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② 또 ‘중간 요금제’ 꺼낸 정부…효과 있나?

입력 2023.02.22 (09:00) 수정 2023.02.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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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대통령이 주문하기도 한 정부의 통신비 경감 대책 핵심은 중간요금제 도입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도입된 중간요금제는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체감적인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식으로 또다른 중간요금제를 도입해도 인하 효과는 5천원 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 대통령이 콕 찍어서 말한 "통신 요금 구간 세분화"

난방비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악화된 여론 상황 속에서 정부는 은행과 통신사를 겨냥해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입니다. 많이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더 상세하게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시장 경쟁 촉진 강화를 지시하셨습니다. 특히, 통신 요금 구간을 세분화하여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략) 아울러 윤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통신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과기부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 정부 정책 핵심은 중간요금제…사실은 '재탕'

구체적으로 통신 요금 구간을 세분화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에 일단 정부도 중간요금제를 이번 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으로 보고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간요금제, 귀에 익은 이름이다. 통신 3사가 이미 정부와의 협의 끝에 지난해 8월 한 차례 도입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10~12기가 바이트를 주는 월 5만 5천 원짜리 요금제가 있고 그보다 데이터를 많이 쓰려면 110~150기가바이트를 주는 6만 9천 원에서 7만 5천 원짜리 요금제로 올려야 했다. 요즘 유튜브를 고화질로 보면 한 시간에 2기가 바이트 정도가 소모된다. 월 다섯 시간만 유튜브를 봐도 10기가 바이트 제한을 다 채우기 때문에 그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러자니 요금 대가 7만 원으로 뛰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업계가 호응해서 내놓은 요금제가 월 6만 원 안팎을 내는 중간 요금제였다. SKT는 24기가, 나머지 두 회사는 31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존의 요금제에 비해서 겨우 1만 원 정도 낮아졌고 데이터 다소비 계층에게는 월 30기가바이트가 영 어중간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정부는 아직도 중간요금제가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에 일종의 '중간요금제2'를 추진한다. 이번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데이터와 요금을 정한다면 월 6만 5천 원가량을 내고 70기가바이트 가량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의 110기가바이트를 쓰던 사람 입장에서는 겨우 5천 원 내리는 셈인데 과연 이 정도로 '고통분담에 따른 요금인하'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서로 짜기라도 한 것인양 비슷한 통신3사 요금제

통신 3사의 기존 요금체계를 보면 신기한 현상이 관찰된다. 제공 데이터양과 요금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비슷하다는 점이다. 10~12기가 바이트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아예 5만 5천 원으로 월 요금이 동일하다. 지난해 중간요금제 역시 24~31기가바이트로 제공량이 비슷하고 요금도 5만 9천 원에서 6만 1천 원으로 서로 천 원씩만 다르다. 110~150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6만 9천 원에서 7만 5천 원으로 최대 6천 원 차이에 그친다.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치열한 가격경쟁의 결과 이처럼 요금이 같아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나 올해나 정부의 타의에 의한 중간요금 도입 과정에서 서로 가격 경쟁 끝에 요금이 같아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일정 정도로 통일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소비자들을 놓고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했다면 새로운 요금제들이 끊임없이 등장해서 소비자들에게 번호 이동 기회를 제공해야 할 텐데 그런 광경을 최근에는 보기 어렵다.

정부가 의욕을 보인 '중간요금제2'에 대해 통신 3사는 "드릴 말씀이 없다"거나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다"는 공식 답변만 내놓고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영리회사인 만큼 일방적으로 정부 지시를 수용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협의"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시장 원리에 따른 요금 인하를 강조하고 있다.

■ 월 7천9백 원짜리 알뜰폰 쓰는 대기업 부장…홍보 강화해야

통신 3사가 이처럼 미적이는 동안 실제로 요금 경쟁이 치열한 곳은 알뜰폰 시장이다. IT 관련 대기업 부장인 45살 박 모 씨는 알뜰폰을 써 오다 최근에 '기기 변경'까지 했다. 박 부장의 말이다.

"지난 17일 중고 거래 앱을 통한 직거래로 2년 쯤 된 갤럭시 S21플러스를 35만 원에 샀어요. 한 알뜰폰 회사의 요금제로 월 7천9백 원에 LTE 3.5기가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약정 끝나고 쏟아지는 2년 전 당시의 최신폰을 중고 플랫폼에서 사서 월 1만 원 안쪽의 알뜰폰 요금제를 쓰는 걸 선호합니다."

하지만 통신 3사보다 훨씬 저렴한 알뜰폰은 어디서 어떻게 가입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고객센터와의 연결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걱정 때문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홍보해서 통신 3사의 과점 구도를 흔들 필요가 있다.

