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① ‘사건번호 133호’ 입수해보니…“주가조작 아닌 보고의무 위반 보고서”

입력 2023.02.23 (19:27) 수정 2023.05.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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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사 요약>
■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입증할 단초로 지목된 이른바 '사건번호 133호' 문건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 모두 132쪽인데, ①13쪽의 결과 보고서 ② 관계법령 ③ 조사대상 계좌 ④ 증거자료로 구성돼 있습니다.
■ 금융감독원은 이 보고서에서 권오수 회장의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과 '단기매매차익 취득'에 대해 조사했고,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경고' 조치했습니다.
■ '사건번호 133호'에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이나 '주가조작'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 다만 '사건번호 133호'를 첨부한 검찰 의견서에는 김건희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 씨의 주식거래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 조사4팀이 2012년 9월 26일 심의·송부한 사건번호 2011년 제133호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 조사4팀이 2012년 9월 26일 심의·송부한 사건번호 2011년 제133호

"그런데 말입니다. 사건번호 133호 김건희 수사는 안 합니까?"
- 2023년 2월 6일 <국회 대정부 질문>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

지난달 21일, 이른바 '사건번호 133호' 문서의 존재가 KBS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보름 뒤 이 문서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도 등장합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통해섭니다. 정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사건번호 133호 김건희 수사는 안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정 의원은 같은 질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적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고 돌아간 날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입증할 단초로 지목된 '금융감독원 사건번호 2011년 제133호' 문서, 그래서 KBS가 끈질긴 취재 끝에 손에 넣었습니다.

■ '사건번호 133호'는 '소유주식 보고의무' 조사 보고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3『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3

결론부터 말하면, '사건번호 133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한 보고서는 아니었습니다. 권오수 당시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자본시장법 147조),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 위반(172조),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173조)에 관한 조사 결과 보고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가운데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173조)에 대해서만 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소유주식이 보고 의무 1%에 미달하는 0.0008%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섭니다. 다른 두 가지 의혹은 권 회장이 단기매매차익을 이미 반환해 처리하지 않거나, 권 회장의 차명계좌로 알려졌던 계좌가 다른 사람의 실명 계좌로 밝혀지면서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이 문서의 정확한 제목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입니다. 제목만 보면 시세조종이나 주가조작 냄새를 풍기긴 합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가 소유주식 보고 의무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만큼, 제목만 보고 단정해선 안 될 듯 합니다.

"주가조작과 관련돼서는 저희가 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검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관련된 자료가 없다."
- 2021년 10월 7일 국정감사 중 정은보 당시 금융감독원장 발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은 과거에 조사한 적이 없다. 이번 판결문에도 명확히 나와 있다."
- 2023년 2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 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발언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각각 2021년 10월 7일 국정감사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금감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적어도 KBS가 입수한 '사건번호 133호'의 내용, 또 이 문서를 포함하는 232쪽짜리 검찰 의견서를 보면 권오수 회장 일당의 주가조작과 관련해 전·현직 금감원장의 발언이 거짓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2008년, 2012년, 2017년 모두 3차례 도이치모터스를 조사했습니다. 2012년 조사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주가조작'이 아닌 '주식보유'에 관한 조사였고, 2008년 조사는 도이치모터스가 다르앤코와 합병해 우회 상장하기 전 이뤄진 조사였습니다. 2017년 조사는 다른 코스닥 기업들과 함께 진행됐는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뤄졌던 '시세조종 의심 거래'와는 시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리분석 및 금융감독원 조사 내역』 p.8『도이치모터스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리분석 및 금융감독원 조사 내역』 p.8

■ '사건번호 133호'…어떤 내용 담고 있나?

