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외교관’ 북한 우표에 담긴 정치학
입력 2023.02.24 (13:53)
수정 2023.02.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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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우표에 등장한 김주애
■ 꼬마 외교관'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주애
북한의 우표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에 따라 아주 치밀하게 만들어지는 작은 '선전화'이다.
그런만큼 해마다 기념 우표를 체제 선전이나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발행한다.
독특한 디자인과 상징성을 갖고 있는 북한의 우표는 자국의 목소리를 대외에 전달할 수 있는 주요 외화 획득 수단이자 외교 채널이기도 하다. 일례로 <과학기술전당>을 새해 우표로 발행한 2017년 북한은 수소탄급 핵탄두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8년 새해 우표에는 '여명 거리'가 등장했다. 당시 경제 건설에 총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우표에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1974년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했기 때문에 북한 우표가 부착된 우편물들은 합법적으로 전세계에 유통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당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북한의 우표는 '꼬마 외교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2023년 '꼬마 외교관'의 주인공은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였다. 발행된 8장 가운데 무려 5장에 등장했다. 아버지 김정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인민군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그렇다면 김주애를 우표에 담은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 김주애 후계설?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사진첩에 이어 우표에까지 김주애가 등장한 것을 두고 후계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상화 작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과거 북한은 최고 지도자 일가의 많은 사람들을 우표에 다뤄왔다. 김일성 주석의 부모인 김형직과 강반석, 조부모인 김보현과 이보익, 숙부 김형권과 동생 김철주, 그리고 아내 김정숙까지 모두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이들과 김주애의 우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대의 최고 지도자를 제외하고 일가들은 모두 사망 후에 우표가 발행됐지만 김주애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후계설을 뒷받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화협 체육위원이자 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 씨는 "과거에 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등장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승계자로서 더 확고한 이미지를 우표를 통해 확인하기 위해서는 김주애가 단독으로 나온 우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미사일을 배경으로 나온 만큼 김주애 우표라고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 "영국 왕실처럼"...북한의 숨은 의도는 '백두혈통=로열 패밀리(왕족)'?
영국 왕실의 경우 때론 연예인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영국 왕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양한 볼거리로 이어지고, 우표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린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 당시 북한은 다이애나비 결혼기념 우표를 다양하게 만들어 해외는 물론 내부에도 공개했다. 우표가 가지는 대중성과 효과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주애 우표는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백두혈통 딸을 공개해 개방적이고 친숙한 왕실 가족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연구원 이지순 박사는 "유럽 스타일의 왕실 가족 모습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왕실의 결혼, 자녀의 성장 과정 등을 우표를 통해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게 하는 일종의 의도된 장치"라고 해석했다.
■ 김주애 우표 2탄도 나올까?
북한이 공개하는 올해 우표 계획서의 일부가 비워져 있는 건 주목할 부분이다. 우표를 통해 정치,경제, 외교 등 대외적으로 체제를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김주애를 담은 우표가 또 나올 가능성 여부도 지켜볼 일이다.
한국방송 KBS의 북한 전문 TV 프로그램인 <남북의 창>은 25일 아침 7시 50분 '클로즈업 북한'(1TV) 코너를 통해 김주애 우표에 담긴 북한의 정치학을 살펴볼 예정이다.
작가: 이효진
자료조사: 황지은, 박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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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외교관’ 북한 우표에 담긴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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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2-24 13:53:00
- 수정2023-02-24 13:54:56
■ 꼬마 외교관'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주애
북한의 우표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시에 따라 아주 치밀하게 만들어지는 작은 '선전화'이다.
그런만큼 해마다 기념 우표를 체제 선전이나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발행한다.
독특한 디자인과 상징성을 갖고 있는 북한의 우표는 자국의 목소리를 대외에 전달할 수 있는 주요 외화 획득 수단이자 외교 채널이기도 하다. 일례로 <과학기술전당>을 새해 우표로 발행한 2017년 북한은 수소탄급 핵탄두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8년 새해 우표에는 '여명 거리'가 등장했다. 당시 경제 건설에 총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우표에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1974년 만국우편연합에 가입했기 때문에 북한 우표가 부착된 우편물들은 합법적으로 전세계에 유통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당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북한의 우표는 '꼬마 외교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2023년 '꼬마 외교관'의 주인공은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였다. 발행된 8장 가운데 무려 5장에 등장했다. 아버지 김정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인민군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그렇다면 김주애를 우표에 담은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 김주애 후계설?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사진첩에 이어 우표에까지 김주애가 등장한 것을 두고 후계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상화 작업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과거 북한은 최고 지도자 일가의 많은 사람들을 우표에 다뤄왔다. 김일성 주석의 부모인 김형직과 강반석, 조부모인 김보현과 이보익, 숙부 김형권과 동생 김철주, 그리고 아내 김정숙까지 모두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이들과 김주애의 우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당대의 최고 지도자를 제외하고 일가들은 모두 사망 후에 우표가 발행됐지만 김주애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후계설을 뒷받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화협 체육위원이자 북한 우표 전문가인 이상현 씨는 "과거에 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등장했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승계자로서 더 확고한 이미지를 우표를 통해 확인하기 위해서는 김주애가 단독으로 나온 우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미사일을 배경으로 나온 만큼 김주애 우표라고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 "영국 왕실처럼"...북한의 숨은 의도는 '백두혈통=로열 패밀리(왕족)'?
영국 왕실의 경우 때론 연예인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영국 왕실의 일거수일투족은 다양한 볼거리로 이어지고, 우표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린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결혼식 당시 북한은 다이애나비 결혼기념 우표를 다양하게 만들어 해외는 물론 내부에도 공개했다. 우표가 가지는 대중성과 효과를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주애 우표는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백두혈통 딸을 공개해 개방적이고 친숙한 왕실 가족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연구원 이지순 박사는 "유럽 스타일의 왕실 가족 모습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왕실의 결혼, 자녀의 성장 과정 등을 우표를 통해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게 하는 일종의 의도된 장치"라고 해석했다.
■ 김주애 우표 2탄도 나올까?
북한이 공개하는 올해 우표 계획서의 일부가 비워져 있는 건 주목할 부분이다. 우표를 통해 정치,경제, 외교 등 대외적으로 체제를 알리고 있다는 점에서 김주애를 담은 우표가 또 나올 가능성 여부도 지켜볼 일이다.
한국방송 KBS의 북한 전문 TV 프로그램인 <남북의 창>은 25일 아침 7시 50분 '클로즈업 북한'(1TV) 코너를 통해 김주애 우표에 담긴 북한의 정치학을 살펴볼 예정이다.
작가: 이효진
자료조사: 황지은, 박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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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기자 s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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