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② ‘김건희 6차례·최은순 4차례’…큰손인데 거래소 “미미하다”

입력 2023.02.24 (17:31) 수정 2023.05.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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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기사요약>
■ 232쪽 분량 검사의 '20번 의견서'에 김건희 여사는 6차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는 4차례 등장
■ 김 여사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대거 사들여 관여율 높은 큰손인데도 한국거래소가 "제반관여율 미미"하다며 무혐의 판단
■ 최은순 계좌도 같은 시기 주식 매수주문 관여율 높지만, "주문 횟수만 많고 실제 제반 관여율 미미"하다며 무혐의 판단
■ 검찰은 당시 거래소가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 존재를 몰라 혐의 입증 못 했지만, 사건 실체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평가
■ 그러나 시세조종으로 시작한 사건이 용두사미로 경고 사안이 되고 수사 착수 기회까지 놓친 건 명백한 '분석 실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검찰이 지난해 12월 9일 제출한 232쪽 분량 20번 의견서 첫 장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검찰이 지난해 12월 9일 제출한 232쪽 분량 20번 의견서 첫 장

김건희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 씨가 각각 6차례, 4차례 등장하는 검사 의견서는 전체 232쪽 분량입니다. 제목은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리분석 및 금융감독원 조사 내역』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재판에서 검사는 30차례 가까이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 가운데 '20번 의견서'입니다.

■ 핵심은 '김건희 여사 계좌 관여율'…큰손인데, 거래소 "미미하다"

김건희 여사는 10쪽짜리 '20번 의견서' 본문에 2번, '사건번호 133호'에 1번, 한국거래소 2011년 이상거래 분석에 2번, 2015년 이상거래 분석에 1번 등장합니다. 이 가운데 4번이 김 여사 계좌의 '관여율'입니다. 여기서 '관여율'은 일정 기간 전체 거래에서 특정 계좌나 지점의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상거래'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됩니다. '이상거래'란 ① 주식 가격이나 거래량이 뚜렷하게 변하는 경우 ② 주식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시ㆍ풍문 또는 보도가 있는 경우 ③ 그 밖에 주식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해칠 염려가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

김 여사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의견서 본문에서 검사가 인용한 거래소의 2011년 이상거래 분석입니다. 당시 김 여사의 대우증권 계좌는 2010.9.13. ~ 2011.2.25.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47만 주 넘게 사들입니다. 전체 매수체결량의 1.57%로 '큰손' 4위에 올랐습니다.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도 48만 주 넘게 내 전체 매수호가량의 0.87%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수호가 관여율 1~5위가 0.98 ~ 1.3%인 점을 감안하면 김 여사의 계좌도 상위권에 가깝습니다. 다만, 시세관여 측면에선 0.49%에 그쳐 해당 부문 1~5위가 2.48 ~ 7.62%인 점을 감안하면 상위권과 격차가 있습니다. 이 같은 값에 기반해 거래소는 김 여사 계좌에 대해 "제반관여율 미미"라며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훗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기소 때 김 여사 '계좌'는 권오수 매수유도군으로 분류됐고 주가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1심 재판부가 판단했습니다. 2011년 당시에도 거래소가 김 여사 계좌와 다른 주가조작 의심계좌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들을 함께 묶어 분석했다면 해당 그룹의 관여율은 더 높게 나왔을 겁니다. 그랬다면 추가적으로 서로 짜거나 거짓으로 거래한 통정·가장 매매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거래소가 시세조종 가담 혐의에 대해 다르게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5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5

김 여사는 다음으로, 같은 거래소 분석자료에서 2010.12.21. ~ 2011.1.31. 사이 2차 상승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사들인 계좌와 관련해 등장합니다. 검사는 이 자료를 인용하며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F)가 끌어들인 C, D가 김 여사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주가조작 일당 중 하나인 E가 끌어들인 '분당 할아버지' A,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70억 원 넘게 사들여 주가조작 공범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전주' B가 큰손 1, 2위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2차 상승기의 큰손 1~5위가 모두 주가조작 일당이거나 관계가 있고, 이 가운데 셋은 김 여사의 물량을 넘겨받았는데 당시 거래소는 이들의 관계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거래소는 모두 "제반관여율 미미"라며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본 겁니다.

