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좁아지는 ‘문’…난민 인정돼도 난관은 수두룩

입력 2023.02.21 (07:33) 수정 2023.02.2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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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나마 이런 난민 심사 기회조차도 앞으로는 더 줄어들지 모르겠습니다.

법무부가 난민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심사 절차를 훨씬 까다롭게 하는 내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어려운 심사를 최종 통과한다고 해도, 국내 난민들에게는 '비자 연장', '자녀 양육' 등 첩첩산중의 난제들이 남습니다.

최혜림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집트에서 인권 운동을 하다, 2016년 우리나라로 넘어온 무삽 씨.

난민 면접 당시 "돈을 벌려고 난민 신청을 했다" "고국에 못 돌아갈 이유가 없다" 등 하지도 않은 말들이 조서에 기록돼, 심사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부당 심사였단 사실이 드러나 재심사 끝에 '난민'으로 인정됐지만, 일상은, 여전히 불안정하기만 합니다.

난민 비자의 유효 기간은 최대 3년.

처음 비자를 발급받을 때만 해도, 이 기간을 꽉 채웠지만, 그 다음부턴, 1~2년짜리로 들쭉날쭉했습니다.

같은 조건인 부인과도 유효 기간이 달랐는데, 기준과 원칙이 뭔지조차 알 길이 없었습니다.

[다위시 무삽/난민 인정자 : "왜 나는 2년이고 부인은 1년이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공무원은 부인이 1년이라고 적힌 부분을 삭제하고 2년으로 고쳤습니다.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무삽 씨가 가졌던 '난민 심사' 기회도 앞으로는 더 줄어들 태세입니다.

지금까지는, 탈락해도 다시 신청하면 재심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법무부가 추진 중인 난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탈락자들은 별도의 적격심사를 또 거쳐야, 난민 재심사가 가능합니다.

가뜩이나 '난민 인정 비율' 1%대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심사마저도, 사실상 '두 번' 받아야 하는 셈입니다.

[권영실/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 "(난민) 심사 결과에 수긍을 할 수 없는 신청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재심사를 받지 못하게 막아버리겠다라는 것은 좀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 관문을 통과해도 장애물은 또 있습니다.

자녀들의 국적 문제입니다.

무삽 씨 부부는 난민으로 인정된 '이후'에 한국에서 두 딸을 낳았지만 아직도 국적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신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이집트 당국의 위협을 피해 온 무삽 씨 가족에게, 이집트 대사관을 찾아가라는 건, 도저히 실행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두 딸은 그렇게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무국적자'로 방치돼 있습니다.

[다위시 무삽/난민 인정자 : "딸은 스스로 한국인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딸은 한국에 속하지 못하고, 한국 여권이 없어 다른 나라로 못 갑니다. 우리는 한국에 계속 있을 거예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서수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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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점 좁아지는 ‘문’…난민 인정돼도 난관은 수두룩
    • 입력 2023-02-21 07:33:38
    • 수정2023-02-21 07: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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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나마 이런 난민 심사 기회조차도 앞으로는 더 줄어들지 모르겠습니다.

법무부가 난민법 개정을 추진 중인데, 심사 절차를 훨씬 까다롭게 하는 내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어려운 심사를 최종 통과한다고 해도, 국내 난민들에게는 '비자 연장', '자녀 양육' 등 첩첩산중의 난제들이 남습니다.

최혜림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집트에서 인권 운동을 하다, 2016년 우리나라로 넘어온 무삽 씨.

난민 면접 당시 "돈을 벌려고 난민 신청을 했다" "고국에 못 돌아갈 이유가 없다" 등 하지도 않은 말들이 조서에 기록돼, 심사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부당 심사였단 사실이 드러나 재심사 끝에 '난민'으로 인정됐지만, 일상은, 여전히 불안정하기만 합니다.

난민 비자의 유효 기간은 최대 3년.

처음 비자를 발급받을 때만 해도, 이 기간을 꽉 채웠지만, 그 다음부턴, 1~2년짜리로 들쭉날쭉했습니다.

같은 조건인 부인과도 유효 기간이 달랐는데, 기준과 원칙이 뭔지조차 알 길이 없었습니다.

[다위시 무삽/난민 인정자 : "왜 나는 2년이고 부인은 1년이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공무원은 부인이 1년이라고 적힌 부분을 삭제하고 2년으로 고쳤습니다. 기준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무삽 씨가 가졌던 '난민 심사' 기회도 앞으로는 더 줄어들 태세입니다.

지금까지는, 탈락해도 다시 신청하면 재심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법무부가 추진 중인 난민법 개정안에 따르면, 탈락자들은 별도의 적격심사를 또 거쳐야, 난민 재심사가 가능합니다.

가뜩이나 '난민 인정 비율' 1%대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심사마저도, 사실상 '두 번' 받아야 하는 셈입니다.

[권영실/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 "(난민) 심사 결과에 수긍을 할 수 없는 신청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재심사를 받지 못하게 막아버리겠다라는 것은 좀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 관문을 통과해도 장애물은 또 있습니다.

자녀들의 국적 문제입니다.

무삽 씨 부부는 난민으로 인정된 '이후'에 한국에서 두 딸을 낳았지만 아직도 국적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자녀는 부모의 '국적국' 재외공관에서 출생신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이집트 당국의 위협을 피해 온 무삽 씨 가족에게, 이집트 대사관을 찾아가라는 건, 도저히 실행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두 딸은 그렇게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무국적자'로 방치돼 있습니다.

[다위시 무삽/난민 인정자 : "딸은 스스로 한국인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딸은 한국에 속하지 못하고, 한국 여권이 없어 다른 나라로 못 갑니다. 우리는 한국에 계속 있을 거예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서수민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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