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살률’ 상위권 제주…새 마음건강 지원체계 마련

입력 2023.02.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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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들은 중학교 2학년입니다. (중략) 친구가 뒤에서 목을 졸랐고 우리 아이는 기절한 상태로 바닥에 내팽겨쳐지면서 많이 다쳤더군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우리 아이가 그동안 친구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더라고요. (중략) 학교를 통해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증진추진단과 연결됐고 그곳의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이 시작되었지요.
-00학교 학부모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 학부모가 쓴 상담 후기 일부입니다.
이처럼 학교 폭력을 당하거나 교우관계 어려움, 그밖의 정서·행동 문제를 겪은 제주 청소년의 마음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게 하루 이틀 사이 일은 아닌데요. 통계청이 조사한 청소년(9~24세) 자살자 수를 보면 제주의 경우 2019년 기준 청소년 10만 명당 16.3명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자살률이 높았고, 다음 해에도 세종에 이어 두 번째 (10만 명당 14.1명)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전문의 상담을 제공하는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제주도교육청이 별도 기구로 운영하게 된 이유입니다. 학생·교사·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으로 마음건강을 살피겠다는 목표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7,625명의 마음건강 상담을 진행했고, 정서 위기학생을 위기 단계별로 구분해 모니터링하는 등 학생 정신건강 전담기구로써 관련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교육청에 보고된 도내 학생 자살 건수는 1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성과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문의를 위촉하지 못해 수차례 채용 공고를 다시 내며 공석으로 두기도 했고, 추진단에 배치된 전문 상담교사들이 상담과는 무관한 행정업무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며 학교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와 논란이 상존하던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이 제주지역 교육 수장이 바뀌면서 다시 제주도교육청 조직에 흡수됩니다. 한시 기구에서 정규 기구로 격상된 지 1년만입니다. 앞으로 제주지역 청소년 마음건강 지원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학교 지원' 중심 조직 슬림화…전문의 '1명'으로 축소

(사진제공=제주도교육청)(사진제공=제주도교육청)

제주도교육청(교육감 김광수)은 내달 1일부터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교육청 내 정서복지과로 개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정서복지과는 정서회복지원팀, 정신건강증진팀, 교육복지팀의 3팀에 더해 학생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합니다.

이번 조직 개편을 거치면 센터장을 맡을 전문의는 1명으로, 기존보다 전문의 인원이 줄어듭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방문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센터가 운영될 수 있게끔 조직개편 방향을 정했다"며 "현재 추진단 내 있는 전문의 2명은 이달까지 근무하고, 새 센터장 역할을 할 전문의 1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약해진 학생들의 마음 건강에 주목해 '사회정서 역량 교육'을 강화합니다. 도교육청은 우선 마음성장학교 25곳을 선정해, 학생들의 ▲ 자기 조절력 및 타인 존중 ▲ 책임 의식 ▲ 대인관계 기술 함양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 유행 이후 아이들이 사회성이나 정서조절기술, 문제 해결 능력, 욕구좌절에 대한 내성이 약해졌다는 학교 현장 의견이 있다"며 "사후적 개입이 아니라 예방적이고 조기 개입이 가능한 사업으로 확대 운영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전문가 자문 및 치료비 지원 제도 대상도 확대합니다. 유치원 유아에게도 정신건강 전문 인력이 학생·교직원·학부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 70만 원 이내 치료비도 지원합니다.

학생이 교내에서 쉴 수 있는 학교 정서 지원 공간도 5곳 더 늘리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유초중고 학생을 돕기 위해 정서지원 강사를 배치합니다. 이에 더해 학부모를 위한 ‘양육코칭 프로그램’도 확대됩니다.

■자살 위험군 3백여 명…갈 길 먼 청소년 '마음 건강'

제주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2015년 전문의 중심의 학생 마음 건강 지원 모델을 만든지 9년 가까이 흘렀는데요. 그동안 적극적인 제도 보완을 거쳐 도내 청소년 자살률이 줄어드는 추세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2021년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보면, 관리가 필요한 관심군에 든 제주지역 학생은 ▲ 초등학생 681명 ▲ 중학생 455명 ▲ 고등학생 339명 등 모두 더해 1,475명입니다. 이 중에서 자살위험군(중·고등학생)은 324명에 이릅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실시하는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보면 제주도가 여전히 다른 시도 평균보다 관심군의 학생 비율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위기단계별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지원체계' 구축이라는 목표가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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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 자살률’ 상위권 제주…새 마음건강 지원체계 마련
    • 입력 2023-02-20 18:52:46
    취재K
저희 아들은 중학교 2학년입니다. (중략) 친구가 뒤에서 목을 졸랐고 우리 아이는 기절한 상태로 바닥에 내팽겨쳐지면서 많이 다쳤더군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은 우리 아이가 그동안 친구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더라고요. (중략) 학교를 통해 제주도교육청 학생건강증진추진단과 연결됐고 그곳의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이 시작되었지요.
-00학교 학부모