'사건번호 133호'의 본문에 해당하는 보고서는 13쪽 분량입니다. 다만 10쪽과 11쪽이 누락돼 있습니다. 검찰이 해당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때부터 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논리 흐름상 권오수 회장의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을 왜 무혐의로 처리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첨부 문서를 더하면 전체분량은 132쪽입니다. 보고서 뒤에 '관계법규'란 제목으로 자본시장법 규정을 담았고, '조사대상 계좌명세'에는 권 회장의 2개와 권 회장에게 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의심받았던 이모 씨 명의 계좌 5개 등 7개 계좌가 적혔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대부분 문서는 증거자료들인데 한국거래소 통보문서, 금융감독원 조사명령서, 권 회장의 문답서, 차명계좌 소유 의심인물의 문답서, 관련 증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18『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18

■ 김건희 여사 1번 등장…권오수 "후배에게 돈 빌려 신주인수권부사채 샀다"

그런데 '사건번호 133호'에 김건희 여사가 단 한 차례 등장하긴 합니다. 2012년 8월 30일 금융감독원에서 작성된 권오수 회장의 문답서 5쪽입니다.

금감원 조사원이 권 회장에게 "2011년 12월 20일 KB투자증권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BW(신주인수권부사채) 15억 원(어치)을 7.5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같은 날 김건희, 김OO로부터 각각 5억 원과 3억 원을 이체받았는데 그들과 어떤 관계냐"고 묻는 대목입니다.

그러자 권 회장은 "빌렸다"며 "그 후배들(김건희, 김OO)이 산 것은 아니다"고 답합니다. 이외에 권 회장 문답서의 대부분 내용은 권 회장의 차명계좌 소유주로 의심받았던 이모 씨에 관한 내용이고,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 얘기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38 ‘권오수 문답서’ p.5『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38 ‘권오수 문답서’ p.5

하지만 '사건번호 133호'를 첨부한 검찰의 의견서에는 김 여사에 대한 내용이 조금 더 들어가 있습니다. 김 여사는 모두 6차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도 4차례나 등장합니다. 검찰은 당시 거래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다음 기사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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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① ‘사건번호 133호’ 입수해보니…“주가조작 아닌 보고의무 위반 보고서”
    • 입력 2023-02-23 19:27:34
    • 수정2023-05-04 11:43:18
    취재K
&lt;기사 요약&gt;<br />■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입증할 단초로 지목된 이른바 '사건번호 133호' 문건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br />■ 모두 132쪽인데, ①13쪽의 결과 보고서 ② 관계법령 ③ 조사대상 계좌 ④ 증거자료로 구성돼 있습니다.<br />■ 금융감독원은 이 보고서에서 권오수 회장의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과 '단기매매차익 취득'에 대해 조사했고,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경고' 조치했습니다.<br />■ '사건번호 133호'에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이나 '주가조작'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br />■ 다만 '사건번호 133호'를 첨부한 검찰 의견서에는 김건희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 씨의 주식거래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 조사4팀이 2012년 9월 26일 심의·송부한 사건번호 2011년 제133호
"그런데 말입니다. 사건번호 133호 김건희 수사는 안 합니까?"
- 2023년 2월 6일 <국회 대정부 질문> 중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

지난달 21일, 이른바 '사건번호 133호' 문서의 존재가 KBS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보름 뒤 이 문서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도 등장합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을 통해섭니다. 정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사건번호 133호 김건희 수사는 안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정 의원은 같은 질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적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첫 조사를 받고 돌아간 날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입증할 단초로 지목된 '금융감독원 사건번호 2011년 제133호' 문서, 그래서 KBS가 끈질긴 취재 끝에 손에 넣었습니다.

■ '사건번호 133호'는 '소유주식 보고의무' 조사 보고서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3
결론부터 말하면, '사건번호 133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한 보고서는 아니었습니다. 권오수 당시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자본시장법 147조), 단기매매차익 반환의무 위반(172조),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173조)에 관한 조사 결과 보고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이 가운데 소유주식 보고의무 위반(173조)에 대해서만 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소유주식이 보고 의무 1%에 미달하는 0.0008%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섭니다. 다른 두 가지 의혹은 권 회장이 단기매매차익을 이미 반환해 처리하지 않거나, 권 회장의 차명계좌로 알려졌던 계좌가 다른 사람의 실명 계좌로 밝혀지면서 무혐의 처분됐습니다.

