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국수본부장 자녀 ‘학폭’ 전력…“피해자에게 거듭 사과”

입력 2023.02.25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 한 유명 자사고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1학년 정 모 군은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언어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빨갱이 XX" "돼지 XX" 등 매우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 학교는 전교생이 함께 지내는 기숙형 학교였습니다. 학폭 피해자의 공포감이 다른 학교보다 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8년 교육청은 정 군에게 '전학'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재심, 재재심을 거쳤고, 그것도 모자라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정 군은 오늘(24일) 임명된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자녀입니다.

■ 전학 → 전학 취소 → 전학

2018년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조사 결과, 정 군은 피해 학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자치위원회는 정 군 학폭 행위의 심각성을 20점 중 16점으로 평가했습니다. 전학 또는 퇴학이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위원 8명 중 5명이 전학 조치에 동의했습니다.

정 군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2달 뒤, 전학조치가 취소됐습니다.

피해 학생 측은 아버지의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재심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자치위원회는 전학 처분을 다시 추가했습니다.

정 군 측은 이번에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 신임 본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습니다.

정 군 측은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첫째,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으므로 학교폭력이 아니다. 둘째, 전학 조치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셋째, 개선의 기회도 주지 않고 전학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1심 법원은 이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기숙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피해 학생이 매우 큰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므로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이와 같은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정 군의 학폭 행위가 어땠길래, 교육청에서도 법원에서도 ' 전학 갈만하다'고 본 걸까요.

■ "아버지가 검사라 고민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군은 피해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더러우니까 꺼져라"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제주도에서 온 돼지 XX" "빨갱이 XX" 등 폭언을 한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여러 동급생의 증언이 일치했습니다.

정 군과 피해 학생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지냈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함께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친구 앞에서 그런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교육청 재심에서 '정 군의 집안 배경' 때문에 신고를 고민했다는 점을 토로했습니다. "돈도 많고, 아빠가 검사라고 높은 직위에 있다고 해서 한동안 고민 많이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군은 주변 친구들에게 '검사 아빠'를 늘 자랑처럼 말하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심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한 한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정 군은 '내 아빠 아는 사람이' 라는 표현을 수시로 입에 올렸습니다. 또,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합니다.

정 군 아버지의 직업과 배경 때문에 압박감을 느꼈다는 피해 학생 측의 진술을 마냥 흘려듣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 피해 학생 여전히 '고통'…"다시 한번 사과"

이후 사정을 파악해보니, 정 군은 2019년 2월 전학 조치된 뒤 명문대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며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는 정순신 국수본부장에게 입장을 물었습니다. 정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제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피해 학생과 그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부모로서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려고 했지만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겠습니다."

국가수사본부장 직위는 별도의 인사청문회 절차가 없습니다. 경찰청의 자체 인사검증과 다른 기관의 교차 검증만 이뤄집니다.

경찰청은 자체 검증에서 정 본부장의 자녀의 학폭 전력과 그 후 이어진 소송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거로 전해집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정순신 국수본부장 자녀 ‘학폭’ 전력…“피해자에게 거듭 사과”
    • 입력 2023-02-25 07:00:13
    취재K

지난 2017년, 한 유명 자사고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1학년 정 모 군은 동급생에게 지속적인 언어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빨갱이 XX" "돼지 XX" 등 매우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이 학교는 전교생이 함께 지내는 기숙형 학교였습니다. 학폭 피해자의 공포감이 다른 학교보다 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듬해인 2018년 교육청은 정 군에게 '전학'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은 재심, 재재심을 거쳤고, 그것도 모자라 대법원까지 갔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정 군은 오늘(24일) 임명된 정순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자녀입니다.

■ 전학 → 전학 취소 → 전학

2018년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조사 결과, 정 군은 피해 학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자치위원회는 정 군 학폭 행위의 심각성을 20점 중 16점으로 평가했습니다. 전학 또는 퇴학이 가능한 점수였습니다. 위원 8명 중 5명이 전학 조치에 동의했습니다.

정 군 측은 이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2달 뒤, 전학조치가 취소됐습니다.

피해 학생 측은 아버지의 배경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재심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자치위원회는 전학 처분을 다시 추가했습니다.

정 군 측은 이번에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 신임 본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습니다.

정 군 측은 이렇게 항변했습니다. 첫째, 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으므로 학교폭력이 아니다. 둘째, 전학 조치에는 절차적 하자가 있다. 셋째, 개선의 기회도 주지 않고 전학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

1심 법원은 이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기숙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피해 학생이 매우 큰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받았을 것이므로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도 이와 같은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정 군의 학폭 행위가 어땠길래, 교육청에서도 법원에서도 ' 전학 갈만하다'고 본 걸까요.

■ "아버지가 검사라 고민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군은 피해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더러우니까 꺼져라"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제주도에서 온 돼지 XX" "빨갱이 XX" 등 폭언을 한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여러 동급생의 증언이 일치했습니다.

정 군과 피해 학생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지냈습니다. 동아리 활동도 함께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친구 앞에서 그런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습니다.

피해 학생은 교육청 재심에서 '정 군의 집안 배경' 때문에 신고를 고민했다는 점을 토로했습니다. "돈도 많고, 아빠가 검사라고 높은 직위에 있다고 해서 한동안 고민 많이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군은 주변 친구들에게 '검사 아빠'를 늘 자랑처럼 말하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심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한 한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정 군은 '내 아빠 아는 사람이' 라는 표현을 수시로 입에 올렸습니다. 또, '내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합니다.

정 군 아버지의 직업과 배경 때문에 압박감을 느꼈다는 피해 학생 측의 진술을 마냥 흘려듣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 피해 학생 여전히 '고통'…"다시 한번 사과"

이후 사정을 파악해보니, 정 군은 2019년 2월 전학 조치된 뒤 명문대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며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는 정순신 국수본부장에게 입장을 물었습니다. 정 본부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제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피해 학생과 그 부모님께도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부모로서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려고 했지만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겠습니다."

국가수사본부장 직위는 별도의 인사청문회 절차가 없습니다. 경찰청의 자체 인사검증과 다른 기관의 교차 검증만 이뤄집니다.

경찰청은 자체 검증에서 정 본부장의 자녀의 학폭 전력과 그 후 이어진 소송전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거로 전해집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