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③ 50만 원 불법보조금에 부활한 ‘휴대폰 성지’…단통법 이대로?

입력 2023.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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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 50만 원의 불법 보조금을 준다는 이른바 '휴대폰 성지'가 등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불법업체들은 버젓이 불법지원금을 홍보하고 있다. 반면 통신3사는 서로 짜기라도 한 듯 15만 원 안팎으로 서로 비슷한 공시보조금만 지급하고 있다. 소비자 차별을 시정하겠다며 도입된 단통법, 통신 3사의 경쟁을 둔화시키는 원인이 되지 않는지 재점검해야 할 때다.


■"최신 갤럭시 S23, 49만 원에 사세요"

인터넷으로 거래되는 다양한 싼 물건을 서로 소개하는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여러 '휴대전화 성지'의 정보가 올라온다. 그중 한 업체가 지난 주말에 올린 가격표를 보면,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에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23을 49만 원에 살 수 있다고 돼 있다.

갤럭시 S23의 출시가격은 115만 원이다. 통신 3사는 8만 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지난 주말 15만 원 가량의 공시지원금을 발표한 상황이었고 여기에 15%씩 더 줄 수 있는 추가할인을 참작하더라도 98만 원에 팔리는 것이 원칙이다. 이 '성지'는 거기서 49만 원이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성지만 해도 수도권에 여러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또 다른 성지들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불법보조금이 가능할까?

■ 판매 장려금 이용했나…버젓이 영업하는 '성지'들

가능한 이유 하나는 고가 요금제를 유치했을 때 판매점에 돌아가는 '장려금'이다. 보통 이런 성지들은 4~6개월가량 월 12만 원쯤의 요금제에 가입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수십만 원 가량의 장려금을 받게 되는데 그걸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 '박리다매 전략'을 택하는 곳도 있다. 확실히 드러난 바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판매 채널에 따라 통신사가 편법적인 과다한 장려금을 지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불법보조금은 대부분 현행 단통법 체제하에서 불법이다. 그러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지난 수 년간 '당연히 해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있다. 제값을 내는 것이 '바보'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 성지, 알뜰폰보다 비싸다.

물론 '성지'도 함정이 있다. 고가의 요금제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49만 원에 갤럭시 S23을 사서 월 13만 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쓴다고 가정하자 . 6개월간의 총 소요비용은 49만 원에 요금 78만 원을 더한 127만 원이다.

반면 출고가격인 115만 원인 갤럭시S23 자급제 폰은 현재 네이버 쇼핑 최저가 96만 원에 팔린다. 자급제 폰은 소비자가 직접 사서 어느 통신사나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급제라고 불린다.

이걸 산 뒤에 월 7천9백 원에 LTE 3.5기가를 주는 알뜰폰 통신사에 가입했을 경우 6개월 뒤의 총 소요비용은 100만 원이 된다. 알뜰폰 쪽이 6개월 누적 27만 원이 더 저렴할 뿐 아니라 6개월 뒤에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알뜰폰 사용자는 6개월 뒤에도 번호 이동이 자유롭지만 '성지'에서 통신 3사에 가입한 이용자는 2년 간 같은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또, 불법적인 영업을 하는 성지를 이용할 경우에는 과연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 등이 잘 보호될지 등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 단통법이 만든 암시장…사라진 경쟁

'위험'한 성지가 유행하게 된 것은 단통법에 책임이 있다. 통신 3사가 파는 스마트폰 가격을 전국적으로 통일했기 때문에 기준 가격보다 낮게 파는 암시장이 생긴 것이다. 이미 갤럭시 S23 자급제 폰은 시장에서 96만 원인데, 통신 3사에서 월 8만 원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100만 원에 사야 한다. 통신 3사의 공식 보조금(공시지원금)이 큰 의미가 없기에 더 싼 성지를 찾게 되는 것이다.

통신사들도 이런 점은 잘 알고 있어서 공시지원금 대신 25% 할인되는 선택약정에 가입하라고 한다. 이런 경우 1년 내지 2년간 해당 통신사만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통신사의 5G요금제는 25% 할인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5만 원이 넘기 때문에 부담은 마찬가지다.

시계를 단통법 이전으로 되돌리면, 모든 통신사가 서로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경쟁을 했다. 이 때문에 고령자나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는 제값을 다 내고 휴대전화를 사야 했고 정보에 빠른 젊은 층은 인터넷을 통해서 특가 물량을 잘 찾아서 저가에 구매했다. 때로는 특가로 파는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는 수고까지 했다.


그런 차별을 시정하는데는 단통법이 분명히 기여했다. 또, 통신사들이 지나친 보조금을 남발해서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등의 사회적 낭비 요소는 일정 부분 제거한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득실을 따져봐야 할 때다. 최근 4년간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증가했다. 막내 격인 LG유플러스마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보조금을 두고 통신 3사가 서로 경쟁하지 않게 된 것에는 단통법에 책임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 대책에 단통법 개편은 빠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공시지원금의 15%로 한정했던 추가 할인 비율을 30%로 하거나 아예 추가할인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과거 정치권과 정부에서 논의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는 이런 논의가 완전히 빠져 있다.

