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vs 시장 교란’ 갈등에 소비자는 ‘아웃 of 안중’?

입력 2023.02.23 (16:32) 수정 2023.0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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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헌법재판소 이어 공정위까지 로톡(LAW TALK) 손들어…변협은 강경 대응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LAW TALK)' 상에서 소속 변호사들이 수임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0억 원씩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정위는 변협 등의 행위에 대해 "변호사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동시에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며 과징금 부과 이유를 밝혔습니다.

법무부가 2021년 8월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지 1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변협의 광고 관련 규정이 일부 위헌이라고 판단한 지 9개월 만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제재에도 로톡과 변협 간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대한변협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변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인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변협은 "과징금 부과 결정의 근간이 되는 변호사 회원에 대한 징계권은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의 총의를 얻어 적법절차를 거쳐 행사한 권한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협은 내부 징계위를 통해 로톡에 등록된 변호사 9명에게 내린 징계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변협은 또,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2년 넘게 갈등' 로톡 "개선 없으면 운영 힘들어"…희망퇴직 받고 사무실 매각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측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기존 사업자단체와의 갈등으로 힘겨운 상황을 마주한 모든 스타트업이 큰 희망을 얻었으리라 확신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로앤컴퍼니와 대한변협과의 싸움은 표면적으로 가시화된 것만 2년이 넘습니다.

대한변협이 2021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등의 일부를 새로 만들거나 고쳐 로톡 상에서의 광고 행위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본 겁니다.


이후 변협 측의 고소와 고발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로톡에 가입한 개업 변호사는 한때 4천 명 안팎이던 것에서 최근에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로톡 사업 역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태입니다.


로앤컴퍼니는 지난 20일부터 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약 100명의 직원 가운데 50%를 감원하는 것을 목표로 희망퇴직자를 모집 중입니다.

계속적으로 외부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사업을 키워나가려 해도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스타트업인데 송무 업무에 치중하면서 사업을 종전처럼 이어나가기가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로앤컴퍼니 측은 밝혔습니다.

로앤컴퍼니는 사옥 매각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입주 1년도 안 돼 사무실을 빼겠다는 겁니다.

근무 형식도 사옥 출근이 아닌 재택근무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로앤컴퍼니 측은 설명했습니다.

■ 전문직 영역 플랫폼 서비스화(化)는 피할 수 없는 대세…해외는?

로앤컴퍼니는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기존 사업자단체와의 갈등으로 힘겨운 상황을 마주한 모든 스타트업이 큰 희망을 얻었으리라 확신한다"면서도 "각종 규제와 기존 단체와의 갈등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무게"라고 강조했습니다.

로톡 외에도 종전의 전문가단체와 갈등 관계에 있는 플랫폼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세무 업무 서비스를 내건 플랫폼 '삼쩜삼'은 세무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었던 비대면 진료가 플랫폼 서비스로 본격화되면서 의약품 배송 등을 놓고 약사회 등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서비스에 나선 스타트업들은 '혁신'을 앞세워, 기존의 전문직단체는 '시장 교란'을 우려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일부 갈등이 있긴 하지만 국내처럼 첨예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로톡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한 일본의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벤고시닷컴(변호사닷컴)'은 일본 법률 상담 사이트로는 업계 1위로 활성화된 데다 일본 거래소에 상장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 밥그릇 싸움 아닌 '소비자 편의와 권리 향상' 관점 전환 필요

로앤컴퍼니 측은 "이미 로톡이 아니더라도 네이버는 검색 상단에 '파워 링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변호사들의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운영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소비자들이 법률 전문가의 정보를 다양하게 얻고 싶어하고 그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고자 하는 니즈(Needs)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로앤컴퍼니 관계자의 말입니다.

대개의 소비자들은 법률 상담을 받거나 송사 등에 있어 법률대리인 등을 찾기 위해 일일이 사무소 등을 찾아다니거나 지인 등을 통해 소개를 받는 식입니다.

법률적 조력 등을 대가로 변호사에게 적잖은 돈을 지불해야 함에도 소비자들은 이 비용이 적당한 지 여부도, 관련 소송에 경험이 얼마나 있는 전문가인지도 쉽게 따져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여러 국가에서 이미 법률 서비스를 앞세운 플랫폼이 나오거나 활발하게 운영 중인 상황에서 변협은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더는 막을 수 없는 현실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로톡과 같은 관련 플랫폼 개발·운영사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포장된 광고'를 통한 '호객'이 아닌 '편익'과 '정보'임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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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 vs 시장 교란’ 갈등에 소비자는 ‘아웃 of 안중’?
    • 입력 2023-02-23 16:32:08
    • 수정2023-02-23 17:00:46
    취재K

■ 법무부·헌법재판소 이어 공정위까지 로톡(LAW TALK) 손들어…변협은 강경 대응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LAW TALK)' 상에서 소속 변호사들이 수임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0억 원씩의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렸습니다.