알뜰폰은 우체국이나 알뜰폰 허브 등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가입할 수 있다. 통신 3사 기존 가입자들은 간단하게 번호 이동이 가능하다. 월 2천 원부터 3만 원대까지 다양한 요금제가 나와 있으며 알뜰폰 회사마다 기간 한정 특가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5G 데이터 요금제가 다양하지 못한 점과 해외 로밍 등 일부 서비스가 필요할 때 사전에 연락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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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2-22 10:51:59
    취재K
대통령이 주문하기도 한 정부의 통신비 경감 대책 핵심은 중간요금제 도입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도입된 중간요금제는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체감적인 효과가 없었다. 지난해 식으로 또다른 중간요금제를 도입해도 인하 효과는 5천원 가량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 대통령이 콕 찍어서 말한 "통신 요금 구간 세분화"

난방비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악화된 여론 상황 속에서 정부는 은행과 통신사를 겨냥해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제13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입니다. 많이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더 상세하게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시장 경쟁 촉진 강화를 지시하셨습니다. 특히, 통신 요금 구간을 세분화하여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략) 아울러 윤 대통령은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통신시장 과점 해소와 경쟁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과기부 장관에게 지시했습니다."

■ 정부 정책 핵심은 중간요금제…사실은 '재탕'

구체적으로 통신 요금 구간을 세분화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에 일단 정부도 중간요금제를 이번 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으로 보고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간요금제, 귀에 익은 이름이다. 통신 3사가 이미 정부와의 협의 끝에 지난해 8월 한 차례 도입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10~12기가 바이트를 주는 월 5만 5천 원짜리 요금제가 있고 그보다 데이터를 많이 쓰려면 110~150기가바이트를 주는 6만 9천 원에서 7만 5천 원짜리 요금제로 올려야 했다. 요즘 유튜브를 고화질로 보면 한 시간에 2기가 바이트 정도가 소모된다. 월 다섯 시간만 유튜브를 봐도 10기가 바이트 제한을 다 채우기 때문에 그보다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러자니 요금 대가 7만 원으로 뛰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업계가 호응해서 내놓은 요금제가 월 6만 원 안팎을 내는 중간 요금제였다. SKT는 24기가, 나머지 두 회사는 31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하지만 기존의 요금제에 비해서 겨우 1만 원 정도 낮아졌고 데이터 다소비 계층에게는 월 30기가바이트가 영 어중간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정부는 아직도 중간요금제가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에 일종의 '중간요금제2'를 추진한다. 이번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데이터와 요금을 정한다면 월 6만 5천 원가량을 내고 70기가바이트 가량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의 110기가바이트를 쓰던 사람 입장에서는 겨우 5천 원 내리는 셈인데 과연 이 정도로 '고통분담에 따른 요금인하'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서로 짜기라도 한 것인양 비슷한 통신3사 요금제

통신 3사의 기존 요금체계를 보면 신기한 현상이 관찰된다. 제공 데이터양과 요금이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비슷하다는 점이다. 10~12기가 바이트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아예 5만 5천 원으로 월 요금이 동일하다. 지난해 중간요금제 역시 24~31기가바이트로 제공량이 비슷하고 요금도 5만 9천 원에서 6만 1천 원으로 서로 천 원씩만 다르다. 110~150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요금제도 6만 9천 원에서 7만 5천 원으로 최대 6천 원 차이에 그친다.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치열한 가격경쟁의 결과 이처럼 요금이 같아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나 올해나 정부의 타의에 의한 중간요금 도입 과정에서 서로 가격 경쟁 끝에 요금이 같아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일정 정도로 통일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소비자들을 놓고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했다면 새로운 요금제들이 끊임없이 등장해서 소비자들에게 번호 이동 기회를 제공해야 할 텐데 그런 광경을 최근에는 보기 어렵다.

정부가 의욕을 보인 '중간요금제2'에 대해 통신 3사는 "드릴 말씀이 없다"거나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다"는 공식 답변만 내놓고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영리회사인 만큼 일방적으로 정부 지시를 수용하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협의"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시장 원리에 따른 요금 인하를 강조하고 있다.

■ 월 7천9백 원짜리 알뜰폰 쓰는 대기업 부장…홍보 강화해야

통신 3사가 이처럼 미적이는 동안 실제로 요금 경쟁이 치열한 곳은 알뜰폰 시장이다. IT 관련 대기업 부장인 45살 박 모 씨는 알뜰폰을 써 오다 최근에 '기기 변경'까지 했다. 박 부장의 말이다.

"지난 17일 중고 거래 앱을 통한 직거래로 2년 쯤 된 갤럭시 S21플러스를 35만 원에 샀어요. 한 알뜰폰 회사의 요금제로 월 7천9백 원에 LTE 3.5기가를 쓰고 있습니다. 저는 약정 끝나고 쏟아지는 2년 전 당시의 최신폰을 중고 플랫폼에서 사서 월 1만 원 안쪽의 알뜰폰 요금제를 쓰는 걸 선호합니다."

하지만 통신 3사보다 훨씬 저렴한 알뜰폰은 어디서 어떻게 가입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고객센터와의 연결이 쉽지 않을 거라는 걱정 때문에 가입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정부가 집중적으로 홍보해서 통신 3사의 과점 구도를 흔들 필요가 있다.

알뜰폰은 우체국이나 알뜰폰 허브 등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가입할 수 있다. 통신 3사 기존 가입자들은 간단하게 번호 이동이 가능하다. 월 2천 원부터 3만 원대까지 다양한 요금제가 나와 있으며 알뜰폰 회사마다 기간 한정 특가 상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잘 살펴보고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5G 데이터 요금제가 다양하지 못한 점과 해외 로밍 등 일부 서비스가 필요할 때 사전에 연락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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