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대출 가장한 ‘성 착취 추심’…“누구나 당할 수 있다!”

입력 2023.02.23 (06:33) 수정 2023.02.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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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범죄와 결합한 불법 사금융, '성 착취 추심' 문제를, 오늘도 짚어봅니다.

업자들은, 소액을 빌려준 뒤 '보증' 명목으로 채무자의 사진과 지인 연락처 등을 받아내고, 그걸 이용해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했습니다.

합법 업체임을 가장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데, 온라인 비대면 대출의 특성상, 누구든지 쉽게 빠질 있는 '함정'들이 파져 있었습니다.

현예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급전'을 문의했습니다.

합법 대부 업체만 소개해준다는 사이트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정식 등록된 업체라 법정 이자만 준수한다 이러니까 그것에 대해서 믿고 했었는데..."]

연결된 한 업체에서 30만 원을 빌리기로 했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연락처 공유' 앱을 전화기에 설치하란 거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주소록을 공유하는 앱인데 설치하면 제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들이 업자한테 전달이 되더라고요. 신청하고 돈만 갖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면서."]

천만 명 넘게 다운받은 앱이라, 이것도, 위험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업체가 제시한 이율도 법정 상한인 연리 20%.

그렇게 '믿고' 돈을 빌렸는데, 이후로 말이 달라졌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다들 정식 이자 이십 퍼센트라고 얘기해요. 그러다가 막상 제 정보가 넘어가고 나면 진행하자고 하면서 원금 이상을 요청하죠."]

상환일을 딱 하루 넘기자, '앱'을 통해 넘어간 연락처들이 악용되기 시작했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전혀 모르는 남성의 알몸사진을 (제 얼굴과) 합성해서 '성매매자다, 성매매범이다, 아동 성매매자다' 이런 식으로 전단지를 허위로 만들어서 단체 카카오톡 방에 뿌리고. 그 이후에는 회사로도 연락해요."]

지인들과 연락이 끊겼고, 직장에서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합법 대출이고, 일종의 보증 차원에서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을 유인했던 공통된 수법입니다.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30만 원 대출이 필요하다'

글 올린 지 20여 초 만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여덟 살이요.) 성함 여쭤볼게요."]

그러고는 역시나,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 등을 담보처럼 요구합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가족 관계나 지인 관계가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희가 보고 있고요. 그분들한테 피해 갈 일은 없으세요."]

[B 대부업체/음성변조 : "신분증을 도용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얼굴이랑) 같이 그냥 '셀카' 느낌으로 찍어주시면 돼요. 비상연락망은 저희는 앱을 통해서 받아요."]

한 시간 동안 10여 군데서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왔는데, 대부분이 업체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C 대부업체/음성변조 : "어디 업체인지 말하는 데는 없어요. 찾아봐도 안 나오는 데에요."]

문제 없는 업체라고도 주장합니다.

[B 대부업체/음성변조 : "(합법 업체의) 협력업체에요. 협력업체. 저희는 업체가 큰 업체예요. 협력업체도 한 마흔 곳 정도가 있어요."]

소액 대출이 급한 젊은 층은 대체로 금융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런 수법에 속속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남의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서류가 들어가야 돈을 빌려주겠다. 이 서류로 이렇게 장난을 하고 협박을 할 줄은 나중에 알게 되는 거죠."]

대출 중개 사이트의 공신력도 의심을 거두게 한 요인입니다.

[대출 중개사이트 대표/음성변조 : "대부등록증 있는 업체만 선별해서 회원 가입시킨 다음에 광고를 내보내기 때문에. 저희가 민원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 업체를 제재하지만 그 전에는 제재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해당 중개 업체들은 KBS 취재가 시작된 뒤, 실시간 대출 문의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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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법 대출 가장한 ‘성 착취 추심’…“누구나 당할 수 있다!”
    • 입력 2023-02-23 06:33:54
    • 수정2023-02-23 0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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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범죄와 결합한 불법 사금융, '성 착취 추심' 문제를, 오늘도 짚어봅니다.

