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 베개·ASMR 추천 좀”…‘숙면’ 꿈꾸는 피로사회 그늘

입력 2023.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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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와 잦은 밤샘 활동으로 ‘잠이 부족한’ 요즘 현대인들은 ‘잠 잘 오는 침구류, 동영상’을 찾는 등, 숙면을 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과로와 잦은 밤샘 활동으로 ‘잠이 부족한’ 요즘 현대인들은 ‘잠 잘 오는 침구류, 동영상’을 찾는 등, 숙면을 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머리만 대면 자는 베개 없나요?"…현대인들의 '잠 못 드는 사회'

"요즘 잠이 안 와요…. '꿀잠' 자고 싶어요. 머리만 대면 자는 베개, '인생 베개' 추천 좀 해주세요!"

"가사 없고 들릴락 말락 음만 나오는 영상, 잔잔한 음악 틀어 놓고 자요. 음량 한 칸만 올려놓고 눈 감고 들으면 '꿀잠' 예약입니다."

-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숙면' 관련 게시글

"잠 한 번 푹~ 자고 싶다!"… '설마 내 얘기인가?' 하는 분들 꽤 계실 겁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대부분 고정된 직장인들은 전날 야근 후 이른 기상을 할 때면 더욱 공감하는 말일 텐데요.

흔히 식욕·물욕보다 더 강한 것이 '수면욕(睡眠欲)'이라 하고, '장사(壯士)도 눈꺼풀이 제일 무겁다'는 말이 있듯, '잠을 잘 자고 못 자는 것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과로에 밤샘 활동이 잦은 요즘 현대인들은 '숙면(熟眠)'을 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합니다. 상기(上記)한 글처럼, 잠 잘 오는 침구류·동영상을 찾고 '수면 유도 장치' 같은 전문 기기까지 구매할 정도인데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 산업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지금, '잠 못 드는 사회'의 피곤한 민낯을 들여다봤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 잘 자는 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침구류 추천’부터 ‘상추 구하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사진 출처=관련 인터넷 카페 글 검색 목록 캡처)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 잘 자는 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침구류 추천’부터 ‘상추 구하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사진 출처=관련 인터넷 카페 글 검색 목록 캡처)

■ '꿀잠' 위해 안대 쓰고, 상추 먹고, 빗소리 듣고…'수면 산업' 각광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 잘 자는 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습니다. '새·비·파도 소리 들려오는 ASMR(특정 자극으로 심리적 안정감 등을 느끼는 현상) 영상을 권한다' '어떤 베개를 어떻게 베고 자면 잠이 잘 온다' '무겁고 부드러운 이불을 덮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인데요.

이에 따라 '수면 관련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수면 산업'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수면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대 들어 약 3조 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경기도 수면 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 조사 및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산업이란 크게 4가지로 '①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 ②숙면 기능 IT 제품 및 숙면 테라피, ③수면 클리닉 및 수면 보조 의료 기기, ④숙면 유도 및 수면 개선 생활 용품'을 뜻합니다.

실제 국내 시중에 나온 '수면 관련 상품'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기본적인 침구류부터 ▲커튼·안대 ▲건강 기능 식품 ▲오일·방향제·화장품·마스크 팩에, 일반 상추의 '수면 유도 성분'을 증강시킨 특수종 상추까지 있습니다. 뇌파 측정과 주파수 조절 등으로 수면을 유도·분석하는 전문 전자 기기가 제작돼 올해 초 공개되기도 했지요. 더하여 이른바 '슬립 테크' 스타트업들은 코골이, 무호흡 수면 같은 '수면 장애 증상'을 진단·해결하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지난달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 전시관에서 현장 관계자가 국내 한 업체의 수면 관리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현지 시각 지난달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 전시관에서 현장 관계자가 국내 한 업체의 수면 관리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근래 '더 편안한 잠'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의 상품 판매량을 전년과 대비해 조사한 결과, 이불·베개 세트 품목이 62% 증가했습니다. 다른 쇼핑몰 '마켓컬리'에서도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수면 용품(침구류, 아로마 오일, 건강 기능 식품 등)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배가량 늘었고, 한 침대 업체 매출도 근 2년 새 1,000억 원 넘게 뛰었습니다.

