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비이성적”…중국은 왜 바이든의 우크라行을 비판하나?

입력 2023.02.21 (17:27) 수정 2023.02.2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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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뒷모습)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사진: AFP)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뒷모습)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사진: AFP)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한 순간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24일)을 앞두고 현장을 방문해 전 세계 헤드라인을 차지했습니다. 분쟁 현장에서 직접 내놓는 미국 대통령의 안보 공약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상징성을 가집니다. 미국은 21세기에도 하드파워(무력)과 소프트파워(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패권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전 세계 이목 쏠렸지만 중국 매체들은 외면

하지만 중국 관영 매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소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방문 당일 관영 CCTV 종합 채널의 저녁 메인뉴스는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CCTV 국제 채널과 보도 채널이 단신으로 간단히 처리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소식을 당일 종합채널 메인뉴스에서는 다루지 않고, 국제 채널 등에서만 30초 정도 길이로 짧게 전했다.(사진: CCTV 국제 채널 캡처)중국 관영 CCTV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소식을 당일 종합채널 메인뉴스에서는 다루지 않고, 국제 채널 등에서만 30초 정도 길이로 짧게 전했다.(사진: CCTV 국제 채널 캡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종이 신문에는 관련 소식이 없습니다. 인터넷판에만 신화통신 기사를 그대로 싣는 형식으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내용도 미국 워싱턴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는, 다분히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드문 별도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비이성적,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의 격렬한 반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른바 관측통들의 의견을 인용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가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는 봄철 재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중국 관영매체가 그 핑계를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찾으려 합니다. 북한의 ICBM 도발이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라는 중국 측 주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 AFP)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 AFP)

■ 중국 관영매체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비이성적·이기적"

바이든의 방문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가 약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분쟁에 계속 기름을 붓기 위해 개전 1주년에 맞춰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습니다. 댜오 교수는 특히 미국은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유권자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쇼를 벌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을 대통령 재선을 위한 정치적 쇼로 평가했습니다.

20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미국의 패권, 패도, 집단 따돌림과 그 해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20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미국의 패권, 패도, 집단 따돌림과 그 해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관영매체들이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 관련 보고서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패권, 패도, 집단 따돌림과 그 해악'이라는 제목입니다. 미국이 정치와 군사, 경제, 과학기술, 문화 분야에서 패권을 추구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의 과학 기술과 경제 발전을 가로 막는다고 비난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보고서 내용을 전했는데, 정작 누가 작성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6.25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모두 미국 책임이라고 비난합니다. 미국은 외교와 전쟁을 거의 구분하지 않았다는 홍콩 매체 칼럼니스트의 주장도 인용했습니다. 이같은 비판의 연장 선상에서 중국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역시 자국의 이익과 가치관에 따라 세계 질서를 형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되면 중국의 딜레마도 계속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2월 베이징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무제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그 직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침입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후 지난해 9월 다시 만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중립' 이미지는 이미 훼손된 뒤였습니다. 미국과 서방은 최근까지도 중국에게 러시아에 대해 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어차피 '한편' 아니냐는 것입니다.

지난해 2월 베이징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에서 ‘무제한 협력’에 합의했다.지난해 2월 베이징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에서 ‘무제한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은 미국과 전략 경쟁을 하며 러시아와의 연합 전선이 필요하지만, '주권 보장'을 강조해온 입장에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계속 두둔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국의 딜레마도 계속됩니다.

이같은 거북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중국은 국제적 중재자 역할을 모색해왔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러시아와 서방 사이 대화를 촉진할 유일한 강대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중재자 모색' 중국 외교수장, 러시아 방문...바이든 우크라 방문에 퇴색

이같은 중요한 임무를 띄고 중국의 외교사령탑,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뮌헨 안보회의를 거쳐 오늘(21일) 러시아를 방문합니다. 왕이 위원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푸틴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예정돼 있고, 중국에서도 평화 구상이 나올 것이란 전언도 있었습니다. 중러 지도자의 메시지와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던 상황입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1~22일 러시아를 방문한다.(사진: 연합뉴스)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1~22일 러시아를 방문한다.(사진: 연합뉴스)

