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대출 가장한 ‘성 착취 추심’…“누구나 당할 수 있다!”

입력 2023.02.22 (21:22) 수정 2023.07.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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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범죄와 결합한 불법 사금융 '성착취 추심' 문제 어제(21일)에 이어 또 고발합니다.

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진과 지인의 연락처를 받아낸 뒤, 비싼 이자를 요구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의 성착취 영상까지 퍼뜨리는 신종 범죄인데요.

오늘(22일)은,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들의 수법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합법으로 가장한 비대면 대출의 함정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현예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급전'을 문의했습니다.

합법 대부 업체만 소개해준다는 사이트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정식 등록된 업체라 법정 이자만 준수한다 이러니까 그것에 대해서 믿고 했었는데…."]

연결된 한 업체에서 30만 원을 빌리기로 했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연락처 공유' 앱을 전화기에 설치하란 거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주소록을 공유하는 앱인데 설치하면 제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들이 업자한테 전달이 되더라고요. 신청하고 돈만 갖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면서."]

천만 명 넘게 다운받은 앱이라, 이것도, 위험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업체가 제시한 이율도 법정 상한인 연리 20%.

그렇게 '믿고' 돈을 빌렸는데, 이후로 말이 달라졌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다들 정식 이자 20퍼센트라고 얘기해요. 그러다가 막상 제 정보가 넘어가고 나면 진행하자고 하면서 원금 이상을 요청하죠."]

상환일을 딱 하루 넘기자, '앱'을 통해 넘어간 연락처들이 악용되기 시작했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전혀 모르는 남성의 알몸사진을 (제 얼굴과) 합성해서 '성매매자다, 성매매범이다, 아동 성매매자다' 이런 식으로 전단지를 허위로 만들어서 단체 카카오톡 방에 뿌리고. 그 이후에는 회사로도 연락해요."]

지인들과 연락이 끊겼고, 직장에서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합법 대출이고, 일종의 보증 차원에서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을 유인했던 공통된 수법입니다.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30만 원 대출이 필요하다'.

글 올린 지 20여 초 만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여덟 살이요.) 성함 여쭤볼게요."]

그러고는 역시나,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 등을 담보처럼 요구합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가족 관계나 지인 관계가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희가 보고 있고요. 그분들한테 피해 갈 일은 없으세요."]

[B 대부업체/음성변조 : "신분증을 도용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얼굴이랑) 같이 그냥 '셀카' 느낌으로 찍어주시면 돼요. 비상연락망은 저희는 앱을 통해서 받아요."]

한 시간 동안 10여 군데서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왔는데, 대부분이 업체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C 대부업체/음성변조 : "어디 업체인지 말하는 데는 없어요. 찾아봐도 안 나오는 데에요."]

문제 없는 업체라고도 주장합니다.

[B 대부업체/음성변조 : "(합법 업체의) 협력업체에요. 협력업체. 저희는 업체가 큰 업체예요. 협력업체도 한 마흔 곳 정도가 있어요."]

소액 대출이 급한 젊은 층은 대체로 금융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런 수법에 속속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남의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서류가 들어가야 돈을 빌려주겠다. 이 서류로 이렇게 장난을 하고 협박을 할 줄은 나중에 알게 되는 거죠."]

대출 중개 사이트의 공신력도 의심을 거두게 한 요인입니다.

[대출 중개사이트 대표/음성변조 : "대부등록증 있는 업체만 선별해서 회원 가입시킨 다음에 광고를 내보내기 때문에. 저희가 민원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 업체를 제재하지만 그 전에는 제재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해당 중개 업체들은 KBS 취재가 시작된 뒤, 실시간 대출 문의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현예슬 기자와 좀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현 기자! 피해 사례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대출 '중개 사이트'를 이용했다가 덫에 걸려들었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중개 사이트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그걸 '이용하는' 불법 업자들이 많습니다.

이들 사이트는 기본적으로 '광고' 영업을 하는데요.

합법 대부 업체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대출 신청자의 정보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주로 운영됩니다.

