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벌어봤자…저소득층 “난방 30분 하는 것도 무서워”

입력 2023.02.23 (21:03) 수정 2023.02.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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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큰 맘 먹고 달았던 가스보일러는 이렇게 창고 한구석으로 물러나고, 연탄 아궁이가 다시 달아오릅니다.

추위보다 더 겁나는 난방비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가계 소득, 1년 전보다 숫자는 커졌지만 난방비를 비롯해 물가 오른 걸 감안하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걸로 나타났습니다.

첫 소식, 박혜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달 수입이라고는 60만 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인 50대.

추운 날씨를 견디려 전기장판에 옷까지 껴입고 지냅니다.

이렇게 아껴도 지난달 가스요금이 1년 새 3배나 오른 3만 원이 나왔습니다.

[김 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아무리 추워도 그냥 뭐 오전에 한 번 잠깐 샤워 할 때 한 30분 하는데 그때 잠깐 틀었다가…."]

라면 같은 가공식품값까지 올라 끼니 때우기도 버겁습니다.

[김 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한 끼 먹을 때도 많아요. 저녁 6시쯤에 이제 배고프면 그때 밥을 폭식하는 거죠. 좀 배고프다 싶으면 믹스 커피 이거 가지고서는 대신…."]

통계를 보면 벌이가 적은 소득 하위 20%는 지난해 4분기 식료품비 지출이 늘었는데, 물가를 감안한 실질 지출은 오히려 5% 줄었습니다.

돈은 더 썼지만 먹는 건 부실해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가스 요금 급등 여파로 같은 기간 연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20% 넘게 늘었습니다.

반드시 써야 하는 지출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입장에선 어려움이 더 커진 겁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고소득층일수록 교육이나 레저나 이런 쪽에 비중을 늘리면서 다른 쪽이 줄 수는 있지만, 이제 저소득층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그런 소비지출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소득층을 포함한 전체 가구를 살펴봐도 물가를 감안한 소득은 2분기 연속으로 줄었고, 고물가에 지출이 6% 정도 늘었지만 실질 지출은 0.6% 느는 데 그쳤습니다.

추가로 오른 공공요금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가계부담이 더 늘어날 일만 남았는데, 물가 부담에 고용 불안까지 겹치면서 실제 지난달 경제 고통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촬영기자:한규석 고영민/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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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물가에 벌어봤자…저소득층 “난방 30분 하는 것도 무서워”
    • 입력 2023-02-23 21:03:11
    • 수정2023-02-23 22:06:11
    뉴스 9
[앵커]

안녕하십니까.

큰 맘 먹고 달았던 가스보일러는 이렇게 창고 한구석으로 물러나고, 연탄 아궁이가 다시 달아오릅니다.

추위보다 더 겁나는 난방비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가계 소득, 1년 전보다 숫자는 커졌지만 난방비를 비롯해 물가 오른 걸 감안하면 오히려 뒷걸음질 친 걸로 나타났습니다.

첫 소식, 박혜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달 수입이라고는 60만 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부인 50대.

추운 날씨를 견디려 전기장판에 옷까지 껴입고 지냅니다.

이렇게 아껴도 지난달 가스요금이 1년 새 3배나 오른 3만 원이 나왔습니다.

[김 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아무리 추워도 그냥 뭐 오전에 한 번 잠깐 샤워 할 때 한 30분 하는데 그때 잠깐 틀었다가…."]

라면 같은 가공식품값까지 올라 끼니 때우기도 버겁습니다.

[김 모 씨/기초생활수급자 : "한 끼 먹을 때도 많아요. 저녁 6시쯤에 이제 배고프면 그때 밥을 폭식하는 거죠. 좀 배고프다 싶으면 믹스 커피 이거 가지고서는 대신…."]

통계를 보면 벌이가 적은 소득 하위 20%는 지난해 4분기 식료품비 지출이 늘었는데, 물가를 감안한 실질 지출은 오히려 5% 줄었습니다.

돈은 더 썼지만 먹는 건 부실해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가스 요금 급등 여파로 같은 기간 연료비 지출은 1년 전보다 20% 넘게 늘었습니다.

반드시 써야 하는 지출의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 입장에선 어려움이 더 커진 겁니다.

[주원/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고소득층일수록 교육이나 레저나 이런 쪽에 비중을 늘리면서 다른 쪽이 줄 수는 있지만, 이제 저소득층 같은 경우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그런 소비지출 비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소득층을 포함한 전체 가구를 살펴봐도 물가를 감안한 소득은 2분기 연속으로 줄었고, 고물가에 지출이 6% 정도 늘었지만 실질 지출은 0.6% 느는 데 그쳤습니다.

추가로 오른 공공요금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가계부담이 더 늘어날 일만 남았는데, 물가 부담에 고용 불안까지 겹치면서 실제 지난달 경제 고통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KBS 뉴스 박혜진입니다.

촬영기자:한규석 고영민/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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