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도 못 막았다’ KT 구현모 대표 연임 포기 배경은?

입력 2023.02.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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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의지 불태우던 KT 구현모 대표 "연임 포기"

KT 차기 대표이사에 도전한 구현모 대표가 결국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구 대표는 KT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들과 더는 경쟁하지 않고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했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KT 이사회도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구 대표를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고 선임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 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국민연금 압박에…결국 '굴복'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지를 꺾은 배경에는 일단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기류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국민연금이 KT처럼 지배 주주가 뚜렷하지 않고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즉 기관 투자자로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점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 연임 포기 이유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입니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KT 지분 10.13%를 보유한 1대 주주입니다.

당초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차기 대표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재임 기간 공들인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특히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앞세워 연임 당위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실제 KT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구 대표 취임 직후인 2020년 8,782억 원에서 지난해 1조 1,681억 원으로 24.8% 늘었습니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성공을 거두며 유·무선 통신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회사를 디지털 플랫폼·콘텐츠 기업으로 체질 개선하는 데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에 KT 이사회도 구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날 곧바로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이사회 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구 대표를 차기 대표로 적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그사이 국민연금이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구 대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게 변화했습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지배 주주가 뚜렷하지 않고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달 12일 그룹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서울 구로구 본사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구 대표는 12월 13일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고, KT 이사회는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심사를 다시 한 끝에 같은 달 28일 구 대표를 다시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약 3시간 만에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담은 보도 자료를 내면서 구 대표는 또 '암초'를 만났습니다.

당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시사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기업 대표 선임 등에 반대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소유 분산 기업의 대표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KT 사례가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서면서 구 대표의 고심은 더 깊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 회장 교체에 영향 …KT 다음은?

소유분산기업은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으로,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이 해당됩니다.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데는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줄줄이 교체된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을 시작으로 BNK금융과 우리금융 등의 회장이 잇따라 물러나는 상황에서 구 대표 역시 계속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가 업계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구 대표는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공개 경쟁'을 하기로 했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해 선임 절차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모 결과, 사외 인사 18명, 사내 인사 16명 등 총 34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는 구 대표를 포함해 자동으로 포함되는 사내 인사 외에도 정치권 인사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권은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국민의힘 전신)이 지원했습니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관계 출신 인사들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의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5대 금융지주 중 새 정부 들어 수장이 바뀐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우리금융 3곳 중 NH농협과 우리금융 2곳이 전직 관료 출신으로 물갈이됐습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유분산기업 CEO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나서는 취지는 좋지만, 그게 관치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포스코는 성과와 상관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사퇴 압박을 받았다"며 "일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부터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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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영우도 못 막았다’ KT 구현모 대표 연임 포기 배경은?
    • 입력 2023-02-23 17:57:19
    취재K

■연임 의지 불태우던 KT 구현모 대표 "연임 포기"

KT 차기 대표이사에 도전한 구현모 대표가 결국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구 대표는 KT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들과 더는 경쟁하지 않고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했다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KT 이사회도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구 대표를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고 선임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구 대표는 다음 달 열리는 정기 주주 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국민연금 압박에…결국 '굴복'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 의지를 꺾은 배경에는 일단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기류가 작용했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국민연금이 KT처럼 지배 주주가 뚜렷하지 않고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즉 기관 투자자로서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점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이 연임 포기 이유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입니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KT 지분 10.13%를 보유한 1대 주주입니다.

당초 구 대표는 지난해 11월 차기 대표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재임 기간 공들인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특히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앞세워 연임 당위성을 강조해왔습니다. 실제 KT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구 대표 취임 직후인 2020년 8,782억 원에서 지난해 1조 1,681억 원으로 24.8% 늘었습니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성공을 거두며 유·무선 통신사라는 인식이 강했던 회사를 디지털 플랫폼·콘텐츠 기업으로 체질 개선하는 데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에 KT 이사회도 구 대표가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날 곧바로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우선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이사회 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구 대표를 차기 대표로 적격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그사이 국민연금이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구 대표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게 변화했습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지배 주주가 뚜렷하지 않고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달 12일 그룹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서울 구로구 본사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에 구 대표는 12월 13일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고, KT 이사회는 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심사를 다시 한 끝에 같은 달 28일 구 대표를 다시 차기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발표 약 3시간 만에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담은 보도 자료를 내면서 구 대표는 또 '암초'를 만났습니다.

당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시사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기업 대표 선임 등에 반대한 사례들은 있었지만, 소유 분산 기업의 대표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KT 사례가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서면서 구 대표의 고심은 더 깊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 회장 교체에 영향 …KT 다음은?

소유분산기업은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으로,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이 해당됩니다.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데는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줄줄이 교체된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을 시작으로 BNK금융과 우리금융 등의 회장이 잇따라 물러나는 상황에서 구 대표 역시 계속 버티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가 업계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구 대표는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공개 경쟁'을 하기로 했고, 이사회가 이를 수용해 선임 절차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모 결과, 사외 인사 18명, 사내 인사 16명 등 총 34명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는 구 대표를 포함해 자동으로 포함되는 사내 인사 외에도 정치권 인사가 다수 포함됐습니다.

권은희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국민의힘 전신)이 지원했습니다.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관계 출신 인사들도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의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5대 금융지주 중 새 정부 들어 수장이 바뀐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우리금융 3곳 중 NH농협과 우리금융 2곳이 전직 관료 출신으로 물갈이됐습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유분산기업 CEO를 견제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나서는 취지는 좋지만, 그게 관치의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포스코는 성과와 상관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사퇴 압박을 받았다"며 "일단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부터 정부로부터 독립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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