문제는, 이 정보에 '불법' 업자들까지 접근하고 있고, 급기야 '성 착취 추심'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아니 그런데 불법 업체들이 고객 정보를 어떻게 확보하는 거죠?

[기자]

사이트에 유료 등록을 한 합법 업체가, 불법 업체에도 신청자 정보를 넘기는 겁니다.

이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고 그렇게 빼낸 정보로 미동록업체가 연락해 대출을 하는 것도, 대부업법 위반입니다.

금감원과 금융위는 최근에야 이 문제를 인지하고, 등록된 업체들도 대출 신청자 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업체 측에서 '먼저', 연락을 못 하게끔 한 겁니다.

그런데 이 조치 '이후'에도 저희가 올린 대출 문의 글에, 업체들 연락이 쇄도하는 거, 앞선 보도에서 보셨습니다.

뭔가 제대로, 조치가 안 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요즘같은 고금리 시대에 대부업체 찾는 사람들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일텐데, 어떤 걸 제일 주의해야 할까요?

[기자]

무엇보다 '지인 연락처', '본인 얼굴 사진', 이게 절대로 대출심사 필수정보가 아니거든요.

따라서 이런 거 요구하는 곳은 일순위로 거르셔야 합니다.

또 대부업체 이름 반드시 확인하시고,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 사이트에서, 다시 한번 상호명과 전화번호, 대조해 봐야 합니다.

[앵커]

물론 피해를 안 당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네, 피해자들을 보면 가족들이 알까봐, 친구가 알까봐, 전전긍긍하다가 피해를 더 키운 경우도 있거든요.

따라서 무조건 숨기려 하지 말고 빨리 피해 사실 알리고, 도움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휴대전화나 메신저 아이디 등도 바꿔서 추심 연락을 끊으셔야 하고요.

거래 내역과 증빙 자료 확보해 뒀다가, 금감원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신고해 법률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현예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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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법 대출 가장한 ‘성 착취 추심’…“누구나 당할 수 있다!”
    • 입력 2023-02-22 21:22:24
    • 수정2023-07-19 20: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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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범죄와 결합한 불법 사금융 '성착취 추심' 문제 어제(21일)에 이어 또 고발합니다.

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진과 지인의 연락처를 받아낸 뒤, 비싼 이자를 요구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채무자의 성착취 영상까지 퍼뜨리는 신종 범죄인데요.

오늘(22일)은,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들의 수법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합법으로 가장한 비대면 대출의 함정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현예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급전'을 문의했습니다.

합법 대부 업체만 소개해준다는 사이트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정식 등록된 업체라 법정 이자만 준수한다 이러니까 그것에 대해서 믿고 했었는데…."]

연결된 한 업체에서 30만 원을 빌리기로 했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연락처 공유' 앱을 전화기에 설치하란 거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주소록을 공유하는 앱인데 설치하면 제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들이 업자한테 전달이 되더라고요. 신청하고 돈만 갖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면서."]

천만 명 넘게 다운받은 앱이라, 이것도, 위험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업체가 제시한 이율도 법정 상한인 연리 20%.

그렇게 '믿고' 돈을 빌렸는데, 이후로 말이 달라졌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다들 정식 이자 20퍼센트라고 얘기해요. 그러다가 막상 제 정보가 넘어가고 나면 진행하자고 하면서 원금 이상을 요청하죠."]

상환일을 딱 하루 넘기자, '앱'을 통해 넘어간 연락처들이 악용되기 시작했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전혀 모르는 남성의 알몸사진을 (제 얼굴과) 합성해서 '성매매자다, 성매매범이다, 아동 성매매자다' 이런 식으로 전단지를 허위로 만들어서 단체 카카오톡 방에 뿌리고. 그 이후에는 회사로도 연락해요."]

지인들과 연락이 끊겼고, 직장에서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합법 대출이고, 일종의 보증 차원에서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을 유인했던 공통된 수법입니다.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30만 원 대출이 필요하다'.

글 올린 지 20여 초 만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여덟 살이요.) 성함 여쭤볼게요."]