학교폭력 피해 중학생 학부모가 쓴 상담 후기 일부입니다.
이처럼 학교 폭력을 당하거나 교우관계 어려움, 그밖의 정서·행동 문제를 겪은 제주 청소년의 마음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게 하루 이틀 사이 일은 아닌데요. 통계청이 조사한 청소년(9~24세) 자살자 수를 보면 제주의 경우 2019년 기준 청소년 10만 명당 16.3명으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자살률이 높았고, 다음 해에도 세종에 이어 두 번째 (10만 명당 14.1명)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전문의 상담을 제공하는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제주도교육청이 별도 기구로 운영하게 된 이유입니다. 학생·교사·학부모 등 수요자 중심으로 마음건강을 살피겠다는 목표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7,625명의 마음건강 상담을 진행했고, 정서 위기학생을 위기 단계별로 구분해 모니터링하는 등 학생 정신건강 전담기구로써 관련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교육청에 보고된 도내 학생 자살 건수는 1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성과만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문의를 위촉하지 못해 수차례 채용 공고를 다시 내며 공석으로 두기도 했고, 추진단에 배치된 전문 상담교사들이 상담과는 무관한 행정업무에 시달린다고 호소하며 학교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와 논란이 상존하던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이 제주지역 교육 수장이 바뀌면서 다시 제주도교육청 조직에 흡수됩니다. 한시 기구에서 정규 기구로 격상된 지 1년만입니다. 앞으로 제주지역 청소년 마음건강 지원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학교 지원' 중심 조직 슬림화…전문의 '1명'으로 축소

(사진제공=제주도교육청)
제주도교육청(교육감 김광수)은 내달 1일부터 학생건강증진추진단을 교육청 내 정서복지과로 개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정서복지과는 정서회복지원팀, 정신건강증진팀, 교육복지팀의 3팀에 더해 학생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합니다.

이번 조직 개편을 거치면 센터장을 맡을 전문의는 1명으로, 기존보다 전문의 인원이 줄어듭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방문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센터가 운영될 수 있게끔 조직개편 방향을 정했다"며 "현재 추진단 내 있는 전문의 2명은 이달까지 근무하고, 새 센터장 역할을 할 전문의 1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약해진 학생들의 마음 건강에 주목해 '사회정서 역량 교육'을 강화합니다. 도교육청은 우선 마음성장학교 25곳을 선정해, 학생들의 ▲ 자기 조절력 및 타인 존중 ▲ 책임 의식 ▲ 대인관계 기술 함양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 유행 이후 아이들이 사회성이나 정서조절기술, 문제 해결 능력, 욕구좌절에 대한 내성이 약해졌다는 학교 현장 의견이 있다"며 "사후적 개입이 아니라 예방적이고 조기 개입이 가능한 사업으로 확대 운영하려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전문가 자문 및 치료비 지원 제도 대상도 확대합니다. 유치원 유아에게도 정신건강 전문 인력이 학생·교직원·학부모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 70만 원 이내 치료비도 지원합니다.

학생이 교내에서 쉴 수 있는 학교 정서 지원 공간도 5곳 더 늘리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유초중고 학생을 돕기 위해 정서지원 강사를 배치합니다. 이에 더해 학부모를 위한 ‘양육코칭 프로그램’도 확대됩니다.

■자살 위험군 3백여 명…갈 길 먼 청소년 '마음 건강'

제주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2015년 전문의 중심의 학생 마음 건강 지원 모델을 만든지 9년 가까이 흘렀는데요. 그동안 적극적인 제도 보완을 거쳐 도내 청소년 자살률이 줄어드는 추세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2021년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보면, 관리가 필요한 관심군에 든 제주지역 학생은 ▲ 초등학생 681명 ▲ 중학생 455명 ▲ 고등학생 339명 등 모두 더해 1,475명입니다. 이 중에서 자살위험군(중·고등학생)은 324명에 이릅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실시하는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보면 제주도가 여전히 다른 시도 평균보다 관심군의 학생 비율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위기단계별 학생 맞춤형 마음건강 지원체계' 구축이라는 목표가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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