김 여사가 세 번째 등장하는 부분은 앞선 기사에서 전해드린 '사건번호 133호'의 권오수 회장 문답서 부분입니다. 당시 금융감독원 조사원은 권 회장이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실소유주가 김 여사인지 묻지만, 권 회장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네 번째 등장은 '20번 의견서' 본문에서 처음 제시한 내용과 같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75 중 한국거래소 2011년 이상거래 분석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75 중 한국거래소 2011년 이상거래 분석

다섯번째는 2010.9.13. ~ 2010.11.17. 사이 1차 상승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사들인 계좌에서 나옵니다. 김 여사 명의의 대우증권 계좌가 44만 주 넘게 사들인 겁니다. 전체 매수체결량의 3.2%로 2번째 큰손입니다. 매수하겠다는 주문도 45만 주 가까이 내 전체 매수 호가량의 1.79%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수호가 관여율 1~5위가 1.89 ~ 2.59% 인 점을 감안하면 김 여사의 계좌도 상위권에 가깝습니다.  시세관여 측면에서도 1.15%로 해당 부문 1~5위의 2.57 ~ 3.56%와 격차가 전체기간보다 줄었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김 여사 계좌'는 1차 상승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집하는데 동원됐고, 2차 상승기에 물량을 넘겨 차액을 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차 상승기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10년 9월 14일 2,275원에서 2010년 11월 17일 4,190원까지 올랐습니다. 2차 상승기는 2011년 1월 24일 7,08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도 한국거래소는 모두 "제반관여율 미미"로 김 여사 계좌에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차 상승기 당시 매수 4위 큰손이 훗날 '김건희 파일' 작성자로 지목됐지만 "처음 본다"며 부인했던 투자사 임원 민모 씨(G)였고, 매수 5위 큰손이 '쩐주' B였는데, 거래소는 김 여사 계좌와 이들 사이 관계가 권오수 회장이나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를 통해 이어져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48 중앙지검 시세조종 심리 의뢰 공문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48 중앙지검 시세조종 심리 의뢰 공문

마지막으로 김 여사는 거래소의 2015년 이상거래 분석에도 등장합니다. 앞에서 소개한 투자사 임원 민모 씨와 관련 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민 씨가 시세조종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하다 금융위를 거쳐 거래소에 시세조종 여부 분석을 의뢰한 겁니다. 지난해 11월 11일 도이치모터스 1심 공판에서 재판장이 "이상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자동으로 포착된다는데 그 당시엔 적발된 게 없었느냐"는 취지로 묻자 검사가 "적발된 게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관련해 남부지검까지, 금융조사부까지 의뢰된 게 있는데 수사로까지 진행되진 않았다"고 답했던 건입니다. 이 분석 결론도 무혐의로 나와 중앙지검 내사는 종결돼 버렸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219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219

당시 분석은 2011년 분석이 113영업일에 걸쳤던 것과 달리 2012.11.12. ~ 2012.12.28. 사이 33영업일만 대상으로 했습니다. 주가 상승 기간도 2012.11.27. ~2012.11.30. 사이 사흘로 짧습니다. 주가 상승 기간 김 여사 계좌는 2번째로 많은 11,000주를 사들였습니다. 거래소는 당시 매매에 대해 "연계계좌 또는 특이 매매양태 발견되지 아니함"으로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봤습니다.

■ 최은순 씨 계좌…"호가 회수만 많고 실제 제반 관여율 미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 계좌는 4번 등장하는데 모두 같은 내용입니다. 2011년 이상거래 분석에서 1차 상승기 동안 65만 주 이상을 사겠다고 주문을 내놓고, 9만 4천 주가량만 샀습니다. 최 씨 계좌는 다른 기간 주식을 사겠다고 주문을 내거나 실제 사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거래소는 "호가 횟수만 많고 실제 제반 관여율 미미"라며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봤습니다.

