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한류 7년째 막고 있지만…현실은?

입력 2023.0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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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3월 16일까지 열리는 ‘한국 배우 200인’ 사진전 (사진: 이랑 KBS 베이징 특파원)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3월 16일까지 열리는 ‘한국 배우 200인’ 사진전 (사진: 이랑 KBS 베이징 특파원)

"배두나 씨는 왜 없나요?"

상하이 직장인 마오 씨는 진지한 얼굴로 한국 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관계자도 영화배우 배두나 씨가 '한국 배우 200인' 사진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 서야 알아챘습니다.

배우 배두나 씨는 2021년 사진전을 기획했던 당시 선발 기준, 당사자의 의사 등에 따라 200인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고 김중만 작가, 안성진 작가가 촬영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200인 가운데 꼭 찍어 배두나 씨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그녀에게서 한국 영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하이 한국영화제, 대기자만 수백 명…7편 영화 5분 만에 매진

중국 한류 팬들 관심의 깊이에 놀란 순간들은 취재 내내 계속됐습니다.

리우자쥔 씨는 개막작이 빠르게 매진되면서 표를 구할 수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화제를 찾았다.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리우자쥔 씨는 개막작이 빠르게 매진되면서 표를 구할 수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화제를 찾았다.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영화 마니아인 리우자쥔 씨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열린 상하이 한국영화제 개막 당일(17일), 영화 '헌트'가 상영되기 2시간 전에 상하이 한국 문화원에 도착했습니다.

놀라운 건 리우자쥔 씨는 표가 없었다는 점인데요. 개막작 관람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좌석이 5초 만에 매진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제 개막작을 보기 위해 찾은 중국인들.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한국영화제 개막작을 보기 위해 찾은 중국인들.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영화제 기간(~25일까지) 동안 상영되는 15편의 영화 가운데 먼저 관람 신청을 받은 7편 모두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125석 규모의 좌석은 5분 만에 매진됐고 대기자만 700명이 넘었습니다. 이후 추가로 공개된 영화 '자산어보', '모가디슈' 등 8편도 모두 관람 신청을 받자마자 빠르게 매진됐습니다.

하지만 리우 씨는 모처럼 대형 화면으로 한국영화를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앞인 대기 번호만 믿고 무작정 한국문화원을 찾은 이유입니다.

오랫동안 없었다가 다시 시작한 행사라 상하이에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어요. 한국 영화는 모두가 인정하듯 제작이 아주 훌륭합니다. -리우자쥔/ 상하이 시민

개막작을 보러 온 대학생 궈지지에 씨의 경우, 영화 관람 신청 당일 알람까지 맞춰놓고 표를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이번 영화제 좌석이 제한적이라 크게 아쉬워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실제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암표까지 거래되면서 관람을 신청한 사람과 보러 온 사람이 일치하는지 개인 정보까지 확인하게 됐다고 귀띔했습니다.

■"음악감독 정재일이 좋아"

10년 전부터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다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마오보어잉 씨는 사실 개막작이 아닌 '브로커' 관람을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광탈(광속 탈락의 줄임말, 조기에 탈락했다는 뜻)'을 하면서 개봉작을 보러 오게 됐다고 털어놓았는데요.

한국 음악감독 정재일 씨의 팬이라고 밝힌 마오보어잉 씨.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한국 음악감독 정재일 씨의 팬이라고 밝힌 마오보어잉 씨.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영화 '브로커'를 보고 싶었던 이유가 남달랐습니다.

영화를 보는 나만의 시각이 있는데요. '브로커' 음악감독이 정재일 씨거든요. 전 이 뮤지션에 관심이 있어요. 정재일 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기생충', '옥자' 등을 다 봤습니다. -마오보어잉/ 상하이 시민

'브로커'가 해외에서 수상한 유명 영화라서 관심을 가졌겠거니 지레 짐작했던 취재진이 머쓱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마오 씨는 "한국영화에는 중국영화가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분명 있다"면서 "그 점이 한국영화에 큰 관심을 두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드라마·영화 동시 방영 사라졌어도….

한한령(한류 금지) 이후 중국 지상파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가 동시 방영되지 못한지 올해로 7년이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수개월 지난 한국 드라마 일부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되는 수준입니다. 한국 영화 역시 여전히 중국 내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도 아직은 중국에 올 수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국 내 한류가 예전처럼 '폭 넓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는 환경이 됐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과 노래를 향유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더 깊습니다.