그러고는 역시나,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 등을 담보처럼 요구합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가족 관계나 지인 관계가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희가 보고 있고요. 그분들한테 피해 갈 일은 없으세요."]

[B 대부업체/음성변조 : "신분증을 도용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얼굴이랑) 같이 그냥 '셀카' 느낌으로 찍어주시면 돼요. 비상연락망은 저희는 앱을 통해서 받아요."]

한 시간 동안 10여 군데서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왔는데, 대부분이 업체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C 대부업체/음성변조 : "어디 업체인지 말하는 데는 없어요. 찾아봐도 안 나오는 데에요."]

문제 없는 업체라고도 주장합니다.

[B 대부업체/음성변조 : "(합법 업체의) 협력업체에요. 협력업체. 저희는 업체가 큰 업체예요. 협력업체도 한 마흔 곳 정도가 있어요."]

소액 대출이 급한 젊은 층은 대체로 금융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런 수법에 속속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남의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서류가 들어가야 돈을 빌려주겠다. 이 서류로 이렇게 장난을 하고 협박을 할 줄은 나중에 알게 되는 거죠."]

대출 중개 사이트의 공신력도 의심을 거두게 한 요인입니다.

[대출 중개사이트 대표/음성변조 : "대부등록증 있는 업체만 선별해서 회원 가입시킨 다음에 광고를 내보내기 때문에. 저희가 민원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 업체를 제재하지만 그 전에는 제재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해당 중개 업체들은 KBS 취재가 시작된 뒤, 실시간 대출 문의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앵커]

이 문제 취재한 현예슬 기자와 좀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현 기자! 피해 사례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대출 '중개 사이트'를 이용했다가 덫에 걸려들었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중개 사이트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니지만, 그걸 '이용하는' 불법 업자들이 많습니다.

이들 사이트는 기본적으로 '광고' 영업을 하는데요.

합법 대부 업체들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대출 신청자의 정보를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주로 운영됩니다.

문제는, 이 정보에 '불법' 업자들까지 접근하고 있고, 급기야 '성 착취 추심'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아니 그런데 불법 업체들이 고객 정보를 어떻게 확보하는 거죠?

[기자]

사이트에 유료 등록을 한 합법 업체가, 불법 업체에도 신청자 정보를 넘기는 겁니다.

이 자체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하고 그렇게 빼낸 정보로 미동록업체가 연락해 대출을 하는 것도, 대부업법 위반입니다.

금감원과 금융위는 최근에야 이 문제를 인지하고, 등록된 업체들도 대출 신청자 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업체 측에서 '먼저', 연락을 못 하게끔 한 겁니다.

그런데 이 조치 '이후'에도 저희가 올린 대출 문의 글에, 업체들 연락이 쇄도하는 거, 앞선 보도에서 보셨습니다.

뭔가 제대로, 조치가 안 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요즘같은 고금리 시대에 대부업체 찾는 사람들은 형편이 어려운 분들일텐데, 어떤 걸 제일 주의해야 할까요?

[기자]

무엇보다 '지인 연락처', '본인 얼굴 사진', 이게 절대로 대출심사 필수정보가 아니거든요.

따라서 이런 거 요구하는 곳은 일순위로 거르셔야 합니다.

또 대부업체 이름 반드시 확인하시고, '등록대부업체 통합조회' 사이트에서, 다시 한번 상호명과 전화번호, 대조해 봐야 합니다.

[앵커]

물론 피해를 안 당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네, 피해자들을 보면 가족들이 알까봐, 친구가 알까봐, 전전긍긍하다가 피해를 더 키운 경우도 있거든요.

따라서 무조건 숨기려 하지 말고 빨리 피해 사실 알리고, 도움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휴대전화나 메신저 아이디 등도 바꿔서 추심 연락을 끊으셔야 하고요.

거래 내역과 증빙 자료 확보해 뒀다가, 금감원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신고해 법률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현예슬 기자, 잘 들었습니다.

촬영기자:최석규/영상편집:이현모/그래픽:김석훈

[알립니다] 앵커 배경화면의 일부를 블러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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