훗날 최 씨 계좌는 권오수 회장의 차명계좌로 밝혀졌습니다. 권 회장은 최 씨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사려는 주문이 많은 것처럼 다른 주식 거래자를 기만하는 데 쓴 겁니다. 이 또한 당시 거래소가 연결고리를 찾아 '권 회장 그룹'으로 포함해 분석했다면 관여율이 높아졌을 수 있고, 추가적 분석을 통해 시세조종 가담 혐의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 "혐의 입증 못 했지만, 실체 상당히 근접"…"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79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79

한국거래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이상거래 분석 결과는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건희 여사 계좌와 어머니 최은순 씨 계좌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처럼 권오수 회장 등 주범들에 대한 판단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반 관여율이 낮다는 게 이유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

그럼에도 당시 '거래소'의 이상거래 분석 결과에 대해 검찰 수사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①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가 범행에 가담할 무렵부터 거래소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집중감시 했다는 점, ② 그 결과 거래소가 자체적발했다는 점, ③ 김 씨가 관리한 한 증권사의 강남센터의 관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점을 거래소가 밝혀낸 점 등을 감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선수' 김 씨의 존재를 알지 못해 주가조작 가담 계좌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혐의 입증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점은 명백한 조사 상의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초 거래소 시장감시부에서 '시세조종'으로 시작한 사건은 이상거래 분석을 담당하는 '심리부'를 거치면서 시세조종 혐의를 잡아내지 못한 '내부자 거래' 사건으로 작아졌고, 이후 금융감독원에 이르러서는 '경고' 처분에 그치는 '보고의무 위반' 사건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일종의 용두사미로 끝난 겁니다. 당시 주가조작 혐의를 적발해 좀 더 일찍 수사에 착수했다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해버린 주가조작 1단계 사건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을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① ‘사건번호 133호’ 입수해보니…“주가조작 아닌 보고의무 위반 보고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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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② ‘김건희 6차례·최은순 4차례’…큰손인데 거래소 “미미하다”
    • 입력 2023-02-24 17:31:53
    • 수정2023-05-04 11:43:12
    취재K
&lt;기사요약&gt;<br />■ 232쪽 분량 검사의 '20번 의견서'에 김건희 여사는 6차례,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는 4차례 등장<br />■ 김 여사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대거 사들여 관여율 높은 큰손인데도 한국거래소가 "제반관여율 미미"하다며 무혐의 판단<br />■ 최은순 계좌도 같은 시기 주식 매수주문 관여율 높지만, "주문 횟수만 많고 실제 제반 관여율 미미"하다며 무혐의 판단<br />■ 검찰은 당시 거래소가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 존재를 몰라 혐의 입증 못 했지만, 사건 실체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평가<br />■ 그러나 시세조종으로 시작한 사건이 용두사미로 경고 사안이 되고 수사 착수 기회까지 놓친 건 명백한 '분석 실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검찰이 지난해 12월 9일 제출한 232쪽 분량 20번 의견서 첫 장
김건희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 씨가 각각 6차례, 4차례 등장하는 검사 의견서는 전체 232쪽 분량입니다. 제목은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한국거래소 심리분석 및 금융감독원 조사 내역』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재판에서 검사는 30차례 가까이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이 가운데 '20번 의견서'입니다.

■ 핵심은 '김건희 여사 계좌 관여율'…큰손인데, 거래소 "미미하다"

