 차이로 임금 격차가 설명될까? 여러 연구 논문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 ‘학력·경력’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에 관하여

2017년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외주화 연구회'가 운영된 적이 있다. 이 연구회에 제출된 '사업체 규모별 임금 격차 분석' 보고서를 보자.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대규모 사업체와 중소 규모 사업체 임금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 차이 중 변수값의 차이로 설명되는 격차가 49.5%, 변숫값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가 50.5%로 분석된다."

무슨 의미일까? 임금 격차 요인을 분석한 결과, 변수로 설정한 '성별, 연령, 교육수준, 경력연수, 근속기간, 정규직 여부, 근무형태, 산업, 직업, 노조 가입 여부'로 설명할 수 있는 격차는 49.5%에 그쳤고, 나머지는 이 변수들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변수로 설명되지 않는 격차에 대해 "대규모 사업체와 중소 규모 사업체 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설명한다. 즉 노동자 개인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기업체 규모의 차이로 인해 임금 격차가 발생한 거로 보인다는 의미다.

임금 격차의 상대적 기여도를 분석한 '임금 불평등 변화의 요인 분해'란 논문도 비슷한 결론이다. 여러 변수 중 '기업 규모'의 기여도가 22점으로 가장 높았다. 근속은 20.3, 교육연수 12.9, 성(남성) 8.8, 직종 8.5, 경력 8.1, 연령 4.2, 업종 1.7, 노조 가입 여부 1.2, 고용형태 1 순이었다.

'학력'이나 '경력'보다 '기업 규모'가 임금 격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순전히 노동자 개인 간 능력 차이로 정당화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논문 작성에 참여한 전병유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조직의 어떤 능력에 따라서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정성'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인적 자원의 어떤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근본 원인은 ‘원·하청 수익성 격차’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그렇다면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하는 걸까? 많은 연구자들이 지목하는 원인은 '원·하청 간의 수익성 격차'다. 기업 규모에 따른 수익성 격차가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재작년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률은 6.3%였다. 같은 해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1%에 불과했다.(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원·하청 간 수익성 격차가 3배에 이른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3%대 영업이익률로는 연구 개발이나 새로운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안 되고 임금 인상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자 업종은 더 심하다. 2017년 전자 업종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18.11%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4.12%였다.(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

출처 :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
이 같은 원·하청 간 수익성 격차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임금 격차 개선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안산 반월공단 내 중소 제조업체를 상대로 컨설팅을 하고 있는 최한솔 안산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노무사는 "임금 구조와 관련된 컨설팅을 하다 보면, 결국 컨설팅의 끝은 임금 지불 능력"이라며 "지불 능력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임금체계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노동자 처우 개선이 어렵다"고 말한다.

국내 자동차·전자 산업의 원·하청 관계는 수직적인 게 특징이다. 하청업체들은 소수의 수출 대기업에 납품을 의존하고 있다. 납품단가를 결정할 때 협상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완성차 업체에 물건을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 7백여 곳 중 절반가량(43%)은 거래하는 완성차 업체가 단 한 곳뿐이다.(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해당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지 못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들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해야 매출이 되니까 일단 납품이라도 하기 위해 단가를 많이 낮추는 편"이라고 말한다.

■ ‘컨트롤타워’까지 꾸렸지만…

정부가 국정 과제로 대·중소기업, 원·하청 간 임금 격차 개선을 추진 중이다. 컨트롤타워 격인 '상생임금위원회'도 꾸렸다. 여기엔 전문가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관료들도 참여하고 있다. 고용부 장관이 수장을 맡는 범정부 기구는 이례적이다.


그런데 상생임금위는 노동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부는 상생임금위 출범 보도자료에서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연공급 임금체계를 지목하고, 대기업의 '호봉제'를 직무급이나 성과급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격차 개선이 아니라 임금 하향 평준화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기보다 대기업 노동자 임금만 깎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20년이 더 된 문제다. 역대 정부들이 하나같이 개선을 공언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다. 격차의 근본 원인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노동계 지지도, 국민적 공감대도 끌어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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