이 문서의 정확한 제목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입니다. 제목만 보면 시세조종이나 주가조작 냄새를 풍기긴 합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가 소유주식 보고 의무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만큼, 제목만 보고 단정해선 안 될 듯 합니다.

"주가조작과 관련돼서는 저희가 조사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검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관련된 자료가 없다."
- 2021년 10월 7일 국정감사 중 정은보 당시 금융감독원장 발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서 금융감독원은 과거에 조사한 적이 없다. 이번 판결문에도 명확히 나와 있다."
- 2023년 2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 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발언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각각 2021년 10월 7일 국정감사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금감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조사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적어도 KBS가 입수한 '사건번호 133호'의 내용, 또 이 문서를 포함하는 232쪽짜리 검찰 의견서를 보면 권오수 회장 일당의 주가조작과 관련해 전·현직 금감원장의 발언이 거짓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은 2008년, 2012년, 2017년 모두 3차례 도이치모터스를 조사했습니다. 2012년 조사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주가조작'이 아닌 '주식보유'에 관한 조사였고, 2008년 조사는 도이치모터스가 다르앤코와 합병해 우회 상장하기 전 이뤄진 조사였습니다. 2017년 조사는 다른 코스닥 기업들과 함께 진행됐는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이뤄졌던 '시세조종 의심 거래'와는 시차가 상당히 큰 편입니다.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리분석 및 금융감독원 조사 내역』 p.8
■ '사건번호 133호'…어떤 내용 담고 있나?

'사건번호 133호'의 본문에 해당하는 보고서는 13쪽 분량입니다. 다만 10쪽과 11쪽이 누락돼 있습니다. 검찰이 해당 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때부터 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논리 흐름상 권오수 회장의 '주식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을 왜 무혐의로 처리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첨부 문서를 더하면 전체분량은 132쪽입니다. 보고서 뒤에 '관계법규'란 제목으로 자본시장법 규정을 담았고, '조사대상 계좌명세'에는 권 회장의 2개와 권 회장에게 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의심받았던 이모 씨 명의 계좌 5개 등 7개 계좌가 적혔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계좌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대부분 문서는 증거자료들인데 한국거래소 통보문서, 금융감독원 조사명령서, 권 회장의 문답서, 차명계좌 소유 의심인물의 문답서, 관련 증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18
■ 김건희 여사 1번 등장…권오수 "후배에게 돈 빌려 신주인수권부사채 샀다"

그런데 '사건번호 133호'에 김건희 여사가 단 한 차례 등장하긴 합니다. 2012년 8월 30일 금융감독원에서 작성된 권오수 회장의 문답서 5쪽입니다.

금감원 조사원이 권 회장에게 "2011년 12월 20일 KB투자증권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BW(신주인수권부사채) 15억 원(어치)을 7.5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같은 날 김건희, 김OO로부터 각각 5억 원과 3억 원을 이체받았는데 그들과 어떤 관계냐"고 묻는 대목입니다.

그러자 권 회장은 "빌렸다"며 "그 후배들(김건희, 김OO)이 산 것은 아니다"고 답합니다. 이외에 권 회장 문답서의 대부분 내용은 권 회장의 차명계좌 소유주로 의심받았던 이모 씨에 관한 내용이고,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 얘기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결과 및 처리(안)』p.38 ‘권오수 문답서’ p.5
하지만 '사건번호 133호'를 첨부한 검찰의 의견서에는 김 여사에 대한 내용이 조금 더 들어가 있습니다. 김 여사는 모두 6차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도 4차례나 등장합니다. 검찰은 당시 거래에 대해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다음 기사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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