김건희 여사는 10쪽짜리 '20번 의견서' 본문에 2번, '사건번호 133호'에 1번, 한국거래소 2011년 이상거래 분석에 2번, 2015년 이상거래 분석에 1번 등장합니다. 이 가운데 4번이 김 여사 계좌의 '관여율'입니다. 여기서 '관여율'은 일정 기간 전체 거래에서 특정 계좌나 지점의 거래량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상거래'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됩니다. '이상거래'란 ① 주식 가격이나 거래량이 뚜렷하게 변하는 경우 ② 주식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시ㆍ풍문 또는 보도가 있는 경우 ③ 그 밖에 주식시장의 공정거래질서를 해칠 염려가 있는 경우를 뜻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
김 여사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의견서 본문에서 검사가 인용한 거래소의 2011년 이상거래 분석입니다. 당시 김 여사의 대우증권 계좌는 2010.9.13. ~ 2011.2.25.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47만 주 넘게 사들입니다. 전체 매수체결량의 1.57%로 '큰손' 4위에 올랐습니다. 주식을 사겠다는 주문도 48만 주 넘게 내 전체 매수호가량의 0.87%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수호가 관여율 1~5위가 0.98 ~ 1.3%인 점을 감안하면 김 여사의 계좌도 상위권에 가깝습니다. 다만, 시세관여 측면에선 0.49%에 그쳐 해당 부문 1~5위가 2.48 ~ 7.62%인 점을 감안하면 상위권과 격차가 있습니다. 이 같은 값에 기반해 거래소는 김 여사 계좌에 대해 "제반관여율 미미"라며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훗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기소 때 김 여사 '계좌'는 권오수 매수유도군으로 분류됐고 주가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1심 재판부가 판단했습니다. 2011년 당시에도 거래소가 김 여사 계좌와 다른 주가조작 의심계좌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들을 함께 묶어 분석했다면 해당 그룹의 관여율은 더 높게 나왔을 겁니다. 그랬다면 추가적으로 서로 짜거나 거짓으로 거래한 통정·가장 매매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거래소가 시세조종 가담 혐의에 대해 다르게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5
김 여사는 다음으로, 같은 거래소 분석자료에서 2010.12.21. ~ 2011.1.31. 사이 2차 상승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사들인 계좌와 관련해 등장합니다. 검사는 이 자료를 인용하며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F)가 끌어들인 C, D가 김 여사의 주식을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주가조작 일당 중 하나인 E가 끌어들인 '분당 할아버지' A,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70억 원 넘게 사들여 주가조작 공범으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전주' B가 큰손 1, 2위에 올랐습니다. 이처럼 2차 상승기의 큰손 1~5위가 모두 주가조작 일당이거나 관계가 있고, 이 가운데 셋은 김 여사의 물량을 넘겨받았는데 당시 거래소는 이들의 관계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거래소는 모두 "제반관여율 미미"라며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본 겁니다.

김 여사가 세 번째 등장하는 부분은 앞선 기사에서 전해드린 '사건번호 133호'의 권오수 회장 문답서 부분입니다. 당시 금융감독원 조사원은 권 회장이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실소유주가 김 여사인지 묻지만, 권 회장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네 번째 등장은 '20번 의견서' 본문에서 처음 제시한 내용과 같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75 중 한국거래소 2011년 이상거래 분석
다섯번째는 2010.9.13. ~ 2010.11.17. 사이 1차 상승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많이 사들인 계좌에서 나옵니다. 김 여사 명의의 대우증권 계좌가 44만 주 넘게 사들인 겁니다. 전체 매수체결량의 3.2%로 2번째 큰손입니다. 매수하겠다는 주문도 45만 주 가까이 내 전체 매수 호가량의 1.79%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수호가 관여율 1~5위가 1.89 ~ 2.59% 인 점을 감안하면 김 여사의 계좌도 상위권에 가깝습니다.  시세관여 측면에서도 1.15%로 해당 부문 1~5위의 2.57 ~ 3.56%와 격차가 전체기간보다 줄었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김 여사 계좌'는 1차 상승기에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집하는데 동원됐고, 2차 상승기에 물량을 넘겨 차액을 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차 상승기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2010년 9월 14일 2,275원에서 2010년 11월 17일 4,190원까지 올랐습니다. 2차 상승기는 2011년 1월 24일 7,08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도 한국거래소는 모두 "제반관여율 미미"로 김 여사 계좌에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1차 상승기 당시 매수 4위 큰손이 훗날 '김건희 파일' 작성자로 지목됐지만 "처음 본다"며 부인했던 투자사 임원 민모 씨(G)였고, 매수 5위 큰손이 '쩐주' B였는데, 거래소는 김 여사 계좌와 이들 사이 관계가 권오수 회장이나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를 통해 이어져 있다는 걸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48 중앙지검 시세조종 심리 의뢰 공문
마지막으로 김 여사는 거래소의 2015년 이상거래 분석에도 등장합니다. 앞에서 소개한 투자사 임원 민모 씨와 관련 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가 "민 씨가 시세조종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하다 금융위를 거쳐 거래소에 시세조종 여부 분석을 의뢰한 겁니다. 지난해 11월 11일 도이치모터스 1심 공판에서 재판장이 "이상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자동으로 포착된다는데 그 당시엔 적발된 게 없었느냐"는 취지로 묻자 검사가 "적발된 게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관련해 남부지검까지, 금융조사부까지 의뢰된 게 있는데 수사로까지 진행되진 않았다"고 답했던 건입니다. 이 분석 결론도 무혐의로 나와 중앙지검 내사는 종결돼 버렸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219
당시 분석은 2011년 분석이 113영업일에 걸쳤던 것과 달리 2012.11.12. ~ 2012.12.28. 사이 33영업일만 대상으로 했습니다. 주가 상승 기간도 2012.11.27. ~2012.11.30. 사이 사흘로 짧습니다. 주가 상승 기간 김 여사 계좌는 2번째로 많은 11,000주를 사들였습니다. 거래소는 당시 매매에 대해 "연계계좌 또는 특이 매매양태 발견되지 아니함"으로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봤습니다.