■ '숙면 꿈꾸는' 이면에는 '피로사회 그늘'이…①디지털 문물 장시간 이용 습관, ②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원인 지목'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수면 산업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수면 시간(8시간 22분)보다 41분이 적은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결과,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 수는 2019년 약 63만 명에서 2020년 65만 명, 2021년 68만 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꿀잠' '숙면'을 이루기 위해 여러 방도를 찾아 나설 정도로, 오늘날 현대인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각자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겠지만, 한편에서는 '일상적·사회적 요인으로 공동체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특히 활발하게 사회 생활을 하는 2030 세대 젊은 직장인들이 '포근한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데'는 이른바 '피로사회'의 영향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일상적·사회적 요인으로, 공동체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문가들은 ‘일상적·사회적 요인으로, 공동체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먼저 피로사회를 형성하는 개인의 '일상적 요인'으로는, '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영상 콘텐츠(게임·영화·드라마 등)·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문물(文物) 장시간 이용 습관'이 지목됩니다.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휴대전화로 밤늦게까지 동영상을 보고 게임·쇼핑을 즐기는 게 '습관'이 되면, 일정한 시각에 수면 욕구와 관련된 호르몬이 생성돼도 차단당해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반복되면 피로가 누적돼 생체 리듬이 깨져 야행성, '저녁형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밤 11~12시까지 SNS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빨리 숙면을 이루지 못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드라마를 몰아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의식 각성이 지속돼 잠을 더욱 못 자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아가서는 '현대인들이 겪는 사회적 불안'에 대한 지적도 제기됩니다. 직장 등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 '기회와 보상 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피로를 느껴, '하루하루 쉽게 잠들지 못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김석호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잠들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불안'이에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노력하지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한국 사회 특성상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상 불안한 거죠.

'열심히 노력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번에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는 없을 텐데' 하는 의문들이 불안을 키우고, 그래서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어도' TV를 보면서도 초조해지는 겁니다. 일을 안 하고 쉬어도 될 시간, 그때도 일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사회가 '일과 삶의 분리'를 막고 현대인의 피로감을 증폭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수면 시간'보다 '수면 습관' 지켜야…"아침은 가볍게, 커피는 멀리, 밤 10시 이후 스마트폰 사용 최소화"

이처럼 '직장 생활을 활발하게 하고, 인간 관계를 다양하게 맺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피로감과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는 '숙면을 방해하는 적'. 어떻게 하면 이 모든 것들을 털어내고 단잠에 들어, 다음 날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는 “숙면을 취하기 위해 뇌가 불안하지 않도록 일상의 ‘루틴(정해진 일을 순서에 따라 반복하는 것)’을 잘 지키고, 조금 덜 자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전문가는 “숙면을 취하기 위해 뇌가 불안하지 않도록 일상의 ‘루틴(정해진 일을 순서에 따라 반복하는 것)’을 잘 지키고, 조금 덜 자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앞서 대한수면학회는 '약물과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효과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일상 생활 교정에 관한 몇 가지 조언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규칙적 운동 ▲낮잠 짧게 자기 ▲카페인과 니코틴 피하기 ▲취침 전 식음(食飮) 삼가기 등인데요.

