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 단돈 40만 원”…‘네이버 마크’ 믿고 돈 보내지 마세요

입력 2023.02.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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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쓴 안마의자 40만 원에 판매합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1년 쓴 안마의자 40만 원, AS 기간도 3년이나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새것을 사려면 260만 원 넘게 줘야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이 글을 본 30대 여성 A 씨는 곧장 게시글을 올린 입주민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네이버 페이 안전결제…신종 중고사기 수법

A 씨가 구매 의사를 보이자, 판매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결제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구매자가 물건을 배송받아야만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는 '안전 결제 방식'을 이용하자는 거였습니다. '중고 사기'를 막을 방법을 판매자가 먼저 제안한 겁니다. 그러면서 '안전 결제 링크'를 보내줬습니다.

A 씨는 특히 '네이버 페이'를 이용한 '안전 결제'라는 말에 믿음이 갔다고 합니다.

"제가 물건을 확인하고 '구매 확정'을 해야 네이버페이 가상계좌에서 판매자에게 입금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안전 결제' 방식이라고 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죠. "
- A 씨

그렇게 A 씨는 판매자가 알려준 '가상계좌 링크'로 들어가 4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판매자의 답장 속도가 느려지더니, 연락이 아예 끊겼습니다.

'안전'한 줄만 알았던 거래, 사실 '중고거래 사기'였던 겁니다.

■ 베테랑도 당한 '안전결제' 중고 사기

지금껏 100회가 넘는 중고거래를 한 '베테랑' B 씨도 최근 '안전 결제'를 유도한 '중고 사기'에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백 번 넘게 중고거래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사기를 당한 적이 없으니까... 중간에 약간 이상한 느낌도 있긴 했는데, '네이버' 마크가 떡하니 찍혀있고 또 '안전 결제'라고 하니까 크게 의심하지 않았죠."
- B 씨

'안전결제'란 말을 철석같이 믿은 B 씨는 판매자가 전달한 가상 계좌로 가방 구매 대금 155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판매자는 수수료 1,000원을 받는 걸 깜빡했다며 B 씨에게 돈을 다시 입금하라고 했습니다. 수수료를 포함해서 155만 1000원을 입금하면, 앞서 보낸 155만 원은 환불 처리해준다는 거였습니다.

처음 겪는 거래 방식이 이상하긴 했지만, '네이버페이 안전결제' 방식이었기에 B 씨는 믿고 돈을 또다시 보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시스템상 자동환물이 되려면 190만 원을 추가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판매자. 이런 식으로 B 씨가 전달한 금액은 총 5백만 원이 됐습니다.

B 씨는 또다시 "자동환불금액 기준이 7백만 원이라, 2백만 원을 더 넣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지만, 이미 판매자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습니다.

■ "같은 계좌에 당한 피해자만 42명"

안전결제를 유도한 중고사기에 당한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55만 원짜리 오븐을 구매하려다 580만 원을 뜯긴 C 씨. 신고를 위해 찾은 경찰서에서 기막힌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계좌로 입금한 피해자가 무려 42명이나 된다는 겁니다.

비슷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의 참가 인원은 700여 명. 지금도 그 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 안전결제 유도하는 중고거래 주의해야

'안전결제'를 가장한 중고거래 사기. 당하고 난 뒤 돈을 되찾긴 쉽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세 명의 피해자 모두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는 몇 달째 지지부진입니다. 대부분 SNS를 이용하는데, 차명 폰과 통장을 쓰기 때문에 진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선 구매자가 '경각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많은 홍보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당하기 전까지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거래 전에 화면에 있는 주의 문구를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예방적 자세가 필요하겠죠."
- 경찰 관계자

예방책은 '조심, 또 확인'뿐입니다.

카카오톡 등 외부 메신저로 전달받은 링크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또 수수료를 빌미로 재입금을 요구할 경우 즉시 거래를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예방으로 충분할지 의구심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칫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당했다’는 책임 전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관계 당국의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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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마의자 단돈 40만 원”…‘네이버 마크’ 믿고 돈 보내지 마세요
    • 입력 2023-02-27 18:18:56
    취재K

"1년 쓴 안마의자 40만 원에 판매합니다"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 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입니다.