■ 최은순 씨 계좌…"호가 회수만 많고 실제 제반 관여율 미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 씨 계좌는 4번 등장하는데 모두 같은 내용입니다. 2011년 이상거래 분석에서 1차 상승기 동안 65만 주 이상을 사겠다고 주문을 내놓고, 9만 4천 주가량만 샀습니다. 최 씨 계좌는 다른 기간 주식을 사겠다고 주문을 내거나 실제 사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거래소는 "호가 횟수만 많고 실제 제반 관여율 미미"라며 시세조종 혐의가 없다고 봤습니다.

훗날 최 씨 계좌는 권오수 회장의 차명계좌로 밝혀졌습니다. 권 회장은 최 씨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사려는 주문이 많은 것처럼 다른 주식 거래자를 기만하는 데 쓴 겁니다. 이 또한 당시 거래소가 연결고리를 찾아 '권 회장 그룹'으로 포함해 분석했다면 관여율이 높아졌을 수 있고, 추가적 분석을 통해 시세조종 가담 혐의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 "혐의 입증 못 했지만, 실체 상당히 근접"…"결국 용두사미로 끝난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179
한국거래소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이상거래 분석 결과는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건희 여사 계좌와 어머니 최은순 씨 계좌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처럼 권오수 회장 등 주범들에 대한 판단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반 관여율이 낮다는 게 이유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검사 의견서 20번 p.4
그럼에도 당시 '거래소'의 이상거래 분석 결과에 대해 검찰 수사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① 주가조작 선수 김모 씨가 범행에 가담할 무렵부터 거래소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집중감시 했다는 점, ② 그 결과 거래소가 자체적발했다는 점, ③ 김 씨가 관리한 한 증권사의 강남센터의 관여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점을 거래소가 밝혀낸 점 등을 감안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시 '선수' 김 씨의 존재를 알지 못해 주가조작 가담 계좌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혐의 입증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점은 명백한 조사 상의 실패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초 거래소 시장감시부에서 '시세조종'으로 시작한 사건은 이상거래 분석을 담당하는 '심리부'를 거치면서 시세조종 혐의를 잡아내지 못한 '내부자 거래' 사건으로 작아졌고, 이후 금융감독원에 이르러서는 '경고' 처분에 그치는 '보고의무 위반' 사건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일종의 용두사미로 끝난 겁니다. 당시 주가조작 혐의를 적발해 좀 더 일찍 수사에 착수했다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재판부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해버린 주가조작 1단계 사건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을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단독]① ‘사건번호 133호’ 입수해보니…“주가조작 아닌 보고의무 위반 보고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1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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