그런 중요한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이 전장 한복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손을 잡고 나섰습니다. 전 세계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한 순간에 키이우로 쏠렸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메시지에도 힘이 실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계기로 외교적 공간을 넓히려던 중국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중요 발표를 앞두고 미국이 주도권을 채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애써 외면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중국 관영매체들의 반응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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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비이성적”…중국은 왜 바이든의 우크라行을 비판하나?
    • 입력 2023-02-21 17:27:04
    • 수정2023-02-21 17:28:13
    특파원 리포트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뒷모습)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포옹하고 있다.(사진: AFP)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은 한 순간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24일)을 앞두고 현장을 방문해 전 세계 헤드라인을 차지했습니다. 분쟁 현장에서 직접 내놓는 미국 대통령의 안보 공약은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상징성을 가집니다. 미국은 21세기에도 하드파워(무력)과 소프트파워(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패권국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전 세계 이목 쏠렸지만 중국 매체들은 외면

하지만 중국 관영 매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소식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방문 당일 관영 CCTV 종합 채널의 저녁 메인뉴스는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CCTV 국제 채널과 보도 채널이 단신으로 간단히 처리했습니다.

중국 관영 CCTV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 소식을 당일 종합채널 메인뉴스에서는 다루지 않고, 국제 채널 등에서만 30초 정도 길이로 짧게 전했다.(사진: CCTV 국제 채널 캡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종이 신문에는 관련 소식이 없습니다. 인터넷판에만 신화통신 기사를 그대로 싣는 형식으로 소식을 전했습니다. 내용도 미국 워싱턴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군사 원조를 약속했다는, 다분히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가 드문 별도 분석 기사를 실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비이성적, 이기적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의 격렬한 반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른바 관측통들의 의견을 인용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했다가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는 봄철 재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중국 관영매체가 그 핑계를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찾으려 합니다. 북한의 ICBM 도발이 한미 연합훈련 때문이라는 중국 측 주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 AFP)
■ 중국 관영매체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비이성적·이기적"

바이든의 방문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주장도 내놨습니다.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가 약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분쟁에 계속 기름을 붓기 위해 개전 1주년에 맞춰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고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습니다. 댜오 교수는 특히 미국은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유권자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쇼를 벌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을 대통령 재선을 위한 정치적 쇼로 평가했습니다.

20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미국의 패권, 패도, 집단 따돌림과 그 해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실렸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중국 관영매체들이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 관련 보고서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미국의 패권, 패도, 집단 따돌림과 그 해악'이라는 제목입니다. 미국이 정치와 군사, 경제, 과학기술, 문화 분야에서 패권을 추구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의 과학 기술과 경제 발전을 가로 막는다고 비난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보고서 내용을 전했는데, 정작 누가 작성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6.25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모두 미국 책임이라고 비난합니다. 미국은 외교와 전쟁을 거의 구분하지 않았다는 홍콩 매체 칼럼니스트의 주장도 인용했습니다. 이같은 비판의 연장 선상에서 중국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역시 자국의 이익과 가치관에 따라 세계 질서를 형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되면 중국의 딜레마도 계속돼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2월 베이징을 찾은 푸틴 대통령에게 '무제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그 직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침입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후 지난해 9월 다시 만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문과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중립' 이미지는 이미 훼손된 뒤였습니다. 미국과 서방은 최근까지도 중국에게 러시아에 대해 무기 지원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어차피 '한편' 아니냐는 것입니다.

지난해 2월 베이징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정상회담에서 ‘무제한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은 미국과 전략 경쟁을 하며 러시아와의 연합 전선이 필요하지만, '주권 보장'을 강조해온 입장에서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계속 두둔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중국의 딜레마도 계속됩니다.

이같은 거북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중국은 국제적 중재자 역할을 모색해왔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러시아와 서방 사이 대화를 촉진할 유일한 강대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중재자 모색' 중국 외교수장, 러시아 방문...바이든 우크라 방문에 퇴색

이같은 중요한 임무를 띄고 중국의 외교사령탑,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뮌헨 안보회의를 거쳐 오늘(21일) 러시아를 방문합니다. 왕이 위원이 푸틴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푸틴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예정돼 있고, 중국에서도 평화 구상이 나올 것이란 전언도 있었습니다. 중러 지도자의 메시지와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던 상황입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1~22일 러시아를 방문한다.(사진: 연합뉴스)
그런 중요한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이 전장 한복판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손을 잡고 나섰습니다. 전 세계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가 한 순간에 키이우로 쏠렸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메시지에도 힘이 실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계기로 외교적 공간을 넓히려던 중국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중요 발표를 앞두고 미국이 주도권을 채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애써 외면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중국 관영매체들의 반응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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