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송금” 경찰 말 믿었는데…알고보니 피싱

입력 2023.02.2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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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60대 남성 김 모 씨는 낯선 곳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뱅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대뜸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보셨죠?"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침 김 씨는 최근 주식 리딩방에 혹했다가 적잖은 돈을 잃었습니다,

그는 "'코인'으로 보전해드리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딱히 '추가 투자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김 씨는 '코인을 받겠다' 했습니다.

상대는 'WEBER 코인' 2천3백만 원어치를 코인 지갑에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코인을 현금화하려면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를 보내주었습니다.

이어서 '인증'을 위해 은행 계좌에 1원이 입금됐으니, 입금자명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이 역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 갑자기 입금된 2천3백만 원...의심이 시작됐다

잠시 뒤, 김 씨의 통장에 갑자기 현금 2천3백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또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가 잘못 송금한 돈이니까, '○뱅크'로 다시 보내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수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가까운 수원 남부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민원실에서 지능범죄팀 수사관 A 경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물었습니다.

"이 돈을 ○뱅크에 되돌려 보내도 되겠습니까? 제 개인정보가 이쪽에 유출된 것 같습니다."


■ 경찰관의 '괜찮다' 말에….

A 경장은 김 씨의 휴대전화와 입금 내역을 확인했습니다. 그러고선 "피해가 없으니, 은행의 '착오송금반환제도'를 이용하시면 된다"고 안내했습니다.

잘못 송금된 돈으로 보이니까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김 씨는 경찰을 믿고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2천3백만 원을 찾아, 이를 그대로 ○뱅크에 송금했습니다.

문제는 일주일 지나 터졌습니다.

김 씨는 제2금융권에서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김00님의 신용거래정보 변동"

해당 금융사에 직접 물어보니, 김 씨 명의로 2천3백만 원이 신용 대출 처리돼 정보가 바뀌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이런 돈을 대출받은 일이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알아챘습니다. 코인을 미끼로 신분증과 본인인증 절차를 마치고, 김 씨 명의를 도용해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던 겁니다.

그러고선 그 돈을 마치 착오송금인 것처럼 현혹해 가로채 갔던 겁니다.

코인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였습니다.

■ 경찰 "민원 내용이 한계가 있었다"

이 범죄 일당,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고스란히 2천3백만 원의 빚을 지게 됐습니다.

김 씨가 경찰서를 찾아갔을 때, 경찰이 "보이스피싱이니 그 돈을 절대 송금하면 안 된다"고 알려줬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

김 씨는 "경찰이 내 사정을 더 자세히 듣고, 민원 접수를 도와줬다면 보이스피싱 사기인 걸 알았을 것"이라며 "경찰이 알려준대로 했다가 역으로 보이스피싱 사기에 말려들었다"며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민원 내용에 한계가 있어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씨가 당시 A 경장에게 어디까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김 씨와 경찰 측의 말이 서로 다릅니다.

김 씨가 사건의 전후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면, 착오송금이라는 A 경장의 판단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쉬움은 분명히 남습니다. 보이스피싱은 경찰 스스로 밝힌 최대 민생침해 범죄입니다. 국민들에게 거듭 조심, 또 조심하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신중함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아닌지 경찰 스스로 되짚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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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심하고 송금” 경찰 말 믿었는데…알고보니 피싱
    • 입력 2023-02-23 08:03:10
    취재K

지난달 31일, 60대 남성 김 모 씨는 낯선 곳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뱅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대뜸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보셨죠?"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마침 김 씨는 최근 주식 리딩방에 혹했다가 적잖은 돈을 잃었습니다,

그는 "'코인'으로 보전해드리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습니다. 딱히 '추가 투자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김 씨는 '코인을 받겠다' 했습니다.

상대는 'WEBER 코인' 2천3백만 원어치를 코인 지갑에 넣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코인을 현금화하려면 주민등록증 사본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를 보내주었습니다.

이어서 '인증'을 위해 은행 계좌에 1원이 입금됐으니, 입금자명을 전해달라 했습니다. 이 역시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 갑자기 입금된 2천3백만 원...의심이 시작됐다

잠시 뒤, 김 씨의 통장에 갑자기 현금 2천3백만 원이 들어왔습니다.

또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가 잘못 송금한 돈이니까, '○뱅크'로 다시 보내주면 된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수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가까운 수원 남부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민원실에서 지능범죄팀 수사관 A 경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물었습니다.

"이 돈을 ○뱅크에 되돌려 보내도 되겠습니까? 제 개인정보가 이쪽에 유출된 것 같습니다."


■ 경찰관의 '괜찮다' 말에….

A 경장은 김 씨의 휴대전화와 입금 내역을 확인했습니다. 그러고선 "피해가 없으니, 은행의 '착오송금반환제도'를 이용하시면 된다"고 안내했습니다.

잘못 송금된 돈으로 보이니까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김 씨는 경찰을 믿고 은행을 찾아갔습니다. 2천3백만 원을 찾아, 이를 그대로 ○뱅크에 송금했습니다.

문제는 일주일 지나 터졌습니다.

김 씨는 제2금융권에서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김00님의 신용거래정보 변동"

해당 금융사에 직접 물어보니, 김 씨 명의로 2천3백만 원이 신용 대출 처리돼 정보가 바뀌었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김 씨는 이런 돈을 대출받은 일이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알아챘습니다. 코인을 미끼로 신분증과 본인인증 절차를 마치고, 김 씨 명의를 도용해 제2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던 겁니다.

그러고선 그 돈을 마치 착오송금인 것처럼 현혹해 가로채 갔던 겁니다.

코인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였습니다.

■ 경찰 "민원 내용이 한계가 있었다"

이 범죄 일당,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김 씨는 고스란히 2천3백만 원의 빚을 지게 됐습니다.

김 씨가 경찰서를 찾아갔을 때, 경찰이 "보이스피싱이니 그 돈을 절대 송금하면 안 된다"고 알려줬다면 피할 수 있었던 일.

김 씨는 "경찰이 내 사정을 더 자세히 듣고, 민원 접수를 도와줬다면 보이스피싱 사기인 걸 알았을 것"이라며 "경찰이 알려준대로 했다가 역으로 보이스피싱 사기에 말려들었다"며 경찰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민원 내용에 한계가 있어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씨가 당시 A 경장에게 어디까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김 씨와 경찰 측의 말이 서로 다릅니다.

김 씨가 사건의 전후 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면, 착오송금이라는 A 경장의 판단이 불가피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쉬움은 분명히 남습니다. 보이스피싱은 경찰 스스로 밝힌 최대 민생침해 범죄입니다. 국민들에게 거듭 조심, 또 조심하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런 신중함이 다소 부족했던 것이 아닌지 경찰 스스로 되짚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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