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아끼려다”…불법체류 부부 장작 때다 참변

입력 2023.02.24 (19:20) 수정 2023.02.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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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전북 고창의 한 농촌 마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외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농촌 마을의 허름한 집입니다.

집 주위엔 출입 통제선이 설치됐고, 마당엔 불을 피워 조리했던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어제 오후 5시쯤 이 집에 살던 50대 외국인 부부가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집 안에선 장작을 땐 흔적이 나왔고 기름보일러엔 남은 기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숨진 부부가 난방비를 아끼려고 집 안에서 장작을 땠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북 고창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추워서 방 안에다가 불을 피우고 따뜻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보여요)."]

이들은 10년 전 관광 비자로 입국했다가 출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턴 연간 30만 원의 집세를 내고 이 집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웃의 농사일을 도우며 하루 10만 원 정도의 품삯을 받아 일부는 고향의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이웃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백신기/마을 주민 : "(돈 벌어서) 고향의 아들딸들 가르치고 시아버지, 시어머니께 돈도 보내드리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런 사건이 벌어져서 너무나 안타까워요."]

그럼에도 자신들은 냉골인 방과 비닐하우스를 오가며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불법체류자였던 탓에 난방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담당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은 저희가 관리를 해드리는데 불법체류 외국인들까지 저희가 (지원)해드리는 사업이 없어서."]

1년 뒤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집을 짓고 자녀와 함께 살고 싶어 했던 이들 부부의 소박한 꿈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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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름값 아끼려다”…불법체류 부부 장작 때다 참변
    • 입력 2023-02-24 19:20:14
    • 수정2023-02-25 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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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전북 고창의 한 농촌 마을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외국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농촌 마을의 허름한 집입니다.

집 주위엔 출입 통제선이 설치됐고, 마당엔 불을 피워 조리했던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어제 오후 5시쯤 이 집에 살던 50대 외국인 부부가 방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집 안에선 장작을 땐 흔적이 나왔고 기름보일러엔 남은 기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숨진 부부가 난방비를 아끼려고 집 안에서 장작을 땠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북 고창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추워서 방 안에다가 불을 피우고 따뜻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보여요)."]

이들은 10년 전 관광 비자로 입국했다가 출국하지 않고 불법 체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여름부턴 연간 30만 원의 집세를 내고 이 집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웃의 농사일을 도우며 하루 10만 원 정도의 품삯을 받아 일부는 고향의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이웃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백신기/마을 주민 : "(돈 벌어서) 고향의 아들딸들 가르치고 시아버지, 시어머니께 돈도 보내드리고 그랬는데. 갑자기 이런 사건이 벌어져서 너무나 안타까워요."]

그럼에도 자신들은 냉골인 방과 비닐하우스를 오가며 추위를 견뎌야 했습니다.

불법체류자였던 탓에 난방 지원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담당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음성변조 : "(기초생활)수급자분들은 저희가 관리를 해드리는데 불법체류 외국인들까지 저희가 (지원)해드리는 사업이 없어서."]

1년 뒤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집을 짓고 자녀와 함께 살고 싶어 했던 이들 부부의 소박한 꿈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규희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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