박종석 연세 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신촌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생성되는데, 낮 시간대 '세로토닌(행복감 등을 느끼는 데 필요한 일종의 신경 전달 물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멜라토닌의 질과 양도 달라진다. 뇌가 불안하지 않도록 일상의 '루틴(정해진 일을 순서에 따라 반복하는 것)'을 잘 지키고, 조금 덜 자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밤 10시 이후에는 아드레날린 같은 '각성 호르몬'이 나오지 않도록,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 모니터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커피와 과식은 금물이되, 낫토·두부·견과류 같은 것으로 아침을 조금이라도 먹어 '하루를 시작하는 신경'을 자연스럽게 깨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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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꿀잠 베개·ASMR 추천 좀”…‘숙면’ 꿈꾸는 피로사회 그늘
    • 입력 2023-02-19 08:00:04
    취재K
과로와 잦은 밤샘 활동으로 ‘잠이 부족한’ 요즘 현대인들은 ‘잠 잘 오는 침구류, 동영상’을 찾는 등, 숙면을 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머리만 대면 자는 베개 없나요?"…현대인들의 '잠 못 드는 사회'

"요즘 잠이 안 와요…. '꿀잠' 자고 싶어요. 머리만 대면 자는 베개, '인생 베개' 추천 좀 해주세요!"

"가사 없고 들릴락 말락 음만 나오는 영상, 잔잔한 음악 틀어 놓고 자요. 음량 한 칸만 올려놓고 눈 감고 들으면 '꿀잠' 예약입니다."

-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숙면' 관련 게시글

"잠 한 번 푹~ 자고 싶다!"… '설마 내 얘기인가?' 하는 분들 꽤 계실 겁니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대부분 고정된 직장인들은 전날 야근 후 이른 기상을 할 때면 더욱 공감하는 말일 텐데요.

흔히 식욕·물욕보다 더 강한 것이 '수면욕(睡眠欲)'이라 하고, '장사(壯士)도 눈꺼풀이 제일 무겁다'는 말이 있듯, '잠을 잘 자고 못 자는 것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과로에 밤샘 활동이 잦은 요즘 현대인들은 '숙면(熟眠)'을 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합니다. 상기(上記)한 글처럼, 잠 잘 오는 침구류·동영상을 찾고 '수면 유도 장치' 같은 전문 기기까지 구매할 정도인데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수면 산업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지금, '잠 못 드는 사회'의 피곤한 민낯을 들여다봤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 잘 자는 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침구류 추천’부터 ‘상추 구하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사진 출처=관련 인터넷 카페 글 검색 목록 캡처)
■ '꿀잠' 위해 안대 쓰고, 상추 먹고, 빗소리 듣고…'수면 산업' 각광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잠 잘 자는 법'을 공유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습니다. '새·비·파도 소리 들려오는 ASMR(특정 자극으로 심리적 안정감 등을 느끼는 현상) 영상을 권한다' '어떤 베개를 어떻게 베고 자면 잠이 잘 온다' '무겁고 부드러운 이불을 덮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인데요.

이에 따라 '수면 관련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수면 산업'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수면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대 들어 약 3조 원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경기도 수면 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 조사 및 정책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산업이란 크게 4가지로 '①숙면 유도 기능성 침구류, ②숙면 기능 IT 제품 및 숙면 테라피, ③수면 클리닉 및 수면 보조 의료 기기, ④숙면 유도 및 수면 개선 생활 용품'을 뜻합니다.

실제 국내 시중에 나온 '수면 관련 상품'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기본적인 침구류부터 ▲커튼·안대 ▲건강 기능 식품 ▲오일·방향제·화장품·마스크 팩에, 일반 상추의 '수면 유도 성분'을 증강시킨 특수종 상추까지 있습니다. 뇌파 측정과 주파수 조절 등으로 수면을 유도·분석하는 전문 전자 기기가 제작돼 올해 초 공개되기도 했지요. 더하여 이른바 '슬립 테크' 스타트업들은 코골이, 무호흡 수면 같은 '수면 장애 증상'을 진단·해결하는 기술과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지난달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마련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 전시관에서 현장 관계자가 국내 한 업체의 수면 관리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근래 '더 편안한 잠'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은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의 상품 판매량을 전년과 대비해 조사한 결과, 이불·베개 세트 품목이 62% 증가했습니다. 다른 쇼핑몰 '마켓컬리'에서도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수면 용품(침구류, 아로마 오일, 건강 기능 식품 등)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5배가량 늘었고, 한 침대 업체 매출도 근 2년 새 1,000억 원 넘게 뛰었습니다.