소비자들은 매달 통신 3사의 고가요금을 낼 뿐 아니라 고리의 할부이자와 함께 스마트폰 단말기 할부금을 함께 부담한다. 시행 9년을 앞둔 단통법, 이제는 그 득실을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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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신비]③ 50만 원 불법보조금에 부활한 ‘휴대폰 성지’…단통법 이대로?
    • 입력 2023-02-23 09:00:27
    취재K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 50만 원의 불법 보조금을 준다는 이른바 '휴대폰 성지'가 등장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불법업체들은 버젓이 불법지원금을 홍보하고 있다. 반면 통신3사는 서로 짜기라도 한 듯 15만 원 안팎으로 서로 비슷한 공시보조금만 지급하고 있다. 소비자 차별을 시정하겠다며 도입된 단통법, 통신 3사의 경쟁을 둔화시키는 원인이 되지 않는지 재점검해야 할 때다.

■"최신 갤럭시 S23, 49만 원에 사세요"

인터넷으로 거래되는 다양한 싼 물건을 서로 소개하는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여러 '휴대전화 성지'의 정보가 올라온다. 그중 한 업체가 지난 주말에 올린 가격표를 보면, 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에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 S23을 49만 원에 살 수 있다고 돼 있다.

갤럭시 S23의 출시가격은 115만 원이다. 통신 3사는 8만 원대 요금제를 기준으로 지난 주말 15만 원 가량의 공시지원금을 발표한 상황이었고 여기에 15%씩 더 줄 수 있는 추가할인을 참작하더라도 98만 원에 팔리는 것이 원칙이다. 이 '성지'는 거기서 49만 원이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성지만 해도 수도권에 여러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또 다른 성지들도 비슷한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불법보조금이 가능할까?

■ 판매 장려금 이용했나…버젓이 영업하는 '성지'들

가능한 이유 하나는 고가 요금제를 유치했을 때 판매점에 돌아가는 '장려금'이다. 보통 이런 성지들은 4~6개월가량 월 12만 원쯤의 요금제에 가입할 것을 요구한다. 이때 수십만 원 가량의 장려금을 받게 되는데 그걸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 '박리다매 전략'을 택하는 곳도 있다. 확실히 드러난 바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판매 채널에 따라 통신사가 편법적인 과다한 장려금을 지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불법보조금은 대부분 현행 단통법 체제하에서 불법이다. 그러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지난 수 년간 '당연히 해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있다. 제값을 내는 것이 '바보'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 성지, 알뜰폰보다 비싸다.

물론 '성지'도 함정이 있다. 고가의 요금제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49만 원에 갤럭시 S23을 사서 월 13만 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쓴다고 가정하자 . 6개월간의 총 소요비용은 49만 원에 요금 78만 원을 더한 127만 원이다.

반면 출고가격인 115만 원인 갤럭시S23 자급제 폰은 현재 네이버 쇼핑 최저가 96만 원에 팔린다. 자급제 폰은 소비자가 직접 사서 어느 통신사나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급제라고 불린다.

이걸 산 뒤에 월 7천9백 원에 LTE 3.5기가를 주는 알뜰폰 통신사에 가입했을 경우 6개월 뒤의 총 소요비용은 100만 원이 된다. 알뜰폰 쪽이 6개월 누적 27만 원이 더 저렴할 뿐 아니라 6개월 뒤에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알뜰폰 사용자는 6개월 뒤에도 번호 이동이 자유롭지만 '성지'에서 통신 3사에 가입한 이용자는 2년 간 같은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또, 불법적인 영업을 하는 성지를 이용할 경우에는 과연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 등이 잘 보호될지 등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 단통법이 만든 암시장…사라진 경쟁

'위험'한 성지가 유행하게 된 것은 단통법에 책임이 있다. 통신 3사가 파는 스마트폰 가격을 전국적으로 통일했기 때문에 기준 가격보다 낮게 파는 암시장이 생긴 것이다. 이미 갤럭시 S23 자급제 폰은 시장에서 96만 원인데, 통신 3사에서 월 8만 원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100만 원에 사야 한다. 통신 3사의 공식 보조금(공시지원금)이 큰 의미가 없기에 더 싼 성지를 찾게 되는 것이다.

통신사들도 이런 점은 잘 알고 있어서 공시지원금 대신 25% 할인되는 선택약정에 가입하라고 한다. 이런 경우 1년 내지 2년간 해당 통신사만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통신사의 5G요금제는 25% 할인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5만 원이 넘기 때문에 부담은 마찬가지다.

시계를 단통법 이전으로 되돌리면, 모든 통신사가 서로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경쟁을 했다. 이 때문에 고령자나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는 제값을 다 내고 휴대전화를 사야 했고 정보에 빠른 젊은 층은 인터넷을 통해서 특가 물량을 잘 찾아서 저가에 구매했다. 때로는 특가로 파는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는 수고까지 했다.


그런 차별을 시정하는데는 단통법이 분명히 기여했다. 또, 통신사들이 지나친 보조금을 남발해서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짧아지는 등의 사회적 낭비 요소는 일정 부분 제거한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득실을 따져봐야 할 때다. 최근 4년간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해마다 증가했다. 막내 격인 LG유플러스마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보조금을 두고 통신 3사가 서로 경쟁하지 않게 된 것에는 단통법에 책임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 대책에 단통법 개편은 빠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공시지원금의 15%로 한정했던 추가 할인 비율을 30%로 하거나 아예 추가할인 한도를 폐지하는 방안도 과거 정치권과 정부에서 논의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는 이런 논의가 완전히 빠져 있다.

소비자들은 매달 통신 3사의 고가요금을 낼 뿐 아니라 고리의 할부이자와 함께 스마트폰 단말기 할부금을 함께 부담한다. 시행 9년을 앞둔 단통법, 이제는 그 득실을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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