업자들은, 소액을 빌려준 뒤 '보증' 명목으로 채무자의 사진과 지인 연락처 등을 받아내고, 그걸 이용해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했습니다.

합법 업체임을 가장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데, 온라인 비대면 대출의 특성상, 누구든지 쉽게 빠질 있는 '함정'들이 파져 있었습니다.

현예슬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대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급전'을 문의했습니다.

합법 대부 업체만 소개해준다는 사이트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정식 등록된 업체라 법정 이자만 준수한다 이러니까 그것에 대해서 믿고 했었는데..."]

연결된 한 업체에서 30만 원을 빌리기로 했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연락처 공유' 앱을 전화기에 설치하란 거였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주소록을 공유하는 앱인데 설치하면 제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들이 업자한테 전달이 되더라고요. 신청하고 돈만 갖고 도망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면서."]

천만 명 넘게 다운받은 앱이라, 이것도, 위험할 거라곤 생각을 못했습니다.

업체가 제시한 이율도 법정 상한인 연리 20%.

그렇게 '믿고' 돈을 빌렸는데, 이후로 말이 달라졌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다들 정식 이자 이십 퍼센트라고 얘기해요. 그러다가 막상 제 정보가 넘어가고 나면 진행하자고 하면서 원금 이상을 요청하죠."]

상환일을 딱 하루 넘기자, '앱'을 통해 넘어간 연락처들이 악용되기 시작했습니다.

[A 씨/성 착취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전혀 모르는 남성의 알몸사진을 (제 얼굴과) 합성해서 '성매매자다, 성매매범이다, 아동 성매매자다' 이런 식으로 전단지를 허위로 만들어서 단체 카카오톡 방에 뿌리고. 그 이후에는 회사로도 연락해요."]

지인들과 연락이 끊겼고, 직장에서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합법 대출이고, 일종의 보증 차원에서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이 필요하다', 피해자들을 유인했던 공통된 수법입니다.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30만 원 대출이 필요하다'

글 올린 지 20여 초 만에 전화가 걸려옵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스물여덟 살이요.) 성함 여쭤볼게요."]

그러고는 역시나, 지인 연락처와 본인 사진 등을 담보처럼 요구합니다.

[A 대부업체/음성변조 : "가족 관계나 지인 관계가 좋은지 확인하기 위해서 저희가 보고 있고요. 그분들한테 피해 갈 일은 없으세요."]

[B 대부업체/음성변조 : "신분증을 도용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얼굴이랑) 같이 그냥 '셀카' 느낌으로 찍어주시면 돼요. 비상연락망은 저희는 앱을 통해서 받아요."]

한 시간 동안 10여 군데서 이런 식으로 연락이 왔는데, 대부분이 업체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C 대부업체/음성변조 : "어디 업체인지 말하는 데는 없어요. 찾아봐도 안 나오는 데에요."]

문제 없는 업체라고도 주장합니다.

[B 대부업체/음성변조 : "(합법 업체의) 협력업체에요. 협력업체. 저희는 업체가 큰 업체예요. 협력업체도 한 마흔 곳 정도가 있어요."]

소액 대출이 급한 젊은 층은 대체로 금융 경험이 많지 않아서, 이런 수법에 속속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남의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서류가 들어가야 돈을 빌려주겠다. 이 서류로 이렇게 장난을 하고 협박을 할 줄은 나중에 알게 되는 거죠."]

대출 중개 사이트의 공신력도 의심을 거두게 한 요인입니다.

[대출 중개사이트 대표/음성변조 : "대부등록증 있는 업체만 선별해서 회원 가입시킨 다음에 광고를 내보내기 때문에. 저희가 민원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 업체를 제재하지만 그 전에는 제재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해당 중개 업체들은 KBS 취재가 시작된 뒤, 실시간 대출 문의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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