■ '숙면 꿈꾸는' 이면에는 '피로사회 그늘'이…①디지털 문물 장시간 이용 습관, ②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원인 지목'

지난 2019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수면 산업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평균 수면 시간(8시간 22분)보다 41분이 적은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결과, 우리나라 불면증 환자 수는 2019년 약 63만 명에서 2020년 65만 명, 2021년 68만 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꿀잠' '숙면'을 이루기 위해 여러 방도를 찾아 나설 정도로, 오늘날 현대인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각자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다르겠지만, 한편에서는 '일상적·사회적 요인으로 공동체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특히 활발하게 사회 생활을 하는 2030 세대 젊은 직장인들이 '포근한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데'는 이른바 '피로사회'의 영향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일상적·사회적 요인으로, 공동체 전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먼저 피로사회를 형성하는 개인의 '일상적 요인'으로는, '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영상 콘텐츠(게임·영화·드라마 등)·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문물(文物) 장시간 이용 습관'이 지목됩니다. 백용매 대구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휴대전화로 밤늦게까지 동영상을 보고 게임·쇼핑을 즐기는 게 '습관'이 되면, 일정한 시각에 수면 욕구와 관련된 호르몬이 생성돼도 차단당해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반복되면 피로가 누적돼 생체 리듬이 깨져 야행성, '저녁형 인간'이 되는 것"이라며 "밤 11~12시까지 SNS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가, 빨리 숙면을 이루지 못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드라마를 몰아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의식 각성이 지속돼 잠을 더욱 못 자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아가서는 '현대인들이 겪는 사회적 불안'에 대한 지적도 제기됩니다. 직장 등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 '기회와 보상 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피로를 느껴, '하루하루 쉽게 잠들지 못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김석호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잠들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불안'이에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서 노력하지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한국 사회 특성상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상 불안한 거죠.

'열심히 노력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번에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는 없을 텐데' 하는 의문들이 불안을 키우고, 그래서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어도' TV를 보면서도 초조해지는 겁니다. 일을 안 하고 쉬어도 될 시간, 그때도 일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사회가 '일과 삶의 분리'를 막고 현대인의 피로감을 증폭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수면 시간'보다 '수면 습관' 지켜야…"아침은 가볍게, 커피는 멀리, 밤 10시 이후 스마트폰 사용 최소화"

이처럼 '직장 생활을 활발하게 하고, 인간 관계를 다양하게 맺는' 현대인들에게 일상의 피로감과 업무가 주는 스트레스는 '숙면을 방해하는 적'. 어떻게 하면 이 모든 것들을 털어내고 단잠에 들어, 다음 날 상쾌한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요?

전문가는 “숙면을 취하기 위해 뇌가 불안하지 않도록 일상의 ‘루틴(정해진 일을 순서에 따라 반복하는 것)’을 잘 지키고, 조금 덜 자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앞서 대한수면학회는 '약물과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효과적인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일상 생활 교정에 관한 몇 가지 조언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규칙적 운동 ▲낮잠 짧게 자기 ▲카페인과 니코틴 피하기 ▲취침 전 식음(食飮) 삼가기 등인데요.

박종석 연세 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신촌 세브란스병원 외래교수)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생성되는데, 낮 시간대 '세로토닌(행복감 등을 느끼는 데 필요한 일종의 신경 전달 물질)'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멜라토닌의 질과 양도 달라진다. 뇌가 불안하지 않도록 일상의 '루틴(정해진 일을 순서에 따라 반복하는 것)'을 잘 지키고, 조금 덜 자더라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자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밤 10시 이후에는 아드레날린 같은 '각성 호르몬'이 나오지 않도록,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 모니터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커피와 과식은 금물이되, 낫토·두부·견과류 같은 것으로 아침을 조금이라도 먹어 '하루를 시작하는 신경'을 자연스럽게 깨우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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