공정위는 변협 등의 행위에 대해 "변호사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는 동시에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도 제한했다"며 과징금 부과 이유를 밝혔습니다.

법무부가 2021년 8월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지 1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변협의 광고 관련 규정이 일부 위헌이라고 판단한 지 9개월 만입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제재에도 로톡과 변협 간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대한변협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변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인지에 대해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변협은 "과징금 부과 결정의 근간이 되는 변호사 회원에 대한 징계권은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들의 총의를 얻어 적법절차를 거쳐 행사한 권한으로써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협은 내부 징계위를 통해 로톡에 등록된 변호사 9명에게 내린 징계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변협은 또,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2년 넘게 갈등' 로톡 "개선 없으면 운영 힘들어"…희망퇴직 받고 사무실 매각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측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기존 사업자단체와의 갈등으로 힘겨운 상황을 마주한 모든 스타트업이 큰 희망을 얻었으리라 확신한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로앤컴퍼니와 대한변협과의 싸움은 표면적으로 가시화된 것만 2년이 넘습니다.

대한변협이 2021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등의 일부를 새로 만들거나 고쳐 로톡 상에서의 광고 행위가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본 겁니다.


이후 변협 측의 고소와 고발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로톡에 가입한 개업 변호사는 한때 4천 명 안팎이던 것에서 최근에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로톡 사업 역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태입니다.


로앤컴퍼니는 지난 20일부터 직원 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약 100명의 직원 가운데 50%를 감원하는 것을 목표로 희망퇴직자를 모집 중입니다.

계속적으로 외부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사업을 키워나가려 해도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스타트업인데 송무 업무에 치중하면서 사업을 종전처럼 이어나가기가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로앤컴퍼니 측은 밝혔습니다.

로앤컴퍼니는 사옥 매각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입주 1년도 안 돼 사무실을 빼겠다는 겁니다.

근무 형식도 사옥 출근이 아닌 재택근무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로앤컴퍼니 측은 설명했습니다.

■ 전문직 영역 플랫폼 서비스화(化)는 피할 수 없는 대세…해외는?

로앤컴퍼니는 이번 공정위 결정에 대해 "기존 사업자단체와의 갈등으로 힘겨운 상황을 마주한 모든 스타트업이 큰 희망을 얻었으리라 확신한다"면서도 "각종 규제와 기존 단체와의 갈등은 스타트업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무게"라고 강조했습니다.

로톡 외에도 종전의 전문가단체와 갈등 관계에 있는 플랫폼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세무 업무 서비스를 내건 플랫폼 '삼쩜삼'은 세무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었던 비대면 진료가 플랫폼 서비스로 본격화되면서 의약품 배송 등을 놓고 약사회 등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서비스에 나선 스타트업들은 '혁신'을 앞세워, 기존의 전문직단체는 '시장 교란'을 우려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일부 갈등이 있긴 하지만 국내처럼 첨예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입니다.

특히, 로톡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한 일본의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벤고시닷컴(변호사닷컴)'은 일본 법률 상담 사이트로는 업계 1위로 활성화된 데다 일본 거래소에 상장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 밥그릇 싸움 아닌 '소비자 편의와 권리 향상' 관점 전환 필요

로앤컴퍼니 측은 "이미 로톡이 아니더라도 네이버는 검색 상단에 '파워 링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변호사들의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운영 방식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소비자들이 법률 전문가의 정보를 다양하게 얻고 싶어하고 그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고자 하는 니즈(Needs)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 로앤컴퍼니 관계자의 말입니다.

대개의 소비자들은 법률 상담을 받거나 송사 등에 있어 법률대리인 등을 찾기 위해 일일이 사무소 등을 찾아다니거나 지인 등을 통해 소개를 받는 식입니다.

법률적 조력 등을 대가로 변호사에게 적잖은 돈을 지불해야 함에도 소비자들은 이 비용이 적당한 지 여부도, 관련 소송에 경험이 얼마나 있는 전문가인지도 쉽게 따져보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여러 국가에서 이미 법률 서비스를 앞세운 플랫폼이 나오거나 활발하게 운영 중인 상황에서 변협은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더는 막을 수 없는 현실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로톡과 같은 관련 플랫폼 개발·운영사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포장된 광고'를 통한 '호객'이 아닌 '편익'과 '정보'임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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