지난 18일 BTS의 멤버 제이홉의 생일을 맞아 중국 팬들이 서울 곳곳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 (출처: 웨이보)지난 18일 BTS의 멤버 제이홉의 생일을 맞아 중국 팬들이 서울 곳곳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 (출처: 웨이보)

한·중 관계 변화에 따라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함께 부침을 겪어도 문화 소통의 길을 왜 꾸준히 넓혀가야만 하는지, 중국의 한류 팬들이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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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1 07:00:52
    특파원 리포트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3월 16일까지 열리는 ‘한국 배우 200인’ 사진전 (사진: 이랑 KBS 베이징 특파원)
"배두나 씨는 왜 없나요?"

상하이 직장인 마오 씨는 진지한 얼굴로 한국 관계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관계자도 영화배우 배두나 씨가 '한국 배우 200인' 사진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제 서야 알아챘습니다.

배우 배두나 씨는 2021년 사진전을 기획했던 당시 선발 기준, 당사자의 의사 등에 따라 200인에서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고 김중만 작가, 안성진 작가가 촬영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 200인 가운데 꼭 찍어 배두나 씨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그녀에게서 한국 영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상하이 한국영화제, 대기자만 수백 명…7편 영화 5분 만에 매진

중국 한류 팬들 관심의 깊이에 놀란 순간들은 취재 내내 계속됐습니다.

리우자쥔 씨는 개막작이 빠르게 매진되면서 표를 구할 수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화제를 찾았다.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영화 마니아인 리우자쥔 씨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열린 상하이 한국영화제 개막 당일(17일), 영화 '헌트'가 상영되기 2시간 전에 상하이 한국 문화원에 도착했습니다.

놀라운 건 리우자쥔 씨는 표가 없었다는 점인데요. 개막작 관람 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좌석이 5초 만에 매진됐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제 개막작을 보기 위해 찾은 중국인들.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영화제 기간(~25일까지) 동안 상영되는 15편의 영화 가운데 먼저 관람 신청을 받은 7편 모두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125석 규모의 좌석은 5분 만에 매진됐고 대기자만 700명이 넘었습니다. 이후 추가로 공개된 영화 '자산어보', '모가디슈' 등 8편도 모두 관람 신청을 받자마자 빠르게 매진됐습니다.

하지만 리우 씨는 모처럼 대형 화면으로 한국영화를 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앞인 대기 번호만 믿고 무작정 한국문화원을 찾은 이유입니다.

오랫동안 없었다가 다시 시작한 행사라 상하이에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어요. 한국 영화는 모두가 인정하듯 제작이 아주 훌륭합니다. -리우자쥔/ 상하이 시민

개막작을 보러 온 대학생 궈지지에 씨의 경우, 영화 관람 신청 당일 알람까지 맞춰놓고 표를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교류할 수 있는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이번 영화제 좌석이 제한적이라 크게 아쉬워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실제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 암표까지 거래되면서 관람을 신청한 사람과 보러 온 사람이 일치하는지 개인 정보까지 확인하게 됐다고 귀띔했습니다.

■"음악감독 정재일이 좋아"

10년 전부터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보다가, 한국 드라마와 영화까지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마오보어잉 씨는 사실 개막작이 아닌 '브로커' 관람을 신청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광탈(광속 탈락의 줄임말, 조기에 탈락했다는 뜻)'을 하면서 개봉작을 보러 오게 됐다고 털어놓았는데요.

한국 음악감독 정재일 씨의 팬이라고 밝힌 마오보어잉 씨. (촬영: 이창준 KBS 베이징 특파원)
영화 '브로커'를 보고 싶었던 이유가 남달랐습니다.

영화를 보는 나만의 시각이 있는데요. '브로커' 음악감독이 정재일 씨거든요. 전 이 뮤지션에 관심이 있어요. 정재일 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기생충', '옥자' 등을 다 봤습니다. -마오보어잉/ 상하이 시민

'브로커'가 해외에서 수상한 유명 영화라서 관심을 가졌겠거니 지레 짐작했던 취재진이 머쓱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마오 씨는 "한국영화에는 중국영화가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분명 있다"면서 "그 점이 한국영화에 큰 관심을 두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드라마·영화 동시 방영 사라졌어도….

한한령(한류 금지) 이후 중국 지상파와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가 동시 방영되지 못한지 올해로 7년이 됐습니다. 지난해부터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수개월 지난 한국 드라마 일부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에 공개되는 수준입니다. 한국 영화 역시 여전히 중국 내 극장에 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도 아직은 중국에 올 수 없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국 내 한류가 예전처럼 '폭 넓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는 환경이 됐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우회적인 방법'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과 노래를 향유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더 깊습니다.

지난 18일 BTS의 멤버 제이홉의 생일을 맞아 중국 팬들이 서울 곳곳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 (출처: 웨이보)
한·중 관계 변화에 따라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함께 부침을 겪어도 문화 소통의 길을 왜 꾸준히 넓혀가야만 하는지, 중국의 한류 팬들이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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