1년 쓴 안마의자 40만 원, AS 기간도 3년이나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새것을 사려면 260만 원 넘게 줘야 하는 제품이었습니다.

이 글을 본 30대 여성 A 씨는 곧장 게시글을 올린 입주민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 네이버 페이 안전결제…신종 중고사기 수법

A 씨가 구매 의사를 보이자, 판매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결제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구매자가 물건을 배송받아야만 판매자에게 돈이 넘어가는 '안전 결제 방식'을 이용하자는 거였습니다. '중고 사기'를 막을 방법을 판매자가 먼저 제안한 겁니다. 그러면서 '안전 결제 링크'를 보내줬습니다.

A 씨는 특히 '네이버 페이'를 이용한 '안전 결제'라는 말에 믿음이 갔다고 합니다.

"제가 물건을 확인하고 '구매 확정'을 해야 네이버페이 가상계좌에서 판매자에게 입금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안전 결제' 방식이라고 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었죠. "
- A 씨

그렇게 A 씨는 판매자가 알려준 '가상계좌 링크'로 들어가 40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판매자의 답장 속도가 느려지더니, 연락이 아예 끊겼습니다.

'안전'한 줄만 알았던 거래, 사실 '중고거래 사기'였던 겁니다.

■ 베테랑도 당한 '안전결제' 중고 사기

지금껏 100회가 넘는 중고거래를 한 '베테랑' B 씨도 최근 '안전 결제'를 유도한 '중고 사기'에 당했습니다.

"지금까지 백 번 넘게 중고거래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사기를 당한 적이 없으니까... 중간에 약간 이상한 느낌도 있긴 했는데, '네이버' 마크가 떡하니 찍혀있고 또 '안전 결제'라고 하니까 크게 의심하지 않았죠."
- B 씨

'안전결제'란 말을 철석같이 믿은 B 씨는 판매자가 전달한 가상 계좌로 가방 구매 대금 155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판매자는 수수료 1,000원을 받는 걸 깜빡했다며 B 씨에게 돈을 다시 입금하라고 했습니다. 수수료를 포함해서 155만 1000원을 입금하면, 앞서 보낸 155만 원은 환불 처리해준다는 거였습니다.

처음 겪는 거래 방식이 이상하긴 했지만, '네이버페이 안전결제' 방식이었기에 B 씨는 믿고 돈을 또다시 보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시스템상 자동환물이 되려면 190만 원을 추가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는 판매자. 이런 식으로 B 씨가 전달한 금액은 총 5백만 원이 됐습니다.

B 씨는 또다시 "자동환불금액 기준이 7백만 원이라, 2백만 원을 더 넣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챘지만, 이미 판매자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습니다.

■ "같은 계좌에 당한 피해자만 42명"

안전결제를 유도한 중고사기에 당한 피해자는 한 둘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55만 원짜리 오븐을 구매하려다 580만 원을 뜯긴 C 씨. 신고를 위해 찾은 경찰서에서 기막힌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계좌로 입금한 피해자가 무려 42명이나 된다는 겁니다.

비슷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의 참가 인원은 700여 명. 지금도 그 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 안전결제 유도하는 중고거래 주의해야

'안전결제'를 가장한 중고거래 사기. 당하고 난 뒤 돈을 되찾긴 쉽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세 명의 피해자 모두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는 몇 달째 지지부진입니다. 대부분 SNS를 이용하는데, 차명 폰과 통장을 쓰기 때문에 진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선 구매자가 '경각심'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많은 홍보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당하기 전까지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거래 전에 화면에 있는 주의 문구를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예방적 자세가 필요하겠죠."
- 경찰 관계자

예방책은 '조심, 또 확인'뿐입니다.

카카오톡 등 외부 메신저로 전달받은 링크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또 수수료를 빌미로 재입금을 요구할 경우 즉시 거래를 멈춰야 합니다.

하지만 예방으로 충분할지 의구심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칫 ‘피해자가 조심하지 않아서 당했다’는 책임 전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관계 당국의 좀 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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